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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Sep 02. 2018

8월의 책들

피하고 싶었던 더위도, 이야기와 함께 결국 사라져간다. 

유난히 지내기 힘들었던 8월 한 달도 '결국' 지나갔다.  

에어컨은 여러 번 고장이 났었고, 쌍둥이들은 번갈아 아프기 일쑤였다. 현업에서는 쌓여만 가는 작고 큰 스트레스와 더불어 내 마음도 이리저리 갈피를 잡지 못하기 일쑤였다. 여러모로 한껏 더웠던 8월. 그 8월이 이젠 지나갔다.

여름이 더운 건 당연한 순리인데, 그 순리에 때로 반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너무 더워서. 그때를 견디지 못해서.. 시간이 지나면 결국 그 무거움도 조금씩 가벼워진다는 알면서도 또 알지 못한다. 여전히 기다림에 약하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그래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러다 보면 결국 지나가 있는 '지금'을 맞이하게도 되니까. 선선한 가을이 다가오기를, 마음도 조금은 편안해지기를. 그리고... 좀 더 기쁜 장면들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기다림과 함께 했던 '이야기들' 이 있음에 여전히 감사하다. 




무민의 겨울 

무민이라는 캐릭터는 그저 '캐릭터'에 그치는 줄 알았으니 사실은 그게 아니었었다. 무민과 무민을 둘러싼 에세이와 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 책 덕분에 알게 됐고 토베 얀손의 다른 이야기들에게도 손을 뻗고 싶게 만들었던, 무민의 겨울 이야기. 동화이나 동화 같지 않은, 단순하나 결코 단순하지도 않을 법한 문장들이 잠시의 여유를 선사함에 감사했었던.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소설가의 책은 어딘지 모르게 여운이 남는다. 아슬하면서도 위태로울 법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여름'이나 '601 602'는 특히 그랬다. 몇 개의 단편 소설을 통해서 엿볼 수 있는 충분히 우리 곁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일상의 이야기들. 그러나 그 일상이 부디 일상이 아니기를 바라는 이야기들까지도... 


이야기를 통과하며 어느새 '내게 유해하고 또 무해했던 사람'에 대해서도 떠올려본다. 이 책을 선물받았던 그 시간은 내게 무해하고 또 유해하기도 한 그리운 시간이 되어버린 것처럼.. 




해리 (1권, 2권) 

8월에 읽었던 책 중에 단연코 내 마음속 1위. 숨죽이며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그녀의 소설들과 함께 이십 대를 성장했고 삼십 대를 통과하고 있었으니까. 기다림 끝에 찾아온 5년 만의 장편소설이라 했던 '해리'는 첫 장부터 끝 장까지. 읽는 내내 슬픈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우리가 '선'이라고 생각한 착한 것들로 여겨진 것들은 사실 '악'을 철저하게 숨기며 거짓으로 선을 위장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신을 섬기는 일을 수행하며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보살핀다던 목사는 성적 희롱과 추행을 일삼기도 하며 가난이 악을 낳고 그걸 이용해 결국 타락해버리고 마는 '악녀'는 그냥 탄생되지 않는다는 것... 시간을 할애해서 얼마나 잘 써낼지 장담하지 못하지만. 해리를 읽어내리면서의 마음을 서평으로 남겨 보고 싶다. 아직 그럴만한 여유가 없지만.. 조만간 그럴 수 있기를.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청소년 범죄가 얼마나 은폐될 수 있고, 그걸 악용해 나가는 또 다른 무리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는지를. 우리는 이런 소설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소설이길 바라나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 충분히 겪고 있을 법한 이야기. 

물리적 나이가 많다고 어른이 아니며, 어리다고 해서 반드시 어린 것만은 아닐 테다. 소설을 읽는 내내 한숨이 섞여 나왔다. 마음이 아파졌고 살아가는 이 세상이 비참하고 슬프게 느껴졌다. 비극이 가까이에 숨어있는 것 같은 어떤 느낌이... 아이를 잃은 주인공이 어떤 마음으로 또 다른 비극을 낳을 수 있었는지를 감히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언제나 그래왔듯 법의 심판은 때로 약자들을 외면하며 선의를 향한 정의로도 절대 행사되지 않기에. 단순한 가해자를 향한 처벌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야... 비극은 여전히 곳곳에서 이루어진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의식이 깨어 있는 것. 이것뿐이다.



