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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Jul 19. 2017

1. '여기, HEAVEN' 공간의 시작

나의 루프탑 시공일기, 하나

체계적인 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그저 시간이 흐르는 순서 그대로 '오늘'들을 흘러가 보면서 스스로 구상한 루프탑이 어떤 계기로 마음에서 시작이 되었고, 그 마음이 상상으로 흘러 현실로 끌어 당겨서 이루어지기까지의 일련의 작고 큰 이벤트/사건들에 대한 '루프탑 시공일기'가 될 것으로 예상 된다. 혹여나 이 글을 읽어내려가심에 지루하거나 불편하신 분들은 과감히 눈을 지그시 감고 SKIP 해 주심을 추천해 보며-


몇 년의 기다림, 그리고 시작

  4년전, 2013년의 더위가 한창이었을 이맘때쯤. 나는 솔직한 공간이 필요했었다. 생전 모르는 타인을 만나게 되어도 참으로 편안한 곳. 진솔하게 나의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는 공간. 내 마음이 처참히 발가벗겨졌어도 충분히 가만있는 것만으로도 치유될 수 있는 작은 공간. 단 몇 평이어도 좋았다. 제법 사회생활이 차기 시작했을 즈음, 그리고 결혼생활도 나름의 스펙타클한 이벤트들의 연속으로 정점을 찍어 올라가고 있을 그즈음 쯤이라고 해두자. 당시의 나에게 그런 아지트 같은 장소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사치를 꿈꿨던 지난 과거들이 있었다.


외롭지 않게 울기 적당한 방이 필요했다. 

  처음엔 공간이 아니라 ‘방’을 생각했었다. 아이러니하나 꽤 외롭지 않게 울기 좋은 방, 혼자 멍때리며 아무거나 생각해도 욕먹지 않을만한 방, 혼자 남겨져도 외롭지 않은 그런 방 말이다. 그럼에도 방이란 공간은 사방이 막혀있는 곳이기에 – 심지어 천장조차 벽으로 막혀 있는 – 그래서 어딘지 모를 답답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막연히 생각해 낸 우리 집의 또 다른 곳, 옥상. 그때부터 옥상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상상을 일삼아 왔을 지 모른다.   


  아주 가까운 가족들 외에는, 그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은 채 나는 밥벌이와 집순이 생활을 반복했었다. 미친듯한 일정에 쫒긴 채 하루 24시간이면 20시간을 일에만 몰두했던, 그리고 주말이면 집에서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책을 읽고 글만 쓰며 지냈던 날들. 그러나 꽤 괜찮았다. 아픈 마음은 그렇게 홀로 남겨졌을 때 비로소 조금씩 치유 되는 것 같았으니깐. 그러나 그 치유의 장소가 ‘방’이라는 공간이라 항상 약간의 아쉬움이 마음에 남아 있었다.   


탁 트인 옥상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하루에 한번쯤, 하늘을 쳐다보며 사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싶다. 참 쉬운 행동이지만 나조차도 일상에서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으니깐. 그래서였을까. 허허벌판인 채 꾸밈을 받지 못하고 그저 우레탄 바닥 방수만 겨우 해 놓은 우리집 옥상이 나와 같은 처지 같았고, 그래서 올라가 볼 때 마다 슬프고 쓸쓸했었다.   


  왜인지 영문은 알지 못하겠으나, 나는 그 시절 즈음부터 내가 가는 곳곳의 모든 장소들을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삐뚤어 보기 시작했다. 집 구석 구석, 회사의 사무실과 오픈 공간의 여기저기, 점심을 먹고 잠시 산책 하는 빌딩 숲의 이곳 저곳의 건물들, 차 한잔 하기 위해 찾아간 카페와 식사 장소의 모든 인테리어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건물들. 그냥 지나치는 게 아니라 그것들의 동선, 외장재, 내장 소재들과 하다못해 공간에 비치된 작은 소품들 하나하나에 이상하게 눈길이 갔다. 하다못해 만져보기도 하고 스스로 손가락을 가리켜 이곳저곳 저렇게 배치하면 어떨까 그려보기도 했던 남들이 보면 소위 또라이 같았을 기이한 행동들.


