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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Jul 12. 2019

죽음을 들춰 오늘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우리와 똑같이 한때의 시간을 살았던 과거의 사람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보내는 사랑의 표현입니다. 


-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유물을 통해 죽어 있는 과거에 새로운 삶을 부여하는 사람. 

무덤 속 죽음을 들춰내는 시간을 거듭하며 비로소 오늘을 사는 사람.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건 프롤로그에서 에필로그까지, 한 사람의 수첩에 기록되어 있었다던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감정적인 기록들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섬세한 생각... 을 가진 사람 같아서. 그래서 의외로 어려울 법한 책의 제목이었지만, 무색할 정도로 단숨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띠지에서 볼 수 있는 저자의 해맑은 소년 같은 미소는,  너무나도 순수해 보여서... 그만큼의 질투와 동시에 어떤 존경심마저 불러일으키고 만다. )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강인욱, 흐름출판, 2019.06.21. p.320



'고고학'을 '꿈' 꿨다 하는 이의 과거는, 현재가 되었다. 

저자는 '고고학자'로의 삶을 이어가며 그가 남긴 개인 수첩의 기록들에서 그가 삶을 바라보는, 사람을 대하는, 현상을 자신의 현재의 모습과 함께 그려내는 지극히 '개인적인 단상' 들을 남긴다. 한데 그의 생각이.... 왜 이리도 아름다운 건지. '아름답다'라는 형용사가 부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뭐랄까.. 산 자가 죽은 자의 시간을 다시 '회생' 시키는 그 시간들의 기록이 내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고귀했고 한 번 더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내게 만들어 주었음에 어떤 마음으로 '현재'를 살아야 하는지를.. 낮 뜨겁게 반성할 수 있기도 했다. 



"무덤은 깨지고 황금은 빼앗겼다. 수많은 무덤을 발굴하면서 이처럼 덧없는 인간의 욕망을 깨닫게 돼 곤 한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의 생에서 중요한 건 뭘까. 이 한 문장이 힌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다 공짜야 그걸 누릴 줄 알면 부자인 거야.""  



어쩌면 진짜 부자란... 지금의 발자취에, 누리는 것들에 감사하며 즐길 줄 아는 이들... 이 아닐까.




죽고 난 다음에 고고학자들은 다시 그들을 꺼내어 부활시킨다 한다. 

따라서 '생동감 있는 삶의 모습을 밝히기 위해서는 먼저 죽어야 하는 셈'이라고. '수많은 무덤에는 이 세계를 떠나는 사람에게 보내는 남은 사람들이 마음이 담겨 있다'라는 그의 마음을 읽어 내려가면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죽은 이들을 기리는 건 죽은 이가 아니라 산 자들이라는 것.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만들지는 못하는 우리들은,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 

영원한 것은 결국 없고 다만 그 영원을 '기념' 할 수는 있는 것... 그렇다면 결국 어떤 명작에서 이런 비슷한 말을 남긴 것 같다만.. 누군가의 기억 안에서 살아 있다면 그건 완벽히 죽은 것도 아니지 않을까 싶어서.... 왠지 모를 아련한 위로를 받기도 한다. 고고학 여행이라는 이 진부한 제목의 책에서 뜻밖의 위로를 받을 줄이야. 



화려한 것이 늘 성공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실패가 늘 끝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삶은 항상 성공한 채로 늘 실패한 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때문에 성공했다고 해서 자만할 것도 실패했다고 해서 낙담할 게 없다. 중요한 건 마음에 달려 있다. 




평범하지만 불변의 진실을 재확인하는 것. 개인의 노트는 이런 마음에서 시작된다. 진실... 

책은 말한다. '무덤은 죽은 자가 다시 태어나는 제2의 자궁과 같은 곳'이라고. 아이러니 하나 무덤이라는 존재는 어쩌면 산 자들로 하여금 다시 태어나게 만들 수 있는 곳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죽은 자가 산 자의 기억 안에서 다시 태어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아이러니한 공간.... 이 아닐까. 답은 없지만...




죽음 이후에 어떤 세계가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죽음은 말 그대로 끝을 의미하는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살아 있을 때 했던 여정의 몇 배나 더 긴 여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누구도 그에 대한 답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죽음은 어쩌면 '선물'인 것도 같다. 죽음이 말하는 것들을 매번 기억하고 산다면.... 덜 후회되는 행동들을 하며 지낼 텐데...



재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과정이 없다면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처럼, 저자는 말한다. 현재에 충실하는 것. 그것이 현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실천하기에도 유난히 쉽지 않기도 한 이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오늘... 나도 알 수 있을 것... 만 같다.  '내 안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여겨질 때 모든 것이 끝났다고 시작될 때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된다'라는 것을. 




살아가면서 경험한 행복한 기억은 동시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때에 대한 슬픈 기억이기도 하다. 타투는 고통스러운 행위이지만 그럼으로써 그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게 하기도 한다. 몸의 감촉과 정신의 기억이 함께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타투야말로 몸에 새기는 마음의 지도가 아닐까 싶다.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타투는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의 '시간' 들을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지우고 싶은 것 혹은 절대 지우고 싶지 않은 영원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각기 다른 의미들을 낳을 것이다. 그렇다면... 되도록 바란다. 오늘의 내 실수는, 나의 허튼소리들은, 그로 인해 누군가의 상처가 혹은 누군가의 기쁨이... 온전히 살아 있는 서로 간의 '기억'으로 아프면 아픈 대로, 고마우면 고마운 대로, 그렇게 마음에 남겨지기를... 그리하여 서로가 '죽음'에 이르기 전에 한 번쯤은 꺼내 볼 수 있는 '추억' 같은 것이기를. 엉뚱하지만 누군가의 기록을 남겨 두었다는 이 책 한 권으로 인해 생각이 그곳으로 뻗어가게, 나는... 그냥 놔두기로 해본다. 



오늘의 미안함도 그대로 흘러, 조금은 아픔이 덜 해질 수만 있다면.... 그냥 두기로. 바라보기로. 한다.. 



매력적인 책... 저자의 생각도, 책의 문장들도.. 모두 '아름다웠다'




#요즘의 서평은 정말이지 부끄럽다. 산으로 가는구나...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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