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쓰기가 아닌 내 이야기를 쓰는 것. 그래서 용기가 필요한 것..
이미 드러난 세계의 받아쓰기가 아니라,
자기의 입장에서 구성한 상식 내가 본 것에 대한 기록이다.
- 글쓰기의 최전선 -
글쓰기란 무엇인가. 책 쓰기란 무엇인가
예전에도 비슷한 주제로 이곳에 쓴 글 하나가 요 근래 조회수가 급 폭발했었다. 당시에도 글쓰기와 책에 대한 출간 전후 단상을 생각하다 끝내 분노의 타자질을 친 기억이 난다. 그 글의 결론은 대략 이런 것이었다. '상업성 가득한 고액 글쓰기 특강에 헛 돈 쓰지 말고, 남 얘기도 말고 내 얘기 쓰자. 계속 그냥 써내자" 였었다..
한번 더 이 생각을 해 보게 됐다. 도대체 글쓰기란 무엇인가. 책을 왜 내고 싶은 걸까를..
관심사가 아직도 이런 것들에 꽂여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깊어지는 것을 보면. 여기저기 출판, 글쓰기, 출간, 작가, 글, 관련된 여러 해시태그를 치면 수두룩 밥상인 광고나 홍보, 관련된 개인 단상들을 많이 볼 수 있기에. '글쓰기' 광풍은 여전해 보인다. 그에 맞춘 비즈니스 사업과 그에 맞춘 마케팅도 - 가령 글쓰기 특강, 책 만들기 작업, 심지어는 1인 출판사 꾸리기 등등 - 활발히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
책 내고 싶은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뉠지 모르겠다.
가감 없이 날 표현을 해 보자면 첫 번째 부류는 자기 몸값 (개인 브랜딩 및 자본 연결 등과 같은 사익 포함) 높이며 경쟁력 쌓는 도구를 위해 책이 '필요' 한 수단이 된다는 것. 즉 책을 출간한 저자가 되면 "자본주의 시대 스펙" 하나 더 얻을 것 같아서...이지 않을까. 좋든 싫든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어쨌든 말이다.
사실 책 출간 이후 그게 어떤 연유에서든 강의나 개인 프로필에 한 줄 떡 하니 자리 잡고 개인 홍보 레퍼런스로 삼을 수 있는 도구로 연결되면 결국 자본이라는 파이프라인 뚫어주는 마케팅 도구적인 seed 역할을 할 수 있다. 대필이나 리 라이터가 강하게 붙는 필드가 이쪽으로도 보인다. 즉 상업 기획 출판으로 경제 경영 자기 계발 처세 화술 기술 등등 등등.....
또 한편은 쓰지 않고는 못 배길(?) 부류 인대
보통 문학으로 시작하기도 하고 일기로 시작하기도 할지 모르겠다. 내겐 특히 문학... 이 장르의 글쓰기는 등단이라는 어마 무시한 꿈을 갖고 쓰다가도 자꾸 까이다 지치면 이젠 그냥 맘 비우고 개인 만족에 다만 안 쓰고 못 배겨서 그냥 쓰는 사람들.... 나처럼 불쌍한 종족...도 있진 않을까.
에세이도 마찬가지일지 모르겠다. 일기든 서평이든 평론이든 개인 경험과 사유를 녹여내는 글쓰기를 거쳐, 결국 나만 읽기엔 아쉬워서(?) 출판사 투고를 하든 반대로 내 글이 초이스 당하든, 책을 출간한 케이스... 아마 소설과 같은 저자의 개성 넘치는 필력이 조금 필요한 장르완 달리 에세이라는 건 쓰는 그 사람이 삶을 대하는 태도. 살아온 시간들, 바라보는 관점이 정말이지 중요하다 싶다.
평탄하게 살아오면 그만큼 쓸 거리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어쩌면 글쓰기가 공평(?) 한 이유는 돈 많은 부자라고 다 글 잘 쓰는 건 아니라는 것. 오히려 돈 없고 못 살아봐서 나오는 특유의 글감과 감정선(?) 이 있을 지어니... 그런 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글쓰기는 부자가 아닌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유일한 행위가 아닐까 싶다.. 약간 글이 엇나가려고 하지만 어쨌든 요지는 그렇다. 부자든 거지든 삶을 쓰는 글쓰기에서만큼은 '페어게임' 이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여담이나 글쓰기 장르 안에서 '육아'를 생각하다 보니 여기는 또 두 개로 나뉘는 것 같다.
