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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Jul 08. 2019

묻고 싶던 말들

다가가지 못한 채, 부유하는 목소리를 남기며. 

Broken but I cannot leave    망가졌지만, 난 떠날 수가 없어

So I'll be standing at the gates   그러니 난 문 앞에서 지키고 있을게

Heaven is a lonely place   천국은 참 외로운 곳이야..


- Heaven - 





'다가오는 말들' 이 되도록 친절하고 상냥하기를. 

요즘은 간절히 바라며 산다. 누구나 그러하듯. 나 또한 그 '누구나'에 속한, 그저 평범한 하루를 되도록 잘 보내려는 인간이지만. 요즘은 그 바람들이 잘 지켜지지 않은 것 같아서 허튼 감정에 매몰되지 않으려 여러 가지의 돌파구를 찾는 중이다. 하나.... 쉽지 않은 건 이렇게 회색 기억들이 다시금 나를 덮쳐내는 순간과 마주할 때다. 그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들은 이 정도 수준이겠다.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애써 텍스트로 처절하게 토해내는 것. 그러면서 이런 볼멘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을 자책하며 동시에 끌어안는 시간을 갖는다. 



어깨가 아파 귀가하신 모친의 뒤를 이어 주신 건 시부모님들이셨다. 

잡힌 약속이 없었다면 (지키고 싶었던 '약속'을 '포기'하지 않은 나도 결국 모든 사단의 시발점임을 알고 있으나) 아마 굳이 오시라 하지 않았을 테지만, 귀한 손주들 보살핌에 도움을 주시려 오신 분들께 협업에 대한 최선의 감사함을 지니려 했던 나는, 시부님의 '걱정 담긴 발언'에 결국 흔들리고 말았다. 몹시도 저리고 아픔은 여전한 통증으로 남는다. 아들 둘 키우면 더 강해진다던데 어찌 나는 역행하는가 싶어서 이 우스운 꼴에 자책을 해내 보기도 한다. 



스스로를 향한 '믿음'에 균열이 생길 때

동시에 균열에 반발하듯, 그가 건네는 비수 같은 말들을 조용히 듣고 있으면서도 마음에선 어떤 용솟음치는 목소리를 애써 참아내야 했다. 둥둥 떠다니는 부유하는 목소리는 텍스트로 뻗어 나온다. 결국 그리하고 마는 나를, 나는.. 막지 못한다.




밀려 들어오는 파도를 저 멀리서 바라보는 것 마냥 남기는 시간이 유일한 돌파구라면... 




1. 읽고 쓰는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그토록 양육의 도리를 다하는 여자의 책무에 어긋나고 무쓸모 한 비루한 것이니 포기하는 게 당신 말씀처럼 "당연" 합니까.



2. 양육을 포함한 보육 교육 훈육 등등의 소위 적정 수준까지의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 같은, 이 일생의 과업과 책임이 도대체 왜 당신께서 일컫는 "엄마"에게만 짊어져야 하는 숙제입니까.



3. 타지에서 고생하느라 안타깝고 불쌍하다 하신, 그의 일은 허락되는 중요한 일이며, 반대로 현업 외의 것들은 - 소위 꿈 "따위"..라고 하셨습니다만 -당신 귀한 아들 손주들의 미래를 위해, 모두의 화평을 위해 정녕 포기해야 마땅한 것입니까.  



4. 소위 밥벌이의 금액이 비교적 낮은 쪽이 언제나 수그려야 합니까. 오버 발언 곁들이자면 실로 대한민국의 저임금 노동비율의 일정 수준 이상이 여성에게 부여되는 노동현장시스템을 제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만. 경력단절. 가사부담. 워킹맘 과로사 등등 표면적으로 드러나기 애매하지요. 이런 사안에 관심과 문제의식이 거의 없으시다면 말입니다. 



5. '말라비틀어져서 젓가락이 걷는 것 같다'라고 체력 걱정을 초반에 하시면서 운을 떼셨지만, 차라리 그 말씀 이전에 그 '젓가락' 이 좋아하는 성심당 튀김소보로 한 개를 건네며  혼내주셨다면 도리어 죄송했을 텐데 말입니다. 지갑 여시는 거... 늘 힘드시고 저는 미운 놈 떡 하나 주는 형편도 당초 못 되었죠.. 용돈 많이 못 드려 늘 죄송합니다. 



며느리 저질체력 서사의 저의는 결국 그건 당신의 본가를 떠나 손주"뒷수발"하러 모든 일상 라이프가 깨짐에 힘들다 하시었지만 (서예, 독서. 기타 소일거리 농사 등등) 그럼 반대로 친정은..... 횟수로 따지자면 더 많은 보조를 받는대도.. 별 말 없으신 우리 아버지는 입이 없어지셨나 봅니다... 제가 못난 딸. 네. 맞습니다. 다둥이 저 혼자 낳았나 봅니다.



드라이 플라워라고 해도 '플라워' 가 변하는 건 아니다. 꽃은 꽃이다.. 보이기만 그러할 뿐. 



6. 제 뚜껑을 기어코 열게 만드시어 이 글을 쓰게 만든 결정적 한방은 이것이었습니다. "아이 수준 비교"

그 친척인지 뉘신지 여하튼 외벌이 아이 한 명 전업주부님은 영어 조기교육 파주 영어마을 트니트니? 문화센터 교육에 뻑하면 해외여행 등등 등등 그 집 아이의 조기교육 운운하며 다섯 살에 영어 한다고, 즤집 쌍둥이들을 "불쌍하다" "재미없게 키운다" 하셨습니까.... 즤집 둥이들, 제가 보기엔 언어 천재입니다. (고슴도치 맘) 만드는 문장의 수준이 저를 뛰어넘고 있으며 앞뒤 맥락이 '퍼펙트' 할 때가 많습니다. 