그럼으로 인해 계속 읽고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움직이고 돕고. 나 또한 살아나가는 것... 그뿐일 테다. 




늘 괜찮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정여울 작가는 참 '잘 쓰는 사람' 임에 분명하지만 텍스트를 넘어서 마음을 터치하는 매력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책 또한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간혹 어떤 책들은 제목으로만 승부(?)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책은 읽기에 버거울 정도로 어려운 인문으로 배배 꼬인 문장이 가득하지만. 이 책은 인문과 감성, 에세이와 자기계발(?) 느낌의 문장마저도 충분히 적절한 밸런싱을 갖춰져 있었다. 각 챕터 별 내용 또한 충분한 공감과 힐링과 어떤 면에서의 자극을 내게 선물해 주기도 했기에. 고마울 수밖에 없었던 책. 그녀의 문장들을 참 더운 8월에 만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더위가 조금은 가셔졌기에.. 




그녀 이름은 
'82년생 김지영' 이후의 또 다른 수많은 김지영 들을 만날 수 있었다. 소설이라기에 어딘지 소설 같지 않은, 아니 어쩌면 그저 내 옆집 이웃 엄마, 언니, 할머니, 학생, 심지어는 어린아이의 시선으로까지. 하나하나 엮여진 이야기들은 현시대의 여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페미'라는 딱지가 붙여져 따가운 시선을 건네기엔 아쉽고 안타깝다. '그녀 이름은' 안에 수록된 몇 십 개의 단편/인터뷰로 그려진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사실 젠더 불문이라 감히 말해보고 싶다. 아들들에게도 남편에게도 권하고 싶었던. 그러나 이야기를 접했을 때 그들은 과연 얼마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해보기도. 




자존감 수업 
100쇄를 찍었다는 가히 신이 내려야 가능할 법한 중쇄 기록을 달성했다던 작가님의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사실 읽어야지라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다가 왠지 모르겠지만 내내 미뤄왔던 책. '뻔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거야 '라는 편견이 좀 있었던 탓일 거다. 물론 결국 예상했던 이야기가 담겨 있긴 했지만, 뭐랄까. 읽기를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시대가 이렇게 '자존감'과 개인의 '심리'에 여전히 핫하다는 건, 그만큼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내 마음이. 결핍과 불안을 끊임없이 달고 사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나의 마음 돌보기' '자존감을 되찾는 것' 일 테다. 그로 인해 삶이 좀 더 편안해질 수 있기를 바라기에. 자존감 수업을 찾을 수밖에 없을 노릇이고. 




붉은 선
보편적이 되지 못하나 우리 내면에 숨겨진 충분히 보편적일 수도 있을 법한 이야기. 이건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다. 굉장한 에세이... 감히 누구도 이런 에세이를 쓰지 못할 테다. 한 여자의 지극히 치부를 드러내고 과감히 자신의 시간을 정제된 텍스트로 시원하게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있는 약간의 절규가 숨겨진 이야기라고도 과언이 아닐. 한 여자의 섹슈얼리티 기록물. 참 '잘 쓰는' 작가에 속하지만,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엔 절대 올려지지 도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여전히 사회는 어떤 기준과 보편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책을 읽는 독자들의 관심사나 시대상에 부합되야 사랑을 받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잠시 생각해 보기도 하며. 작가님의 오늘, 그 자유로우면서도 자유롭지 못할 '오늘'에 안녕이라는 안부를 감히 건네보고 싶어진다. 




그럼에도 내키는 대로 산다. 

브런치를 통해 익숙했던 작가님의 '문장 수집 생활'에 이어 올해 나온 따끈한 신간 에세이. 예상대로 가벼운 일상의 이야기들을 담담히 작가의 문체대로 풀어 놓은 에세이는 때로 꽉 조여온 내 삶을 헐렁하게 만들어 준다. 헐렁해도 괜찮을 법한, 그래서 짧지만 힐링이 되어 주었던. 






부자가 되는 심리학 
재테크로 분류되는 책 작업을 현재 2개 진행 중이다. 한 권은 공저, 한 권은 최근 의뢰받은 개인 책 작업이다. 부자가 아닌데 나 원 참. 돈 이야기를 또 쓰게 될 줄이야. (부끄럽다) 그러나 '쓴다'라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내가 쓸 수 있는 이야기에 집중하고자 한다. 참 기초적인 이야기. 그러나 모두가 쉽게 간과하기 쉬운 그런 이야기. 바로 돈과 마음, 재무를 '관리'하고 다스림에 대한 일종의 노하우 아닌 노하우의 이야기들을... 

