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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Mar 11. 2019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내면의 '별'을 찾아가는 여행기... 

이 책을 어떻게 분류해야 하나 

'너무 좋아서' 자체적으로 남기는 이 서평을 시작하기에 앞서, 잠시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된다.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저자 특유의 은유와 묘사가 뒤섞인 아름다운 문장들을 발견했기에. 그러나 분명 이 책은 한 일본인 개인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는 '에세이'이며 그중에서도 소위 성공의 반열에 진입한 누군가의 실패와 성취가 담겨 있는 '자기 계발' 서로 분류될 수도 있을 듯싶다. 



장르야 뭔들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그저 책이 주는 대단한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읽고 난 이후의 울림과 떨림, 그 순간의 희열과 그로 인해 '나'라는 사람의 삶이 조금이라도 좋은 느낌으로 흔들렸다면, 또한 그로 인해 뭐든 '깨달음' 이 있는 시간이었다면, 그것만으로도 100점짜리 책일 테니. 그 맥락에서 이 책은 요즘의 나에게 100점짜리 책이 분명했다. 그러하다. 정말로. 용기를 잃어버리려는 찰나의 요즘 나에게...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테라오 겐, 아르테, 2019. p. 300


디자인 전자 제조 업체로 분류되는 '발뮤다 디자인'의 창업자인 저자의 이야기는 유년시절부터 시작된다. 

뭐랄까. 그의 유년시절은 현실적으로는 그리 아름답지는 않았을 듯싶지만 시종일관 읽는 내내 그를 둘러싼 가정사, 특히 그가 바라보는 '부모'의 시간을 담담히 복기하는 문장들을 읽어내리면서 나는 한 편의 일본 영화의 한 장면을 그려내게 되었다. 뜨겁게 사랑한 두 사람, 그리고 그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 가난과 불운이 그 뜨거움을 식어가게 만들어 결국 이혼을 했음에도 자녀들이 느꼈던 부모들의 각자 또 같은 사랑..... 



그 시간은 치열하지만 또 그리 치열하게만 살았던 건 아닌, 정말이지 아름다운 유소년기. 

책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부모님의 삶을 살아가는 형태들을 보고 배우며 자신의 삶도 조금씩 만들어 나가는 모습으로 이야기는 진화해 나간다. 록스타가 되고자 하는 저자는 꾸준히 무언가를 만드는 '생산자'로 산다. 글쓰기, 만들기, 그림, 시, 심지어는 소설까지... 여담이나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 그제야 납득이 갔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한 편의 단편소설을 읽는 느낌이 왜 들었는지를. 그는 자신을 둘러싼 사람, 그리고 그 시간을 적절히 은유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창조물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기를 열망하는 사람이다. 

열일곱 살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1년간 스페인과 주변 국가를 여행한 후 10년간 록밴드 생활을 한 저자는 그 이후 뮤지션의 길을 포기하고 손에 드라이버를 든다. (모든 경험들이 결국 그를 그렇게 이끌었을 테다) 결국 자연의 바람과도 같은 선풍기를 만들기 위한 그의 고군분투기, 그 이후 죽었던 토스트를 살려내는 토스터기로 인해 몇 백배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는 저자의 성공기까지도. 





이렇게만 표현해 놓고 보자면 이건 분명 자기 계발서 혹은 누군가의 성공 처세서 같지만. 

아니. 나는 이 한 편의 아름다운 에세이에서 어떤 뜨거움을 발견하곤 금세 매료... 되어 버렸다. 바로 '꿈'이라는 단어 때문에. 그래. 어쩌면 이 귀신같은 단어인 '꿈'을 여전히 바보 같지만 믿고 지내는 사람들은 이런 이들의 소소한 (이라기엔 거대할 법한) 경험담이 작은 위로가 되어 주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개인의 삶 전체를 흔들어 버릴 꿈을 결국 저자는 찾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찾고 또 찾고 움직이고 또 움직이다가 결국 오래전 기억을 꺼내 들며 복기하는 시간을 갖기 까지... 표현이 쉽지 않다만, 분명 나는 넘기며 표현할 없는 전율과 희열을 느끼고 말았다. 금세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어떤 희망마저도 품어 보기도 했다. 진부하지만 진실일 있는, 꿈을 가진 이들이 결국 꿈을 이루게 되는 순정하고 진솔한, 시간. 그건 시간이 쌓이고 움직여 낼수록 결국 고스란히 꿈을 품은 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꿈이 끝났다는 건 가능성을 잃었을 때가 아니다.
애초에 우리는 가능성을 잃을 수 없으니까.
꿈은 그것의 주인이 열정을 잃었을 때에야 비로소 끝을 맞이한다. 



꿈을 이룬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못 이루는 게 태반 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만큼 쉽지 않기에 더 아름다운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저자의 말을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어서 몇 자 적어 보기도 했다. '꿈을 잃는다는 것은 가능성을 잃었을 때가 아니라, 꿈의 주인이 열정을 잃었을 때 바로소 끝을 맞이하는 것'이라는 궁극의 한 문장을. 적는 내내 약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왜 그랬을까.. 용기를 잠시 잃어버리려던 찰나의 나... 때문이었을지도. 



@ 출판사 카드 뉴스에서 발췌



좀 더 후회 없이 투명해져보고 싶다.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라고 스스로에게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나'를 여전히 갈망하기에. 진솔하게 투명하려 고군분투 중인 나는 이 책 커버 디자인에서 엉뚱한 의미마저 담아 본다. 화이트 표지의 별 하나... (원서 디자인이 더 내 취향이긴 하다만) 



단 하나의 별...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그 하나의 별을 찾기 위한 여행은 이미 현재 진행형이라고.

귀한 지인이 이야기해 주셨듯이 '현재 진행형의 추억' 들을 쌓아가는 오늘, 난 좀 더 진솔하고 투명한 정성을 다 하고자 하는 마음을 되새겨 본다. 그리하여 이렇게, 부단히 손가락을 다시 움직이며 눈가엔 알 수 없는 감정들로 인해 결국 촉촉해지는 물기를 머금는다. 동시에 또렷하게 '나'와 '시간'을 직시할 줄 아는 또렷한 생기를 좀 더 담아내려 하는 자세를 곁들여 보기도 한다.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흐르듯, 내맡기며, 다만 정말이지 어디에도 없었던 나만의 방법으로 그렇게 뜨겁게 가 보자고. 흐르는 이 시간, 잠시 중얼거린다. 그리고 지난 주말, 부산에서 분당으로 올라오는 시외버스 안에서 바라본 별과 초승달을 가만히 되새겨본다. 그때 생각했던 어떤 진한 상상을 고스란히 기억에서 잃어버리지 않은 채...


가다 보면 결국 '별' 이 보일테다.  지금은 가려져 있어도 별은 변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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