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븐 Oct 07. 2019

상처를 허락하는 당신과의 시간

사랑... 한다면. '그 문장' 은 옳다... 

때론 불행하고 때론 행복한 기억들로 가득하며, 

그 상처를 인정하고 허락함으로 인해서 사랑하는 것이다...


-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 





후회는 이야기를 하려는 열망이라고 했던가. 

이처럼 굳이 애써 '이야기'를 토해내고 마는 나는, 사막에서 물을 길어 올리는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 부지런히 비극을 길어 올리다가 급기야 매번 감정의 늪에 빠져 버리고 마는 어리석은 인간...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만 마음에 새겨진 채.  그를 향한 안타까움과 미움, 동시에 한없는... 슬픔과 서로 간의 어떤 애씀들의 끝은 어디일까를 생각해보면서. 



아침 출근길, 15분의 짧고 굵은 다툼의 행진은 시작되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부재중이었다. 늘 먼저 말을 걸곤 했던 평소와는 다른 기운에 어쩐지 촉이 좋지 않더라.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조금 더 입을 막고 귀와 마음만을 열어놓았더라면... 나는 울지 않을 수 있었을까. 마침 비가 내리는 아침이었으니까. 날씨 탓을 해 본다. 비 때문이라고. 울기 좋은 날씨여서 그런 것뿐이라고. 



- 출장 다녀오면... 형수님 식구들 초대하면 어때?

-..... 뭐?

- 형수님께 연락은 해 봤어? 

-... 전화 몇 번 했는데 안 받으셔... 당신 가족들한테 도대체 내가 뭘 그리 잘못했길래... 근데.. 지금 굳이 이 이야기해야 해? 

- 그래... 어쨌든 풀어야 하니까. 



애써 막고 있었던, 둑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 그래.  좋아. 풀어. 풀 건데. 근데 틀렸어. 타이밍이. 오답이야. 당신. 그리고  당신 식구들 모두. 왜 자신들 생각밖에 안 해? 유산 두 번에 애들 키우느라 산후 우울증 걸린 '동서' 였어. 같은 젠더임에도 그렇게 정서적 공감대가 제로인가? 그래 놓고 내 문자 하나가 그렇게 석고대죄할 만하게 서운한 일이었대? 내가 괴물이야? 내가 왜 그렇게 무서운데? 당신 조카는 대학생'씩이나' 돼서 도대체 엄마한테 무슨 말을 전했길래 형님이 날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듯 나 가지고 어머님 사이에서 이간질시켜? 도대체 내가 얼마나 더 벙어리로 살아야 해? 나는 말 못 하니? 나는 배알도 없는 년인 줄 알아? 


- 욕 좀.. 그만해. 말을 해도 꼭. 


- 욕 잘하는 저급한 인간이라 상당히 미안한데. 지금 시작한 건 당신이고. 타이밍이 오답이야. 굳이 오늘 같은 날. 이 아침에. 내 머릿속엔 당신이랑 점심 한 번같이 먹을 수 있을까 그 생각뿐이었는데. 지금 제일 먼저 내게 건넨 말이 고작 '형님 식구들' 챙기는 그 문장밖에 안 나오니? 


-.... 그만하자. 싸우자고 시작한 거 아니야... 

-... 그만할 건데. 기억해둬. 이럴 때마다 그만하고 싶은 건 나야. 당신이 먼저 할 말은 아닌 거 같다. 

- 뭐!  

-.... 그만하자. 나 가요. 



우리는... 오랜만에 '세찬 비'를 서로 맞았다. 그렇게 튕겨 나갔으나 나는 안다.. 우리가 평행선...처럼 그래도.. 같이 갈 것이라고.



도망치듯 그에게서 멀어지려 했던 걸지 모른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엘리베이터 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는 나는, 순간 눈물이 흐르려는 걸 겨우 참아냈다. 쏟아져 내리는 눈물은 어찌할 도리가 여전히 없었다. 여전히 바보 같은 늪에서 허우적대는 나를 발견하는 찰나였다. 




