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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리 Oct 17. 2021

경제학 컨설팅이 궁금하다면 드루와.

경제학 컨설팅 애널리스트 1년 차가 이직을 생각하며 전해주는 이야기.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만으로 1년이 됐다. 가족이나 지인들의 "밥벌이로 무얼 하고 사냐" 질문에 이제야 간결하게 답을   알게 되었다. 경제학 컨설팅 (Economic Consulting) 분야 회사에서 데이터 애널리스트로 일을 하는데, 주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국가 기관과 같은 집단 간의 소송에서 경제학 자문을 한다.  수년간 지내온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이제  벗어난 학부 졸업생이  직장으로 시작하기에 아주 편한 곳이었다.


먼저, 회사를 이끌어가는 분들이 주로 경제학과 교수님들이나 경제학 박사과정을 지낸 분들 이어서 학부 때의 학구적인 리서치 중심의 분위기와 많이 다르지 않다. 모든 프로젝트의 Case Manager는 주로 Vice President 나 Senior Vice President 위치에 있는 분들인데,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도 굉장히 차분하고 질문에 대한 설명도 기꺼이 상세하게 해 주셔서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 동부에 있는 오피스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들었다. 훨씬 faced-paced 한 environment에서 전체적으로 더 hustle 하는 분위기라고. 서부에 있는 우리 오피스는 그에 비하면 굉장히 chill 한 편이다. 입사 초반에는 하루 종일 한가한 날도 있었으니.


둘째, 회사 업무가 마치 돈을 '받으면서' 일을 배우는 경험이라고 느껴진다. 마치 대학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강의를 수강하는데, 하나의 리서치 프로젝트를 몇 개월간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나는 학부 때 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통계학이나 수학, 엔지니어링,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한 친구들에 비해 코딩이나 엑셀 분야에서 하드 스킬이 현저히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 회사에서는 매일같이 몇 시간 동안 코딩 업무를 하고 있다. 경제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Stata라는 프로그래밍 툴을 이용하고 있다. 지금은 outdated 되어서 리서치 외 다른 분야에서는 많이 쓰이지 않는 언어여서 아쉬운 면이 있지만, 그래도 힘들게 코딩을 배워가며 프로그래밍에 대한 막연함을 많이 덜어낸 것 같다.


셋째, 법정에 제출된 고소장과 증거물을 읽고 분석하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 내가 그동안 일했던 케이스 중에는 Apple vs. Epic 소송이나 American Express, American Airlines 등의 주요 기업들의 소송 건들이 있었는데, 이 회사들에 있는 주요 c-level 사람들이 주고받았던 기밀문서나 이메일을 읽어 볼 수 있었다. 그런 미국 대기업의 윗분들(?) 사이에서 업무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어떤 식으로 의견을 조율하거나 주장하는지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소송에서 우리 측 주장과 상대측 주장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고, 상대방 주장의 결점을 찾아 공격하는 것 또한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좋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1년이 지난 지금 머지않아 1년 안에 이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Economic Consulting에서는 박사 과정이나 석사 과정을 밟지 않고서는 커리어 성장에 한계가 있다. 기업이나 기관을 대표해서 경제학적 자문을 하는 일이기 때문에,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경제학 분야에서의 상당한 전문성과 지식, 연차를 필요로 한다.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성장이 아닐뿐더러, 경제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확신과 열정, 오랜 기간의 commitment가 없으면 대표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 원래 Economic Consulting이라는 분야 자체가 기업이나 기관에서 여러 자문 요청을 받던 경제학과 교수님들이 모여 만든 작은 회사에서 시작된 것이다. 교수님들의 일종의 'side job'이라고 할까. 그래서 Analyst 단계에서 시작해서 한 번의 break 도 없이 꼭대기로 올라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2. 승진에 욕심이 나지 않는다. 일반 회사라면, 승진을 하면 자기 결정권이 더 생기고 업무에도 책임감과 본인의 업무 비중이 더 높아진다. 하지만 Economic Consulting에서는 Analyst나 Senior Analyst, Economist, Senior Economist 가 다 비슷한 수준에서 지시를 받는 업무를 한다. Final product 인 리포트의 빅픽쳐는 결국 Case Manager인 Vice President나 Senior Vice President가 그린다. 그 밑에 있는 팀 멤버들은 데이터를 다루고 분석하는 일을 한다. 물론 직급이 올라갈수록 더 고난도의 지식을 요구하는 데이터 분석을 하고, 보고서에 들어가는 텍스트를 직접 쓰고, 로펌이나 기관, 기업과 같은 클라이언트와 직접 소통을 하는 등 책임이 더 많아진다. 하지만 end product를 봤을 때 인풋의 비중이 별 차이가 없을뿐더러, 상급자들이 하는 업무의 essence는 내가 entry-level 로서 하는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나 PhD 레이블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업계 특성상, 승진을 한다고 하더라도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


3. 이 업계에서 entry-level 로서 배울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배운 것 같다.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 데이터와 씨름할 때 생각하는 방식을 배운 것만으로도 아주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느낀다. 프로그래밍과 엑셀을 좀 더 편한 마음으로 대하게 된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이상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러 industry의 회사들을 클라이언트로 만나게 되면서 짧은 시간 내에 다양한 exposure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하지만 컨설팅을 하는 위치에서 어떤 업계에 대해 inside out으로 자세히 알기에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의 업무는 지금까지 내가 배운 skillset을 사용해서 비슷한 난도의 task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지난 8월에 우리 회사를 떠나 Northwestern 법대를 진학한 동료는 무려 5년 동안이나 우리 오피스에서 일했다. 떠나기 전 그를 보며, 그가 쌓은 지식과 경험이 과연 20대에서의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룰 수 있는 최대치였을까 생각했을 때 아쉬움이 들었다. 편안함에 익숙해져서 오래 남으면 안 되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절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배우지 않으면서 보낼 시간이 없다.  20대는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것을 배우며, 실수도 많이 하며 보내고 싶다.


그렇다면 어떤 업계로 이직을 할 것인지, 이직을 위해 앞으로의 1년 동안 어떤 준비를 할 것인지. 궁극적으로 내 꿈은 무엇인지. 나의 단기 목표와 장기적인 '지도'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이어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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