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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 Sep 16. 2024

얼렁뚱땅 해외 파견 한국어 교원 되기

세종학당 해외 파견 한국어 교원, 지원에서 파견까지(2024년 ver)

 이전 글에서는 어떻게 세종학당 해외 파견 한국어 교원에 지원했는지에 대해 썼다. 이 지면에서는 세종학당에 어떻게 지원하고 대비할 수 있는지, 파견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간단하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나의 여정을 기록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고, 혹 정보가 필요한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글의 장르가 에세이인 만큼 대단한 정보성 글이 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으리라고 믿으면서!


1. 왜 '세종학당' 해외 파견 교원인가?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쓰기는 한국어 교원이 익숙해져야 할 몇 가지 과업 중 하나다. 한국의 많은 직종이 그러하듯, 한국어 교육 업계에서 역시 프리랜서 혹은 계약직 강사 일이 상당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기관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학 기관 부설 한국어학당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평균 계약 기간은 10주 정도이고 프리랜서 강사가 한 기관 당 받을 수 있는 수업 시수는 주당 14시간 이하다. 이 정도 시수는 생계유지를 할 만큼 충분한 벌이가 되지 못하므로 많은 한국어 선생님들이 필연적으로 두 개 이상의 기관을 전전하게 된다. 최근에는 1, 2년 단위의 계약직 전임 교원을 모집하는 기관들도 늘어나고 있고, 몇몇 기관에서는 정규직 교원을 뽑기도 하지만, 여러 현실적인 문제 탓인지 그 수가 많지는 않은 실정이다. 그러니 한국어 교사들은 누구나 가슴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품고 사는 수밖에.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내가 세종학당에 지원하게 된 것은 여러 이유 중에는 이런 현실적인 부분도 있었다. 세종학당 해외 파견 교원은 보통 2년 이하의 기간 동안 파견되기 때문에 한 학기 단위로 재계약해야 하는 프리랜서 강사 시절보단 이력서를 덜 써도 되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한국 기관에 소속된 파견 교원이므로 현지 기관에 직접 지원하여 취업하는 것보다 비교적 안전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세종학당은 4대 보험이 적용되며, 이전비, 현지 체재비, 특수근무지 수당, 현지어 학습비 등을 지원한다.) 

또 세종학당은 한국의 다른 공공기관에서처럼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지원 시 학력, 성별, 나이 등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내게는 상당한 메리트로 작용했다. 실력으로 사람을 뽑을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고, 또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 역시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진행하는 해외 파견 사업에는 이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나는 좀 더 안정적인 수입과 체계를 보장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세종학당'이 잘 알려진 한국어교육기관이라는 것도 무시 못할 장점 중 하나였다. 그러니 세종학당에 출사표를 던지는 수밖에.


2. 기나긴 여정: 세종학당 해외 파견 교원의 선발 절차


지금까지 '왜' 지원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지원하고 선발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알려 드리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내가 지원하던 때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혹시 모르니 예비 교원들 혹은 궁금하신 독자 여러분을 위해 몇 자 써 내려가고자 한다.

세종학당의 선발 절차는 다음과 같다. 


세종학당 해외 파견 교원 2024년 하반기 선발 절차 및 일정


위 이미지를 살펴보면 상당히 절차가 많지만, 크게 아래와 같이 간추려 볼 수 있다.


1) 공고

세종학당은 상반기와 하반기, 1년에 두 번 정도 '세종학당 국외 파견 한국어 교원'을 모집한다. 보통 11~12월, 6~7월 정도에 올라오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그때 기관의 사정에 따라 달라지는 듯하니 틈틈이 세종학당 누리집을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https://www.ksif.or.kr/index.do


2) 지원

 그렇다면 지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한 말이지만, 채용 공고에 쓰인 대로 서류를 준비해 제출하면 된다. 세종학당은 자체 선발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으므로, 공고에 쓰인 주소를 따라 선발 시스템 페이지에 접속한 후, 시스템이 이끄는 대로 본인 인증, 필요 서류 첨부 등 지원 절차를 밟아 나가면 된다.

https://ksif.recruiter.co.kr/career/home


그렇다면 또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할까? 이것도 공고를 보면 자세히 나와 있으므로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다. 대략 항목이 있는지는 아래 이미지를 참고해 주시길 바란다.

