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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Dec 19. 2019

영혼의 평화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한 철학 학교

삶을 잘 꾸려가려면 마음이 평온해야 하고 이성과 용기가 요구된다. 

하지만 삶을 신성화하려면 용기 이상의 무언가가, 

우리 삶을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성이 필요하다. 


-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한 철학 학교 - 






개인이 더 소중할까 아니면 단체가 더 소중할까 

요즘은 이런 답 없는 생각이 종종 밀려오곤 한다. 답이 없어서 안타깝지만, 그 답 없는 질문의 수렁 속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는 나는 스스로 어떤 연민을 느낀다. 그리하여 그 끝에서 찾는 건 '책'. 철학의 성지(?) 와도 같은 나라인 독일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난 저자의 서양철학에 대한 지식의 정수를 끌어올리면서, 그의 독특하면서도 시원시원한 문장에 한번 반하기도 하고, 이 얇은 책을 참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읽을 수밖에 없었던 건 '영혼의 평화'를 조금 더 끌어내리고픈 욕심 때문이겠다.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한 철학 학교, 요하네스 부체, 책세상, 2019.11.05.



이 질문을 하고 있었던 찰나에 이 문구를 발견하니 '앗' 했었다. 

'자신이 포함된 전체'라는 걸 왜 생각해내지 못했을까. 이분법처럼 나 아니면 단체. 사실 그 단체에 속해있는 '나' 도 '나' 이거늘. 나는 어떤 부정을 무의식에서 하고 싶었길래 왜 이렇게 간단한 생각조차 할 수 없이 헤맸던 건지. 결국 전체 속의 나의 평정심과 '영혼의 평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라는 걸, 역설적으로 책을 읽자마자 '앗' 하면서 깨닫게 된다... 




나 자신이 포함된 전체가 중요하다. 뒤집어서 말하자면, 사람들은 각자 전체에 참여하고 있다. 즉 개인이 전체에 귀속됨으로써 비로소 가능해지는 이상의 실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의 일부가 되어 전체에 참여하는 것이 영혼의 평화로 향하는 대안의 길로 보인다. 사실이지 영혼의 평화는 세계를 철저히 수용해 받아들이거나 '내가 이미 세계에 속해 있다'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각각의 존재가 모여서 하나의 장면을 이루어내듯, 개인이 뭉쳐서 단체와 사회가 만들어지니...



겉으론 조용(?) 하고 고요한 듯 보여도, 속은 그렇지 않다는 걸

나는 내 속에서 끓어오르는 어떤 뜨거움을 직시한다. 팔팔 끓어올라 금방이라도 넘쳐서 데일 것만 같은 순간에 급히 정지를 외친다. 그러나 속도 조절은 실패하고 만다. 감정은 요동치고 애써 이를 악 깨문다. 그리곤 눈을 감는다. 3초 간의 호흡. 잠시의 고요함. 그리고 떠오르는 문장, 다시 눈을 뜨고 곁의 읽다만 책의 페이지로 눈길을 옮긴다. 그렇게 반복 또 반복, 이렇듯 아주 어설픈 일상 명상들을 유지하는 중이다. 감사하게도. 




지금 나는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처음으로 마음속에 적막한 고요가 깔린다. 지금 나는 완전히 혼자다. 정말 오랜만이다. 요즘 이런 날들을 즐기며 얼마나 기뻐했던가. 개인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일까지 완전히 해결되었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나는 아무런 상관도 않겠다. 나는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을 것이다. 이제 나는 정신적 모험을 떠날 것이다. 독서 여행을 말이다. 




책이 매력적이었던 건 내용도 내용이지만 '문장력' 때문이었다. 

세네카와 에피쿠로스 학파와 같은 서양철학의 메시지들을 은연중에 던져주면서 작가의 메인 화두인 '영혼의 평화'에 대한 개인 철학이 신선하고 시원한 문장으로 잘 섞여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순전히 '글' 적인 포인트로만 보았을 때에도 어딘지 모르게 이 책은 '교습서'로 두고두고 읽어보고 싶을 지경에 이르기도 하여, 몇 문장들은 촘촘히 다이어리에 적어보았다. 곱씹다 보니 찾아오는 어떤 고요한 평정심도 아주 짧지만 느껴보고 싶었기에. 




안정을 찾지 못할 때, 나는 나 자신이 아닌 밖에서 환경에서 이걸 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하면 불행이 찾아 옥 십상인데도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매 순간 습관을 바꾸기란 얼마나 어려운가를 절감한다. 


