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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Nov 06. 2019

어른이고 아이고 '책' 은 필요하다

십팔년 책 육아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말하기 거든.

사랑이 샘솟아 '사랑해' 란 말이 우러나오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해라고 말하는 순간, 그 아이가 사랑스러워지는 거다. 


- 십팔년 책 육아 - 




책은 사람을 '성장' 시킨다. 

'책'을 향한 나의 찬양은 '성장'을 넘어서 '치유'의 효과를 넘어서 결국 '어떻게 잘 살다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늘 '길'을 제공해 주는 가성비와 가심비 모두를 한 방에 아우를 수 있는 동반자, 삶의 도구, 때로의 유일한 친구이자 애인 같은 존재이기에. 그런 '책'을 어린 시절부터 접한다면 어떨까. 정량적이고 가시적인 대한민국 내 '입시'라는 관문 앞에서 다독이나 다상을 한다고 해서 소위 다 잘 풀리는 게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편으론 결과가 어찌 되었든 대학에 잘 갔든 그렇지 못했든 '책' 이 일상 속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리한 '사람' 은... 결국 보는 관점, 살아가는 태도. 다를 것이다. 읽지 않는 이들에 비해서. (하다못해 '문장력, 화술' 차이가 난다. 시간이 더할수록, 어른이 되었을 때. 그게 더 무서운 법) 



십팔 년 책 육아, 김선미, RHK, 2019.10.25. 




저자의 '책 육아'  핵심 포인트가 무엇인지는 이미 자극적인 제목 안에서 충분히 느껴지지만. 

한편으론 씁쓸함을 이내 감추지 못했다. 우선 순수하게 '책'의 관점에서만 보자면 이런 제목을 지어야 했을까라는... (네이밍 마케팅이 너무 나가신 건 아닐까 하는 오지랖 생각) 조금은 부담스러운 이름. 물론 어린 시절 책을 접하게 만드는 영유아기의 환경 설정의 중요함, 양육자의 지대한 노고와 희생 등등. 책 육아를 향한 진심 어린 저자의 조언과 충고는 고개가 절로 숙여지지만... 




높은 자존감, 밝은 성격, 회복 탄력성, 지독한 근성

여기에 공부머리마저 만드는 게 책 육아야 

지혜롭고 총명하게 건강하고 맷집 있게 

재미있고 유들유들하게 참을성 있고 배려 깊게 




책만큼 '한 사람'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도구는 없을 것이다. (feat. 책 신봉자)





한편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글'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마치 일기장 읽는 듯한 느낌과 충고로 가득했던 (좋은 충고임에도 너무 심하면 조금 과하지 싶다) 이야기가 어딘지 부담스럽게 느껴진 게 사실이었으니까. 한편으로 나의 감정적 글쓰기에 대한 반성을 타인의 글로 하여금 이렇게 또 느끼게 되니. 그러나 한편으론 '이런 글'에서 자극을 받는 '독자' 님들도 계실 테니, 그렇다면 타깃 수요 구매층 제대로 저격한 상업 출판의 제대로 된 묘미라 할 수 있을 듯도 싶다. 




아이가 읽기 독립 안 되는 원인?

애 스스로 수시로 책을 빼고 읽고 즐길 수 있도록 엄마가 갖은 노력을 안 한 거야. (중략) 

책을 애가 어느 날 갑자기 혼자 막 들이 팔 거라 생각해?

그건 마치 까꿍이 때 이유식 정성껏 해 먹였으니 이제 제 혼자 온갖 야채, 나물 스스로 꺼내 우적우적 

씹어 먹길 바라는 거랑 같아. 그럴 리가 있겠냐? 불가능하지. 





읽으면서 불편할 수밖에 없었던 건 우선 나의 탓이 있겠다. 

쌍둥이 아이들을 위한 책 구매에 비해서 철저히 '나'를 위한 책 구매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기적인 '엄마' 로서의 개인을 발견했기에. 내가 읽는 모습을 먼저 보이면 아이들이 따라 읽을 줄 알았지만 그건 내 생각이었던 거다. 그렇다고 읽어주지 않는 건 아니고 이젠 대화가 통하는 시절이며 슬슬 책에 관심을 들이기 시작한 연령대라 퇴근 후의 육아 중 될 수 있으면 TV 대신 책을 보여 주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다. (이게 워킹맘으로는 절대 쉽진 않지만...) 




