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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Jun 06. 2018

# 지금 여기, 이곳에서

  사랑하기로 한다. 다시. 삶을 좀 더 절실하게 

절박함이 없었다.  

고백부터 하고 보자면 그렇다. 두 번째 책을 내고 나서 사실 어깨에 힘이 들어갔었다. 없던 가오도 생겼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중쇄는 들어가지 못했고 그 덕에 괜히 쪼그라들었었다. 잘 써야 된다는 강박에 문장에는 온갖 욕심 아닌 욕망들이 깃든 채  힘이 들어가니 결국 이후론 별로 만족할 만한 글이 나오지도 않았다.  읽고 쓰다가 느낌이가 찾아왔을 때 휘리릭 적어내면 결국 지우기를 반복하는 요즘의 반복이다. 


 덜컥 계약한 전자책의 마감시한은 이미 한 달을 넘겨버렸다. 미안해서 담당 편집주간께 연락조차 하지 안(못)한 채 잠시 침묵 상태다. 한 단락 채우기가 영 힘들어서 고치고 또 고치다가 아예 한 문장을 적어 내리지도 못했다. 오늘까지 그랬다. 공모전도 이제 코앞인데 막상 또 찾아왔다. '떨어질까 무섭다'는 막연한 불안감. 그냥... 최선을 다하지 못한 걸까 싶다. (장강명 작가의 '당선 계급 합격'을 곧 어서 읽어야겠다. 그 '등단'이라는 계급층에서 멀어지고 자유로워지려면) 


강박, 집착, 결핍. 나를 이끈 건 어쩌면 이런 키워드들 

지금의 나를 만든 건 어쩌면 이런 불안을 떨쳐 내기 위한 악착스러움 덕분이었을 지 모른다. 아니 그랬다. 더군다나 현존의 기쁨을 바라지만 여전히 서툴다. 아니 정말 못한다. 다이어리에 적힌 이달 말의 공모전과 웹소설 기획 아이디어 스케치. 시작할 거리들은 줄줄이 꿰차고 있지만 스케치에서 그친다. 뭘 시작을 못한다. 요즘 왜 이럴까.라는 물음표는 사실 핑계다. 내 마음이 소란스럽다. 온전히 받아들이질 못한다. 마음이 흐르는 것들을 현실에서 실행해 나가는 것들이. 온갖 현실 핑계를 다 대고 있으니.. (일, 회사상황, 육아, 시간결핍, 체력고갈, 무한욕심, 타인의 이룸, 질투라는 감정, 욕구불만, 욕망 등등) 



내면의 불협화음 섞인 목소리를 끄고 있는 그대로의 내면을 받아들인다는 것. 
여전히 서툴기 짝이 없다.  



시간이 잠깐 갇혀있는 느낌이 요즘 다시 든다. 바라던 시간, 혹은 결핍어렸던 그 시간으로 다시 ... 


안다고 생각했던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오늘 다시 적어봤다. 여기저기 줏대없이 휘청거려서 휘둘려졌던 내면의 마음과 외면의 행동이 가야하는 방향을 정돈하고 싶었던 걸지 모른다. 


1. 세바시 강연 

: 결핍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그것을 바탕으로 한 작고 큰 누군가의 상처와 이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일단 마음 먹었는데. 시나리오도 증빙자료(?) 도 있으니 일단 무기를 좀 더 길러 보도록 한다. 기회를 기다리며. (라고는 하나 사실 그럼 유튜브로 그냥 공개해 버리면 되지 안 그래 라고 마음이 말하지만 여전히 그보다 몇년 전 댄박에 꽂힌 '세바시'를 여전히 떨쳐낼 수 없다. 첫번째 무대는 역시 그곳이어야 한다며-) 


