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븐 Jul 05. 2023

세 달의 책들 (23' 2Q)

4월 5월 6월

4월과 5월 그리고 6월. 세 달의 책들을 정리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서 그저 사적 게으름이었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 개인 성향 상 사실 조금 느슨해지고 게으르고 싶어도, 그야말로 '대충' 살고 싶어도 어느새 그렇게 살 수가 없는, 조금 그렇게 살다 보면 스스로 못 견뎌하고 마는 인간으로 이미 사회화되었다고나 할까... 딱히 멋들어진 국어적 표현조차 찾는 것에 실패한 채. 제대로 된 모국어조차 쉬이 문장으로 지어낼 수 없는 그런 시간들이었으니.


한 달의 책 정리하는 나름의 사적 유희마저도 제대로 즐길 수 없을 정도라고 표현하는 것이 그나마 흡사한 묘사일 게다. 심적 고단함과 고통, 현실적인 좌절들과 인간에 대한 환멸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서 하루를 그저 버텨내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시절을 관통하고 있는 중. 아이 병원 일정으로 연차를 낸 7월의 첫 수요일... 쉬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쉬고 있다고 말할 수 없을 지금 이 순간 잠시의 용기를 내 본다. 이미 문장 만드는 법을 모조리 잃어버린 사람이라고 치부했던 자신을 밀어내 보면서. 읽었던 책들 정리를 복기하는 수준의 뒤늦은 기록...  




4월 : 17권




문학

빌러비드  ★★★★★

내일의 식탁  ★★★★

2023년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

작별의 순간들 ★★★

언더그라운드  ★★★

K의 장례  ★★

본심  ★★


비문학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  이번 달 베스트 책

- 일과 선택에 관하여 / 삶과 태도에 관하여 -  

조우성 변호사님의 책은 문장 자체에서라기보다 그 이야기들 자체가 주는 묵직한 생의 울림들이 담겨 있다. 결국 잘 쓰려면 잘 살아야 하고 잘 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것이야말로 여러 단상을 낳게 하는 화두가 되게 한다.  권모술수적이며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경청하지도 못하는 인간들 그득한 세상에 대한 환멸에서도 책을 통해 적잖은 위로와 어떤 결심 마저 할 수 있게 만든 책... 감사하다.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 ★★★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 ★★★

하루 한 장 인생 그림  ★★★

세이노의 가르침 ★★★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 ★★★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

웨이아웃 ★★★




5월 : 12권 



문학

H 마트에서 울다 ★★★


비문학

내면 소통 : ★★★★★  이번 달 베스트 책

김주환 교수님의 책이 '드디어' 나왔다. 출간된 지는 진작 알고 있었지만 약 700여페이지에 해당하는, 오랜만의 벽돌책을 독파해내기까지 사실 한달이 꼬박 걸렸다. 그렇지만 시간을 내어 천천히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몇 번을 읽어도 모자람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인드풀니스와 불교/인도 철학, 티벳 사자의 서에서 크리츨로우의 뇌과학서까지. 엉뚱히 보여도 나로서는 문득 문득 예전에 읽었던 여러 책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는데 어쩌면 이 '내면 소통' 에 모두 종합적으로 각 진리들이 대중적으로 지식적 전파가 될 수 있게끔 잘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을 방불케 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이 또한 너무 감사했던 책. 마음이 참 힘들었고 여전히 그러하지만, 읽었던 책을 떠올리면 묘하게 힘이 난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 이번 달 베스트 책

최인아책방의 최인아 대표님 (일명 책방마님!) 의 문장과 생각은 가히 명불허전. 책을 읽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다정함이 뒷받침된 진정 어린 조언과 격려야말로 '가짜 어른' 이 아닌 '진짜 어른' 다움을 증명시키고 마는 삶의 연륜이라고... 이 시대엔 좋은 어른과 진짜 어른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그리하여 나 조차도 내 스스로 늘 성찰할 수밖에 없는 것은 내가 경청하는 좋은 어른인 것인지, 도량을 갖추고 나이 들 수록 넓은 그릇의 사유를 끊임 없이 하려 하는 인간으로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를 반문하기 때문이겠다... 그런 인간(?) 이 실상 흔치 않다는 것도 솔직히 안다...소수에 불과한 '좋은 어른' 의 세계 속에 감히 들어가려 애쓰는 것은 사적 욕심일 수 있지만, 이번 생은 '부모' 로 살기 때문에. 나는 반드시 좋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 연장선에서 '좋은 어른' 에 대한 기준과 좋은 '직업인' 으로서의 생각에 큰 위로와 격려를 하게 만들어 주신 책...







