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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Feb 17. 2020

우울할 틈 없이

퇴사 D-11일, 

만사가 꿈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때가 오면

오직 글쓰기로 보존된 것들만이 현실로 남아 있을 가능성을 갖는 것이다. 


-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 -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를 배우는 중이다.

이제 막 시작한 그 분야 학습은 대략 데이터를 취합해서 그것을 전처리시키고 다시 마스터 데이터셋을 통해 분석하고 알고리즘을 돌리고 그 과정에서 데이터 제품군을 생성하든, 시각적 활용을 통해 의사결정을 움직이게 하든. 디지털 시대의 '시장'에서 '마케팅'을 위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 표본에서 본 '패턴' 이 '모집단' 에도 적용될 거라는 나름의 예측과 분석을 행하는 것, 그것을 어떻게 앞으로 '활용' 할 것인가는 사실 명확하지 않지만, 나는 이 교육의 수강생 모집공고를 보았을 때 '이거다' 싶었다. 직관이었고 본능이었다. 진짜 '마케팅'으로 '팔리는 나, 팔리는 일'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기에.... 그 뜨거운 마음만 가득했기에. 그러나 한편으로는 비자의적인 퇴사를 할 것이라는 촉 또한 강하게 느끼고 있었기에. 



데이터 애널리스트가 되겠다는 엄청난 야망은 없다. 다만.. 

우울할 '틈'을 되도록 막고자 했을 뿐. 막상 들어가서 배우고 나니 재밌다. 호기심이 아직 남아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아울러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있어빌리티를 자극하는 그 분야 안을 조금씩 발을 들여 보니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닐 수 있는 '디지털 마케팅'  분야. 그러나 참 중요해진다는 것, 이미 활발히 활용한다는 것. 




데이터는 사실을 이루는 가장 작은 입자다... 




카이제곱 검정, T-검정, 회귀 분석, 분산 분석, KESS, 크롤링, 파이썬, 마켓 4.0 그로스 해킹, 등등.  

아직은 입문 수준에 관련 분야 언어와 지식, 실무 활용과 실습이 전부이지만 넓고 얕은 교육의 시간이 쌓일수록 나는 뭔가 '무기'를 만드는 듯한 느낌이다. 아니 무기까지는 아직이고 사실은 최소한 '드라이' 한 '이성'의 세계로 다시금 나를 돌려놓는 것만으로도. 이 시간은 반은 성공이지 싶다. 회사에 나머지 짐을 가지러, 아울러 여러 행정처리를 위해 출근하는 며칠 동안, 안 울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을 만큼 나는 아직도... 어떤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못난 나를 발견하고 마니까. 



내일 오전 10시, 퇴직 면담을 한다. 

형식적인 시간이겠지만, 어쨌든 현 팀장님과 공식 면담 시간을 조율한 나는 노트북을 들고 내일 잠시 시간을 회사에 들를 예정이다. 회사 나갈 생각을 하니 잠시 머릿속은 잠깐씩 혼돈의 도가니. 오늘 오전 오후 부분의 시간을 '데이터 사이언스' 니 디지털 마케팅 개론이니, 통계 패키지 소프트웨어니, KESS 니, 각종 분석법이 이렇게 기가 질릴수록 많았다니, 의사결정의 비용과 시간을 줄여줄 수 있는 경제성을 가지게 만드는 이것들을 가지고 이미 기업들은 '돈'을 더 효율적으로 벌 궁리를 하고 있고 실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 그 움직임들을 공부하며 소위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 실무를 병행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하는 이 시간이 참 감사하면서도, 

이상하게 얕은 우울감은 지속되는 중이다. 같이 교육을 받는 동기 수강생들과 웃으며 눈을 쉽게 마주치지 못했다. 오늘은 그랬다. 이토록 낮 가리는 인간이 나였나 싶었고 한편으로는 그 많던 자신감이 다 어디로 갔나 싶어서 겉으론 웃었지만 속은 쪼그라들었었다. 점심 조차 내키지 않았을 만큼. 손은 엑셀 매크로와 쿼리 분석, 피벗 테이블 돌리면서 소위 '계산' 하고 손과 눈을 굴리고 있으면서도 그 감정은 왔다 갔다 한다. 





복잡해 보이는 것도 쓰다 보니 단순해진다. 

글로 쓰는 기록이든, 실제 실무적 접근으로 인한 '활용'의 쓰임이든, 별 거라고 생각도는 것들도 막상 해 보면 별 것이 아닌 시간들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나름 오늘의 교훈으로 삼아서 나는 오늘의 교육 실습을, 공부 노트에 기록하며 동시에 밀려왔다 나갔다 하는 감정조차도 쓰는 행위로 남긴다. 그렇게 '없어지려는' 나를 다시 씩씩한 제자리로 되돌리는 시간을 갖는다. 



교육이 끝나갈 무렵, 노트북을 정리하며 나는 생각했다. 

내일은 더 괜찮을 것이라고. 팀장님을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듣든, 웃으면서 들을 것이라고. 울지 않을 것이라고. 왜냐하면 이유가 없으니까... 이유는 내가 만들 뿐.  그렇다면 절대 울지 않겠다고... 나는 다짐했다. 그 누구와 마주하든, 갑자기 연약해지든, 눈물이 덜 나오기를 바라며. 



찬 눈이 내려도, 나무는 꿋꿋하다. 우울할 틈 없이. 우울해도 끄덕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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