하나는 세상의 온갖 육아 스킬 저는 고급진 솔깃 정보 짜깁기한 정보성으로 소위 그 계통 양육 보육 훈육 전문가라 하는 저자들의 육아 기술서와, 그렇지 않고 그저 개인의 육아 시간을 기록한 저자 특유의 공감육아 에세이겠다. 한데 또 이 에세이들은 그 헬 육아시간이 읽는 이로 하여금 극 공감된다면 결국 짠내 폭풍, 그러나 다 읽고 나서 말미엔 사실상 특별한 건 없고 그 애기가 그 애기다. '너도 힘들지만 나도 이렇게 힘들고 좋았고 뭐 그랬으니 우리 파이팅' 뭐 이런게 사실 많았었던 것 같다. 육아 에세이도 한때 하도 많이 읽다 보니 이런 느낌마저 드는 걸 보면.... 가끔 재테크서나 육아나 고만고만 비슷비슷한 필드인 것도 같다.
나는... 사실 후자가 강했었다. 죽기 전에 책 하나가 내 살아온 시간을 대신 해 줄거라 생각했다.
즉 쓰지 않고 못 배길 지경(?)에 이르러서 닥치는 대로 뭐든 썼던 것 같다. 나름 어리석은 비장미로 무장한 날들을 겪고 있었을 때였다. 왜 살다 보면 세상 진지한 크레이지 모드로 사는 시간들 한 두 번 찾아오지 않는가.
투고하다 감사한 연결로 첫 초보물이 나왔으나 (전혀 뜻밖의 필드에서. 재테크 서다.) 이 또한 저자 명성이 높거나 출판 홍보 엄청 돈 풀거나 시대 트렌드에 삣따리한 자극 주는 핫토픽이 아니면 그냥 그 바닥서 출간 몇 주 후 매대에선 사라진다.. 보통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나도 결국 매대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몇 년이 흘러. 지금. 세 권의 출간을 한 저자로 살아보고 있지만.
그 세 권을 출산(?)해 내는 시간들을 통과하면서 보고 배우고 느끼고 한편으론 쓸쓸하고도 씁쓸한 경험들도 많았다. 허나 그 모든 것들은 말미에 고마움으로 남긴 했으나 솔직히 힘들고 외로운 시간들이었다...가령 나의 글쓰기 반대파들과 마주했을 때. 즉 제발 취미로 글을 가볍게(?) 써야지 그렇게 누가 대놓고 책까지 쓰랬냐는 식의 따가운 시선들을 받아야 했을 때.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기에 그 시간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쓸데없이 '한 눈' 판다고 핀잔 제대로 먹었던 시간들, 정작 애써 썼는데 관심은 커녕 냉소 받거나 지적질 살짝 살짝 당할 때.. (여전히 그런 날선 시선은 남아 있으며 아직도 난... 그런 따가움들에 상처를 받는다. 물론 군살도 베겨서 덜 아프다 해도)
그럼에도 글을 쓰려하는 내가 감내해야 할 것들이기에.
불평불만은 그저 '글을 그냥 쓰기로'... 이렇게 살아 보기를 택한 나 자신에게 토해낼 뿐, 겉으론 내색 잘 "안" 했다. 다만 그냥 쓰는 걸 계속하려 했다. 꾸역꾸역. 쓰는 걸 못 하고 저지당하는 시간 (애 낳기 전. 그리고 후...) 에도 머리는 쓰고 있었으니까. 손만 움직이지 않았을 뿐. 마음에선 이미 온갖 장면들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 이야기들과 글감이 모여서 에세이가 되었고 정말이지 세상에 에세이가 나오기도 했다지...(매대에서 어느새 서가로..굿바이 해야 했지만)
글이란 무엇인가. 특히 남에게 읽혀서도 좋은 글이란, 내가 쓰면서도 진짜 괜찮은 글이란 무엇일까.