2. 데스 카페 

: 대한민국 최초의 '장례 상조 문화'를 뒤엎을 수 있는 '죽음'을 키워드로 한 나만의 사업을 시작하기로, 이 또한 마음(만 우선) 먹었다. 프로토타입은 40세 전후. 좀 더 빠르면 빠를 수록 좋고. 기획을 실천해 내기 위한 공간을 위해 종잣돈을 여전히 열심히 모으고 있다. (옥상을 정말...... 꾸며볼까 all stop 된 루프탑을..... 왜 지를 용기가 부족한지) 


3. 빠꾸 당한 네 번째 책의 더 근사한 부활 

: 위클리 매거진을 하기로 했지만 알고 보니 카카오 측과 연결된 출판사의 오류(?) 등등 요 근래 해프닝이 있었다. 한껏 힘들어간 어깨와 가오에 바람이 빠지니 나를 더 겸허하게 바라보고 대신 '더 큰 기회'를 멋대로 상상했다. 그래 바라던 그 인연들이 다가오고 있다고. 빅토르 위고가 출판사에 던진 "물음표"라는 서신에 "느낌표"로 화답한 곳과 원고 작업을 한 작품이 바로 '레미제라블'이었다는 것을 여전히 그런 터무니없는 기적을 바라는 걸까. 바보 같다. 그만큼의 용감무쌍한 똘기도 없으면서... (쓸데없는 똘기만 가득한 채) 


4. 사랑한다. '지금 여기, 이곳에서'의 나를. 더. 더. 더....! 

: 유치하거나 치사하거나 부끄럽거나. 그런 감정들을 다 걷어 내 버리기로 한다. 지금 모든 내면의 불협화음처럼 시끄러운 목소리를 제멋대로 내는 이런 나라도. 투명하다며. 그런 욕망들 또한 보듬듯 자신을 더 사랑해 보기로...라고 말로 하고 적어도 보지만 역시 쉽진 않다. 마음이 이끄는 신생아 행동파인 여전한 어린애 같은 나를. 그치만 힘껏 오늘 끌어안아 주었다. 요즘의 플레이리스트를 무한반복으로 거실에 틀어 놓고 혼자 캔뚜껑을 신나게 열어 버린 캔맥주 3캔은 진리다. (일년에 2번 찾아 올까 말까 한 엄마를 탈피한 일주일의 '얻어걸린' 자유를 이대로 놓치지 않으리라는 굳건한 의지와 함께...) 



바보 같이 여전히 믿는다. 오랜 시간 속에 새겨왔던 간절함은 
운과 모든 타이밍의 절묘한 흐름에 맞춰 다가온다는 걸. 



흐르는 시간에 맡긴 채, 다만 그 시간이 나의 '편'이 되어 준다는 걸.... 믿어 보기로 했어. 난 그러고 싶으니까. 



흐름에 맡겨보기로 한다. 

나만의 고쳐쓰기와 다시 쓰기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범위에서 움직이되 내 손을 떠난 것을 초연하게 바라보며 그렇게 삶의 흐름에 태워 내 맡겨보기로 한다. 구조조정, 일의 몰림, 거절당한 원고 일과 육아 사이의 여전한 고단함과 시간의 결핍. 그러나 이 모든 건 결국 그럴싸한 핑계라는 걸 사실 알고 있으니. 그래서 새로 쓰기를 해 본다. 이 문장 하나만 굳건히 믿어 본 채로. 아주 단단하게 믿기로 했다.


Love and Free. 지금 여기, 이곳에서


 


자유롭게 사랑하기로 한다. 어디서? 언제나 '지금 여기'에서. 

얼어붙고 나약해진 모습보단 이젠 어떤 것에도 삼켜지지도 주저하지도 않고 그냥 더 용기를 내 보기로 했다.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할 수 있을 때. 쓰는 것도 읽는 것도. 말하는 것도. 그리고 움직여 내 보이는 것도 좀 더...

이만큼의 절실함이 다시 올라오고 있다면, 기회도 운도 때론 인연도 관계 속의 연결도 다가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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