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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Jul 22. 2019

사랑이 '하는' 것이라면 아직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 앞에서..

삶은 고해다. 이것은 삶의 진리 가운데서 가장 위대한 진리다.

그러나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삶은 더 이상 고해가 아니다.

다시 말해 삶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래서 이를 이해하고 수용하게 되면 삶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다. 왜냐하면 비로소 삶의 문제에 대해 그 해답을 스스로 내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 아직도 가야 할 길 -




서문에서 '삶은 고해다'라고 말하는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생각을 곰곰이 하게 만든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의 일상적 경험 안에서 마주할 수 있는 숱한 상담 사례와 작가의 의견은, 비단 개인 및 특정한 상황 안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삶의 훈련, 사랑, 성장, 영적인 성장과 그로 인해 우리가 삶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어떤 은총들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우리는 '책'을 읽고 있지만 그중에서 정작 나에게 '도움' 되는 책을 몇 권 발견하지 못할 수 있는데,

그런 맥락에서 '아직도 가야 할 길' 은 정말이지 아직도 나아가야 하는 현재의 삶, 그 흐르는 시간을 복기하며 나의 현재, 고통, 삶, 성장,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 (특히 사랑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그래서였을까. 세트로 구성되어 있는 두 권 여의 책을, 언제나 끊어 읽어야 했던 내 손에서 악착같이 연속으로 이어서 읽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것은, 이야기 안에서 되새겨 본 '사랑' 때문이었으리라...


아직도 가야 할 길 (세트) , 모건 스콧 펙, 율리시즈, 2011.02.25.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는 시간을 겪다 보면  '진통'을 겪고 만다.  

미혼일 때는 미처 몰랐다. 그 '진통'을 환경 탓만 했던 내가 있었으니까. 부모님을 사랑하면서도 미워했었다. 곁의 연인에게 최선을 다하면서도 주고 또 '받음'에 집착하다 보니 오래지 않아 '이별' 하기 일쑤였다. 입사 후 초년생의 마음은 언제나 뜨거웠고 또 바빴다. 쉴 틈을 스스로 주지도 못했다. 그러다 보니 마음도 피폐해지고 모든 게 엉망진창이라고 생각되기도 했었던 나날들... 정신 건강의 붕괴, 혼란스러운 시간들, 그 틈새를 파고들어 도망치려 하는 듯 석불이 했던 '결혼' 그로 인해... 배우자와의 미안한 시간들의 연속.



마음을 챙기지 못하면 나를 넘어 '너'를 상처 입히고 만다. 그래서 마음 챙김은 참 중요하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모두가 '미성숙한 마음' 탓이었을지 모른다.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니 다른 이들에게도 '소중한 사람'으로 비치지 못한 건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비단 나이 불문, 어른이 된 시간 속에서도 마찬가지리라..



"아이들은 자신들이 소중히 취급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또 그들 자신의 마음 깊이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자신이 귀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자신을 스스로 존중하는 느낌은 정신 건강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며 자기 훈련의 주춧돌이다. 이것은 부모 사랑의 직접적인 산물이다. 이러한 신념은 어렸을 때 얻어져야만 한다. 어른이 되어서 얻는다는 것은 참으로 오려 운 일이기 때문이다."




결혼을 거쳐 삼십 대를 지내면서도 계속 이어지는 고행의 순간순간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매 순간이 고난이었던 것은 아니었으리라. 다만 분명한 건 그런 고행과 고난, 그리고 간간이 찾아오는 달콤한 기쁨과 행복들을 맞이하면서 '오늘의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졌다는 것... 은 분명하겠다. 모난 정신과 그 마음이 행동으로 연결되어 낳은 좋지 않은 결과들이 있었을지언정 그 모든 고행들이 결국 조금씩 미성숙에서 성숙으로 성장하려는 계단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해야 속이 편해지기도 하다..)



막연한 안갯속을 걸어가는 기분이었지만, 생각해보면 그랬기에 더 성장할 수도 있었던 걸까 싶어... 헤븐.



'변화'라든지 '성장'이라고 하는 것들은 결국 '고통'과 '결핍' 덕분에 피어나기도 하더라.

그리고 피어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로 한 단계 '뛰어오르려는 의지'가 있어야만 이, 결국 현실의 '진실'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거머쥐기도 한다. 예컨대... 고통스럽다고 피하기만 하려 드는 것은 진정한 주인공의 자세답지 않은 것처럼.. 나는 내 삶의 '주인' 이 되려 했던 걸까. 생각해 보면 예측 불변한 삶에 언제나 예측하지 못하는 돌발 행동도 서슴지 않고 움직이려 했던 내가 보인다.... 오늘은 그 시절의 무모함이 문득 그리워지기도 하는 건 왜일까.



"진실이나 현실이 고통스러울 때는 피하게 마련이다. 우리 자신의 지도를 개편하려면 그러한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훈련을 해야만 한다. 그런 훈련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전적으로 진실에 충실해야 한다. 현재의 편안함보다 궁극적으로 옳은 일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는 언제나 진실 앞에 솔직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개인적인 불편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야 하며 현재의 진실을 찾아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 불편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정신 건강은 모든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오늘의 진실에 충실하려는 진행형의 과정이다."