아이들의 책을 좀 더 챙겨줘야겠다는 뼈 때리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너무 나 좋자고 나만 읽는 요즘이라...




첫째는 매일 책이 이젠 일상이 조금씩 되어가는 듯싶다만 (4살임에도 맙소사.... 감사할 뿐이다) 

둘째는 여전히 책에 관심 없이 열심히 논다. 그러나 나는 이상하게 불안하지 않다. 책이라는 텍스트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림'으로 쌍둥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하다못해 책을 같이 읽는 그 시간만큼은 철저히 '우리'의 세계에서 즐거울 수만 있다면... 그런 시간의 자유를 서로가 누린다면 굳이 '책으로 입시 성공, 사교육 대신 책이다'라는 식의 무슨 '조건' 이 달리지 않아도. 그 시간만으로 충분하리라. 아울러 '엄마는 안 읽으면서 왜 우리한테만 공부하라고 책 읽으라고 그래요'라는 말은.. 정말이지 살면서 듣지 않을 자신이 충분히 있는 나라서. (뭐든 솔선수범, 답이 없는 거다. 역설의 역설.. 기억하자.) 




겉으론 멀쩡하고 멋지고 고급 져 보이는 요즘 엄마 아빠들, 

잘 씌워진 가면, 갑옷 살짝만 벗겨내면 피투성이인 경우들 많아 

불안 초조 남 눈치 불평불만 우유부단 불확실 후회 자책 

본인들이 스스로 느끼고 통곡이 터져 나오면 

내 자식은 그리 키우지 말아야지 

아이들만큼은 진정 자유롭게 훨훨 날게 해 줘야지 

그러기 위해선 내 아이가 오늘 더 지랄할 수 있게. 





대한민국은 '사교육'의 천국, 하다못해 그 특징을 활용해 부동산 투자를 한다.  (수요공급 시장 논리 학군 재테크..) 

그런 나라에서 '입시'라는 관문 앞에 놓인 부모들은 불안해하면서 소위 사교육 전문가 '외주 교육' 뺑뺑이 돌림을 한다지만, 아직은 조금 먼 나라 이야기 같기만 하나 체감적으로 주변의 사교육비 현실을 재테크하면서 숱하게 보아 왔기에.. 남일 같지는 않다. 그런 면에서 책 육아만큼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건 또 저자 말씀대로 일리가 있긴 하다만.... 



여전히 읽으면서 불편했던 건 '운'이라는 포인트를 저자께서 너무 간과하고 있지 않나 싶다. 

아무리 죽어라 읽어주고 환경 설정해 주고 엄빠가 고군분투한들, 아이가 따라오지 않으면, 관심이 없으면.......... 어쩔 수가 없는 거다. 저자의 자녀가 특이 케이스일 수도 있다는 소리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 패스하고 책 육아했다고 다 연세대 합격하고 해외 봉사 가고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하고 요리도 스스로 잘하고 일하는 엄마 이해해주는... 그런 참 퍼펙트 한 아이로 크는 건 아니라는 소리다.... 물론 그 특이를 만든 환경은 엄마의 고군분투함과 힘겨운 희생과 시간 싸움으로 이뤄낸 값지고도 멋진 결과임에는 분명하지만....




편리하기 위해 사들인 물건들이 도리어 불편한 삶을 가져왔고 

시간을 절약해준다는 이유로 산 가전, 가구, 소품들이 웬걸. 더 많은 시간을 빼앗아갔더라고 

육아에 도움된다고 산 장난감, 용품, 도구들이 녀석과 나와의 접촉과 교감의 기회를 몽당 가져간 거였어. 


책 육아는 가진 게 많든, 적든 맘만 먹으면 어떤 엄마라도 해낼 수 있어. 

아이가 원할 때 양껏 실컷 책 읽어주면 되는 거잖아

그니까 그럭저럭 살기에 안주하지 말고 변명 뒤로 숨지 말고 

남 탓 나라 탓 부모 탓 그만두고 인생의 주인이 되어 숙명 따위 거슬러보자고. 




