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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Oct 10. 2017

26. 매력 있는 사람들 1탄  

나의  '매력남녀'들을 공개해보다  

매력 있는 사람들   

 긴 추석 연휴를 마치고 다시 회사로 복귀한 오늘, 사옥 안에 카페테리아가 예상대로 꽤 분주했다. 그 분주함 속에 나도 한몫 거들고자 근황이 궁금한 그와 그녀들에게 차를 대접하기로 했다. 한데 오늘 유난히도 매력 있는 사람들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그 핑계로 오늘은 잠시 나의 '매력남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어 진다. (핑계 참 잘 대는 나라며...)  




하나, 손님을 기억하는 카페테리아의 알바녀   

“헤어스타일이 바뀌셨어요. 잘 어울리시는데요”  

 와….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감탄했고 내 옆의 그녀는 그 덕에 생긋 한번 웃으며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오글거리면서도 왠지 모를 훈훈한 분위기 덕에 오후 2시의 티타임의 시작과 끝은 좋을 수밖에 없었다.  

 

 알바녀가 장착해 주신 건 진정한 고객 서비스 마인드 혹은 자주 방문하는 탓에 기억할 수밖에 없는 동료를 향한 자연스러운 칭찬, 그것도 아니면 그저 큰 의미 없이 흘린 한마디? 그게 무엇이 되었든 안경 너머로 화사하게 웃는 귀여운 목소리의 소유자인 그녀는 오늘부터 내게 매력적인 관심대상이 되어 버렸다.


커피 한잔을 수줍게 건네며 그녀가 한 궁극의 칭찬 덕분에 두 여자가 기뻤다는 걸 매력적인 그녀는 알까.

 

 누군가를 기억하고 그 상대가 웃을 수 있는 한마디를 건넸다는 것. 사실 누군가를 웃게 하는 데 큰 힘이 들거나 돈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니다. 아주 작은 배려와 센스 있는 몇 가지의 행동으로 충분히 기쁨을 공유할 수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누구도 하려고 잘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녀는 해냈고 그런 그녀는 충분히 매력 넘친다.     


둘, 한 달 출장에서 복귀한 그   

 아기를 낳기 전후로 회사에 내 소속 팀장님보다 더 내 팀장님 같게 챙겨 주신 참 고마운 선배님이 계신다. 임신했을 땐 임신했다고 출산했을 땐 출산했다고. 그리고 휴직과 복직 전후까지 종종 티타임을 해 주시는 참 고마운 그는 9월 내내 대만과 태국 출장을 다녀오시고 연휴에도 잠시 회사에 나가서 일을 처리하시는 걸 본인의 페이스북에 유쾌한 몇 문장으로 알릴 수 있는 여유 장착 직장인이다. 그 덕에 몇 분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역시 그 대화 자체로 그는 내게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으로 한번 더 등극해 주신다.


“휴일 근무를 나온 친구에게 스타벅스 쿠폰을 날릴 수 있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 아니던가  
(라며 인증사진 투척)
“역시. 받으셨군요. 인기쟁이 십니다. 비법이 뭔가요”  
“간단합니다. 10잔 사면 1잔 돌아옵니다.
그래서 10잔 사는 인생을 살고 있을 뿐이지요”  


 절대 그가 내게 기꺼이 스타벅스에서 그린티 프라푸치노를 사 주시기 때문이 아니라 (훗, 아주 약간의 영향이 끼치긴 하다만) 그의 일과 삶에 대한 이러한 작고 큰 철학이 그를 매력남으로 만든다.


스타벅스로 친히 인도해 주신 그 분은 스타벅스보다 더 매력적이시라며..(훗 곧 갈 기세 ㅎㅎ)

 공대생 출신의 엔지니어에 대한 나의 편견(?)을 깡그리 무너뜨려 주신 그분은 자신의 신념과 생각을 꽤 공손하면서도 유쾌하게 공유해 준다. 그는 철학적 대화가 꽤 가능한 사람이다. 회사 일의 크고 작은 이슈, 하물며 육아에 대한 고민마저도 스스럼없이 해 버린 내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 주는 조언과는 역시나 사뭇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참 잘 듣는 귀를 가진 그는 나의 ‘다다다다’ 하는 유치한 말들도 웃으며 끝까지 듣고 있다가, 마지막에 내게 건네는 한 두 마디에서 내 무릎을 탁 치게 한다. 미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는 유머도 종종 발산해낸다.


 본인은 20대 미혼 여성에게 제일 인기가 없지만 그 외 나이가 꽤 찬 30대 중후반과 40대 후반의 기혼남녀들에게 인기가 있는 걸 애석해 하지만, 그 말마저도 담담히 이야기하는 그는 정말 매력 넘친다.     



