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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Jul 23. 2019

내가 너에게 어떤 '의미' 였을지

'철학이 필요한 순간' 속 '의미'를 생각하며. 

인문학을 포함해서 많은 학문은 바로 그 쓸모없음 덕택에 쓸모가 있다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 우리가 삶의 의미를 되찾기 위해서는 쓸모만 따져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깨달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더 깊은 의미에서, 더 실존적인 의미에서 쓸모가 있습니다. 


- 철학이 필요한 순간 - 





어떤 행동에 이득이나 실리를 따지는 사람에게서 거부감을 느끼곤 했었다.  

그렇지만 나이를 먹고 자라면서 '현실'이라든가 '사회'라든가 '관계'라는 것들을 맺어가면서... 알게 된 것 같다. 결국 나도 '똑같은, 아니 비슷한' 부류일 수 있다고. '나는 이익을 따지지 않아, 완벽한 선의야'라고 살면서 자신의 행동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나부터도.. 심지어는 '가족'으로 맺어진 소중한 이들을 위한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음에도 - 그것도 주도적이고 주체적이고도 스스로! - 인연 중에는 '내가 이렇게 하면 이러이러하게 될 거야'라고 판단해 버리고 마니까. 



결국 나는.... 어떤 '쓸모'를 바라는 사람이라는 뜻일지 모르는데. 아뿔싸. 때론... 틀렸다는 걸.

종종 이런 '철학' 책의 귀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금 깨닫곤 한다. 결국 인간이란 쓸모를 바라다보면 무쓸모 한 것들에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게 되기 쉽고, 그렇게 되면 '도구적'인 실리 추구, 이익 도모를 꿰차기 쉽고, 또한 그러다 보면 결국 스스로 무쓸모 한 시간이 있어도 인정하기 쉽지 않아서 어떤 강박으로 자리하기 때문에..... (오늘 말이 좀 꼬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철학이 필요한 순간, 스벤 브링크만, 다산초당, 2019.07.12. p. 276 




사랑을 하거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건 그런 행동을 통해 다른 이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그 자체로 '의미' 있는, 그야말로 우리 삶에 '나'의 실존이, '너'의 존재와의 관계 맺음이, 진짜 삶에서 알맹이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바로 '의미를 주는 것' 일 테고, 그것은 이른바 이익과 실리에서 조금은 멀리 벗어난, 때론 쓸모없어 '보이는' 일들 일지 모른다. 마치 이런 느낌일까.. 나의 양가 부모님들이, 최측근 가족 구성원이, 읽고 쓰는 현재의 누군가의 시간을 현실 속 쓸모에서 벗어난 행위라고 생각된 나머지 - 더군다나 글'값' 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현실이니 - 무의식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발언들...



어쩌면 무쓸모 한 것이라고 그들에게 보일 수 있어도

실로 나의 삶에 있어서는 그 시간들 자체는 '알맹이'라고.... 그렇지만 그 어떤 반항도, 저항도, 반기도 들지 않은 채 이제는 그저 인정하고 수용하고 받아들이려는 마음.. 그러면서도 지키려는, 포기하지 못하는 나의 무쓸모 함들... 



빛나지 않아 보여도, 사실은 빛날 수 있는 '알맹이' 같은 것... 이 삶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책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10명의 10가지 생각들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하여 나열해 놓는다. 