아직 '육아'와 '양육'과 '돌봄'의 세계에서만 지내는 양육자인 나는 '교육'의 세계에 이제 막 발을 담갔을 뿐이다. 

다행히도 그 앞에서 나는 읽고 쓰는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와중이고, 그 덕인지 핑계인지, 아이들의 교육에 사교육비만 제대로 진탕 낭비해 버리고 죽어라 공부하라고 닦달하지 않을 자신은 있을 것 같다. 성적보다 중요한 삶의 태도, 인성, 자유, 상상, 꿈...... 다른 건 모르겠고 학원 보다야 '상상'을 통해서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신을 사랑하는 자존감을 기르는 것이 진정한 '교육' 임에는 분명하다고 생각하기에. '아직까지는' 이런 생각이 앞서지만 변하지 않을 것을 반대로 장담할 수도 없지만. 다만 딱 하나, 반드시 기억하고 싶은 건 '평균의 종말'이다. 개개 인성을 존중해 주는 것, 아이의 '자유'와 '배울 권리'  ' 표현할 자유'를 억압하지 않을 것을. 




원래 재미없는 건 안 하는 게 그게 아이야 

극히 정상적이고 건강한 아이의 본질적 습성이라고 

아이들은 재밌으려고 태어났거든. '인생은 놀이'라고 알고 이 세상에 온 거라고 

삶이 숙제고 강제이고 부담인 거 알았으면 그리 힘들게 세상에 오지도 않았다고요. 


엄마의 사랑과 애착이 충분히 채워져야 읽기 독립도 이루어진다는 거 

절대 잊지 마라. 

아이와 충분히 밀착해 눈 맞춰주고 살 비비고 

그때그때 욕구 충족해주는 게 중요한 건 더 강조 안 해도 알 거 아니냐. 




백지를 보고도 자신의 이야기를 써낼 수 있는 나의 아이들이기를....



정말 신기하게도... 첫째 둥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공룡 그림책을 끼고 살며 그 어려운 공룡들의 특이한 이름과 특징을 문장으로 만들어 이제는 나와 배우자에게 역으로 이야기를 해준다. (천재... 인가?; 나 네 살 땐 뭐 했지 기억도 안 난다) 둘째는 집중력이 없는 것 같지만 잠들기 전에 늘 비슷하나 동화를 내 멋대로 지어서 이야기해 주기 시작했을 뿐인데 이제는 나의 동화를 반대로 자신의 세계 안에서 재활용(?) 해서 다시 들려준다. ('엄마, 내 말 들어봐. 빨간 망토 누나가 쏼라쏼라 그래서 황금나무를 불라 불라 들었지? 이야기 끝~' 이런 식인데.. 흠... 천재인가 역시 고슴도치 맘) 




진한 바람이 있다면 아이들과 함께 한 권의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조금 더 딥토론도 가능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쌍둥이 양옆에 끼고 내가 만들어 낸 공간에서 가족 배틀 독서모임을 재밌게 해내는 시간도 잠시 상상해보면... 아 이토록 행복한 순간은 없을 듯싶다. 그러면서 '책 육아'에 대한 일정 부분의 공감과 동시에, '외주'에 의존하지 않고 다만 나만이 할 수 있는 쌍둥이 육아를 지내보는 요즘... 




아이 어릴 때 힘들다고 죽겠다고 외주로 맡길 생각일랑 마. 

엄마가 내 아이 전문가인데 누구한테 우리 애를 맡겨 

무슨 샘 뭔 전문가에 귀 팔랑여서 '외주 육아'로 내빼면 

엄마는 당장 편할지 몰라도 아이는 매일 조금씩 시들어간다




나는 잘 해내고 있다고, 스스로 믿어 보게 된다. 

때로는 육아라는 이 과정들이 고통이고 전쟁이고 '견딤'의 일과가 여전할지언정, 반대로 이 시간들은 모두 기쁨이고 축복이고 선물이라는 것을 좀 더 마음에 품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건네고 싶은 마음을 좀 더 진하게 가지고 오늘을 대해야겠다는 각오가 남는다. 




#그러나_책이라기보다_충고가득한_라임쩌는_노래가사읽는_느낌 

#어찌됬든_책은_고마운_것이다_애든_어른이든

#솔선수범해야_희생해야_결국_따라온다_아이들은_미러링_스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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