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븐 Jul 19. 2017

Intro) 다시 시작합니다. 습작노트

엄마가 된 내가 다시 글을 쓰는 이유

엄마의 습작노트 

  과거의 나도 나이고, 현재의 나도 나이며 미래의 나도 나임에도 불구하고그 과거를 부정하고 현재에 슬퍼하며 미래를 생각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소위 바닥까지 쳐본 인생이라며, 더 이상 내일은 없을 거라며 울며 지냈던 부끄러운 지난 몇 년. 나는 '나라는 여자'를 꽤 잘 알고 있다 생각했으나 그것도 순진무구한 나의 착각이었다. 그러나 단 하나 분명히 아는 건, 어제도 썼고 오늘도 쓰고 있으며 내일도 아마 (큰 이변이 없는 한) 쓸 예정이라는 사실이다.  


살아내는 오늘, 그 오늘을 씁니다.  

  뭐가 그렇게 힘겨웠길래 '살아낼 용기'라는 단어까지 거창하게 써야 하니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저 되묻고 싶다. 그럼 반대로 어떤 표현을 써야 적절한걸까요 라고- (이 나이에 참 부끄럽게도 사춘기인가 보다) 


  어쩌면 지금처럼. 나의 ‘글쓰기’ 가 일상의 삶에서 어떻게 작고 큰 위로가 되었고, 또 때론 스스로채찍질도 해 줬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역할극 – 여자직장인, 워킹맘, 엄마, 아내, 딸, 며느리, 누나, 친구, 선배 등등 – 속에서 어떻게 ‘오늘’ 24시간이라는 일상들 속에서 나를 붙잡고 온전히 살아낼 수 있는 용기를 주었는지, 습작노트 속에서 고백해 보고자 한다. 


나라는 여자 

  우선 잠깐 나라는 여자가 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잠시 소개해야 될 것 같은 의무감(?) 이 들어서 몇 자 적어 본다. 글자라는 걸 인식하기 시작했을 때 부터 그냥 책이 사람보다 좀 더 편했고, 좋았고, 개인 취향의 책을 한번 파고 들기 시작하면 몇 번이고 되집어 보며 일기에 필사해 보는 그런 나름의 독한년(?) 이었다. 일기라는 나만의 개인 사유물 또한, 몇 십 년간 써 내려왔으니. 이 정도면 '덕후' 의 레벨까진 아니더라도 (언젠가 들고도 싶다. 맘대로 휘갈기기 덕후) 꽤 글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여자 쯤으로 취급받을 수도 있을 듯 하다.


새벽 세시, 순간의 단상과 글쓰기 

  사실 어느 날부터인가 새벽 세시에 저절로 눈이 떠지는 생활을 반복했다. 결혼 후 유산이라는 (요즘은 자연스럽다고는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두 번 겪고 나니, 내게 생긴 일종의 불면증 같은 습관일지 모르겠다.

은밀한 나만의 밤시간인 새벽 세시. 잠시 동안 숨을 고른 후 떠오르는 단어들을 머릿속에서 정제한 후 나는 다시 잠을 청한다. 몇 시간을 선잠을 자고 난 이후 새벽 다섯 시가 되면 나의 24시간은 또 다시 시작 된다. 그리고 몇 시간 전에 생각했던 단어들을 한 두 문장으로 포스트잇에 적고 냉장고에 붙이면서, 마치 그 날 하루의 내 느낌 혹은 그 날의 캐치 프레이즈 같은 일종의 스스로 거는 자기 주문을 걸곤 한다. (참 취향 한번 독특하다) 


새벽이 특별했던 이유 

  특별할 게 마땅히 없었던 새벽일지 모르지만, 사실 엄마라는 타이틀을 달고난 지 약 2년 채 되지 않은 나날들의 새벽 시간은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아니 특별함 이전에 하루를 시작하는 비장함이 더 앞설지 모르겠다. 

  엄마 그리고 워킹맘이 된 이후의 나의 글쓰기 습작노트에는 부단히도, 있는 시간 없는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어서 읽은 문장 중 마음에 와 닿는 것들을 필사해내기도 하고, 생각나는 몇 가지 순간의 단어들과 감정들을 꽤 성숙한 문장으로 정성스럽게 가다듬어 보기도 했다. 왜? 사실 그게 중요하다. 난 왜 그래야 했을까.


 

다양한 역할극 속에 삭막했던 나와 대면했을 때

  삭막하게 메말라 가는 나의 어두운 내면을 고백하는 문장들은 아마도 내가 쌍둥이 엄마가 되고 난 이후 6개월을 치열하게 산 이후에 나타난 나름의 결과물(?)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이 포기할 수 있는 1차원적인 욕구들 (가령 의식주) 을 모두 처참히 박탈 당한채 (표현이 좀 거칠지만 진심이었다. 못 먹고 못 싸고 못 입고 못 읽었다. 읽고 쓰는건 당시 1명도 아닌 2명 다태아 쌍둥이 엄마인 나에겐 사치였으니깐) 그렇게 하루하루 버텨내며 지냈다. 그 시절의 구석구석 남겨진 메모들은 그 때의 나를 대변해 주고 있다.


