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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May 02. 2019

때론 불행하고, 때론 행복한  

오월, 눈이 부시게....

그리워하는 건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까, 괜찮아요.


- 눈이 부시게 -





월의 시작은 첫날부터 눈물바다였다.

아침까진 상쾌했었다. 모든 시작이 좋았다. 아니 오히려 어떤 설렘으로 마음을 무장한 채 기쁘게 출발하려 했다. 새로 시작한 모임 덕분에 좀 더 이성적이며 건강한 하루를 만들기에 충분한, 모든 준비들이 되어 있다고 생각했었으니까. 하나 이 마음을 오래 지켜내지는 못했다. 길을 가다가 마치 보이지 않은 바닥의 커다란 돌부리에 걸려서 나도 모르게 넘어지듯, 결국 아픈 시간을 지내야 했다. 아픈 것이 굳이 불행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반대로 행복하지는 않았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 그리고 일상은 원래 그러하다는 것을.

이번 주 일주일, 양육 도움을 자청해 주신 그녀의 마음을 거절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을까. 친정엄마얕은 대화를 주고받다 불현듯 깊어진 감정의 골은, 끝내 우리를 빗겨 나가지 못했다. 아이들은 태연하게 할머니에게 인사를 건넸다. 현관문이 닫혔고 나는 슬픔이 금방이라도 밀려오는 걸 겨우 막고 있었다. 그때였다. 톡이 들어왔다. 공항에 도착했다는 그의 메시지였다.



공항버스를 타고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캐리어를 두자마자 식사를 마치고 바로 나가본다던 그였다. 결국 나는 눈물을 터트리며 여러 상황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미안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또 나는 참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갑 고객들은 휴일이든 주말이든 저녁 10시든 사람을 이골이 날 정도로 불러 낸다. 겉으로만 휘황찬란한 대기업이면 다인가 싶다. 상생이라는 건 없다. 권력과 돈 앞에는..



다시 혼자 남겨진 채 아이를 보고 있던 도중에, 거친 행동과 잦은 생떼를 쓰는 둘째를 기어코 참지 못한 채 울분을 토해냈다. 아이 옆에 있던 악어 인형을 집어던지며 내 허벅지를 꼬집는 시간을 거쳐, 이 어처구니없이 극악무도해진 괴물로 또다시 변해버린 사태 수습(?)을 한 뒤, 제정신으로 돌아와 다시 아이들을 돌보며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남겨진 건 새빨간 토끼눈, 그리고 천사와 같은 모습으로 잠든 아이들 뿐이었다. 그렇게 오월의 하루가 금세 지나갔다. 메이데이, 육아 근로의 쉼은 허락되지 않는다. 언제나처럼.



매일 연신 뜨고 지는 것을 반복하는 태양과 닮았다.... 우리들은.





화사하게 웃는 모습으로 비치는 나는, 사실 철저히 고군분투 중임을 안다.

내면의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어내려 마음은 언제나 요란스럽다. 그러다 핀트에 어긋나고 감정이 달아오르는 한 순간을 참지 못하면, 결국 가까운 관계들에게 엉뚱하게도 그 마음이 튕겨 나가 버리기 일쑤다. 고작 내뱉은 나의 어처구니없는 날카로운 비수들이 그를, 그리고 그녀를, 나의 아이들을 얼마나 아프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나는 나를 자책하며 얼마나 또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하고 사는가.



사랑을 주는 것에도 모자랄 시간인데 말이다.

오월의 하루가 지나고 이틀로 되어 버린 새벽녘, 잠이 오지 않아서 드라마나 보자 싶었다. 눈에 들어온 한 편의 제목에서 리모컨 키를 중지시켰다. '눈이 부시게'였다. 잠시 핸드폰 검색을 해 보니 이미 온라인 기사에서 김혜자 선생님의 인터뷰를 읽었다. 동시에 어제. 백상 예술 대상에서도 그녀가 수상소감을 통해서, 이 문장들은 반복해서 세상에 전파되었고 결국 나에게로 깊숙히 밖혔다. 감사하게도.. 나는 드라마 대신 이 글을 읽으며 끝내 참았던 오월 하루의 눈물을 그렇게 흘리며 한 달 시작을 흘러가본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큼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한 가지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아침 이슬이 차가워서 아픔이더라도, 그 이슬 덕분에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거라면.. 기꺼이..맞이할 수 있을테다.



사람과 사람 간의 진정성은 도대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가.

닿기는 한 걸까. 인내심은 어떠한가. 얼마나 마음 챙김을 해야 그리고 얼마나 '어른'으로 여물어야,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가야 눈물은 그치는 것인가. 뭐 이런 잡다하고 쓸모없는 여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나는 두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마지막 문장을 따라.. 말했다.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오늘을 살겠습니다.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나는 그럴 자격이 있는, 그리고 나의 당신도 그럴 자격이 있는 귀한 사람들입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누군가의 엄마이고, 누이이고, 딸이고, 그리고...



여전히 서로를 외면하지 않은, 그렇게 사랑을 포기하지 않은 나, 그리고 당신에게

오월의 시작이 아픔이더라도, 이 시간 또한 찬란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안개가 영원하지 않듯, 희미한 것도 곧 선명해질 날을 기다린다. 기다리면 결국 보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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