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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Sep 24. 2019

철학의 쓸모, 영혼을 기대는 시간

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 

여유가 없으면 시작조차 어려운, 

이처럼 철학은 뇌가 부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일지도 모른다. 


- 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 - 





살다 보면 어떤 난관 혹은 고민하는 과제들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그럴 때, 나는 사람보다는 책을 찾곤 했었다. 사람을 찾아 헤매듯 하소연을 하는 것도 짧은 시간 내 얻을(?) 수 있는 도피처가 될 순 있었다만, 그건 그저 '도피' 일뿐 '해결' 이 되진 않더라. 오히려 전혀 연관 없어 보여도 책을 펼쳐 들고 파고들다 보니, 어느새 나의 생각들에 말을 거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나를 향한 끝없는 질문들을 되풀이하게도 되더라. 이렇듯 사실 어려움에 봉착하면 방법은 따로 없다고. 비록 공허하고 쓸모없는 시간들로 '보일지언정' 사실은 나는 믿고 싶었던 것일지 모른다. 스스로 질문하고  자꾸만 고민에 빠지고 마는 그 시간들의 본질은 결국  '조금 더 괜찮은, 더 나은' 삶이,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하는 기특한 마음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서양철학, 토마스 아키나리, RHK, 2019.09.02. p. 320 



철학이나 고전을 읽다 보면 그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는 건 

어떤 '쓸모' 들에 대해서 '깨달음'을 얻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결국 그렇게 고민을 하면서 읽는 사람들은 스스로 질문을 반복해 결국 어떤 해결점 (으로 보이는)에도 다다를 수 있기에. 어쩌면 저자가 말하는 '안전장치'라는 것도 나의 삶을 보다 불안에서 나오게 하고자 하는 어떤 끈기 어린 에너지, 힘, 마음이 깃들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하니 철학은 우리 삶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고민하다가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을 때, 생뚱맞지만 옛 현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다면 어쩌면 원하고 듣고 싶었던 '목소리'를 듣고 위안을 얻고 다시금 '깨닫는' 것들도 보일 테니까. 




자신의 고민은 스스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사시를 대비하여 자기 마음속에 안전장치를 만들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안전장치란 고민이 발생하면 동시에 그 원인을 밝혀내고 원인을 제거해 줄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것이 완비되면 친구에게 불평을 털어놓기 위해 전화를 걸거나 장황하게 하소연을 늘어놓는 수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보다 가끔 책과 대화를 하는 게 훨씬 좋을... 때가 있다. (히키고모리 성향인가...)



남지 않는 얕은 대화보단, 다소 깊게 고민하고 성찰하게 만드는, 남는 대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일까.... 그다지 나의 이런 성향과 소위 '코드'라는 것이 맞지 않는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사람과의 대화는 별로 달갑지 않다. 그렇다고 피하는 편은 아니지만 역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로선 기분 좋아지는 대화는 결국에 삶을 조금 더 잘 살아보려는 긍정하는 이들의 문장들, 목소리들, 대화들이다. 여기에 곁들여 가능하다면 철학적인 이야기까지도 나눌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가령 고통이라든가 행복이라든가. 상대만의 삶의 가치관을 깊게 이야기할수록

그로 인해 나의 가치관을 깊게 고민하며 어느새 대화의 뜨거움이 무르익는 순간... 뭐랄까. 그런 대화 상대를 만난다는 건 삶에서 아주 큰 축복 이리라. 물론 그런 이를 만날 수 없을 땐 현인들과 이렇게 대화하며 알아가는 거다. 그게 가능하다. 철학의 세계에서는, 때로 그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도 하더라... 고마운 목소리다. 




모든 것은 변화를 면할 수 없다. 삼라만상의 온갖 것들이 이 섭리를 벗어날 수가 없는 처지다. 생각해보면 고민이라는 것은 모두 변화에서 탄생한다. 몸이 변하지 않으면 질병에 걸리지 않을 것이고 죽지도 않을 것이다. 연인끼리의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면 실연도 없고 이별도 없을 것이다. 변화가 없으면 서로 빼앗는 일도 없을 테니 다툼도 없고 항상 채워져 있는 상태일 것이다.  




멋... 있었다. 처음엔. 보이기엔. 근데 철학이 결국 '고통 이후의 깨닫는 결과'라는 걸 이해할수록... 멋있다는 표현이 미안했다...



