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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Sep 28. 2018

글쓰기, 어쩔 수없이 사랑에 빠지는 시간.

나만의 완벽한, 지독한 외로움도 함께. 

어쩔 수없이 빠져드는 완벽한 나만의 시간 

바로 글을 쓸 때나 책을 읽을 때의 시간들이다. 얼어붙은 나의 시간은 녹아지고 어느새 괜찮아지기도. 특히 쓸 때는 그렇다. 내게 글쓰기는 '어쩔 수없이' 선택한, 어쩌면 유일했던 삶의 돌파구이자 어떤 시간들로부터의 도피처였다. 친구였고 연인이었다. 좋다가도 싫어진다. 어느새 중독처럼 집착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지독한 사랑을 주고받게 되었다. 어느새 글쓰기라는 나의 연인과 이만큼.. 


사랑에 깊게 빠지면 때로 그 상대가 나를 넘어선다. 
그게 무서워서 한동안은 사랑을 하지 않고 지냈었다. 대신 그에게, 그리고 나에게. 편지를 썼다. 일종의 연서였고 고백이었으며 일상을 향한 서투른 마음은 가감 없이 내뱉어졌다. 그렇게 시작했다. 글쓰기를. 사심 가득하게. 나만의 한 단어 한 문장 한 단락을 써 내려가는 시간이 길어지며, 그 시간과 비례하여 읽는 시간이 중첩되다가 언젠가부터 드러내 보고 싶었다. 


발가벗겨지고 싶은 은밀한 욕망이었을지 모른다. 

세상에 나 이외의 누군가의 시선이 나의 문장과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일지. 순수했던 마음은 공모전이라는 끈질긴 친구와 관계를 맺고 또 다른 글쓰기의 세계로 나를 인도해냈다. 그 덕에 힘든 사랑을 잠깐 잊을 수도... 있었다. 


쓰는 시간은 때론 견딜 수없이 외롭다. 
평행선처럼 닿을 수없이 그저 곁에서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상대를 향한 넘치는 마음을 끊어낼 수 없는 그런 느낌이랄까. 끊임없는 마음의 내던짐이 필요했다. 글을 쓰고 있는 시간 동안은 최소한. 혼자서 쓰고 있다 보면 '글쓰기'는 일종의 그런 연인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한 장르의 글만을 지독하게 써 내려가기를 고집하다가 어느새 지쳐서 나가 떨어졌다. 그래서 한동안 쓰지 않기로 했지만.. 그럼에도 뭔가 이미 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쓰던 장르의 글을 중단하고 일종의 바람을 피우고 있더라. 이렇게 못됐다. 나의 못된 글쓰기는 다시 그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호흡이 전혀 다른 장르의 에세이를 쓰고 일상에서 정말 '독자'들이 궁금해할 소재 - 돈 -의 이야기를 써 봤었다. 그러더니 통하더라. 신기하게도.. 

보여주지 않던 마음을 보여주니 어느 날은 그렇게 통하기도 하더라. 
포기하고 싶었을 때 우연히 다시 시작한 다른 장르의 글쓰기와 그로 인해 '책'으로 연결된 경험이 생겼다. 일 년간 써 내려가며 초보 저자의 타이틀을 처음 달았던 기억이 꽤 뭉클했었나 보다. 그때의 시간은 내게 그랬다. 써 내려가는 이야기는 아프지 않았으나 사실 모든 문장과 시간이 내겐 아팠다. 마음속에서 피가 철철 흐를 만큼... 있는 힘껏 도망쳤었다. 아팠던 만큼 문장으로 그리고 다른 느낌의 책으로. 

4년이 흐른 지금, 난 그 마음 그대로 다시 써 보고 있다. 
밤새 울다가 자연스럽게 다시 써 내려간 일기. 그리고 보여주기 시작하다 결국 다시 이야기로 세상과 연결되었을 때. 벅차오를 만큼 기뻤다. 내가 아닌 사람이 내 이야기를 듣고서 저절로 손가락이 움직여지는 어떤 순간이 있을 줄이야... 빠져든다는 건 이런 걸까. 

사랑하는 대상을 찾은 만큼, 정성스럽고 싶다.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공들이고 애써보고도 싶다. 때론 다치더라도 정면으로 돌파하고도 싶어 진다. 검열 없이 자유롭게. 여전히 어떤 이야기들은 먹히지 않고 팔리지 않고 읽히지 않을지언정, 포기하고 싶진 않다. 후진 문장도 자세히 바라보고 잠깐 비틀어 보면 때론 주옥같은 문장이 숨어있을 테니까.. 



초라했던 나도, 다시 바라 보니 반짝이고 있더라... 



자신은 없지만, 이젠 그냥 '해보는' 걸 택한다. 
기억으로 만들어진 어떤 장면들을 머릿속으로 스케치해서 그 잠깐을 놓치지 않는다. 그렇게 밑그림을 그려 내고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아마 내일도. 그래 보고 싶다. 움직일 수 있을 때. 마음이 동할 때, 아낌없이 드러내 보고 싶어 진다. 

그러다 보면, 연결이 된다. 진짜 '나'에게. 
이야기로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 문장으로 시간과 마음을 주고받으며. 그리고 이 시간의 흐름이 쌓여 바로 지금의 '진짜 나'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걸. 이젠 굳게 믿는다.  

쓰기를 멈추지 않는 나의 이 시간은 진짜다.
바라던 진짜의 마음. 온전히 진실된 순간. 어쩔 수없이 사랑에 빠져 버려서 쓰다가 허우적대는 내가 보일지라도. 쓰면서 경험한 충만한 시간을, 나는. 놓치지 않아볼 생각이다. 되도록 오래오래 




이제 곧, 미국으로 간다. 지금의 나로선 꽤 오랫동안... 이미 마음이 출발했으니. 거기서 그 마음을 문장으로 만들어볼 생각이다..다시. '나의 미국, 그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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