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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s Cho Cheng Feb 26. 2024

Ep7. 아메리칸 아이돌만큼 쟁쟁한  2차 심사

미국 이민 5년 차 주부의 아마존 인플루언서 도전기

카메라 뒤 마케터, 카메라 앞에 서다 

드디어 입간판을 달았다.

내 Storefront의 이름은 Chochengkitchen이다. 주방이라는 카테고리에 한정되는 네이밍이라 끝까지 고민했지만, 내가 구입하는 아마존 제품의 70%가 주방 용품이기에 배짱 있게 선택했다. (실제로 아마존 유저들의 구매율이 가장 높은 카테고리 역시 주방 용품이라는 점도 한 몫했다.)


1차 소셜 미디어 심사에 이은 2차 관문은 아마존에서 파는 제품 3개를 선택해, 1분 내외로 리뷰 비디오를 만드는 것이다.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러닝 타임 내내 본인의 얼굴과 제품이 지속적으로 노출될 것.
2. 제품의 카테고리는 설명 가능하나, 직접적으로 브랜드 이름을 노출하지 말 것.
3. 제품의 가격이나, 의학적 기능에 대해 설명하지 말 것. (출처: Amazon Influencer Program)


이제부터는 스피드가 생명이니 내가 갖고 있는 아마존 제품 중 그나마 가장 편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제품 세 가지를 골랐다.


- 전동 소금 & 후추 갈이

- 페이퍼 형 세제

- 아이 콧물 흡착기


평소 자주 사용하기도 하고, 시선을 끄는 디자인에 기능까지 신박해 아이템을 선정하는데 크게 고민되지 않았다. 집에 오는 지인들도 한 번씩은 물어봤을 정도의 제품이니 나름의 연습도 되어있었고.


자, 그럼 영상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1분이라는 시간이 짧으면 짧지만, 카메라를 보며 영어로 이야기해야 하는 미션은 이방인인 나에게 큰 허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샘플로 만들어본 영상 속의 나는 어설픈 콩글리쉬를 쓰는 아시아계 아줌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뻣뻣한 자세와 갈 곳 잃은 동공... NG를 외칠 때마다 카메라맨을 자청한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촬영하는 2시간 동안 2년은 늙은 것 같았다. 1분짜리 영상이니 밤에 집중만 하면 영상 3개쯤이야, 자판기처럼 탁탁 누르면 완성될 줄 알았건만. 난 너무나 얼어있었고, 결국 공들여 만든 영상은 삭제. 다시 촬영하기로 했다.


영어보다 더 중요한 건, 애티튜드!

이번에도 나는 페이스북 그룹을 찾았다. 그리고 내 고민을 올렸다.


"사실 난 미국에 온 지 5년 된 아시아계 이민자야. 그래서 영어가 너무 힘들고, 영어로 빠르게 명확하게 정보 전달하는 것은 더욱 큰 챌린지야. 나와 같은 친구들 혹시 여기 있니? 나에게 조언을 좀 해줄래?"


그리고, 반나절이 채 지나지 않아 성을 보니 일본계로 추정되는 중년의 여성이 댓글로 응원을 보내주었다.


"응 네 마음 너무나 이해해. 난 20년 전 미국으로 와 건축가로 일하면서 항상 영어를 써왔지만 카메라 앞에서 영어를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야. 내 샘플 영상 보여줄까? 아마 용기를 얻게 될 거야. 행운을 빌어!"


그녀는 댓글과 더불어 샘플 영상 3종이 담긴 아마존 스토어 프런트 링크를 공유해 주었다. 900명이 넘는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날것의 영상을 공유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내 처지가 그리 딱해 보였나... 하는 자기 연민에 빠질 틈도 없이 그녀의 영상을 클릭했다.


그리고 또 한 번 유레카! 깨달음을 얻었다.


영어는 도구일 뿐! 결국 문제는 내가 진심으로 이 물건을 얼마나 좋아하고, 추천하는지 친구에게 말하듯 차근차근 이야기하는 톤 앤 매너이다. 그녀의 영어는 네이티브 수준이 아니었다. 귀에 딱딱 박히는 영어도 아니었고,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다른 유저들과 달리 전달 속도 역시 느릿느릿 여유로웠다. 하지만, 당장 구매 버튼을 누르고 싶을 만큼 설득력이 있었다. 비영어권의 그녀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같은 맥락이었으리라.


가장 힘주고 싶은 순간, 힘을 빼자

다음날, 나는 당장 촬영 장소부터 바꿨다. 식탁 의자에 앉아 딱딱하게 설명하던 모습이 너무 상기되고 부자연스러웠는데, 그녀의 영상을 통해 힌트를 얻었다.


우리 집에서 내가 가장 오래 머물고, 가장 편한 장소인 주방으로 장소를 옮겼고, 있는 그대로 서서 이야기했다. 마치 내 앞에 카메라 대신 나의 쇼핑 메이트 친구가 있다고 주문을 걸고 말이다.


다행히도 두 번째 촬영은 수월했다. 첫 번째 아이템 촬영은 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오전 1시간만 투자해 바로 완성본을 만들었다. 나머지 2개의 아이템도 육퇴 후 2시간 정도 걸려 완성했다. 첫 번째 시도와 가장 차이나는 점은 카메라맨 없이 셀프 카메라 모드로 촬영을 했다는 것. 셀프 카메라 모드로 촬영 시 화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삼성 갤럭시의 힘을 믿었고 무엇보다 실시간으로 내 표정을 모니터링하며 실수를 줄이고 싶었다. 결과는 대 성공. 동영상을 녹화하는 동안 시간까지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셀프 카메라 모드가 신의 한 수였다.


역시 모든 일에 있어 가장 힘을 주고 긴장하는 순간, 후! 하고 힘을 쭉 빼는 것이 비법이었다.


자, 그럼 이제 드디어 나의 운명을 결정할 3개의 영상을 업로드하고 모든 것은 내 영상을 심사할 아마존의 그 누군가에게 달렸다.


Mr. 또는 Ms. 아마존씨에게 나의 영상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갈까?


나의 첫 샘플 영상 3종. 이 삼총사 심사 결에 따라 나의 아마존 인플루언서 티켓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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