  그러나 내겐 그게 당시의 일상이었다. 그 건축물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궁금했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연의 사람들인지, 행복한지 불행한지, 갖은 오지랖을 다 떨었던 것 같다. 그리고 비교했었다 (바보같이도) 우리집 옥상은 어떨까라고. 보이는 모든 공간에는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믿었으니깐. 그리고 내 눈에 보이는 옥상은 그냥 마감 처리 덜 된 허허벌판 옥상이 아니었다. 마음에서는 이미 '여기 HEAVEN' 루프탑이 조금씩 그려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중에야 알것도 같다. 내가 행한 이 모든 일련의 행동들이 멋쩍고 부끄러운 수준임에는 분명하지만 일종의 자체 ‘공간브랜딩’을 해 나가고 있었다는 것을.  


"HERE, HEAVEN" 이름의 탄생

  ‘여기,HEAVEN’이라는 이름이 퍼뜩 생각났었다. '나 여기 있어요. 헤븐 여기 있다고'라고 외치고 싶은 내 밑바닥에 깔린 욕망 때문일까. 훗날의 나의 또 다른 일터(?)이자 작업실이며, 또한 어느날 불현듯 모일 수 있는 우리들의 휴식공간이고 또 나의 소중한 쌍둥이들과 오늘 하루를 더욱 충만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놀이공간의 ‘베타 테스트 버전’ 정도라고 잠시 정의해 둔다. (루프탑 시공을 시작으로 경험이 쌓이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두 번째 단독주택 및 협소주택 리모델링을 해 나갈 작정이니깐)

 

6월 21일 북바이북에서 공간브랜딩과 만나다.

  6월의 중순이 지나갈 무렵, 나는 공간브랜딩 강의가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강의 하루 전 날. 그 소식을 처음 알게 되자마자 무작정 무엇에 이끌린 듯 신청을 했고, 그때부터 제멋대로 나의 심장이 무언의 대상을 향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그건 마치 오래 기다렸던 어떤 반가운 소식을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어느날 불쑥 찾아왔을 때 그 설렘과 비슷하다. 몇 년을 준비한 대학 입시의 원하는 학과에 합격소식이나 혹은 짝사랑이자 첫사랑의 상대방에게서 불쑥 고백을 받게 된 순간과 같은 느낌이라고 해 두자.   


  하루 정도는 미안함도 잠시 접은 채 아기들을 친정 엄마에게 맡기고, 나는 어린이집에서 쌍둥이들 하원만 시키고 난 이후 다시 집에서 판교로 가는 버스를 타고 북바이북에 도착했다. 북바이북은 일종의 ‘술먹는 책방’ 그리고 ‘강의와 이야기가 있는 책방’이라는 컨텐츠로 서점을 브랜딩 해 나가고 있었던, 사실 이미 1호점인 상암점의 원데이 클래스에 참석해 본 이력이 있었던 터라 왠지 익숙했지만, 최근에 오픈한 판교점은 또 다른 공간임에 분명했고, 사실 온라인을 통해 소식을 접하면서 그곳은 더 새롭게 각색된 듯한 느낌을 받았기에 더욱 기대에 부풀어서 찾아갔다.   


  활짝 열린 유리문을 들어가면 양쪽의 입체적으로 진열되어 있는 서가를 지나서 대형 스크린이 보인다. 그리고 중간에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또 서로 나눌 수 있는 오픈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서점이라기 보다는 작은 카페 같은, 그러나 카페라고 하기엔 어딘지 이질적인 그런 ‘신박한 공간’ 정도로 감히 표현해 본다. 그리고 그런 신박한 공간에서 드디어 문도호제의 임 대표님과 쿼츠랩의 서 실장님과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약 1시간 30분 정도를 건축 프로젝트의 이야기들과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강의가 끝난 이후 쇄도하는 질문들 틈에 귀가 시간이 여의치 않아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그러나 명함 한 장을 건네며 강렬한 인사 한마디를 건넸다. 그게 나의 첫 ‘여기 HEAVEN을 위한 움직임 정도라고 해 두자.   


