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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pr 02. 2020

미국판 스카이캐슬, '네임드' 라고 다 잘난 삶인가?

인생의 특별한 관문 

상승 이동은 단순히 부모 세대보다 소득이 늘어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상승 이동은 많은 사람에게 문화적 단절을 의미하기도 한다. 

계층 상승을 꿈꾸는 개인은 원래의 가치관과 신념을 뒤로하고 새롭고 낯선 세계로 뛰어들어야 한다. 


- 인생의 특별한 관문 - 





미국판 '스카이캐슬'을 읽는 듯싶었다. 

저널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사람이 미국 입시 제도의 모순에 대해 제대로 파헤쳤다. 그의 집요한 관심과 수많은 사례, 논문을 연구하고 그 외 각종 경제학자, 교육학자, 입학 사정관, 입시 전문가, 아울러 그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각 입시 전후의 학생들을 밀착 취재하며 마치 한 편의 두꺼운 연구 논문을 쓰는 정도의 이야기가 집대성된 '미국판 스카이캐슬',  '인생의 특별한 관문' 은 '아이비리그'라는 명문대 공식의 최전선의 모순과 역설을 말하는 것 같았다. 



인생의 특별한 관문, 폴 터프, 글항아리, 2020.03.27.



현실을 보다 '나은' 삶으로 만들기 위해 아이비리그에 가려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는 이들의 현실. 

가고 나서도 '계층 차이' 와 '주류' 적인 것들로부터의 소수자라 일컬어지는 '평민' 출신이 느낄 수 있는 '계급'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으로 교육의 민낯을 전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입시전쟁' 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걸, 미국 또한 만만치 않게 치열하고 거기에 '인종 차별'까지 여전히 이 최첨단 시대에조차 거론될 정도면.... 교육 불평등과 입시 전쟁은 여전히 통과해야 하는 '철옹성' 인 것 같기만 하다. 




아들딸 대입 수험생이 되고 지원서 접수 기간이 다가오면 막연한 걱정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 아이를 번듯한 대학에 보내려면 SAT 과외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결국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누구 소개받을 선생님 없을까요  p.42


명문대 간판이 고가의 사치품처럼 부자들이 미친 듯이 달려드는 또 하나의 신분 상징일 뿐이라면, 예컨대 $5,000 짜리 명품 백이라도 $80 짜리 짝퉁과 기능이 별반 다르지 않다면, 사람들은 누가 어느 대학에 들어가든 입학시험을 치르기 전에 실내 자전거를 얼마나 타든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명문 대학이 정말로 가치가 있다면, 그래서 실제로 프린스턴대학과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또는 워싱턴대 학과 메릴랜드대학의 가치가 서로 다르다면, 네드와 에어리얼이 새벽부터 자전거 페달을 밟은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p.54




네임드가 보호할 수 있는 프레임은 영원한가? 궁금하다. 언제나 그것이...



수능이나 내신 성적이라는 교육제도가, 정해진 표준화 시험이고 그것에 필요한 '요령'을 가르는 것이라면

그건 '개인'의 '개성'이라든지 '능력'으로 따지는 건 한편으로는 아니지 않을까 싶다.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원시적으로 그 점수들은 얼마든지 '조작' 이 가능하다. 그렇게 따지면. 돈과 환경을 타고난 이들은 그쪽 방면?에  '투자'를 하면 '점수'를 얻기 '쉬운' 게 바로 그런 입시 제도의 그림자일지도 모른다. 책에서는 그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지능과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 치고는, 여전히 그 시험으로 한 사람의 삶과 인간성을 가리는 것이 가당키나 할까 싶으면서도, 어쩔 도리 없이 그 스코어에 목숨 걸 수밖에 없는 '사회' 또한 누구의 탓도 할 수 없게 만든다.. 




흑인과 히스패닉, 아메리카 원주민처럼 이른바 '소외된 소수자 집단' 이 백인 집단에 비해 SAT 공식 모의고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는 사실이다. (중략) 


상세한 정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시사하는 바는 분명했다. 인구통계학상 모든 집단의 학생들이 SAT 공식 모의고사를 비슷하게 이용했지만, 사회적 약자층이 특권층보다 SAT 공식 모의고사를 더 많이 이용했다.  p.127


하버드대학 경제학과를 이끄는 경제학자 데이비드 레입슨과 베스트셀러 '오리지널스'를 쓴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도 연구진에 합류했고,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이자 심리학자로서 노벨 경제학상까지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이 기조 연설자로 나섰다. 학자들은 이틀에 걸쳐 난상 토론을 벌이며 전략을 세우고 SAT 공식 모의고사를 이용하는 학생들을 비롯해 인간의 행동을 확실하게 변화시키는 방법에 대해 각자 의견을 제시했다. (중략) 


부유층 학생들의 입학시험 점수를 올리기 위해 자신이 매일같이 하는 일이 대학 입시를 더 불공평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네드는 간혹 재능 기부 차원에서, 고액 컨설팅을 받을 형편이 안 되는 빈곤층 학생들을 무료로 지도하기도 했다.   p.134-9




캠퍼스 문화 충격, 엘리트 대학의 빈부격차, 계급.... 결국 '계급' 은 여전히 존재할지 모르겠다. 

