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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Jul 31. 2018

7월의 책들

내 초라한 마음을 언제나 받아준 '널' 좋아해  #책

 북캉스는 북 (Book) + 바캉스의 합성어다. 

책을 통한 바캉스를 즐긴다는 표현일 텐데, 사실 따지고 보면 계절이 무슨 상관있으랴. 책이 있는 곳에서 쉼이 있고 여유가 있다면. 책 속으로 빠져들어 또 다른 세계와 지금 흐르는 이 마음과 겹쳐졌을 때. 비로소 펼치면 열리는 신비한 마법의 시간들이 다가올 것이다. 7월 또한 그랬기에 참 감사하다. 다채로운 캐릭터, 미처 경험해 보지 못한 또 다른 장소 곳곳을 돌아다닌 느낌. 읽고 난 이후의 다가오는 무언의 울림. 


                                                  




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 했어도

에세이 읽는 참 맛을 느끼게 해 주었던 책. 이를 통해 작가님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졌다. 읽는 삶과 쓰는 삶 그리고 글쓰기를 타인에게 가르치면서 어떤 마음과 어떤 문장이 탄생하는지.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어떤 영롱함을 만난 것 같아서 괜스레 초라해졌던. 그렇지만 겉 표지의 글루미함과 밝음의 아이러니한 디자인에 이상한 위로를 느꼈던. 




하지 않아도 나는 여자입니다. 
비혼과 이 출산을 할 수 있는 권리. 몸의 주인은 '나'라는 의식. 그 의식으로 인한 저자의 당당한 홀로서기와 세상을 향한 약간의 안타까움 (혹은 약간의 분노 어딘가) 이 잘 묻어났던 책. 무언가를 (특히 여성으로 태어났다면) 하지 않아도 부정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읽었을 때 자각하게 된다.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는 것도. 



경애의 마음 
기다리고 기다렸었다. 그만큼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감에 어딘지 모르게 심장이 쿵쿵 뛰기도 했다. 깔깔 거리기도 했고 진지해지기도 했으며 쓸쓸해지기도 했다. 오랜만에 참 좋았던 소설을 발견함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심드렁한 일상의 표정 속에 숨겨진 유약하고 여린 경애의 마음을 문장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같이 아팠고 같이 즐거웠고 또한 같이 외롭기도 했었던


                                           



한때 소중했던 것들
이제는 믿고 보는 작가님의 책이라기에 나오자마자 읽어 봤었다. 짧지만 여운이 강했었던 문장들은 어찌 보면 한 편의 긴 일상의 시를 - 은유가 살짝 덜 한 -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일상이 누구나 다 비슷하게 흘러갈 수 있지만 그건 역시 받아들이는 자의 몫일 테다. 한때 소중했던 것들을 소중하다 생각하며 다시 곱씹고 관찰하는 세심한 눈초리는 작가의 문장 여기저기 묻어난다. 편하게 단시간에 읽을 수 있었던 에세이. 


(그나저나 이 분과 교환일기를 써 보고 싶다는 엉뚱한 바람이 생긴 이유는 왜그럴까... 싶다. 공저 욕심? :);)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서재로 숨을 수밖에 없었던 저자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안다'라고 감히 말해 본다. '나도 그랬었는데'라는 동질감과 어딘지 모를 연민. 애처로움이 느껴져서 더 애달프게 읽혔던 '엄마의 독서 에세이' . 책은 참 큰 힘이 있는 것 같다. 아니 굳이 힘이라기 보다 그 자체에 빠져들고 숨어들고 때론 도피처 때론 친구가 돼줄 수 있는 고마운 삶의 동반자 임에는 분명한 듯싶다. 저자가 느꼈듯이, 그리고 내가 지금 느끼듯이. 




말과 마음 사이
마음이 말을 앞서 나가면 되려 엉뚱한 말이 툭 하고 튀어 나간다. 자주 그런 편인 나로서는 어딘지 모르게 반성이 되기도 하면서 역시 '말과 마음'의 표현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만들어준 감사한 책. 역시 타인의 경험들 속에서 엿볼 수 있는 교훈은 알게 모르게 귀감이 된다. 



힐빌리의 노래
어쩌면 저자는 '시크릿의 마법'을 알고 실천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설령 몰랐을지언정 그는 환경을 탓하기 이전에 스스로 척박한 그곳에 안주하려 하지 않고 애써 빠져나오려는 노력을 일삼았겠다. 또한 무엇보다도 그를 도와주었던 '한 모와 할보' 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건 아닐까 싶다. 역시 구원자가 있어야 되는 걸까. 단 한 명이라도 삶의 구원자 역할이 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또 살아낼 수 있다. 이 불공평하고 어이없는 세상을.  