다른 어학당, 문화센터 등에 지원할 때와 서류 내용이 크게 다르지는 않은데, 중요한 것은 세종학당이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서류의 출신 학교, 나이, 성별 등이 드러나지 않도록 잘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학위 증명서에 있는 이름, 학교, 나이 등의 정보들은 모두 가리고 제출해야 한다. 학교의 로고도 지워야 한다. (대학 정보 시스템을 보면 이러한 로고를 지우는 기능이 있을 것이다. 없을 경우 하나하나 가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모든 서류를 갖추고 나면, 지원서를 최종 점검한 후 제출하면 된다. 제출한 지원서는 언제든 선발 시스템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입사 지원서와 자기소개서>

그렇지! 입사 지원서 및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스러운 분들도 분명 있을 것 같다. 미리 안심시켜 드리자면, 다른 기관에 지원할 때 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지원했을 때 채워 넣어야 했던 항목은 아래와 같았다.

1. 지원자의 한국어 수업(또는 모의 수업)에 대한 타인의 의견(피드백)을 받아들여 이를 적용하였던 경험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기술하시오.
2. 국외 파견 한국어 교원으로서 본인이 보유한 차별화된 역량은 무엇이며, 해당 역량이 재단 업무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기술하시오.
3. 문화(또는 생활양식)가 다른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 경험에 대해 기술하시오.
4. 국외 파견 한국어 교원으로서 본인의 책임은 무엇이며, 이를 다하기 위하여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기술하시오.
5. 국외 파견 한국어 교원으로서 본인의 기타 경력과 연계하여 활용할 수 있는 특장점을 기술하시오.

문항이 길어서 거창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실상 여기서 묻는 것은 다른 회사에서도 요구할 만한 내용들이다. 요컨대 '나의 장단점'은 무엇이며, 이를 앞으로의 일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일을 수행하기 위해 동료와 어떻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 그와 관련된 경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서술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세종학당 재단과 현지 세종학당이 어떠한 업무를 수행하고, 어떻게 운영되는 단체인지를 면밀히 살피고 나 자신에 대해 잘 관찰한 사람이라면 크게 어렵지 않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3) 서류 심사 및 온라인 인성 검사

서류 심사의 산을 넘었다면, 그다음에 우리 앞에 놓인 것은 온라인 인성 검사다. 몇 년 간 한국어 강사 일을 하면서 이런 검사를 해 본 적이 없었던 나는 이 검사라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1차 합격 결과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선발 과정 안내를 읽으면서도 내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도 이 인성 검사라는 미지의 테스트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적성은 알겠어. 그런데 인성은 어떻게 평가한단 말이야? 내가 얼마나 신속하게 냅킨과 수저를 깔고 물을 따르는지 같은 확인하겠다는 건가?'


그러나 독자 여러분. 걱정하지 마시길. 재단은 당신이 얼마나 사려 깊게 남의 빨대를 챙겨 주는지 따위를 궁금해하지는 않는다. 이 온라인 인성 검사라는 것은 쉽게 말하면 성격 테스트 비슷한 것이다. 당신이 조직 사회에 얼마나 적합한 인재인지를 평가하는 검사인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테스트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고 공신력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이게 요즘 트렌드고, 선발되기 위해선 해야 한다니 하는 수밖에. (참고로 나는 면접 때 MBTI가 뭐냐는 질문을 들은 적이 있다. 아직도 그게 일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인성 검사를 위해 필요한 것은 컴퓨터, 카메라, 그리고 마이크다. 인성 검사 사이트에 접속하면 일종의 연습 과정을 거친 후 본격적인 검사에 돌입하게 되는데, 몇 가지 선택지 중에서 좀 더 나에게 맞는 선택지를 고르면 된다. 무언가 옳고 그른 것을 찾는다기보다는 내 성격이 어떤지 드러내는 것이므로 솔직하게 답변하는 것이 좋을 거 같다. 응시자의 얼굴과 목소리가 그대로 녹음되는데, 특정 서술에 대해 반응할 때 그가 얼마나 진실되게 말하는지를 측정하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당신은 딸기를 좋아합니까, 토마토를 좋아합니까? 같은 질문이 있다면, 몇 초 이내에 '저는 딸기를 좋아합니다' 따위로 답변하는 것이다. 총 소요 시간은 40분 이내였던 거 같다. 생각보다 짧았다.



