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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Mar 15. 2020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 어떻게 키울까...

교육의 미래, 컬처 엔지니어링 

파도를 맞이하는 마음가짐, 파도를 보는 관점이 파도 타는 기술보다 더 우선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 마음가짐과 태도와 관점, 이런 게 사회에서는 '컬처' 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요. 


- 교육의 미래, 컬처 엔지니어링 - 




책을 덮고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이제 꽉 찬 4년 하고도 3개월을 지나는 어린이집의 쌍둥이들. 아이들은 이제 제법 인식을 한다. 사물과 사람, 감정과 자신이 처한 환경에 대한 생각을. 나는 사뭇 두렵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과연 정식 '교육 시스템'에 들어가면서 '질문' 할 수 있는, 사유할 수 있는, 모두가 YES라고 통속적인 길을 걸어갈 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하면'이라는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그 '교육' 현장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있는 미취학 아동의 부모로서.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읽다 보니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교육의 미래 컬처 엔지니어링, 폴 김, 김길홍, 나성섭, 함돈균, 동아시아, 2020.01.14.



이 책은 단연코 교육계에 종사하는 분들뿐 아니라 사실 모든 '부모'가 읽어야 마땅한 책 같았다. 

교육 혁신을 이루려는 사람들이라고 일컬어져도 그 혁신을 해냄에 '편견'과 '고정관념'이라는 프레임을 깨고 나오려 하는 행위들의 유지는 정말이지 쉽지 않을 것이다. 책은 그런 관점에서 '컬처'라는 관념을 도입한 게 아닐까 싶다.




'컬처 엔지니어링'이라는 단어를 제가 떠올리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무리 사회적 고통이 심하고 상황이 좋지 않아도 사회 속에 살고 있는 개인들은 세계관이나 인식을 정말 변화시키기 어렵고, 변화의 필요성도 못 느끼며, 심지어는 고통 자체에 무감각해져 있는 상황도 상당히 많다는 겁니다. 이에 비해서 어떤 사회 시스템을 기계라든지 소프트웨어라든지 하드웨어라든지 이런 장치를 통해 바꾸는 일은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중략) 


'왜 저 사회는 저런 생각에 사로잡혀서 고통을 짊어지고 강요하며 살고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해보니까 '이건 그 생각을 그 틀에 묶어두는 어떤 보이지 않는 태도나 습관 같은 게 아주 강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저 사회의 컬처, 즉 문화 같은 게 아니겠는가' 하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p.13-15, 폴 김 




그래서 노출된 환경, 학습, 사회, 인지 도구들... 중요하다..



공저자 중 한 분인 '폴 김' 님의 '교육은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라는 말에 지극한 동의를 한다. 

심지어 그건 교육 과정의 학생들뿐 아니라 평생 교육을 지지하는 '어른' 등에게도 통용하는 말일 테다. 코칭을 한다는 건 무엇일까? 정답을 알려 주는 게 아니라 그 정답을 '스스로' 주체적으로 사유하고 판단을 해낼 수 있도록 '길'을 터 주고 '환경'을 조성하도록 지지해 주는 역할의 사람들은 아닐까? 그러나 그런 '교육' 조차 부재하는 환경이라면 어떨까. 주변에 갈등과 고통이 다가왔을 때, 어떻게 이성적으로 그 감정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인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 그것이 교육과 접목되어 '코칭' 될 수만 있다면.. 





좋지 못한 질의 학교교육을 받거나, 아예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나 아이들이 스스로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것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인권에 대한 것이에요. 아주 기본적인 인권에 대해서도 교육을 받지 못합니다. 글을 읽지 못하니까 정부 정책이라든가 이런 것이 뭐가 있는지도 모른단 말이에요. 

p.45 


교육은 사회의 중요한 프로그램일 텐데요. 저는 이와 관련하여 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실행 기능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한 적이 있어요. 우리가 한 번에 일을 하나씩 하잖아요. 그런데 순차적으로 사안을 인지하고 일에 접근하는 이해 기능이 바로 실행 기능이에요. (중략) 


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실행 기능에 대한 연구에서 분쟁 지역의 아이들은 스트레스 장애가 훨씬 높고 실행 기능도 상당히 떨어집니다. 분쟁이 덜하고 학교와 돈이 있고 아이들의 안정이 보장된 지역의 애들은 상대적으로 실행 기능이 훨씬 뛰어납니다. 

p.51-53




천편일률적인 교육이라도, 일단 아주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것들은 배워야 산다. 그래야 제대로 살 수 있다.