난공불락의 문제 더미처럼 밀려오는 도전들, 헤라클레스 같은 용기가 필요한 도전들 반면 아우기 아스의 지저분한 외양간 같은 무질서는 오늘날 어떻게든 적응해서 살아야 할 상태가 되었고, 머리가 여럿 달린 히드라 같은 사람들은 다들 기꺼이 좋아하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매일 밀려드는 각종 뉴스들만으로도 사람들은 어질어질해진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런 것들이 재빨리 지나가기를 소망할 뿐이다. 



고요히 '정면'을 '직시' 할 줄 아는 용기를 꿈꾼다. 언제나..



'자신이 왜 사는지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은 어떤 삶이든 모두 견뎌낸다'라고 했던가

빅터 플랭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같은 깊이 있는 책을 한 권씩 떠올릴 때마다, 아울러 삶에 대한 철학적 사고와 태도를 한 번 더 강렬하게 주지 시키는 이런 양서들을 접할 때면, 어딘지 모르게 숨어 있었던 '용기'라든지 '지혜'라든지 혼돈스러운 시간의 물결 속에 해독제를 만난 듯한 기분이어서, 많은 위로를 받게 된다. 따지고 보면 무탈해 '보이는' 삶이며 그 보이는 것을 진짜 그러한 삶으로 만들어 내는 것도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면 불가한 것도 아닌데, 여전히 나는 그 '마음'에 어떤 문제들을 달고 사는 걸까 싶어서 잠시 얼굴이 화끈거렸다. 한가함을 두려워하는 내가 하가 함을 갈구하는 나와 만난 것 같아서... 




영혼의 평화가 '한가함/평안'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후자는 하나의 상태를 말한다. 반면 영혼의 평화는 사람이 취하는 태도의 하나로서 일상을 꾸려나가는 기능을 한다. 이런 의미를 '한가함/평안'이라는 개념으로는 담을 수가 없다. 


'영혼의 평화' 란 어떤 상황에서도 흥분하지 않고 황급해하지도 않으면서 올바른 것을 선택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선택의 결과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안정된 태도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무위에 가까운 실천, 일어나는 사건들을 그대로 두거나 받아들이는 태도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또 지혜, 정의, 용기와 함께 고대 그리스의 네 가지 주요 덕목에 포함되어 있는 '사려 깊음' 과도 연관이 있다. 




영혼의 안정을 위해서 '인식'을 바로 세울 필요를 요즘 들어 많이 느낀다. 

의식적으로 이성을 일으켜 세워 여기저기 요동치는 감정을 정제하듯 다스려 나가려는 애씀들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반대로 읽다 보면 보다 더 의식 있는 삶을 산다는 걸 스스로 상기 해나가게 되니, 그리하여 너무나도 자본주의적이고 너무나도 실용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것을 조금은 멀리하고, 한 해의 마무리의 달만큼은, 형식에 얽매임 없이 손과 마음이 찾는 책을 향해 조금 더 '모험'을 떠나볼 작정이다. 




삶에 대한 철학적 태도를 익힌 사람은 훨씬 더 의식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을 뿐이다. 고대에 철학은 오로지 전문가들만이 능숙하게 할 수 있었던, 추상적인 주제들에 대한 박학다식한 설명이 아니었다. 당대에 철학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인생 학교였다. 삶의 문제를 다루는 학파나 학교들이 즐비했는데, 제도 형식을 갖춘 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이 공존했다. 


우리가 내리는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일, 또 세부 사항을 고려해 결정을 내리는 일과 관련한 세련된 방안이 있으니, 바로 나 자신을 제한하고 한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이를 실행해보면 좀 더 신중하게 선택하고 지각 있게 행동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 삶에 대한 자율성과 주권을 획득하는 것이다. 남이 빼앗아 가거나 강제하기 전에 스스로 행해야 한다. 




그리하여 읽는 자의 도리와 책임으로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고자 

읽는 시간들을 좀 더 세밀하고 정교하게 '기록'으로도 남기는 시간... 그렇게 남기면서 스스로를 정제해 나가볼 뿐이다. 철학서가 주는 '그런 매력' 은 별책부록 같기만 하다. 쓰는 시간은 잠시 동안의 깊은 영혼의 평화를 언제나 주곤 하기에. 감사하게도 그 시간을 지켜내련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여. 



흐릿하다가도 글자로 선명히 새기면 조금씩 흐릿함은 없어진다. 그래서 쓰는 행위는 계속될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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