제일 무모했던 건 역시 '사랑'이었고, 여전히 '사랑'이다.

지금은 '엄마'와 '아내'라는 역할극 안에서 행할 수 있는 '사랑'에 집중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만, 그럼에도 때로 스스로 공허하거나 피폐해진다고 느껴지는 걸 부인하진 못하겠다. 일종의 기혼 남녀들이 흔히 겪는 그런 성장통인 걸까.... 책에서 말하는 '사랑'에 대해서, 공감을 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라는 점에서... 얄궂은 상상을 펼쳐 보인다. 그건 어디까지나 완벽히 자유로운 '미혼' 세계에서만 가능한 것 아니냐라고. 원하는 것을 위해 노력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세계에 들어온 이상 그 노력은 한정적이라는 것..  (농담으로 받아들일 것- 그래야 할 것 )



"사랑이란 자기 자신이  또는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다. 자기 자신을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자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고 또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




배우자에게 의지하지 않으려는 나의 경제 활동의 (발악적인) 의지는 어쩌면 '의존'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나는... 꽤 괜찮은 사랑을 하고 있는 걸까라고 반문해 보지만, 고백하건대 요즘의 나의 사랑은 여전히 모나고 서투르고 만족스럽지 못함을 느낀다. 그에게 언어로 '폭력'을 일삼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양육'이라는 위치로 인한 어떤 강압적인 행위를 일삼기도 하고 (아이들은 말을 듣지 않는 게 어쩌면 그 나이에 당연하지 않은가.....) 여전히 사랑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그 사랑이 상대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내 사랑은 부족하다. 바보 같고 철이 없다. 그렇지만 또 다행인 건 굳이 '표현' 하는 사랑을 실천하려 한다는 것. 그것만큼은 변함없으니.. 어렵지만 꽤 잘하고 있는 걸까 싶기도. 그렇지만 정말이지 사랑은 참 어렵다.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에 더 빛나는 것일 테고..



"사랑이란 행위로 표현되는 만큼만 사랑이다. 사랑은 의지에 따른 행동이며 의도와 행동이 결합된 결과다. 의지는 또한 선택을 내포한다. 우리는 꼭 사랑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기를 선택한다. 아무리 우리가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라도 만약에 실제로 사랑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우리가 사랑하지 않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지 않는 것이 된다. "



드러내지 않는 것, 인내하는 것도 사랑의 일종이라지만... 여전히 나는 그렇다면 인내에 부족하다. 보이고 마니까..



나는 오늘도 '사랑' 앞에서 투쟁하고 맞서고 밀고 당기기를 실천한다.

내면에서는 상실을 두려워하면서, 무언가를 잃거나 혹은 두려움에 봉착하거나 혹은 비난이나 비판을 받는 것에 여전히 서툴러서 도망치고 싶기도 한 나는... 그럼에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지만 맞서려 한다. 결국 주저하지 않고 나아가는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사랑하는 자' 들의 일일 테니까. 그걸 알고 있으니까....



"사랑을 실천한다는 것은 타성에 젖어 게을러지는 것을 경계하고 (노력) 두려움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 (용기)을 필요로 한다... (중략) 어떤 단계의 정신적 성장이든 사랑이든 항상 용기를 필요로 하며 그래서 모험이다. 이제 사랑이라는 모험에 대해 생각해 보자.


결국 자기 자신의 심리적 독립과 미지의 세계로 뛰어들어 완전한 자기 자신을 찾는 길을 선택해 나가는 사람만이 자유로이 정신적인 성장의 길을 따라 전진할 수 있다. 그러면서 진정한 사랑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나아가 나와 너를 사랑하고 있는 걸까. 사랑이란 무엇인가. 오늘의 내 사랑은 건강한가... 이런 의문을 가득 남긴 채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하면서도 생각은 끊임이 없다. 다만 '사랑'을 위해 움직이는 어떤 것들은 결국 나를, 너를, 이 생을 사랑하기 위함이라고. 그러니 지금 괜찮은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리가 사랑 그 자체를 위해 일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 자신을 드높인다. 또한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사랑함으로써 다른 사람들 또한 드높인다. 자아의 확대라고 정의될 수 있는 사랑은 바로 진화다. 그것도 진행 중인 진화이다. 모든 생명체 속에 존재하고 있는 진화의 힘은 인간의 사랑으로 인류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여전히 자기 합리화에 빠지고 마는 나는 스스로를 향한 어떤 쓸쓸한 위로를 건네며....

오늘, 내내 준비해 둔 두 장의 편지지를 펼쳐 두고 기어코 문장을 흘려보내고 마는 '사랑' 앞에 솔직한 민낯을 드러내고 만다. '아직도 가야 할 길' 이 먼, 생존해 있는, 살아내는 이 의 이 순간들은 결국 미움보다 사랑이 가득해야 마땅한, 소중한 우리들의 삶이라는 진실을 기억하면서.


편지 쓰는 시간은 결국 사랑하는 시간들의 기록일지 모른다..




#책은_많은것들을_알려주었지만_왜_남는게_사랑밖에_떠오르지_않는건지

#아직도_가야할_길은_한참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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