속독이 가능했던 건 너무나도 경각심을 자극하는 내용들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이라는 관점이라서.

아이를 키우고 살피는 양육자의 길로 들어선 이상 '교육'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데 그 교육이라는 것을 본격적으로 맞이할 쌍둥이 아이들을 생각하노라면... 이 아이들이 갈등 상황에 처했을 때 얼마만큼의 '스트레스 대처'를 잘할 수 있을지, 아울러 편견과 선입견, 고정관념들에서부터 적절한 거리를 두어 자신의 세계를 지켜낼 수 있는지. 게다가 소위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 그들이 집중해야 할 영역은 과연 어떤 부분들인지... 생각은 책을 덮은 이후에도 아마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거실에서 아이들이 시끄럽게 놀고 떠들고 장난감을 어지르고 있는 그 상황을 식탁 위에서 이 서평을 쓰면서 내내 지켜보는 와중에서도... 




리스크를 져야 할 시도를 감행할 때는 성공 확률이 낮지만 그 위험을 상쇄하고 남을 만큼 이익이 돌아오든지, 안 그러면 제도적으로 리스크를 완화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아시아 개발은행에서 리스크를 완화해 줌으로써 위험이 있는 프로젝트를 하게 된 얘기를 해드릴게요. 


우리는 실리콘밸리를 따라 하려고 하는데, 저는 조건도 수준도 규모도 너무 다르기 때문에 우리에게 맞는 벤치마킹 대상이 아니라고 봅니다. (중략) 한국이 창의성과 진취적 힘을 기르고 위험을 감행하는 힘을 기르는 이런 것도 벤치마킹하여 모델을 다변화했으면 좋겠어요


p.65-68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가 오는 중이다

유가 폭락, 낙폭의 연속, 종잡을 수 없는 세상, 급히 습격된 바이러스에 온 세계가 휘청이는 요즘은 그야말로 대혼란의 시대,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볼 법한 시대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때일수록 '스트레스 장애'에 되도록 부드럽게 자신의 세계를 지킬 수 있는 힘든, 결국 자신의 생산성과 효율성에 대한 생각을 하는 '주체적'인 사람들, 매뉴얼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자신만의 매뉴얼을 가지고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이들... 그런 이들의 힘은 결국 시간에 따라 쌓아 내린 '교육' 적인 힘이 아닐까 싶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정말 모르는 길을 그러니까 인류가 지금까지는 안 걸어봤던 길을 가게 됩니다. 미리 짜인 매뉴얼이 잘 통하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게 되는 거죠. 그래서 매뉴얼만 따라 하다가 갑자기 매뉴얼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때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에 대한 또 하나의 사례가 있어요. 

p.176


매뉴얼만 가지고는 안 되는 시대라고 아기 하고 싶어요. 실수는 항상 일어나고, 자연재해들이 많이 일어나는데, 여기에서 매뉴얼만 가지고는 안 되는 일도 항상 일어난다는 거죠. 인공지능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을 볼 때에는 더 그렇다는 거예요. 


고급 생각을 하게 하는 교육이 스마트교육이라고 봐요. 똑똑한 교사의 가르침이 위주가 되는 방법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질문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고급 생각 능력이고, 그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스마트교육이라고 저는 보거든요. 이게 학교교육의 질과 상당히 관련이 있어요. 지금까지는 개발도상국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이제는 모든 국가들이 글로벌 수준에서 질에 중점을 두어야 될 시대에 와 있어요. 개발도상국이라고 인공지능 시대에서 빗겨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상황이 글로벌하게 동시에 주어지는 시대가 이 시대입니다. 

p.185-6




아이들이 많이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한다... 일단 솔선수범해야겠다.. T_T



노동자로 살아왔던 나의 부모님과 심지어는 나의 가족, 배우자, 그리고 나조차도. 