변하는 게 당연하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고. 남을 괴롭히는 일은 분명 옳지 못한, 추한 행동이라고. 

그러하니 괴롭힘 대신 선함을 주려는 너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렇다고 너무 괜찮은 사람이 되려 하다 보니 때로 힘든 것이라고. 그러니 너무 괴로워 말라고. 원래 추함을 깨닫고 괴로워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삶을 지금 살고 있는 것이라고. 이런 목소리들이 들리는 것만 같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은 누구나 옳은 일을 행할 능력을 저마다 갖고 태어난다고 생각했다. (중략) 


소크라테스의 '덕' 이란 '옳은 것'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그는 옳은 것은 옳은 지식에서 나온다고 봤다. 이 생각대로 생각을 해보면 진짜 나쁜 행위를 하는 사람은 그것이 나쁜 짓임을 알지 못한다는 의미가 된다. (중략) 


그렇기 때문에 선악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덕'에 대해 논의하고 음미하는, 즉 철학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괴로운 인생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말해주는 철학을 만날 때면, 그냥 고맙다. 

니체.... 당신은 이런 목소리를 나에게 전해 주었으니, 삶을 이렇게까지 긍정할 수 있는 대단한 당신에게서 나는 어떤 뜨거운 용기를 다시금 얻고 만다. '다시 한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이것이 인생이었단 말인가, 좋아 다시 한번'    - 니체 - 




탑을 쌓다가 돌멩이가 쓰러지면, 다시 쌓으면 그만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철학이나 고전을 읽은 끝에 발견하는 어떤 '쓸모' 들이 있다.  

실제 나의 시절들이 어떤 삶이 되어 가는지를 잠깐 떨어져서 생각해보니 그제야 보이는 것들, 알게 되는 것들, 아니 안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믿는' 것들이 명확해지는 순간들... 결국 철학이라든지 고전이라든지 하는 삶의 선물들은, 나로서는 삶을 살아가다 어떤 사고 같은 시간들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현재를 다시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재고할 수 있는 눈과 식견을 기르게 해 준다. 



그리하여 어떤 운명을 믿는 일이라든지 타인을 견디는 일에 조금의 '힘'을 불러일으켜주기도 한다. 

결국 각자의 삶들은 그때그때 나에게, 우리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이고, 우리는 그 알아감에 있어서 철학과도 같은 좋은 '도구'를 통해 깊게 고민할수록, 그 고민을 되도록 잘 살필 수 있는 거울과 마주할 수 있다. 내가 찾는다면, 내가 생각한다면..... 그리하여 어떤 깨달음을 얻고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만 있다면 말이다.  




지식을 늘려가는 일 안에는 모순이나 잘못이 이미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학습은 옳은 일을 향해 나아가는 통과점이 된다.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바꾸기 바란다. 오히려 모순에 대해 감사해야만 한다. 세계는 착각의 총체다. 인간은 그 안에서 단련되고 힘을 늘려가도록 만들어졌다.   - 헤겔 - 


인간은 자기 자신과 잘 사귀어 나가야만 한다. 그것은 엄청난 정신적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거꾸로 말하면 우리는 자기의식의 내용에 따라 이를테면 자기를 계발하는 방법 등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제각기 지니고 있는 것이다.    - 키르케고르 - 




방대한 그들을 좀처럼 쉽게 만날 수가 없을 땐

그래서 이런 콤팩트 하면서도 정수의 메시지들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책과의 만남이 언제나 반갑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지금이라는 길을 나아가는 여정을 나아가며, 옛 현인들의 진실의 힘에 기대어 잠시 과거와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고 다시금 미래로 나아가려는 어떤 쓸모 있는 '나'를 향한 마음이 앞선다면, 그로서도 만 육천 원이라는 책값이 아깝지 않을 테다. 그래서 나도 저자의 말씀대로 '가끔 최고의 사치'를 부려보기로 한다. 뇌와 마음이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사치



바로 사유하는 시간, 그로 인해 잠깐 지친 영혼을 껴안아주는 시간. 

그리고 결국 그런 나의 세계를 보다 견고히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요즘은 읽고 쓰며 남기는 시간이 참 감사하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와 만날까, 그리하여 나의 글감은 얼마나 확장될까....



#뇌가_섹시한_사람이_그래서_좋았나싶다_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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