4) 시범 강의와 면접

 미리 축하드린다. 여러분은 서류 심사의 산을 넘어 인성 검사의 강마저도 넘어 마침내 선발절차의 꽃, '면접'에 다다랐다. 시간 강사 생활을 해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면접은 '시범 강의(약칭 '시강')'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림 전공자가 포트폴리오를 내듯이, 강사는 시강을 한다. 강사는 시강을 통해 내가 이 분야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므로 시강은 면접 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겠다.


① 준비

시범 강의를 진행하는 절차는 기관마다 다르지만, 세종학당의 경우 현장에서 교안 작성에서부터 강의까지 즉석으로 해낼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범위는 정해져 있다. '세종 한국어 개정판' 교재들이 그것이다. 세종학당 교재에는 고급 과정이 없기 때문에, 초급~중급 과정을 잘 준비해 가면 된다. 내 경우 세종학당 교재들을 며칠 동안 정독하고, 교사용 지도서를 활용해 어떻게 강의할지 머릿속으로 열심히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세종학당은 무엇보다도 학당의 커리큘럼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커리큘럼에 따라 다양한 교안을 미리 작성해 보고, 그것을 시험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습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어 교원을 대상으로 한 면접에서 받게 되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문법 지식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소개서와 관련된 내용에 대한 것. 문법의 경우 위에서 이야기한 책에 나오는 문법 항목들을 잘 숙지해 가면 된다. 이 문법이 어떠한 환경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유사 문법 항목과는 쓰임이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인 예시는 어떨지, 학문적인 기술과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한 설명 방법은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지 등을 생각하면서 준비하면 좋을 것이다. 

 자신이 자기소개서에 쓴 것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목적으로 지원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이 일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생각과 확신을 공유하는 것이 면접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여러 기관 중 왜 이 기관을 선택했으며, 해외 파견 한국어 교원이 국내 근무 한국어 교원과 어떠한 점에서 다를지, 달라야 할지를 잘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내가 임의로 추려 본 예상 질문 문항 일부를 공개하면 아래와 같다.


현지 직원이 한국어를 잘못 가르칠 때 대처는?     
여러 나라 중 왜 이 나라에 지원하고자 하는지?
왜 (국내가 아니라) 해외 파견직에 지원했는지?
여러 국외 파견 프로그램 중 왜 세종학당을 선택했는지?
국내 근무와 다른 해외 파견을 갈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거점 세종학당과 세종학당 재단 사이에서 파견 교원의 역할은?      

      

② 실전

    충분히 준비를 했다면 이제 그것을 실행에 옮기면 된다.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면접장으로 향하자. 여기서부터는 내 경험을 좀 더 덧붙여 보겠다.

    내 면접은 코엑스에서 진행되었다. 아무래도 선발 인원이 많다 보니 넓은 면접장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코엑스는 대단히 길이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나 같은 길치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다행히도 나는 나 자신의 방향 감각을 신뢰하지 않았고, 면접장 출석 시간보다 1시간 반 일찍 도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나는 1시간 전에 도착했다.