  “안녕하세요 대표님, 실장님. 곧 여러분과 함께 루프탑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싶은 미래의 클라이언트 입니다. 메일 보내드릴 테니 꼭 검토해 주셨으면 합니다”  


여기 HEAVEN의 시작   

  마음에서 하고자 하는 게 있으나 그게 마음 안에서만 있다면 그건 상상에 그친다. 그러나 아주 작은 움직임이라도 좋으니 그 마음속의 바라는 장면을 현실로 끌어 당기기 위한 작은 시도들을 시작해 나가는 순간, 비로소 그 바라는 장면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현실 앞에서 다시 나와 마주할 수 있다는 걸 나는 믿는다. (최소한 지금까지 살아본 결과, 난 이 진리를 믿고 또 실천해 내고 있다) 


스튜디오지브리도 처음엔 모두 상상속 스케치에서 시작됬을 테니깐



  루프탑을 만들기로 마음 먹었고, 그 마음이 무의식의 나를 행동하게 만들어서 공간 브랜딩 강의를 듣게 되었고, 그곳에서 만난 건축 기획사 대표님과 만났고, 그분과 드디어 연결이 되어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 시간들. 그리고 이 시작점들의 끝에는 ‘나의, 너의 우리들이 루프탑’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단독주택 단지에 위치한 서류상 2가구로 세대 분리된 다세대 건물이다. 지하와 옥상을 가지고 있고 주차 공간을 보유한 2층이나 3층 수준의 높이를 가진 건물. 신혼이었을 때 아예 땅을 사서 집을 지어버린 대단하고 위험하며 무모한 도전을 일삼았던 고집쟁이 신랑 덕분에, 여러 난관과 장애물이 많았지만 그 과거의 시간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기에 꽤 이제는 긍정의 시선으로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사랑하고 있는 편이다. 사실은 아직도 연습 중이다. 여자의 시선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방의 구조와 동선, 인테리어들이 제멋대로 중구난방으로 시작했으니깐 (물론 조금씩 아직도 손을 보고 있는 실정이다. 아주 조금씩) 그래서 그 덕분에 공간과 건축물,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저절로 체득되어 지니, 어찌 보면 루프탑이라도 훗날의 우리들의 두 번째 단독주택 –이번에는 진심 통 단독의 건물주가 되는 것으로- 을 위해 멋지게 일단 완성시켜서 경험을, 그리고 공간 브랜딩을 해 나가는 실험적인 모험을 해 나가보자고 생각하게 된 계기기도 하다.   


  브랜딩 강의 이후에 나는 루프탑이 어떤 공간이 되어 어떤 사람들과 어떤 컨텐츠들로 채워 나갈 예정이라는 걸 설명하는 메일을 보냈다.   


‘제멋대로 입니다만 루프탑의 공간 이름은 ‘여기 HEAVEN’ 입니다. 단차가 있는 약 18평 수준의 공간인데 한쪽에서는 대형 스크린 혹은 긴 테이블 공간을 중심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소규모 커뮤니티 공간이 될 수 있고요. 또 한 곳에는 좌식 정원 같은 느낌으로 해먹 혹은 흔들 그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편할 쉼터의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천장은 뚫려 있기 때문에 비나 눈을 가릴 수 있게 천막 혹은 막혀져 있음 좋을 것 같고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진심 유치하고 어린아이 적인 상상이자 원하는 요구사항을 혼자만 고백해 버린 수준의 메일이 됬었을 지 모른다. (글로 다시 그때를 생각하며 적는 지금 이 순간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메일을 보내고 약 3일 후 7월이 다되갈 어느 무렵에 문도호제 대표님이 카톡으로 회신을 주셨다.

  

‘해외 출장중이니 복귀 하는 대로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후부터 약 2주 후 드디어 문도호제와 첫 미팅을 가지게 되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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