명문대 공식은 깨졌다 할지언정 여전히 명문대를 가고 네임드 기업에 들어가고, 소위 '말만 하면 고개 끄덕일만한' 타이틀 없이 '성공'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를?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볼만한 여러 낮 뜨거운 화두들이 책을 읽는 와중에 속속들이 전해지는 걸 감출 수 없었다. 사실 입시 문제를 이야기하는 책이었지만, 나는 한편으로는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이 '전쟁' 같은 '인생의 특별한 관문' 은 존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경쟁. 어디든 경쟁은 있기 마련...이다.



회사에 같이 들어가도 S대 출신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대우'는 

어떤 '자격'을 정하는 데 달라질 수 있는 기준인 것 같기에. 직장이라는 조직만 보아도 많이 학벌적으로 평등(?) 해졌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파벌이 없는 게 아니다. 한편으로는 드러나지 않게 일상의 일터 속 부조리들도 여전히 숱하지 않을까 싶기에. 조직사회는 여전히 일정 부분 노예 계급사회로 보이기 때문일까... 




키키는 한눈에 봐도 그들과 달랐다. 그녀는 흑인이었고, 프리셉트에 참여하는 유일한 흑인이었다. 인문학 연속 강좌 전체 수강생 중에서도 흑인은 두세 명뿐이었다. 프린스턴에서 흑인 신입생 키키는 이야깃거리였다. (중략) 


키키는 이미 마음속으로 프린스턴에서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정해두었다. 바로 철학이었다. 키키는 고등학교 때 AP 선행 과정으로 2년 동안 철학 입문을 수강하면서 철학에 푹 빠졌다. 하지만 철학 다음으로 개인적으로나 학문적으로 관심 가는 분야가 있었는데 그것은 인종 문제였다. 미국에서 흑인으로 사는 게 어떤 의미인지 질문을 던지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분야였다. 


그녀는 가난했고 아이들 대부분은 부자였다. 명문 사립 기숙학교와 테니스 캠프와 휴양지 별장으로 상징되는 풍요로운 세상에서 자랐지만 키키는 무료 급식카드와 정부 보조금과 자동차 할부금 연체가 일상인 팍팍한 세상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차이는 비록 피부색처럼 바로 눈에 띄지 않지만 키키는 여전히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p.151-2




'평민'으로 구분되는 아이비리그의 '소수자' 들은 '거절과 배척'에는 이력이 났단다.

책 속의 인터뷰를 했던 흑인 여대생 '키키' 나, 교수가 된 리베라의 이야기를 넌지시 읽고 있자니...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한편으로 그것이 우리 교육계의, 일상 일터의 그림자처럼 여전히 따라붙는 모순적 현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결국 말미에는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들을 이 세상에서 제대로 키울 것인가'라는 화두만 마음속에 진하게 박혀 버리고 만다. 




LEAD 프로그램을 마친 후 키키는 프린스턴대학을 목표로 1년 동안 입시를 준비했고 결국 합격했지만, 상황이 1년 전과 똑같을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키키는 인종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소수자에 속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도 키키는 프린스턴의 소수자들 속에서 자신의 무리 다시 말해 가난과 인종차별에 맞서 난관을 극복하고 미국 최고의 대학까지 온 흑인 형제자매들을 만나게 될 거라고 기대했다.  p.165



미국의 실력주의가 공정하고 민주적이며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혈통' 은 그런 사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리베라 교수는 세심한 연구를 토대로 해서 펴낸 350쪽에 달하는 이 책에서 미국에서 성공하는 법, 그리고 성공하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믿고 있는 수많은 성공 신화의 가치를 축소하고 뒤집는다. 현실에서는 학벌이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세상은 라크로스 동호회 같은 고급 사교 클럽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실력보다 인맥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실제로 어느 투자은행 관계자는 지원자 중에 여직원은 '예쁘장해야' 뽑는다고 리베라에게 말해다. p.192



아이비리그, SKY, 돈 많은 자본가... 그 계층으로의 이동을 했다고, '인간다움' 은 그것과 비례한가? 난 그것도 궁금하다..




