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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Sep 06. 2017

힘 빼기의 기술

가벼운 뺄셈의 미학

힘 좀 빼 

 책은 말한다. 힘내라는 말이 넘치는 세상에서, 누구 한 명은 ‘힘 빼’ 라는 소리를 하며 살자고. 참 담백하게 술술 읽혀지는 책이다. 고양이 그리고 간혹 들르는 친구 몇 명과 함께 살고 있는 그녀의 소박한 일상이 엿보인다. 그 일상 속에 한 개인이 살아가는 삶의 철학도 눈 여겨 볼 만하고.   


힘 빼기의 기술, 김하나, 시공사, 2017, 07. 28. p.268    


오늘의 문장   

힘을 빼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줄 힘이 처음부터 없으면 모를까 힘을 줄 수 있는데 그 힘을 빼는 건 말이다.   
있어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이다.     


몇 시간 만에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호흡이 짧은 책 이어서 그런지, 길지 않은 한 문장 안에 담긴 작가의 철학에 왠지 모르게 큰 공감을 얻었다. 남들은 어떤 생각으로 어떤 삶을 사는지를 엿본다는 건 언제나 나를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그 안에서 그들의 삶을 글이라는 간접적인 매개체로 보고 있으면 더더군다나, 나의 삶도 대비해서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니깐 말이다.   


빼는 게 더 어렵다.   

 살 빼는 것만큼 힘 빼는 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이다. 365일 다이어트 한답시고 눈 앞의 산해진미를 거부하기엔 우리의 감정은 항상 찾아오는 유혹에 흔들리게 마련이니깐. 힘이란 것도 마찬가지다. 온통 신경이 곤두선 채 무언가에 집중하고 긴장하다 보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힘을 잔뜩 싣고 살게 마련이다.


 하물며 책 타이틀에 감탄 또 감탄 해 본다. 살면서 ‘힘’이라는 건 보통 내야 하고 더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만 배웠으니깐. 오히려 관점을 달리 해서 좀 가볍게 살아도 된다고, 있는 힘껏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되지 않는 것에 부딪히면 그 한껏 부풀어 올라서 무겁기만 한 힘 좀 빼면서 살아도 괜찮다고 누군가가 말해주면 얼마나 기쁠까.   


빈 공간이 주는 여백의 미가 있는 것 처럼...!


힘 좀 없으면 어때. 힘 안 내면 좀 어때   

 좀비처럼 시체처럼 살라는 말은 분명 아닐 거다. 다만 본인의 삶을 긍정하면서 살아 있음을 느낀 채 다만 적당히 힘 주면서 그리고 힘도 빼 가면서 그렇게 스스로 강약 조절하면서 살라는 의미일테니. 그렇지만 사실 그 강약 조절이라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더냐. 역시 마음 먹기 나름이어서 스스로 해내야 하는 숙제 중에 하나일테지만, 여하튼 힘을 내가 아닌 힘을 빼라는 응원의 메시지는 어딘지 모르게 더 공감 된다.   


 살면서 우리는 참 많은 힘을 주며 산다. 

 각자 인생의 크고 작은 이벤트와 에피소드들을 만들고 또 겪어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모든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불필요 하게 긴장하게 되고 힘을 주게 된다. 있어 보이는 척, 좀 더 강한 척, 그래야만 살아남는 강자들의 자본주의 시스템이어서 그럴 지 모르겠지만 (아 이야기가 산으로 가기 전에 다시 돌아와서 이야기 하자면)   


 그냥 다 필요 없고 오늘 이 순간, 우리의 삶을 나와 당신, 그와 그녀의 시간들을 최대한 긍정하며 너무 무겁지 않게, 가볍게,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삶일 것이다.


다만 열정이라는 측면은
힘을 뺀다는 것과는 또 다른 무엇이기에,
힘 조절을 해 가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한 뜨거움을 발산해 냄에 있어서는
있는 힘껏 힘을 줘도 좋을 것 같다.   


 오늘 신랑에게 오랜만에 힘주며 화를 냈다.

몇 시간 지나서 단박에 이렇게 후회할 것을....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를 이해하려 했다면 그렇게 갑자기 화내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엄마로서 아빠와 부딪히는 양육방식과 소통에서 오는 차이는 여전히 쉽지 않다. 


 나 또한 좀 더 시간을 두고 힘을 빼는 습관을 들이고자 한다. 힘을 빼는 강약 조절에도 시간이라는 게 필요하고 내성이라는 게 필요할 테니깐.   


뺴다 보면 백지로 돌아가고 다시 쓸 수 있는 힘도 다시 생긴다.

 오늘은 힘 좀 빼며 살고 싶다. 

 있는 힘껏 어깨가 움츠려 들고, 너무 간절해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를 잠시 얽매고 있었던 일과들에서 벗어나서, 오늘은 어제보다 좀 더 자유롭게 힘 빼는 오늘을 만끽하고 싶다.


잠깐의 힘을 빼고 더욱 자유로운 지금 이 순간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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