서점 가면 수두룩 밥상 쏟아져 나오는 책들을 보면서, 또 실제 출간 작업을 경험해 내면서 쌓이는 단상이 적지 않다. 소위 남 이야기를 내 얘기처럼 하는 책도 시중엔 참 많고, 같이 쓴 책도 (공저) 한 사람의 걸작으로 (공저자 중 유명인) 보시는 독자분도 있다. (사실 현재 세 번째 출간된 책이 그렇... 다. 좀 씁쓸하나 인정한다. 파워게임? 에서 밀리는 게 사실이니까) 커버 디자인과 책 타이틀이 고만고만한 것도 많으며, 비슷한 부류의 책을 파고들다 보면 카피캣도 뭐 넘쳐 나는 게 은연중에 보이는 경지에 이른다.
패스트 팔로워도 나쁜 건 아니다만. 어딘지 좀 가짜 같다.. 나도 레퍼런스 삼으려 연습 삼아 자연스레 따라 하게 되는 좋은 문장이 있는 게 사실이나, 언제나 그렇게 받아쓰기 문장을 만들어 낼 땐 결국은 말미에 지워내게 된다. 어딘지 석연찮고 내 밥 아닌 밥 얻어먹다 체할 것 같아서. (그래서 자꾸 에세이를 쓰게 되나 보다. 나는 정보전달 보단 진짜 내 이야기 쓰는 게 더 좋더라..)
고액 글쓰기 강의니 책 만들기 어쩌고 하는 클래스에
내 보기엔 터무니없는 액수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몰리는 걸 보면 사실 그 돈이면 고전 세트를 사서 필사나 재독을 "스스로" 하는 게 백배 낫다 생각되나.. 굳이 뜯어말리진 않는다. 남의 욕망이고 선택이지 내 욕망은 아니니까 뭐라 할 자격도 사실은 없다. (다만 지켜보며 약간의 안타까움을 느낄 뿐... 오지랖 일지 모르지만.) 그저 개개인의 소비기준과 태도. 삶과 시간을 대하는 가치가 다른 것뿐일 테니..
이러저러 머릿속에서 활활 뜨거워지는, 글쓰기에 대한 태도는, 결국 몇 가지 다짐으로 마무리된다.
현실에서 타인들에게 비치는 파워게임에서 밀린다고 주저하거나 의기소침할 필요가 없다는 것. 남들이 지금 내 글에 라이킷 팍팍 붙여 주거나 댓글 마구마구 달아주거나 엄청난 공유 피드가 폭발하지 않더라도 절대 기죽지 말고 다만... 다만 부디 '나의 이야기'를 써내며 그것이 거짓이 아닌 참된 정성과 진심이 담기면, 또한 내가 읽었을 때도 괜찮은 수준의 만족감이 앞선다면 그걸로 되었지 싶다는 것...
무엇보다 잘 살아 내려 애쓸수록 글도 잘 써진다는 것... 을 믿어 보고 싶은 요즘이다.
결국 기회나 운도 그렇게 잘 살아내려는, 내 자신에게 진짜로 살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더 다가갈 거라는 순진한 믿음을...여전히 품고 지내기에.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글도 쓰고 싶어지는 건 아닐까.
좋아하는 작가님이 말씀하셨듯, '받아쓰기'가 아니라 말미엔 나만이 쓸 수 있는 고유한 개성과 필력과 감정이 뿜어 나오는 글..여전히 그런 글쓰기를 행하며, 읽힘에 주저하며 부끄러움 보단 과감히...그냥 써 보는 것. 그렇게 용기를 좀 더 내어 '더 잘 살고 더 잘 쓰고' 싶어지는 요즘의 글쓰기다.
글쓰기란 결국 용기 내어 세상에 전하는 '고유한 저자의 목소리'여야 한다.
남의 이야기를 받아쓰는 게 아닌 내 이야기를 쓰는 목소리 어린 용기. 어쩌면 글쓰기에 앞서 제일 필요한 건 그런 용기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를 따라하지 않으려는 용기. 자꾸 내 문장을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 내는 용기. 후져도 내 문장을 사랑할 수 있는 용기가...그리고 내 목소리를 무릇 세상에 전파할 수 있으려는 강한 용기 말이다.
그러하니 나는...여전히 나만의 목소리를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전파함에 주저하지 않고... 싶다. 비록 따가운 시선은 여전할지언정....아직 포기하기엔 쓰고 싶은 것들이 남아 있기에. 좀 더 용기가 필요한 요즘...이다.
#엄마_너무_걱정_말아요.....나_그렇게_유명한_작가_아니야
#언제쯤_당신에게_인정받을까_고민하다_한편_금세_나와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