레퍼런스를 삼으려고 도서관에서 관련 외서를 찾던 중에 이 책을 발견했다. 충분한 영감을 발견하게 만들어 준, 단순하고 쉬운 진리들이 가득한 이 한 권의 만남으로 인해. 곧 세상에 나올 두 권의 책이 좀 더 많이 전파되어 부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아주 작게나마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이 책 자체로는 사실 '에이 이게 뭐야 다 아는 아기잖아'라고도 할 수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텀블벅 펀딩 때부터 이야기의 '와꾸' 와 느낌을 알고 있었다. 기분부전장애라는 경미하면서도 깊어질 수 있는 현대인의 우울증을 '자신의 상담'을 그대로 드러낸 일종의 상담 에세이. 사실 이 독립출판물이 그렇게 '핫' 했던 이유는 어쩌면 그만큼 드러내고 싶지만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우리들의 내면을 대신 드러내주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또한 제목에서 이미 '어그로' 끌기에 충분한 책 기획력에도 분명 박수를 보내고 싶고.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유명한 '생선 작가'님의 에세이였건만, 이제서야 읽었다. 솔직히 대충 어떤 느낌일지 감이 왔었던, 그래서 잠깐 미뤄뒀던 에세이 책이었는데. 그래도 이제라도 읽어서 새삼 다행이기도 했다. 자유롭게만 '보이는' 그의 삶에서도 자유롭지 않은 불충분한 것들에 대해서 작가 나름의 소신이 담백한 문장으로 잘 엮여져 있었던 책. 




지적 자본론 
츠타야 서점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마츠다 무네아키의 일 아니 어떠면 그가 살고자 했던 생을 대하는 신념,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요즘 디자인에 대한 필요성을 절절히 느끼고 있다. 현업에서도 그렇지만 사실 현업이 아닌 개인 사업을 상상하다 보면 뭐가 됐든지 간에 '기획'과 '디자인' 이 튼튼하게 뒷받침되야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훗날 'Bridge to Heaevn '이라는 인문과 글쓰기로 사람을 연결해 나가는 공간을 소유한 개인 브랜딩을 만들어 나가고 싶은 나에게 자극을 주셨지만 문제는 'How' 와 'when' .. 어떻게 그리고 언제 실행시킬 것인가를 여전히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 부족한 시간 틈틈이... 부족하다는 핑계는 이제 그만 좀 하고 싶지만.... (그래도 생각하고 있다는 게 어디냐며..) 




어둠이 오기 전에 
솔직하고 진실된 에세이를 좋아한다. 특히나 '죽음'을 코앞에 둔 누군가의 회고록은 이미 읽기도 전에 어떤 울림을 전달하려 한다. 너나 나나 할 거 없이 자기계발, 인문, 성장, 변화 등등.... 세상에 어떻게 해서든 성공적인 살아남기를 주장하는 책들 속에도 여전히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으려는 이유는 그래서다. 때론 뭐 그렇게 부자가 되거나 성공하려 하거나.. 그런 움직임으로 가득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삶의 소중한 것들을 잃고 지내기 십상일지 몰라서. 그래서 자꾸 이런 이야기를 접하려 스스로 노력하는 중이다.  여전히 '죽음'과 '사랑' 이, 생의 이유이고 목적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진해지니까. 어떻게 잘 살 것인가도 결국 이 두 가지 키워드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기에..





어느덧 9월이 되었다. 

8월이 지나면 9월이 되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왜 그리도 힘겨워했고 투덜거렸었는지. 여전히 나약하고 모자라고 서툰 면이 많으니 기다림에도 익숙하지 않고 금방 흔들리기도 하지만. 이렇게 흘러가보고 있다. 


책 속으로 도피했던 무더웠던 순간들이 어느새 사라져 간다. 

이야기만 남긴 채.. 또 어떤 이야기들을 만나게 될지 설레는 기다림을 간직한 채. 



                        안녕 여름, 그리고 안녕 가을.                     




#8월의독서리뷰     #책으로도망친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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