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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Jul 15. 2019

냉정한 이타주의자

나의 '선함' 이 누군가의 '불편함' 이 될 수 있다는 것....

따뜻한 가슴에 차가운 머리를 결합시켜야 다시 말해 이타적 행위에 데이터와 이성을 적용할 때라야 

비로소 선한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 냉정한 이타주의자 - 




착한 일을 그냥 '하면 된다'라고 생각했었던 나에게. 

찬물을 제대로 끼얹어 준 책이었다. '냉정한 이타주의자'는 뜨거움으로'만' 가득했던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내가 꽤 유아스럽고 유치하고 마냥 '이상'만 찾는 사람이었나 싶게 만들었기에. 여전히 어떤 부분에서는 아이 같은 생각을 가졌다는 것을 일깨워줬다고 해야 하나. 결국 세상을 좀 더 '나은' 내일로, 그리고 여전히 안주하려는 잇속보다 한 발자국 더 '변화' (혹은 발전 혹은 진화 등등)를 '잘' 해내고 싶다면... 뜨거움에 차가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주 '정량적인 데이터' 측면에서 논리적으로 주장한다. 


냉정한 이타주의자 윌리엄 맥어스킬, 부키, 2017.02.28. p. 312



차가움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현실'과 '냉정'과 '이성'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겠다. 

'냉정한 이타주의자'는 선의의 행동 이전에 몇 가지의 질문들을 냉정하게 파고든 이후에 선의를 표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인다. 어떻게 하면 최대한의 선을 행할 수 있을까. 그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 제공되는가.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가. 그것을 행하는 데 반대로 방치되고 있는 분야는 없는가.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어떻게 기부해야 할까.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할까. 어떤 명분에 집중해야 할까. 등등 등등..... 사실은 유명 대학교의 철학과 교수님'다운' 데이터 근거와 반박이 쉽지 않은 이성적인 논리와 측량치 들을 들이 내미는지라 감히...'반문'을 함이 쉽지 않았다면. 다만 몇 가지의 사유들이 붕붕... 머릿속을 떠돈다. 


필요하다면 '찬 물' 속으로 들어갈 줄도 알아야겠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데, 그 선의가 해악이 될 수도 있다면.

소위 부작용 없이 최대한의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도대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가 제대로 알려면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가... 정말이지 어렵다. 이 책에서도 뚜렷한 정답을 알려 주지는 않는다. 다만 사유하는 방향에 어떤 기준들을 나열하며 지침을 해 주는 정도..



그래서 솔직히 이 책, 좀 불친절하다.... 기부를 해도 도대체 그 기부가 타당한 건지 따져야 한다는데...

어디 그게 쉬운 일이던가. 하물며 예를 들어 가시적으로 보이는 '재무적 숫자의 투명성' 은 얼마든지 '조작' 될 수 있는데, 그러면 우리는 그 조작된 숫자들을 '옳다'라고 믿고 계속 기부 단체에 자선과 선의를 베푸는 행동을 지속할 수 있지만, 정작 그 기부 단체가 '비뚤어진' 곳이었다면?! (맙. 소. 사......) 


어쩌면 우리가 '당연' 하다고, '옳다'라고, 심지어는 '멋지다'라고 생각되는 선의의 행동이.

결국 따뜻한 가슴에서 시작된 어떤 행동에 차가운 머리가 결합되어 '측량' 되고 이성적으로 한 번 더 되짚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이타적 행위에 데이터와 이성을 적용'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사회에, 개인에, 다수에 더 큰 해를 입힐 수 있다는 반전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제라도 이 책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안심을 조금 해 보며) 


제대로 알려할 때라야 비로소 선한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가령 '기업에 투자하는 것과 달리 자선단체 기부는 대게 적절한 피드백 경로가 없다'라고 하는데 정말이지 그렇다. 그들에게 낸 나의 피와 살이 되는 소중한 '돈'의 실패 여부를 우리는 정말이지 알 길이 없으니까. 이처럼 적절한 피드백 없는 상태에서는 당신의 이타적인 행위가 실제로 남한테 득이 되는지 실이 되는지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즉각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고 나중으로 미뤄도 되는 문제는 무엇인가. 한 가지 행위에 더 큰 가치를 두기란 심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건 아니다. 이처럼 다양한 이타적 행위를 비교하려면 얼마나 만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 돌아가는가를 자문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효율적 이타주의의 첫 번째 핵심 질문이다. "



또한 생각해보면 정말 그랬다. 선물이라도 좋은 행동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었더라. 

누군가의 선의가 나에게는 그다지 선의로 생각되지 않았던 순간.... 누군가의 돌진적인 고백이 나에게 불편함을 끼쳤을 때, (그럼에도 사랑은 위대하다... 아아 산으로 가기 전에 문장을 여기서 중지..) 반대로 나의 돌진적 예측하지 못한 돌발 행동이 선의로 가장되었다 해도 상대방에게는 '불편'과 적잖은 언짢음으로 느껴졌겠다..... 그러니 결국 '성가신 선의'가 되지 않으려면 냉정함을, 차가움을 어느 정도 지녀야 하는 것. 정말 다 맞는 말인데 어찌하여 나는 여전히 뜨겁단 말일까.. (라고 어느새 반성..) 