핀트가, 생각의 결이 처음부터 달랐던 거다. 그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 걸지도 모른다. 

 '그'라는 개인으로서 아울러 '아빠'라는 기능적인 역할에 다분히 충실하려는 그이를 '기특' 하고 '대견' 하게 보려고 애쓰는 내가 있다는 걸, 그는 알아채지 못한 것만 같았다. 거의 한 달이라는 해외 장기 출장을 앞둔 그의 출국일 날, 결혼기념일이 끼어 있는 이번 달, 둘만의 나름 '기념' 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고 싶다는 '기대'와 '바람' 이 여전해서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어떤 '기대'를 가지고 살고 있기에. 친구가 말해주었듯.... '기대가 너무 커서 그래'라는 그 말을 나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어서 그런 거라고. 



흔해 빠진 '점심' 한 번같이 먹는 것, 그것만 이어도 이제 나는 충분하다고...

늘 염원했던 최고의 선물인 '손 편지'는 이젠 '나'라는 일방적인 인사이드 '기버' 로서라도 괜찮다고.... 이 정도면 '아내'라는 기능인과 동시에 '엄마'라는 생활인임과 동시에 '여자'라는... 욕심 좀 가져도 괜찮지 않냐고. 생각의 끝에서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입술은 어느새 진실을 내뱉고 있었다. 



- 난... 잘 살고 있는 걸까. 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난... 상처를 줬다. 우리는 서로 주고받고 있다... 



마음의 비에도 대적할 수 있을 만한 살 튼튼한 우산을 만들어야겠다. 더.. 노력.. 해야 한다. 더...



때로 싸우고 때로 타협하는 것이 '가족' 관계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 치자면

'멀리서 보면 희극이나 가깝게 보면 비극일 수 있는 것이 삶'이라 했던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그 비극과 희극을 오고 가는 연극 무대의 각 주인공으로 만난 '우리' 들은 서로에게 '선'을 말하는 입술이지만 때론 '악'을 말하는 입술보다 충분히 서로에게 삐뚤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남에게 좋은 남자가 나에겐 개새끼가 될 수 있고 겉으론 좋은 여자가 나에게 쌍년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오늘 아침, 그이의 계산된 멘트'처럼 느껴졌던'  발언에 왜 그리 예민하게 대했던 걸까. 여전히 이렇게 못났다. 그 순간을 차마 참지 못하고 순진하게 감정을 들키며 화를 토해냈던 나는... '그'가 '나'라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잊고 있었다. 결국 '타인' 일 수밖에 없는 가족에게. 그 타인의 거울에 자신의 바람이나 염원을 비추지 말아야 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기에 바보가 된 것일지 모르겠다. 



바람이나 염원을 함부로 기대해선 안된다. 조금 더 철저해... 져야 한다. 어른이라면 그래야 된다고 했던... 목소리를 기억한다.



이 시간 또한 누구 한 개인의 책임이 아니면서도, '우리'의  책임이 되어야 하는  앞으로의 시간들 

진이 빠질 것 같은 오늘과 같은 몇 분의 위기들이 분명 또 온다 한들, 그럼에도 나는 이제 아주 조금은... 이겨낼 수 있을 것도 같다. '자유'라는 최고의 가치를 일상 속에서 일정 부분 지키며 살 수 있게 되었으니까... 어떻게? 이렇게 계속해서 이야기를 토하고 전하고 내뱉는 과정을 수십 번 겪어내면서. 또한 이 '다툼' 은 지극히 '건강' 하고 '건전' 한 관계에 당신과 내가 놓여있다는 반증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으니. 



나는 다시... 바라는 내가 되어간다. 이렇게. 지금 잠시 털어놓고 다시 이겨내려 할수록. 

'싸울수록 투명해진다'라고 했던 누군가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비는 그칠 것이고, 모든 시간도 다시 흐르며 잠잠.. 해질 것이다. 그럴 테다. 그래야 한다.



#잘_다녀오길_그럼에도_바랐다_사랑은_상처를_허락하는_것이라고_사랑한다면....

작가의 이전글 더 나은 오늘은 '지금' 시작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