명문대 공식, 상위 계층으로의 욕구는, 쉬이 사그라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타이틀' 과 '네임드 계층' 으로의 이동이야말로 시궁창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누군가에게는 '유일한 동아줄' 과 같을지도 모르기에.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입지를 확인하고 힘과 존중을 얻기 위해 끝끝내 투쟁하듯 얻어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기에.... 그렇지만 주류와 사교계에 들어가고 나서도 계속해서 넘어야 하는 '산' 들은 존재하기 마련, 한편으로 들어가고 나서도 '무용지물' 이 되고 마는 돈으로 처바른 학위의 존재들에 대해서 굉장한 삶의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여전히 경제학자들은 대학이 대부분의 청년에게 가치 있는 투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전국 여론조사 자료에는 국민이 대학 교육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났다. 몇몇 여론조사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회의적인 의견이 급격히 증가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예를 들어 2013년 NBC와 월스트리트저널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조사에 응한 18-45세 청년들 가운데 40% 가 4년제 대학 학위가 투자한 비용만큼 가치가 없다고 응답했다. 4년 뒤 같은 조사에서, 그 수치는 57%로 뛰었다.  p.350



오늘날 미국 청년들, 특히 별다른 배경 없이 시작하는 청년들은 경제적으로 자립하기까지 위험하고 불확실한 길을 헤쳐나가야 한다. 하지만 패트릭 페이가 청년이었을 때, 미국 사회는 계층 이동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가 거의 완벽한 시대였다. 페이의 할아버지는 농부였고, 아버지는 육체노동자였지만, 페이의 자식과 손주, 증손자들은 모두 교육 수준이 높고 경제적으로 풍족했다. 페이는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지렛대였고, 육체노동자에서 지식근로자로 이행하는 과도기적 인물이었다. 그리고 제대 군인 원호법이 페이는 물론 그 자손들의 사회이동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p.439-440




대학이라는 본편으로 가는 3년짜리 예고편을 치르는 고등학생뿐 아니라. 

사실 대학에 들어가서도 '경제활동인구'에 '어른'으로서 입성해야 하는 대학 과정도 마찬가지. 뭐 하나 쉬운 인생의 관문들이 없다. 하물며 직장 다니면서도, 직장을 나와서도 마찬가지. 결국 삶은 불교에서 말하듯 '고해, 고통의 바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인생은 고통의 바다.... 그 고통을 헤치면서 '죽음'을 향해 달려나가는 길.... 문득 정말 엉뚱하게도 김수미 선생님의 어록 하나가 마음에 훅 다가오고 말았다. 



잘 먹고 잘 살다가 잘 뒈지는 것

이 명문을 지키는 것에 '명문대'라는 잣대는 별로 소용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한편으로 소수 엘리트 위주로 돌아가는 불공정한 입시 제도와 그 입시가 만든 또 다른 괴물 같은 어른들의 세계, 조직 속 서열화와 양극화의 수단, 부의 불평등과 빈곤층의 더 열악해져가는 '지옥고' 의 현실들. 아마도 날카로운 문장들을 여실 없이 세상에 전파하려는 작가의 '책'을 읽고 분노에만 그치지는 않는 독자라면, 이렇게 현실을 제대로 계속해서 알려고 할 것이다. 책을 읽고 그것을 글로 남기고 계속해서 제도와 시스템의 빛과 그림자를 깨닫고, 최첨단의 시대일수록 최악의 인성으로 치달을 수 있는 이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후세대'를 위해 움직일 수 있는지. 



'사회' 와 결합될 수 있는 부드러운 조화력, 그러나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개개인성과, 그 속에서의 개인적 자기계발력...너희 둘에게 그걸 알려 주고 싶을 뿐이다. 엄마인 나는..




그럼에도 이런 소극적이지만 긍정적인 노력들을 하는 독자들이 있는 한 

개개인의 의지와 힘이 조금씩 모아져 좀 더 괜찮은 변화들을 느리게 만들어 나가니 모순들 속에서도 '희망'이라는 꽃은 피어나지 않는지....



미취학 아동인 쌍둥이 아이들의 하원 시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이 시대는 온라인 개학을 맞이하며

그야말로 새로운 교육의 세계? 가 열려 버린듯싶다. 물론 그럼에도 입시 제도가 드라마틱 하게 개편될 리는 없을 것이라는 것도 알 듯싶지만, 최소한 '자기개발력' 과 '시간 관리력' 과 '생각할 줄 알고 분투할 줄 아는 어른'으로 어떻게 아이들을 인도할 수 있을지.... 내게 그럴 힘이 있을지.... 아울러 나 자신만을 성찰해볼 뿐이다. 책 한 권을 발판 삼아 자꾸만 내면의 불편함들이 속속들이 깨어나려 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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