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rs Cho Cheng Feb 26. 2024

Ep8. 이런 게 카메라 효과인가요?

미국 이민 5년 차 주부의 아마존 인플루언서 도전기

주부에서 N잡러로 나의 삶을 새롭게 포지셔닝하다

시작은 '아마존 인플루언서 프로그램'이지만, 잔잔했던 미국 주부의 삶이 한순간에 N잡러의 삶으로 새롭게 포지셔닝되었다. 나는 틱톡에 매일 한식을 올리는 푸드 크리에이터이자, 영어로 주방과 리빙 브랜드의 셀링 포인트를 작성하고 피칭하는 카피라이터이자 작가이며, 리뷰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프로듀서, 그리고 타깃의 라이프스타일에 피칭할 만한 제품을 서치하고 선택하는 마케터다. 불과 3주 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렇게 잔잔하게 시작해 보니,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눈에 보인다. 


나는 집안일과 육아를 벗어나 더 큰 사회의 일원으로 내가 기여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항상 의심해 왔다. 내가 견고하게 쌓아온 경력이 미국에 와서 보니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지는 상실감이 날 괴롭혔고, 첫 1년간은 실제로 내가 한없이 비참해지고, 빈털터리가 되는 악몽을 꾸었다. 


되돌아보니 반복적인 집안일과 육아는 마케터로서, 푸드 크리에이터로서 특화된 나의 장점을 갈고 닦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무엇보다 나의 최대 약점이었던 '지구력'을 끌어올리는 분야였다. 매일매일 쳇바퀴 도는 삶을 산다고 신세한탄했지만, 타깃(아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타깃이 만족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발달 과정에 맞춰 리서치하고, 제공하는데 항상 열심이었다. 그리고 코로나를 직격탄으로 맞은 탓에 2년 가까이 집밥을 해 먹으며, 나만의 레시피는 물론 살림 노하우도 꽤 늘었다. 그저 나는 내가 갖고 있는 이 작은 능력이 집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널리 사회에서도 쓰이길 바랐을 뿐이고, 이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가 내가 원하는 곳으로 이끌어주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주방으로 출근하는 엄마 마케터 

또 하나의 긍정적인 변화는 아침 기상 후 출근하는 마음으로 주방으로 간다는 사실. 


고백하자면, 한창 잠을 못 자고 헤매던 좀비 시절에는 똑같은 잠옷만 4일 내내 입고 지낸 적도 있다. 그렇게 휴식과 집안일의 경계 없이 지낸 탓에 바짝 집중해서 일을 해야 할 때도 긴장감이 생기지 않았고, 일과를 마친 후에는 온몸이 버터처럼 녹아내려 흐지부지 하루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주방으로 출근해 영상을 찍어야 하는 마케터이며 크리에이터다. 카메라 앞에 서서 당당하게 내 상품을 피칭해야 하는 아마존 인플루언서 꿈나무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내가 카메라 앞에 선 적이 몇 번이나 되지? 그리고 영상과 사진으로 남겨진 내 모습을 무한 재생하며 분석하고 해답을 찾은 적이 있었던가? (심지어 나는 웨딩 촬영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하지 않았다) 


핸드폰 사진첩의 99%는 아이의 사진이었는데 최근 3주간 내 지분을 확실히 찾았다. 지분을 찾은 만큼, 세월의 흔적도 찾았다. 카메라에 남겨진 나의 사진과 동영상은 거짓 없이 세월의 직격탄을 맞은 내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스킨케어에 집중하게 되고, 외출이 없는 날에도 옅은 피부 화장에 눈썹은 꼭 그리며 생기 있는 모습으로 하루를 보낸다. 


이 정도면, 뚜벅뚜벅 걸어가는 이 과정만으로도 나는 성공한 게 아닐까?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는 말이 있듯, 난 이미 내 방향을 찾은 것만으로도 삶이 많이 가벼워지고 산뜻해지는 걸 느낀다. 

그나저나 샘플 영상 3종 심사 기간은 4-6주라는데 어떻게 기다리지?

매거진의 이전글 Ep7. 아메리칸 아이돌만큼 쟁쟁한 2차 심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