1. 우리가 그 자체를 위해 하는 것이 선이다 (아리스토텔레스) 

2. 존엄성은 가격으로 따질 수도 없고 대체될 수도 없다 (칸트) 

3. 인간은 약속하는 동물이다 (니체) 

4. 자기란 관계 그 자체와 관계하는 관계다 (키르케고르) 

5. 진리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진실할 수 있다 (한나 아렌트) 

6.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은 그의 삶 무언가를 손에 쥐는 일이다 (로비스트 루프) 

7. 사랑은 우리 자신 외에 다른 무언가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가능한 무척 어려운 깨달음이다 (머독) 

8. 용서는 오직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일이다 (데리다) 

9. 자유는 특권이 아니라 책임으로 이루어진다 (카뮈) 

10. 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을 잊는다 (몽테뉴) 




아이를 키우고 보살피는 시간에 최선의 에너지를 집중 발산하는 -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 요즘의 나는 

이 열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친절하게 설명되는 책 내용들을 읽던 중 결국 다시금 '관계'와 '사랑'의 메시지들에 꽂히고 만다. 이제 43개월을 넘긴 네 살 아들 쌍둥이 두 명의 존재는 아직 누군가에게 '의존' 해야 '생존' 할 수 있는 대상들이다. 그런데 그 생존에는 '사랑' 이 필요하고 그것이 결핍되면 그들의 세계 형성에 아주 커다란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양육자의 역할은 그 구멍을 최대한 사랑을 막고 더 큰 세계를 꿈꿀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행위인 살리고 보듬고 키우는 작업과 더불어 더 큰 정신적인 어떤 가치와 소명과 생각이 싹틀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것... 실로 어려운 것이다. '다른 사람의 삶의 일부를 돌봐야 하는 요구'는...



당신에게 의존하며, 당신의 권력 (힘) 이 닿는 범위 안에 있는 다른 사람의 삶의 일부를 돌봐야 한다는 요구는, 사람 사이의 근원적인 상호 의존과 직접적인 영향력에서 생겨난다.   - 로이스트 루프 -  



쌍둥이들 손이 요즘 부쩍 자랐다.. 손바닥과 발바닥의 크기가 달라지는 시간은.. 절대 헛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내가 아닌 존재에 관심을 가진 다는 것, 그것이 사랑이겠다. 

그리고 책이 내게 말해줬듯이, 그 사랑을 위해 필요한 것은 내가 아닌 존재가 그/그녀의 방식대로 존재할 수  있도록 내 의식을 함부로 집어넣지 않는 것... (이게 또 참 어렵겠다. 그러니 다들 이별이라는 것을 할 테지) 



사랑에 꼭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 바깥으로 이끌려가는 일입니다. 타자가 자신만의 방식대로 존재할 수 있도록 내 의식이 휘어잡거나 집어삼키거나 부정하거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만들 수 없는 것으로 존재하도록 말이지요. 



자유라는 것이 어떤 순간에도 희생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책은 말하지만

반대로 반문한다. 그 자유를 위해서는 적당한 희생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도 우리에겐 있다는 것을. 그러하기에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가 존재할 테다. 그 소극과 적극의 사이에서 균형 잡기를 아슬아슬하게 하면서도 '의미'를 부여하는 자신만의 '자유'에 몸부림치는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그/그녀는 또한 자유로울 것이겠고. 다만..... 바란다. 되도록 자기 검열을 '덜' 하고 싶은 '나'를 바란다고... 


최근 샤워를 하다가 알게 되었다. 내가 많이 야위어졌다는 것을.... 몰랐었는데.. 등뼈를 만져보니 알겠다 싶었다. 



'행복하고 건강한 삶은 좋지만 그런 삶이 곧 의미 있는 삶은 아니라고' 했던 구절이 내내 떠오른다. 

어떤 위로를 받곤 씩 한번 웃어 내려간다. 차라리 행복보다 상처여도 의미가 있다면 그것이 더 가치 있다고 여기며 아픔을 인정하려는 시간을 흐르는 '당신' 은... 당신의 그 지금의 삶은 진정으로 빛이 나고 있다고. 토해내듯 말하고 싶어 지는, 이상하게 그리운 오후,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의 사람인지, 궁금하다... 그래서 묻는다. 이곳에서는. 



'내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습니까. 여전히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까.'라고... 



요즘, 석양이 참 예쁘다. 그런 계절... 오래, 많이, 눈에 담아두자. 각자 또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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