    어찌어찌 면접장에 도착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대기실의 친절한 직원들이었다. 면접자를 위한 다과와 물도 눈에 들어왔다.(난 사실 이런 곳에서 주는 과자를 좋아한다.) 명단에 서명을 하고 내 이름이 쓰인 명찰을 목에 걸고서 대기하고 있노라면 나의 잠재적 동료이자 경쟁자들(?)이 속속 눈에 들어왔다. 나이 대는 무척 다양해 보였다. (실제로 세종학당 파견 교원의 연령은 20대에서 60대까지 아주 다양하다.)

    얼마쯤의 대기 시간이 지나니 다른 직원 한 분이 나를 데리러 왔다. 이제 교안을 쓰러 갈 차례였다. 교안 작성실 앞에는 일련의 쪽지가 놓여 있었다. 그 쪽지 중 하나를 펼치면 세종 한국어 몇 권의 몇 과로 교안을 작성할지 결정지어졌다. 운 좋게도 나는 내가 자주 수업을 하던 급의 문법 항목이 있는 주제를 뽑았다. '이거, 예감이 좋은데?' 나는 기쁜 기색을 애써 감추며 직원의 안내를 따라 노트북 앞에 앉았다.

    시간제한은 1시간이었다. 내 눈앞에는 공용 노트북과 공용 교재들, 그리고 직원이 건넨 공용 USB가 있었다. 따로 인터넷을 사용했던 기억은 없는 걸로 보아 순전히 책과 한글 프로그램만을 이용해 작성했던 거 같다. 보통 교안이나 수업 자료를 작성할 때는 이미지나 동영상 자료를 자주 활용하는 편이지만, 그때만큼은 가능한 한 책과 현장의 여러 요소들을 활용하려고 애썼다. 교안 작성에 신경 썼던 또 다른 것 중 하나는 '교사용 지침서'에 있는 커리큘럼과 교안이었다.(참고로 교사용 지침서는 면접장에 없다. 따로 세종학당 누리집에서 보고 가길 바란다.) 그때만 해도 내가 갈 학당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던 때였으므로, 나는 표준 교육과정의 기본 모형에 따라 교안을 작성하고, 내가 그러한 의도로 교안을 작성하였음을 최상단에 밝혀 썼다. 내 교안 작성 의도를 메모해 두려는 목적도 있었고, 내가 이 부분을 이렇게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티 내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1시간은 쏜살 같이 지나갔다. 마음 같아선 지침서에 쓰인 대로 어휘+문법 1+문법 2를 모두 넣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나는 내 욕심을 버리고 '본래 커리큘럼 대로라면 이러이러하게 교안을 작성해야겠으나, 시간 관계상 일부만을 교안에 수록하였다'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써넣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직원에게 USB를 제출했고, 그분은 내 교안을 4부 인쇄해 한 부를 내게 주셨다. 이제 남은 건 그 교안을 토대로 열심히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거였다.

    그리고 마침내 면접장에 들어섰을 때, 나는 머릿속에서 구상하던 대로 시범 강의를 했고, 미리 연습했던 것을 토대로 열심히 대답했다. 면접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시강은 이를테면 내가 교사, 상대방이 학생이라는 가면을 쓰고 진행하는 역할극이다. 다시 말해, 면접자는 면접관을 학생이라고 가정하고 강의를 해야 하는 것인데, 면접관이 별 다른 호응이 없을 경우 꿔다 놓은 보릿자루를 두고 수업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것도 매서운 눈으로 나를 평가하려는 보릿자루 말이다! 다행히도 내가 이 날 만난 면접관들은 그런 보릿자루들과는 거리가 먼 분들이었다. 내가 가상의 에르덴치멕과 엥흐토야 씨에게 질문을 던지면 한두 마디라도 대답해 주시는 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덕분에 면접도 편안하게, 내 생각을 소신껏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세종학당 면접은 권역 별로, 면접실에 따라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나는 운이 좋았던 것이 맞다.) 

    면접은 화기애애(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랬다.)한 분위기에서 끝났고, 나는 면접장으로 돌아갔다. 사실 그대로 집으로 가면 되었지만 가라고 해야 갈 수 있는 줄 알고 좀 더 기다렸다. 20분을 그러고 앉아있다가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고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어쨌든 해보고 싶었던 걸 해 봤으니까.


