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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Feb 07. 2020

인생의 문장들 속 '나'를 떠올리는 시간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책을 읽는 일이 외로움 자체를 완전히 없앨 순 없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는 감정을 다른 누군가도 느끼고 있다는 위안을 얻게 되죠 


-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 






 보드라운 진분홍색 코팅 커버에 클래식 블루에 가까운 아이스크림 막대 바 그림. 

책을 덮었을 때 북 디자인이 의미하는 게 과연 무엇일까 싶었다만 아무래도 좋았던 건 결국 책 속 '문장들' 덕분이었다. 현실을 살아가는 냉정함을 고수하다가 이리 치이고 저리 다쳤을 때 그의 '책 읽어주는 남자' 칼럼의 각종 카드 뉴스 형식의 메시지와 문장들은 짧아도 읽는 그 찰나의 순간만큼은 적잖은 위로를 건네곤 했다. 그래서 구독을 해왔고 그의 전작들도 개인 책 취향(?) 과는 다소 거리가 멀지 싶어도 이상하게 신간 소식이 들릴 때면 종종 찾곤 했었다. '에세이'를  이토록 아름답게 글을 꿰맬 줄 아는 '남성 작가' 도 흔치 않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다만.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전승환, 다산초당, 2020.01.08.



인생은 과거로 침잠하는 게 아니라 어쩌면 앞을 향해 계속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고행' 길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그 고행길 안에서 우리가 기댈 수 있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그 존재 자체가 큰 위안이고 버팀목 이리라. 누군가에게는 가족, 연인, 친구... 누군가에게는 권력, 돈, 가치관, 누군가에게는 종교. 그리고 또 나와 같은 누군가에게는 '책' 이 바로 그런 것들일 테다. 특히 '책' 이야말로 약간의 우상숭배(?)의 느낌마저도 들어갈지 모르겠다만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엄청난 존재가 아닐까 싶다. 




우리에겐 저마다 자기만의 세계가 있습니다.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가끔은 오로지 혼자 힘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돌볼 필요가 있죠. 나모나 꽃이 올곧게 자라는 데에도 적절한 간격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에게도 그리움의 간격이 필요합니다. 그 적당한 거리를 존중함으로써 사랑하는 사람을 아끼며 더욱 애틋해할 수도 있고 우리 역시 좋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아끼는 시간은 이런 장면이랄까. 햇빛의 밝음과 고요한 시간, 원하는 것들이 사방에 다 있는 욕심 어린 순간들.



나도 한때 그러했듯 여전히 그러하듯. 

책에서 배우는 것들, 깨치는 것들, 성찰하게 만들어 주는 것들, 하다못해 위로나 위안을 얻고 다시 나아가려는 힘을 얻게 되기도 하는 것..... 그도 어쩌면 그렇게 생각했기에 지금의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라는 단행본 한 권을 집필할 정도의 '작가'가 되어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그 위로의 대상이 다름 아닌 '책'이었기에. 




사소하지만 즐겁게 꾸준히 할 수 있는 뭔가가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행복을 찾는 비밀 열쇠입니다. 행복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그저 맛있는 걸 먹고 여행을 가는 것도 좋고, 모임에 나가 다른 사람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일들로 인생이 크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아는 사람은 세상을 좀 더 여유롭게 바라보게 되고 마음도 평화로워지겠죠. 그런 건 다른 누가 찾아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각자 스스로 찾거나 만들어야 하죠. 


작가가 된다는 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없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 저는 제 마음속 깊은 곳에는 글을 쓰고 싶고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고, 마침내 용기를 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제가 지금까지 용기를 내지 못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지금의 저는 없었겠죠. 이처럼 우리가 꿈을 꿀 때는 정말 중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기 꿈에 지레 겁먹지 않고 용감하게 도전해야 한다는 거죠. 




일상을 살아가며 작가가 읽었던 숱한 책들 속의 '문장' 들을 넌지시 건네며 

그의 이야기를 동시에 전한다. 다시 말하자면 그의 내밀하고 은밀한 개인 생활을 다 드러내진 않아도 얼핏 예상하고 또 비슷한 공감대마저 불러올 수 있을 '우리들'의 단편을 이야기한다. 마치 라디오 프로 한 꼭지 정도의 원고를 매 챕터마다 읽는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이 책에서 피식 웃음을 내보기도, 진지하게 문장에 빠져들기도, 내가 읽었던 책이 소개되어 나올 때의 반가움과, 미처 읽지 못한 책의 좋은 문장들과 접하기도 하면서. 삭막했던 시간에 잠시나마 물기는 어린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그 물기가 영영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그렇게 사막과 바다의 경계를 오고 가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것 또한. 




개인의 사소한 일상에서도 용기는 필요합니다. 예컨대 우리가 자기 자신을 바꾸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고 누군가에게 잘못했을 때 사과하는 일 또한 큰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사랑을 하는 데에도 용기는 절실히 필요한데, 그 사랑하는 마음이 용기를 키워주기도 하죠 



사랑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상대를 향해서든, 그 상대를 위하려는 '나'를 위해서든....



유약해서 쉽게 껍질이 벗겨지는 '나'라는 존재에게

선물처럼 건네기에 참 좋은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는 책이다. 프로이트가 말했듯이 '억압하는 것은 반드시 돌아온다'라고 했던가. 사실 재테크 서적이 아닌 '이런 책'을 출간하기를 (내가 읽었던 책들과 개인 수필이 적절히 담겨 있는) 내내 소원했던 나에게, 어찌어찌 찾아온 이 '개인 인문 에세이'는 조금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고 만다. 못내 포기하지 않겠다는 어설픈 듯 강단 있는 내면의 목소리가 읽는 내내 전해졌기에. 누군가의 인정이나 사랑 없이도 끝까지 해 보겠다는 투명한 용기마저도.. 



산다는 건 자기 자신이 되어 간다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속 구절이 문득 떠오른다. 

동시에 나이를 먹어가며 복잡한 시간들이 더해지는 과정 속에서 어떤 절망이나 고통 혹은 고민이나 상처들이 쌓여갈지언정, 반대로 그 길들의 매 순간은 '진짜 어른' 이 되어 가는 더 큰 과정 아니겠는가 싶어서, 나는 아주 조금씩 느리게 어른이 되어 감을 느낀다. 계속적으로 '오늘'이라는 시간을 '내일'이라는 산을 향해 넘어가는 스무고개를 하는 과정 속, 자꾸 날갯짓을 하려는 또 다른 '나'를.... 조금 더 지켜보고 지켜내고도 싶어 진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가벼운 불안을 품고 시작하는 2월의 시작일지라도. 



입춘이 지났다 한다. 겨울은 가고 곧 봄이 오고 삶은 그렇게 반복이다. 되도록 순환했으면 좋겠다. 올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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