마흔, 다시 만날 것처럼 헤어져라  ★★★★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

행복은 뇌 안에 ★★★

살아가는 책 ★★★

가치 있는 삶 ★★★

음식 중독 ★★★

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 ★★★

우아한 언어 ★★

나를 위한 노래 ★★




6월 : 16권



문학

불안의 서 ★★★★

오늘의 엄마 ★★★

완벽한 케이크의 맛 ★★★

리스본행 야간열차 ★★★

근로하는 자세  ★★★


비문학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 이번 달 책



인생에 한 번은 차라투스트라 ★★★★★ 이번 달 책

어쩌면 4월부터 6월까지 참 심적으로 모진 시기였을 때. 최고의 책을 감히 꼽자면 내면 소통 다음으로 이 책들을 꼽고 싶었다. 박찬국 교수님과 이진우 교수님의 '니체' 에 확실하게 푹 빠져 지내면서 염세주의적이지만 낙관론자이고도 싶은 역설적이게 부끄러운 자신을 성찰해보면서. '초인'적인 어떤 강함에 대해서 세상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살아내보자는 생각을 하는 데 큰 응원을 받아버리고 말았던 것은 자명하겠다. 니체 자체를 독파한다는 것은, 감히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를 너무 잘 안다. 한없이 얕은 내 지식수준으로서는 여전히 무리라는 것. 다만 이렇듯 친절하고 대중적인 니체 해설서가 있다는 사실에 큰 감사를 느끼면서. 니체의 생을 향한 사유와 후세대에게 전해지는 메시지들은 모두 묵묵한 생의 큰 위안이 되고 만다. (여담이나 살로메의 존재 덕분에 니체가 더 위대한 생각을 지닐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싶은; 속물적 즐거운 생각마저도-)



어린이의 말  ★★★★ (박애희 작가님의 신작은 늘 두고두고 기대하게 되는- 작가님의 책을 읽다가 나의 아이들이 생각나서 그만 울어버렸다...좋은 의미로-)

엘레나 페란테 글쓰기의 고통과 즐거움 ★★★★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

비터 스위트 ★★★

병명은 가족 ★★★

사장학 개론  ★★★

1년에 10억 버는 방구석 비즈니스 ★★★

팬시 취향을 삽니다 ★★

마음이 흔들려서 마흔인 걸 알았다 ★★






우선 책을 정리하자라고. 생각하고 말아 버렸던 아침이었다. 아이들이 아침부터 핸드폰 게임을 하면서 둘이서 깔깔거리는 모습을 흐뭇하고도 쓸쓸하게 지켜보면서. 엉뚱하지만 그런 생각을 해 버렸던 것이었다. 스스로 하고 싶은 말에 대해서. 끝내 하지 못한 인간이 되어 버리고 말아도.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어떤 문장들을 어떤 식으로든 내 방식대로 드러내지 않는다면. 영영 글이라는 것을 쓸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대로 포기하고 말아 버리는 인간이 될 것 같아서...


그리고 또 생각 조각은 자꾸만 일상 틈틈한 곳에서부터 튀어나오고 만다. 꺼내 달라고. 다만 아직 그 문장들을, 그 생각들을 내내 마음속에서 숙성만 시킨 채 영영 꺼낼 엄두를 내지 못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어떤 형식으로든 이 시절의 희로애락의 장면들은 기어코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겠지라는 비겁한 생각에 기댄 채.. 우선 무엇이든 정리를 하려고 애쓰는 나를 발견하고 만다.


정리하는 시절인 걸까. 무엇이든 정리라는 걸 하고 싶어지는 걸 보면. 여전히 평행선처럼 종착지가 보이지 않는 인생의 굴레 앞에서. 요시노 겐자부로의 책 제목과 신형철 평론가님의 문장들이 자꾸만 떠오르는 건 왜인 것인가.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끝나는 순간 삶 속에서 계속된다...


삶의 이유. 큰 존재. 나의 영원한 신...
당신의 기원이 무엇이었을지. 나는 감히 안다고 말하고 싶다... 대신 아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내 사람들 잘 지키기...


매거진의 이전글 3월의 책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