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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Jan 18. 2019

결국, 출간 작가가 되었습니다.

어쩌다였지만 결국은 이뤄진, 저의 책 출간기.....입니다.

모든 모험은 첫걸음을 필요로 하지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글쓰기 붐이 상승세를 타는 요즘, 그 연장선에서 '출간 작가'라는 꿈을 꾸는 누군가에게..

소박한 희망 혹은 어떤 촉매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이번엔 나의 출간 과정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한다. 여전히 별 비결이랄 것은 없다. 한편으론 궁색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삶에서 어떤 가치나 본질은 자신이 중요하다 생각하면 쉽게 변하지도 흔들리지도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리고 나의 출간 비결도 이 태도와 결이 같다.  



그냥 쓰고, 고쳐 쓰고, 받아 쓰고, 다시 쓰고, 그렇게 계속 썼고, 여전히 쓴다..

'쓰는' 사람으로 사는 걸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결국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이 되고자 '결심' 했을 때 나는 '첫걸음'을 떼었고 그대로 계속 움직였다. 물론 중간에 멈춤도 있었지만 생각에 멈춤은 없었다. 쓰지 못하는 시간이 의도치 않게 주어졌을지언정 '쓰고 있는 나'를 그리워하며 마음에서 놓지 않았다. 지울 수 없는 어떤 그리움을...



냉소와 비아냥도 있었다. 네 주제에 무슨 '작가'냐고.

책이 뭐 '아무나' 쓰는 건 줄 아냐고. 소설이 밥 먹여 주냐고. 드라마 대본 아무나 만드냐고. 귀는 따갑고 눈에선 눈물이 났음에도... 그래도 썼던 것 같다. 쓰지 않으면 못 배길 지경까지 갔으니 낸들 어쩌겠는가. 하는 수밖에.. 그리고 지금은 잘 안다. 그때 내게 '아무나 쓰는 거냐'라고 했던 그 말은 사실 또 맞는 말이라는 것을.



정말 좋은 글이란, 책이란, 펜에 힘을 가진 사람은 절대 함부로 쓰면 안 되는 게 바로 '글'인 것 같다. 

쓰면 쓸수록 느낀다. 좋은 라이터란.. 아무나 될 수도 없다는 것을. 공장에서 찍어 낸 듯한 사려 깊지 못한 글이나, 예의 바르게 훈수 가득한 책은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걸 알기에.. 그래서 참 어렵다. 쓰는 사람에게 글쓰기란.






갖고 싶었다. 내 이름이 들어간, 작가 김혜원의 책...

어디서부터 시작된 마음인지 모르겠다만, 언젠가부터 '책'을 읽다가 나도 쓰는 사람이 돼보고 싶었다. '와... 이런 걸작 하나 쓰고 죽으면 여한이 없겠다' 싶었다. 버지니아 울프나 제인 오스틴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주제넘고 어설프고 가당치도 않은, 그러나 그만큼 순수함만으로 무장했던 21살 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 장르는 다름 아닌 소설.. 문학이었다. 



아뿔싸. 여기서부터 일이 꼬인다.

돈도 되지 않은 그 장르에 뛰어든다 하면 부모님 걱정은 따놓은 당상일테지만, 이상하게 포기가 잘 안됐다. (포기는 배추 셀 때나..) 그래서 몰래 썼다. 작정하고 쓴다 하면 식구들이 기염을 토할까 싶어서. 몰래 쓰고 공모전 넣고,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또또 떨어지고 또또또 떨어졌다. (지금도 떨어지고..) 물론 그 과정에서 코딱지만 한 작은 수기나 수필, 라디오 사연이나 교내 공모전이나 대회 같은 데에선 수상하곤 했지만 그건 내가 바라던 '문학상' 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다. 그놈의 문학상이 뭐라고... (문학상은 이제 넘지 못할 계급이 되었고 바라지 않는다. 이젠...)



그냥....쓴다. 이젠 아무 생각 없이. 더 바랄 것도 없이 그냥...