7. 아이 동반 해외여행... 실로 이게 '교육의 정답 같은 재미' 라면. 외국물서 노나, 국산 물서 노나, 엄빠랑 같이 교감하는 장소가 그리도 중요합니까... 왜 외국서 못 놀아 안달인 사람들이 삶의 재미를 추구하는 정답인 듯 말하십니까.



막말로 한 명 비행기 태우는 짐과 기타 수고스러움이, 활동력 만렙 일찌감치 넘어간 사내 다둥이와 비교 대상의 페어플레이가 됩니까. 더군다나. 네. 그 여행 저도 진심 가고 싶습니다만 당신의 그 아드님 얼굴조차 쉬이 볼 수 없는 요즘의 환경을 왜 개인 한 명에게만 역정 내며 말씀하십니까.



8. 조기교육... 어릴 때 쏼라쏼라가 어른 때도 이어지는 게 어느 정도 맞다 해도, 저는 영어를 그리도 가르치고 싶어서 아이 사교육에 목매다는 양육자, 돈 졸라 꼴아밖는 부모로 사는 것은 애초에 제 교육관으론 될 수도, 되고 싶지도 않기에... 이건 죄송할 따름입니다.



다만 즤집 남동생이 조기교육이고 나발이고 영어 불능자인 줄만 알았는데 본인의지 끈기 열정으로 결국 교수 자리 하나 마련해서 잘 먹고 잘 살더라고요. 참고로 석박사 논문이 죄다 영어더군요. 공대생들 불쌍한데 또 실로 대단 존경 영문과 출신인 제 학사논문이 가소로워서 부끄러웠습니다. 공부가 졸라 힘들어 보였지만. 결국 될 놈은 되고 할 놈은 그냥 "스스로" 합니다.. 곁에선 부스터만 좀 해줄 뿐.



저는 그 부스터를... 네. 바라시는 그 조기 영어사교육비 올인할 생각 추어도 없고 더군다나 아드님 월급 어떻게 벌어 들이는지 모르시지 않다면 오히려 '검소' 하게 '돈 관리' 하려 하는 이를 칭찬하시기를 바라는 제 마음을 이번 생에는 진작에 포기해야 될 것 같습니다. 애석하게도 그 영어 교육 조기에 잘 못 받는 저희 아이들의 엄마는 차라리 경제교육 졸빡시게 시켜 "생산자로 자본주의 시대 이겨내기" 커리큘럼을 직접 하고자 하니, 타인이 만든 그 훌륭하신 영유 영어교육 기타 영어 영어 영어.... 여기 대한민국 국어 하나 잘하기도 힘든 나라라는 걸 저는 기억하고 삽니다. 그래서 국어를 더 잘하려 합니다. 영어 보다. 



7. 그토록 바라시는 그 '여인상'. 후보가 계시면 친히 제 자리.. 반납하겠습니다. 저는 미련도 아쉬움도 없어요. 다만. 아이들. 혼자 낳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이도 이젠 측은지심 하게 여기어 성심껏 사랑을 표현하는 여자입니다만, 아버님이 바라시는 그 여인상이 또 못 되는지라. 반납을 요하시면 적극 고려합니다...



수면 위로 자꾸 올라오는 감정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경험 설계' 의 '순간의 힘' 을 만들어 내야 한다.. 





마음에서 용솟음친 이 목소리는. 

끝끝내 소용돌이칠 뿐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하지도 않았다. 나는. 아팠기에.... 목도. 마음도. 그리고 그 모든 시부님의 발언을 그저 말없이 듣고만 계셨던, 같은 여자인 시모님이 유난히 신경 쓰이고 어떤 면에서는 슬펐기에. 



한창 자라나는 쌍둥이 아들들의 만렙 찍기 일쑤인 폭풍 액티비티와 끝없이 주고받는 대화에 한 땀 한 땀 반응하느라 데시벨 올리고 침 튀겨가며 맞장구쳐주느라 맛이 간 목 상태라는 점과, 결국 보나 마나 질 싸움(?)이 뻔했기에. 나는 다만 웃으며 몇 마디를 건네드렸다. 



고맙다고.. 

'걱정'에 최소이자 진실된 감사를 표시하면서도 그 진실 근저에 깔린, 당신께 "피해" 안 끼치도록 노력이라는 것을 좀 더 해 보겠다고. 앞으론 되도록 '혼자' 더 열심히 해 보겠다고 뚫린 입에 말은 내뱉어졌다. 



그럼에도 무언의 의식에선 믿고 또 바란다. 

'사랑'의 또 다른 형태일 것이라고. 서로가 주고받는 말과 상처와 어떤 마음들의 틀어짐은 근저에 모두 서로를 위하는 얽히고설킨 '사랑' 이 숨어 있다고. 그러하니 나는 그 '사랑'에 의심은 하지 말 것이며, 다만...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내가 지켜내야 하는 존재들'만' 생각하며 조금 더 힘이라는 것을 내 볼 것이라고 말이다. 



외롭지만, '천국' 은 원래 외로운 곳으로 변하기도 한다는 어떤 목소리에 작은 위안을 삼으며. 

그 외로움을 감당해 내는 요즘, 묻고 싶던 말들 끝에 다가오는 어떤 상냥한 목소리를 여전히 기대하며 그 상냥의 주인공이 되어보기로도 마음을.. 먹는다. 그렇게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천국은, 그토록 아름다울 테지만, 보이지 않게 또 외로운 곳이기도 할 거야... 그게 순리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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