셋, 40이라는 숫자가 믿기지 않는 퇴직한 동안미녀   

 올해 여름, 약 12년이라는 멋진 연차를 마무리 지은 그녀의 퇴직 인사는 역시 그녀답게 매력적이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인수인계자를 소개하면서 메일의 마지막 한 문장으로 모든 게 압축되는 그녀의 정말 짧고도 굵은 메시지에서 그녀다움이 느껴진다.


 내가 신입사원 때 그녀는 박 대리였다. 감히 대리 주제(?) 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그녀를 대하는 팀장도 부장도 상무도 없었다. 오히려 불편(?) 하다면 어딘지 모를 불편함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 하나 그녀에 대해 꽤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녀의 매력을 잘 알고 있다. 꽤 직선적인 화법에 불편해하는 동료들과 사내 적(?) 들도 있다고는 하나 내가 보기에 그건 그녀가 가진 최고의 매력이었다.


언뜻 보기에 톡 쏘는 '사이다'같은 그녀의 말투는 따지고 보면 청량하고 시원시원하다. 그래서 좋다

 

아닌 건 아닌 것 같다고, 그리고 모르면 정말 모르니 알려 달라고 말할 수 있는 대담한 용기로 무장한 동료. 후배에게도 배울 게 있고 선배에게도 모지람이 있다는 걸 인정할 줄 아는 사람. 그래서 꼰대 다운 조언 보단 차라리 누군가 고민상담을 해 왔을 때 그저 묵묵히 들어주고 그녀 다운 직선적이고 짧은 피드백을 건네는 사람.


퇴사 후 카톡으로 간혹 안부를 주고받을 때도 그녀는 역시 매력 넘쳤다.  

 

“근근이 먹고살고 있어. 충분히 벌지 못해도 후회는 안돼”  


 회사에서 보지 못하게 되어서 아쉽지만 매력적인 그녀와 이렇게 연결되어 있는 현실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넷, 나의 독서 동호회의 독수리 5형제   

 사내 독서 동호회에 가입하여 나름의 열혈(?) 활동 중이다. 모임에서 만난 5명의 그녀와 그들은 충분히 매력 넘치는 모임에서 만난 탓에, 내 눈엔 그저 모두 하나같이 매력적인 사람들로 느껴진다.   

 

 나이는 모르지만 최고 연장자로서 말투의 중후함과 인자한 미소에서 느껴지는 연륜으로 무장한 그는 상대적으로 젊은 대상들과도 나이는 상관없이 그저 좋아하는 공통점 하나로 자연스레 어울릴 줄 안다.   


 같은 동네 그것도 같은 버스를 공유하고 있었으며 무려 동갑내기 동료라는 걸 뒤늦게 알아서 일까. 우연찮게 버스를 타고 가며 나눈 몇 분의 대화는 그를 충분히 달리 보게 된 매력 지수 상승되는 순간이었다. 왠지 모를 개구쟁이 느낌 철철 넘치며, 아기 아빠임에도 자기가 자유분방하고 노는 걸 좋아해서 꿈이 돈 잘 안 벌리는 카페를 갖고 싶다는 꿈을 담담히 얘기할 수 있는 그는 충분히 좋은 아빠로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놀 수 있는 좋은 친구로 살고 있어 보인다.   


 주식에 관심이 많은 솔직한 하드웨어 엔지니어인 또 다른 동료는 최근에 100일 잔치를 지낸 뼛속까지 매너남에 늦 장가간 이유에서 일지 모르겠으나 꽤 순정적이고 가정적인 남자다. 함께 맥도널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벤치에 앉아서 그저 회사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동료가 되어준 덕분에 그의 솔직하고 소탈하고 착한 매력은 이미 철철 넘친다.   


 잠시 짧은 육아휴직을 다시 가게 된 그녀는 아기 엄마라고 처음에 믿을 수 없었던 동안 미모의 소유자다. 사실 겪어본 지 (?) 얼마 되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그녀가 휴직에 들어가기 전에 건넨 나의 작은 시집과 손편지 선물을 받고 뛸 듯이 기뻐해 주는 그 마음이 매력적인, 그래서 다시 그냥 보고 싶어 지는 사람이다.  


 독서 동호회의 없어서는 안 될 절대 매력(?)의 소유자인 회장님은, 큰 키와 훤칠한 훈남에서 일단 먹고 들어가 주신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아마 큰 이변이 없는 읽고 쓰는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멋짐의 매력을 장착한 절대강자라고 생각된다. 그 정도로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느낄 수 있었던 열정, 솔직함, 유쾌함, 전문성 등등. 그저 내 눈에 다 좋아(?) 보였다. 최근엔 출간 계약까지도 해내셨단 소식에 내가 내 소식 마냥 정말 기뻤었다.


내가 만난 다섯 권의 '사람책'들을 응원한다.
내가 좋아하는 이 매력적인 사람들이 잘 되는 걸 지켜보고
또 응원할 수 있는 오늘은 참 흐뭇하고 고마운 일상이다.