오늘, 진짜 내 마음을 만났습니다. 
읽다가 써 보고 싶을 때 이런 책이 있다면 누군가와 말을 주고받는 듯한 느낌과 함께 써 볼 수 있을 테다. 그러면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삶에서 플러스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고. 


그나저나 진짜 마음이 있기는 한 걸까. 시시 때때로 변하는 마음을 어찌할지. 그래서 쓰는 걸지도 모를 테다. 그 순간의 기억과 마음을 남기기 위해. 

진짜 마음들과 가짜 마음들 사이 어딘가의 나를 부단히 찾기 위해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왜 진작에 읽지 않았지! 왜 이제서야 발견했을까 싶었던. 앞으로 그녀의 책을 일부러라도 찾아서 읽어볼 듯싶다. :) 아마도 공감이 가는 문장들을 많이 발견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공감... 참 소중하고 감사한 감정.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미안하기도 한 감정. 내가 타인의 마음과 생각에 공감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을까 (싶은 엉뚱한 생각마저 요새는 들기도 한다. 왜일까... 너무 삭막해져 버린 세상 때문에? '함부로' 뭐든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것이 뭐든지 간에...'함부로' ) 



안나 카레니나
그녀는 그럼에도 행복했을까. 여전히 의문이다. 10년 만에 다시 읽어본 안나 카레니나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10년 전에 보이지 않았던 감정선이 이제서야 보이는 이유 또한 '결혼제도'에 나도 들어와 버렸기 때문일지도. (아니면..?)  요동치고 격정적이면서도 구슬프고 어찌할 수 없는 그녀의 시시때때로 변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좀 더 깊숙이 침투되어 본다. 

고전이 주는 울림과 깊이는 감히 '넘사벽'인 것은 여전히 인정....  
(이제 영화도 다시 보는 것만 남았다. 영상미는 또 어떤 매력으로 다가올까) 



세상은 내가 이상하다고 한다. 
우연히 도서관 신착도 서한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냉큼 집어 들었었다. '붉은 선'을 알고 있었기에 (아직 읽진 못했고) 그녀의 책을 한 번은 읽어야지 했었다가 이제서야 읽을 수 있었던. 그리고 역시 읽기를 잘했다.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어떤 인식들과 의식들에 감히도 접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또 한편으로는 겸허한 어떤 마음이 찾아온다. 


익숙하지 않은 어떤 성장통에 요즘 마음이 간다. 그녀의 다음 행보를 감히도 기대하고 응원해 본다. 그녀로서는 무미건조하게 '내겐 당신을 찬성할, 그리고 반대할 권리도 없어요'라고 하실 것 같지만 :) (그녀가 건강하기를... 그래서 되도록 오래 그림과 글로 그렇게 독자들을 만나 주기를 감히 바라기도. 





바다는 잘 있습니다. 
시를 읽고 있으면 마치 현실에서 좀 더 다른 어딘가를 부유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떠돌고 떠돌며, 맴돌고 또 맴돌아서 찾아오는 무언의 울림들. 그래서 시는 어렵고 그래서 아름답다. 시를 가까이하지 않는 삶이긴 하지만 때론 이렇게 읽고 싶다. 잠깐이나마 완벽한 탈출이 될 때가 있을 테니. 


                                                                                                             

옵션 B
회복탄력성에 대해서. 상실과 고통을 겪어본 이들의 '그럼에도 살아내는' 힘에 대해서 저자의 생생한 경험기와 고통스런 마음, 그러나 다시 일어나는 마음 또한 잘 그려져 있다. 이 책 덕분에 '개인화, 침투화, 영속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던.. 아프지 않고 살면 참 좋지만 그럴 수 없는 '생의 고통'이 있다면 이왕이면 탄력있게. 잘 버티면서 살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기를.. 


                                                                                  







책을 통해 마주한 마음과 기억을 붙잡고 사는 것 같다. 
그 상황에 그때 읽은 그때 만난 캐릭터나 이야기들을 통해 같이 외롭고 쓸쓸하며 또한 사랑하고 또 이해하며 개인화 시키며 삶 곳곳에 문득문득 침투하기까지도. 요즘은 책에 삼켜지고 싶을 때를 종종 느낀다. 문장이 잘 써지지 않을 때. 도망치고 싶을 때. 어딘가 텍스트 사이로 숨어들고 싶을 때.. 


그만큼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시간들. 어김없이 함께 했던 7월에 감사하며. 8월에도 '북캉스'를 실천해 보려는 의지를 감히 또 다져 본다. 

                                                                                         



내 초라한 마음을 언제나 받아줬으니까. 그래서 좋아해. 널


#책    #책으로도망치는순간은_언제나_정답이다_내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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