돈이 있어야 글도 계속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달과 6펜스'에서, 꿈을 찾아 다 버리고 떠난 주인공이 되기엔 용기가 없었다. 나는 달도 6펜스도 무시하지 못했고 욕심껏 둘 다 가지려 했다. 특히 돈이 없으면 꿈을 금방 포기해 버릴 것도 같았다.. 그게 제일 무서웠다. 꿈을 잃어버리는 것이. (여전히 무섭다. 잃어버릴까봐..)


하다못해 시나 문학 책 한 권 더 사 보려면 내겐 돈이 있어야 했는데, 부모님께 손 벌리긴 미안했고 어쨌든 스스로 돈을 벌고 또 수중에 있다 보면 마음이라도 여유롭게 '집필 노동'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다 해본 것 같다. 그렇게 돈 모으며 나름의 '경험'을 쌓아갔다. 온갖 인간상들을 직간접 체험할 수 있는 '삶이라는 경험' 말이다. 소설은 모름지기 다양한 캐릭터 구상이 필요하니까!라는 오싹 한 생각을 잘도 했었던 것도 같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려고(?) 돈을 벌기 위해 회사 취업에 매진했다.

이건 마치 빵을 먹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인데 정말이지 내가 그랬다. 먹고 싶은 빵을 먹기 위해 몸을 관리하는 그 마음처럼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취업을 했다. 우스꽝스럽고 배부른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때 나는 세상 진지했다.



감사하게도 취업에 성공했으나 또 여기서부터 꼬인다.

뼛속까지 문과녀였던 사람이 기술 IT 계열의 제조업 필드에서 해외 마케팅 업무 한답시고 이러저러 쿵짝쿵짝 현업에 적응하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에너지는 블랙홀로 빨려 들기 일쑤였다. 도저히 '내 글' 쓰는 시간을 내는 게 좀, 아니 사실 많이 힘들었고 잘 '못' 쓰기도 했다..



대신 읽기'만'은 철저히, '쓰는 것'은 잠시 멈추기로 했다.  

그때 정말이지 무진장 읽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그냥 읽었다. 특히 사회 초년생 땐 재테크 경제 경영 생활 철학 등등 뭐 그런 계통을 주로 많이 읽었던 것 같다. 출퇴근 시간 틈틈이 메트로 일간지나 심지어는 이동 중 보이는 광고 표지나 가게 이름을 보고서도 마음에 드는 단어나 문장들은 모두 핸드폰 메모장으로 저장하곤 했다.



하루에 나만 알아볼 수 있을 법한 짧은 기록을 남기거나, 초년생 때 혼자 세팅해 둔 가계부와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 다이어리를 적곤 한 것... 사실 각 잡고 쓰는 건 그게 다였다. 가끔 쓰고 싶은 글감으로 라디오 사연을 적어 보내면 당첨되거나 작은 수기 공모전에 당선되는 정도로 만족해하며... 그렇게... 살았다. (당시에 블로그 할 생각 했었으면 난 지금 파워 블로거가 되어 있을까 싶다.. (협찬 잘 받는 파블이 좀 부럽긴 하다. 쩝..)




지금 생각해 보면 살면서 경험해낸 모든 '시간' 들이 내게는 '글감'이나 다름없었던 것 같다.

첫 책을 출간하게 된 사연도 가만 생각해 보면, 나만이 써낼 이야깃거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본다. 당시에 다른 쓰고 싶었던 소재로 원고 투고를 삼십 번은 넘게 한 것 같다. 그때마다 NO. 회신이 없거나 '미안하지만 별로'라는 대답이 오기 일쑤였다. 그럴수록 오기가 생겼던 것도 같다. '언젠가는 보란 듯이'라는 오기..



틈틈히.... 읽거나 쓰는 건 모두 이제 틈틈히 한다.



사실 '까임'에 익숙해서 그런 건 별로 상처도 아니었다.