나라는 주체적인 인간이 가진 '인적 자본'에 대한 생각은 그리하지 못하고 살았었던 건 아닐까. 개인이 보유한 능력, 숙련도, 지식, 그런 노동의 질적 수준을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는지 '생각' 하고 그런 생각의 스마트한 교육 훈련을 받고 자라지 못했던 것 같아서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조금 그랬다... 결국 요즘처럼 코로나 19와 같이 매뉴얼에 없는 일이 삶을 살며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철저히 인지해야 하고, 그때에는 자율적인 판단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 외에는. 그리고 그 깨달음 이후에 '행동'을 향한 '변화'는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은 아닐까.... 




한국 사회의 이 컬처를 두려움이 지배하는 사회로 이해합니다. 이 두려움은 단지 사고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두려움을 완화해 줄 수 있는 컬처가 없고, 그 컬처를 지탱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 있지 않아서 입니다. 하나만 콕 찍어 말한다면 이 컬처의 지지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사회안전망인데, 한국은 그게 잘 안 돼어 있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사회안전망이 충분하지 못하다 보니까 내가 '학벌'로 내세울 수 있는 학교나 연봉 높은 직장을 얻어서 나 스스로 충분히 벌어놓지 않으면 나는 굶어 죽는다.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이런 생각이 두려움을 조장하고 평균적 삶을 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든 인생의 시간을 바치는 낭비적인 일이 발생하는 겁니다. 


p.233




책을 기록으로 남기는, 주말의 틈새 여유 시간 

시끄러운 괴성(?)을 지르며 아빠를 보챘던 아이들은 결국 산책을 나선다. 그이에게 아이들의 간식 짐가방을 챙겨주고 다 돌려진 세탁물을 건조 대위에 차곡차곡 빨래를 널어놓고 다시 쓰다 만 이 글의 마무리를 위해 노트북 키보드 위로 손을 얹는다. 이 문구가 내내 생각이 나서.... 어쩔 도리 없이 나는 다시 생각에 젖는다. 




지금 한국 교육과정에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서 나무 잘 타는 원숭이에게는 '무거운 것을 들어 봐라, 코끼리에게는 나무를 잘 타봐라, 물고기에게는 기어 다녀라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끌고 가는 식인 거예요. 타고난 개성, 원하는 일, 좋아하는 일이 다른데, 학부모들이 무조건 똑같은 시스템에 편입되어 같은 방향으로 무리하게 끌고 가죠. 

p.232



좋아하는 것이 다른 데 일방적으로 강요할 순 없다. 그렇지만 그 좋아하는 것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가 문제가 될 수 있기도..



학원을 보내지 않고 학교 정규 교육과정만으로도 아이들이 자신의 세계를 만들 수 있을까. 

자신의 '삶'을 어떻게 잘 살다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까. 반대로 나조차도 그런 생각을 진지하게 하고 산 지가 몇 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생각이 많아진다... 그러다 학교에서 교수가 되어 이제는 교단에서 대학생분들을 가르치고 있는 남동생에게 안부 겸 톡을 보냈다. 정말 뜬금없는 톡이었지만, 거기에서 약간의 희망을 잠시 얻는다. 



- 웬일이야 누나 

- 둥이들... 잘 클 수 있겠지? 

- 갑자기 뜬금없이 뭐야 

- 너만큼만... 소신껏 자랐으면 좋겠어 

- 뭐가 문제야. 누나랑 매형 보면 잘 될 거야. 

- 그럴까...

- 매형은 성실하고 누나는 책 읽고 글 쓰잖아. 그거면 된 거 아냐? 학교에서 안 가르쳐 주는 거. 누나가 해야지. 가정교육 중요한 거 누구보다 잘 알면서. 

- 그러게... 

- 일단 누나가 좋은 미친놈이니까 괜찮아. 금수저 아닌 내가 대학교수 됐다는 거 알려줘 

- ㅋㅋㅋ 고맙다...



자신 있다고는 장담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  주어진 환경에 그저 감사함만을 품고... 아이들을 기르려 한다. 일단 가장 생각나는 건 '생산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중요함, 너희들의 '상상' 이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되도록 자유롭게, 마음껏 상상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너희들의 세상은 검은색이 아니라 녹색으로 화창했으면 좋겠다... 사랑한다 아이들...





#책 한 권에서 수많은 생각을 했던 며칠이었다... 

#학교에서 못하니 집에서라도 제대로 가르치겠다 엄마표 찐 경제교육... 

#그나저나 나부터 잘해야 할 텐데.. 늘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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