 

 

다섯, 내 평생에 단 하나뿐일 그와 그녀   

 마음속에 간직한 나의 치부와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내게는 절대 매력의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마성의 매력으로 나를 충분히 끌어당기는 소유자 '둘'이 있다.


  나보다 약 반년 정도 먼저 아기를 가진 그녀는 이미 유부녀가 되었지만 싱글이었을 때와 다르지 않은 순수함과 따뜻함 그리고 그녀 특유의 귀여움으로 절대 무장했다. 내게는 천사표 수녀님 프리티 우먼이며 칠보 공예와 클레이 아트를 할 줄 아는 사부작 거리는 손재주가 예쁜 그녀는, 사람의 진심과 호의를 그대로 순수히 받아들일 줄 안다. 귀여운 글씨체의 손편지를 쓰고 또 건넬 줄 아는 예쁜 여자가 문득 보고 싶어 진다.


내 눈엔 여전히 귀엽고 또 어른스러운 말벗 매력(?) 을 지닌 참 고마운 그녀가, 항상 보고 싶다 (라고 고백을!ㅎㅎ)

 

 나의 회사 출입카드 속에는 10년 전 그녀가 내게 카페에서 적어준 작은 응원의 손 편지가 고스란히 간직되있다. (우리는 이런 정도의 사이라며) 슬픔과 기쁨의 중심에서 항상 나를 응원하고 지지하고 지탱해 주는 그녀는 충분히 내겐 매력 넘친다. 앞으로도 그 매력이 오래오래 유지되기를 바라며 뭐든 주고만 싶어 지는 그런 소중한 사람이다.   


 일 처리를 프로페셔널하게 처리해 내며 영어를 참 잘 해내는 그는, 첫 만남에서부터 그만의 매력이 이미 충분히 전해질 수밖에 없었다. 남자가 대화할 때 저렇게 섹시한 목소리를 낼 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해 버린 만든 좀 위험한(?) 사람이었다.


댄디한 매력의 그는 청바지가 아직도 참 잘 어울린다. 다행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배알 없이 배 아프다 쳇!

 

 사실 그가 대단히 잘나서 매력을 느낀 게 아니다. 때와 상황에 따라 상대를 배려해서 건네는 약간 높으면서도 부드러운 톤의 화법, 침묵할 줄 아는 여유로 중무장하며 때론 나를 수다쟁이로 어느새 만들어 버리고 말지만, 그만큼 듣고 있다가 “잘 해내고 잘 지낼 줄 알았어”라며 그만의 독특한 응원을 넌지시 건네며 밀고 당길 줄 아는 매력쟁이다. 그가 가진 블랙홀 매력은 충분히 나뿐 아닌 여러 사람들에게 여전히 사랑받고 있을 듯싶다. 인기 있고 매력 넘치는 그는 충분히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아마 여기저기서 매력 어필 중일 지 모르겠다. 괜스레 배가 아파진다.

 

 삶의 희로애락을 경험해 낼 때 항상 떠오를 그리움의 대상.
만나고 있지 않아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힘이 되어 주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나의 ‘오직 두 사람’이다.

  

 우리들은 이미 유부녀 유부남이 되었고 그래서 만남이라는 시간의 제약에 아쉬움이 있으나, 보고 있든 아니든 이렇게 우리 셋은 서로가 각자 어떤 형태로든 연결되어 있다는 것그저 고마운 요즘이다.


우리 둘은 그렇게 각자 삶의 트랙을 평행선처럼 간다. 따로 또 같이...

 

 내게 매력이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그리고 팔 수도 없는 것들이다.

 그건 억 만금을 준다 한들 쉽게 그리고 순식간에 얻어지는 게 절대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매력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도 그리고 받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더 매력이 매력적인 건 아닐까.   


나는 여전히 누군가들에게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매력적인 엄마, 매력적인 아내, 매력적인 딸과 누나, 며느리와 직장동료, 그리고 매력적인 ''라는 여자 그 자체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매력남녀'다. 오늘을 잘 지냈다고 스스로 쓰다듬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의 소유자일 테니깐.


 요즘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나는 이런 요즘의 내가 매력적이어서 좋다. 감사하고 기쁜 현실이다.


책과 함께하는 내가 가장 매력있다며 (브런치 프사를 확대해주는 이 노골적인 담대함은 뭐란말이더냐)

 

 당신의 눈과 마음에, 오늘 내가 잠시라도 들어 있었다면 부디 ‘매력’적이었기를. 그리고 이 글 읽고 계시는 ‘당신’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점을 알아주시기를 감히 바란다.    


우리는 매력남녀다.


언젠가 매력 있는 사람들 2탄을 쓰고 싶단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창선님이나 가을 하늘님, futurewave 님이나 칼럼니스트 지현 님과 같은, 한 번도 뵙지 못했으나 이 공간에서 연결된 고맙고 소중한 분들의 이야기도 함께 말이죠. (훗)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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