오히려 초보 작가 원고를 받아주지 않는 곳이 정상(?)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책 출간'에 대한 미련이 있었기에, 회사 일 하면서 정말이지 틈틈이 해내려 했다. 몹쓸 초고 가지고 참 대담도 하게 이곳저곳 두드려봤던 것 같다. 그러다 운이 좋아서 아는 지인 분이 나의 원고 기획서와 열망을 보시곤 본인이 기 출간한 출판사에 추천을 해 주셨다. 마침 일반인 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던 작은 이력이 있었기에 해당 출판사에선 '좀 팔릴 것 같은 이력의 작가'로 보이셨던 건지, 아니면 마지못해 모험처럼 한번 해보자고 하셨던 건지 여전히 알 턱은 없지만...



 '글이 신선하네요. 거칠지만 저자 개성이 뚜렷해요'라면서 나는 첫 책을 계약했다. (쥬르륵..) 





그렇게 계약을 맺고 첫 책이 완성되었다.

그러나 유명 저자도 아니고 무엇보다 대형 출판사의 광고 홍보 마케팅 진하게 들어가지 않고서야 (설령 들어간다 하더라도)  입소문 하나 없는 듣보잡 작가의 책이 잘 될 리 만무했다. 서점 매대에서 금세 사라지는 영광(?) 이 주어졌으며 다른 장르 책의 들러리 한편 해내는 데 그쳤다. 사실 책을 한번 작업 한 그 시간에서 많은 걸 배웠으니 지금은 괜찮지만, 어쨌든 첫 책이 나오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현실'에 또 한 번 나는 아픔을 맛보며 지금 이렇게 성장해온 걸지도 모른다.



시간은 다시 흘러 지금은...

(인기 여부 떠나서 어쨌든) 한 권의 에세이 그리고 한 권의 공저 책을 작년에 출간(출산이나 다름없을!)했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가끔 신기할 정도로... 어떻게 이렇게 흘러올 수 있었을까 싶다. 물론 나의 출간의 반 이상은 '운'이라고 본다. '운칠기삼' 말이다. 그래서 '감사함'을 계속 지니며 살아보고 있다. 나와 나의 글을 접한 사람들과 언제 어떻게 연결될지 모를 일이니까. 그리고 나머지 반은... 아마 계속 '쓰고 있는 나'로 산다면..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로 만들어진 걸테다.



남의 음성이 아닌, 진짜 들려주고 싶은 '나만의 목소리'가 있다면.

나로선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여전히 쓰는 사람으로 살아보고 있는 와중에... 현재 소박한 기적의 이룸을 앞두고 있다. 본인조차도 여전히 믿기지 않지만... 앞으로 몇 달 후면 오디오북이 나올 예정인데 이를 위해 현재 목소리 녹음을 위한 시나리오 구어체로 교정을 직접 하는 중이다... 이번엔 좀 오래 많은 분들께 읽히기를. 아니 들어주시면 정말 좋겠다..



이제 막 어떤 모험을 시작하려 발걸음을 뗀 당신에게

주저하지 말고 그대로 소신껏 나아가 보시길. 남의 인생 사는 게 아니라 나의 인생 사는 거라면, 당신의 발걸음은 당신만이 뗄 수 있으며 그 방향도 당신만이 결정할 수 있을 테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해 모험을 꿈꾼 앨리스는 결국 떠나지 않았던가. 다시 현실의 제자리로 돌아왔을지언정, 모험을 떠나 본 엘리스는 다녀온 이후 더 큰 성장을 해 있는 앨리스로 잘 살아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당신의 삶, 그 모험에 행운을 빈다.

그리고 나 또한... 오늘의 글쓰기라는 모험이 내일 마주할 세상을 향해 조금씩 번져서, 지금 이 점이 언젠가의 선으로 엮여질 찬란한 순간을 기대하는 중이다. 느리고 약한 필력이지만 오늘도 꾸준히 써 내려가는 나만의 이유이기도 하고.



닿지 않아도..그리워 해도 괜찮다.

결국 그리움을 놓치지 않으면 꿈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기에.


저 높은 곳을 날아가는 비행기에 닿으려 하다보니, 결국 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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