"가령 당신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스웨터를 받았다고 치자. 스웨터를 받아서 마냥 좋을까. 몇 장이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노숙자 신세라면 한 장의 스웨터는 큰 가치를 지닌다. 이미 옷장에 스웨터가 쌓여 있는데 하나 더 생긴 거라면 이사 때 짐만 늘리는 성가신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바로 수확 체감의 법칙이다. "



모든 선의가 다 '선물'인 것만도 아닌 것 같더라. 필요한 이들에게만...(젠장, 줘도 핀잔 먹는다..) 


몇 권의 책 (밖에 혹은 씩이나)을 출간하면서 

정말이지 코딱지 수준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감사했던) 인세의 대부분을 특정 어린이 단체에 기부한 적이 있다. (그마저도 '글 값'을 받지 못한 책도.. 있... 다... 그래도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 자비로 '기부' 했었다는) 그러고 싶었고 앞으로 여력이 되는 한은 그럴 예정이기는 하다만 솔직히 반문하게 됐다. 그 나의 인세가..... 정녕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제대로 쓰이고 있는가를 최소한 '경제적' 측면에서 좀 더 주도면밀하게 고려해서 소비해야 하는가 싶어서... 조금은 씁쓸하고 또 슬펐다. 그런 현실이라서. 그래서 반대로 또 다짐하기도 한다. 좀 더 많은 인세를 받는 '작가/저자'가 된다면, 그러므로 인해 기부를 위한 돈벌이가 좀 더 확장되면 까짓 거 그 주도면밀함이 덜 해도 조금은 남을 돕는 데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을까.... (싶은데 이 또한 장담 못 하겠다. 요즘 내 코가 석자라..) 



"기부를 위한 돈벌이는 남을 돕는 데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다. 선진국의 평범한 노동자가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상위 몇 퍼센트에 해당한다는 사실과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전 세계 극빈층에 큰 도움을 주는 단체들이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



열정에만 이끌리는 것을 경계할 것을 권고받지만 나는 여전히 그게 잘되지 않는다. 

마음이 먼저 앞서 나가는 사람이라서라는 변명을 댄다. 그것은 마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사유를 스케치하듯 손가락들이 키보드 자판 위에 올라가서 그대로 다다다다 타자 소리를 내며 의식의 흐름을 치고 앉아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인 셈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 다듬어지지 않은 마음이어도, 그 생각과 마음이 먼저 있어야 행동도 생긴다는 것. 

나는 아직 그 편을 좀 더 믿는 것 같다. 책이 아무리 '냉정한 이타주의자'가 세상을 변화시킨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냉정해지지 않으면 차라리 좀 더 뜨거워지는 편을 택하는... 일종의 프로 딴짓 더... 그러나 또한 이해한다. 아니 이젠 잘 안다. 그 뜨거움이 '성장' 할 수 있는 건 결국 좀 더 '노련' 해 지려는 '어른스러운' 행위인 '이성적'인 것까지 곁들여야 한다는 것. 그래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성공'이고 '성장'이지 않을까. 


일단 날고 봐야 뭐든 보이지... 냉정이든 열정이든 생각만 해서 쓰나.. 싶다. 


영향력을 키우려는 노력엔 뜨거움도 차가움도 구분되지 않는다. 

일단 '하고 본다'라는 것에 나는 좀 더 힘을 실어 주고 싶다. 다만... 어떤 노련함을 최대치로 발휘해낼 수 있도록 최소한의 '노력'이라는 것을 인위적이고도 현실적으로 해내는 시간이 곁들여지기를, 조금은 바랐다... 쉽게 변하진 않을 테지만.  그 마음은 12년 전, 사회 초년생으로 입사했을 때의 마음 언저리와 조금 비슷하기도 하다. '잘' 해내 보고 싶다는 것...... (물론 그때 너무나도 생각이 어려서, 노련함 따위 생각할 겨를 없이 '적응' 하기도 바빴지만. 




"첫 직장에서 몇 년간 역량을 갈고닦다 보면 향후 더 지속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막대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더군다나 한 분야의 고위직은 해당 분야 내에서의 영향력을 독식하다시피 한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고위직으로 올라갈 기회를 최대화하는 것이 영향력을 최대화하는 데도 결정적이다. 따라서 사회 초년병이라면 즉각적인 영향력이 지닌 역량 인맥 자격을 갖추는 데 주력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대 두스의 효율적인 단체들도 이런 방식으로 설립되었다." 



효율적 이타주의를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라 하지만, 나는 반문한다. 

그 효율을 따지기 전에 일단 '생각'을 '실행' 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 그리고 말이 아니라 실제 '움직임'을 펼치고는 있는지. 결국 효율을 따지든 냉정이나 이성이나 어떤 정량적 결과를 따지는 이 전제들은 모두 '하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하다는 거이라는 것... 



책의 의도(?) 와는 다르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는 그저 한 마디를 되뇔 뿐이었다. 

뜨거움이든 차가움이든, 냉정하든 그렇지 못하든 '이타심'을 가지고 있는 '나' 이외의 '너'를 생각하려는 사람들은, 결국 그렇게 산다는 것. 그렇게 실천하고 생각하고 반성하고 또 의문을 품어가면서 '세계'를 대한다는 것... 그러하니 아직 우리 사회는 또 살만한 걸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 소수의 이타주의자들이 있는 이상... 



좀 더 괜찮은 내일은, 좀 더 괜찮은 이들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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