5) 임용 관계 서류 제출

면접을 보고서 일주일인가 이주일 정도를 기다렸던 거 같다. 합격자 발표는 문자, 선발 시스템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때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 있어서 행여나 연락을 놓칠세라 안절부절못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되었고, 나는 어찌나 떨리던지 친구에게 대신 합격자 발표를 대신 봐달라고 하기까진 했다. 친구는 내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더니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

"됐는데?"

"어?"

"붙었다고. 이제 몽골 가겠구나, 친구야."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 말인즉, 이제 임용 관계 서류를 보내고, 국내 교육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나는 일본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서류를 보내기로 했다. 필요한 서류들이 많았지만, 여행 가기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리 준비해 둔 것이 도움이 되었다. 단, 건강검진 서류는 다시 떼야했는데, 합격 발표날 이전에 한 검진은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라나. 여러분은 나처럼 김칫국 마시지 말고 건강 검진 서류는 발표 후에 따로 받기를 바란다. 참고로 건강 검진 서류는 공무원용으로 받으면 된다. 병원에 따라 검진 서류가 나오는 시간이 천차만별인데, 개 중에서 하루 만에 나오는 것도 있으니 잘 검색해서 가면 좋다.  일일특급으로 등기우편을 보내면 하루 만에도 도착할 수 있지만, 안전하게 며칠 전에 미리 보내기를 추천한다. (안 그러면 행여나 도착하지 못했을까 봐 전전긍긍하게 될 것이다. 나처럼...)


6) 교육 및 계약 체결

    서류까지 모두 보내고 나면 이제 남은 것은 국내 교육과 계약 체결이다. 우리 기수는 총 2주 동안 교육을 들었다. 일주일은 온라인 강의, 또 남은 일주일은 동대문의 한 호텔에 모여 5일간 오프라인 강의를 들었는데, 한국어와 한국 문화, 한국어교육 전반의 기초에서 활용까지를 다룬 다양한 강의들 뿐만 아니라, 성희롱 예방 교육, 긍정 교육(?) 등 법정 의무 교육, 현지어 교육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미 아는 내용을 다루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던 것이 무색하게 무척 유익했다. 지금까지 내가 가르쳐 온 방식을 되짚어 볼 계기가 되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강의를 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좀 아쉬웠던 것은 현지어 교육 부분이었다. 재단 측에서는 제휴 사이트에서 지원하는 온라인 현지어 강의를 2주 안에 모두 수강하라고 했는데, 나처럼 현지어를 조금도 모르는 사람에겐 대단히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결국 온라인 강의는 내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고, 나는 사비로 1달간 몽골어 과외를 받아야 했다.)

현지 학당과의 계약 체결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중에 진행되었다. 나를 비롯한 동기 선생님들은 현지 학당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고, 개별적으로 현지 학당에 필요 서류를 마련하여 보내야 했다. 내 경우 '에이즈, 혈액검사(?), B형 간염, C형 간염, 폐결핵' 검사를 포함한 건강검진 확인서를 추가로 보내야 했는데, 기존에 내가 받은 건강 검진은 위 항목을 모두 포함하지는 않아서 다시 검사를 받은 기억이 난다. 형식적인 절차인 건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말이 없어서 그냥 혈액 검사를 통해 상기한 질병에 걸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영문 진단서를 추가로 받아서 보냈다. 혹시 몰라 예방접종까지 하고 갔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국가, 학당마다 다를 수 있으니 꼭 직접 문의해서 확인해야 한다.)


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파견 전 절차는 모두 끝이 난 것처럼 보이... 겠지만 사실 이게 끝이 아니다. 계약까지 체결했으면 이제 다 끝난 거 아니냐고? 그랬다면 좋았겠지만, 내게는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그 산의 다른 이름은 '비자'였다. 그냥 비자도 아니고, '입국 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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