  육아라는 다른 세상과 만났을 때도 그랬지만 사실 현재는 직장 생활 나름 10년차가 되어 가지만 (그것도 한 회사에서만-정말 독종이다) 그 이전 여자 직장인 잔혹사 7년차가 되던 어느날, 나는 퇴사와 이혼을 동시에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던 일련의 사건들과, 설상가상으로 기적처럼 다시 다가온 쌍둥이를 만나기까지. 그리고 엄마라는 역할이 주어져서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쥐어졌을 때. 그뿐인가. 대한민국 직장인 혹은 어느사람 부류에도 쉽게 끼지 못하는 존경해야 마땅한, 그러나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사람들. ‘워킹맘’이라는 수식어까지. 뭐가 이렇게 많을까. 버겁다. 다 내려놓고 싶다. 책상위에 놓인 읽고 싶어도 읽지 못했던 그 때의 어린왕자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어서, 그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었던 시절들이었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었으니깐.



  그러나 그 내려놓음을 나는 나만의 '습작노트' 속에서 시행해 보기로 했다. 때론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하고, 또 때론 지긋지긋해서 다 떄려 치고 싶었던 모든 일상은 하나의 글감이 되어 나라는 한 권의 책이 오늘도 버젓이 써 내려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래서 나는 나의 습작 노트에 오늘도 나를 내려놓고 있다.


글을 쓰는 진짜 이유

  우리는 삶의 여정에서 수많은 장애물을 만난다. 연인에게서 갑작스레 이별 통보를 받기도 하고, 학교에서 혹은 직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다투기도 하며, 하루 아침에 갑자기 직장을 잃기도 한다. 또, 생명이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기도 하고, 혹은 배우자나 자식과 뜻하지 않는 이별을 하는 등 육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시련을 겪기도 한다. 나 또한 결혼 전 아니 결혼 후에매년 생긴 작고 큰 사건들을 대할 때 마다 생각했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나는지. 이런 일들을 어떻게 납득하고 슬기롭게 대처해야 하는 건지, 아니 대처할 방법이 있기는 한 건지 말이다. 


  몸이 아프면 이렇게 병원으로 달려가지만 마음이 아플 때는 어디로 달려가야 하는 걸까. 내 마음이 무너졌었던 지난 몇 년들이었다. 그럼에도 지금 이렇게 오늘을 살아가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글쓰기’ 였다. 


  마음 깊숙이 파고든 나의 내면의 고통과 마주했을 때

  글쓰기는 내게 일상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그나마 조금씩 극복하고, 덩달아 때때로 찾아오는 상상 속의 기쁨과 활력이 넘치는 장면들이 현실로 이끌어 당겨졌을 때, 조금씩 마음을 스스로 단단하게 만들어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또 다른 시간들로 한 발자국씩 나아가게 할 수 있었던 단 하나의 도구이자 도피처였던 것 같다. 


마음속 단어들이 자연스레 흘러나오도록 

  글을 쓰겠다는 마음으로 막상 자세를 잡지만, 내 스스로가 고통스럽고 힘든 상태에서– 그것도 심신 모두 - 쓰다 보면 편안하게 글을 써 내려가기란 절대 쉽지 않다. 예전에 육아 일기를 새벽에 써 내려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 흘리며 쓴 (썼다기 보단 그저 휘갈겨 내려갔다는 표현이 맞을 지 모르는) 문장들속에는 그 자체로 어둡다. 반대로 시간이 흐르고 아기들만 바라보며 갇혀 지나다가 회사에 복직하고 다시예전의 밝았던 나로 돌아가고자 부단히 노력했던 시간에 써 내려간 문장을 읽어보면 이상하게 두근거리는 설렘이 담겨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어쩌면 글은 대단한 무언가를 적기 위함이 아닐지 모른다. 나. 그리고 당신의 인생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것에대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를 기록하는 것. 단지 그냥 마음속에 있는 단어들이 흘러나오는 대로 내버려둬도꽤 괜찮은 자연스러운 문장들이 저절로 흘러 나온다고 믿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음식을 먹고, 여러 곳을 여행하고, 매일 밤 꿈을 꾼다. 내게 이 모든 경험의 시간들은 살아있는 소중한양념이고 재료가 된다. 어찌 보면 내게 ‘글쓰기’라는 소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겪고 있는 혹은 과거에겪었던 일을 그냥 자연스럽게 적어 내려가며 또 다른 나를 발견해 나가는 여행 자체가 아닐까. 


당신도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여행 ‘글쓰기’ 

  지금까지 먹어본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던 것은 무엇이며, 어디서 누구와함께 먹었는지 그리고 여행지에서 겪었던 이야기, 아니면 가보고 싶은 곳을 써봐도 좋다. 어젯밤 꿈속에서 겪은 일을 아침에 일어나 써도 좋다. 자신의 일상적인이야기를 마음속 밑바닥까지 내려가 남김없이 적다 보면 잊었던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내가그랬던 것처럼. 바닥까지 튕겨져 나와 더 이상 살 이유를 도통 찾을 수 없는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단 하나 주어진 산소호흡기를 만난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겪을 수 있는 모든 여타의 사건들이 만약 순리에 따라 정해진 속도로 일어나는 것이라면, 나는 오늘 그 삶의 속도를 기록해 보고 싶다. 그리고 되도록 부드럽게 기록되기를 소망한다. 오늘의 내 삶의 속도가 예민하고 날카로웠던 적도 있었겠지만, 예전보다 조금은 더 부드럽고 유순하게 흘러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내가 중요하니깐 오늘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다 소중하고 중요해요 



제 다이어리속에 반복되는 문구들을 공유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매거진을 시작합니다.

Do you, Be you, Love yourself & Live your life.
May the Joy be with you. Thank you. from  Heaven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습작노트)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