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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pr 03. 2020

필력 없이도 책이 나오는 시대 앞에서

서평 쓰다 또 궁금해졌다. '진짜 작가' 란 어떤 '글'을 쓰는가를. 

서두를 필요 없다. 반짝일 필요 없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될 필요도 없다. 


- 버지니아 울프 - 




필력이 좋다는 '소수의 과찬' 덕분에 요즘 가끔 심장이 뛴다. 

어깨뽕 들어가지 않게 노력도 하는 중이다. 물론 소수의 목소리다. 그리고 아직 소수여야 한다. 내 글은 스스로 그리 만족스러운 매끈한 글이 되지 못하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에. '나는 내가 잘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 '만으로도 요즘은 감사하며 지낸다. 한 발 물러나, 한 시선 떼어 놓고 여백을 가지고 사는 삶이, 진짜 '어른' 다운 삶 같기도 해서 말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감사하게 주어진 교훈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보잘것없는 초보 작가의 글을 지속해서 넉넉한 시선으로 읽어 주심에 보답할 만한 가치와 의미가 있는 글인가를 스스로 되묻다가 역설적 시대상과 좌절을 종종 느끼고도 만다. 



사실 가끔 글을 쓰면서도 '필력'과 '출판'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하다 보면

역설적인 시대의 괴리감을 느낄 때가 있다. 사실 필력 없이도 얼마든지 기획력이나 좋은 경험력있다면 책이 나오는 시대인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베스트셀러의 기준도 그러하다. 출간 전후로 검색 포털 메인이나 베스트셀러 상표가 붙었다 하여 그것은 과연 다 '좋은' 책이라고는 있을까? 많이 팔리면 좋은 책일까? 좋은 문장이란? 독자들이 듣기 '좋은' 혹은 듣고 '싶어하는 것들로만' 가득 채워지는 것이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질문은 '좋은 책'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연결된다. 답은 각자 다른 정의를 내리겠지만, 나로서는 이미 출판시장도 자선사업 비영리가 아니라 일정 부분 아니 사실 영리 사업의 일부분이니 생존이 되려면 일단 '팔려야' 되지 않나 싶다. 그리고 여기서 결국 좌절감이 생기고 만다. 



물론 책들은 그 이야기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 모든 책은 그래서 소중하겠다. 쓰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을테니까.



팔리는 것과 쓰는 것, 좋은 글과 팔리는

그것을 생각하고 마노라면 어쩌면 요즘 들어 '가끔' 이 아니라 '자주'. 아주 종종 느끼는 터라 때로 글을 쓰다가 어떤 쓸쓸하고 씁쓸한 맛을 경험하곤 한다. 블로그의 팔리는 글과 브런치의 좋은 글, 나는 퇴사 이후 본격적으로 내면의 궁금증(?)을 해소해보기 위해 동시에 다양한 글을 쓰는 것을 현재 '실험' 중에 있다. 몇 개월 되지 않았는데 조회수가 브런치보다 자주 많이 '터지고' 만다.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여전히 글을 쓰며  '마음' 이 더 가는 쪽은  '브런치'가 아닐까 싶다. 

왜일까 싶었다. 브런치에 글을 쓴다고 해서 현실적으로는 크게 달라질 것 없는 일상인데, 더군다나 블로그보다 브런치가 '훨씬' 많은 '진실된 에너지'와 '사유'를 요하는 플랫폼임에도 불구하고.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라는 모토를 지키기 위한 초보의 초심을 지키려는 애씀을 나는 유지하고 있는걸까..바보 같은걸까...



누군가들은 브런치를 떠난다 했고 그들의 발언은 결국 'ROI'를 따지고 있었다. 

결국 블로그는 브런치 대비 '수익' 이 좋은 '구조' 라 하니. 어떤 '작가' 라는 단어를 필명에 넣으셨던 그 유튜버 '작가님' 의 영상은 '글'을 '수익'으로 이미 판단하고 있었다. '쓰는 입장'의 의견이겠다. 그 못마땅해서 속상한(?) 심정을 나 또한 사실 모르는 바 아니다. 글 한편 쓰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제대로 된 글을 쓰려하니 몇 시간 아니 며칠은 걸려서 나오고 마니까. 그러나 읽는 건 순식간, 더군다나 호응 조차 없다면... 안타깝지만 별 수 있는가. 그래도 작가라면 써야지 싶은데. 블로그든 브런치든 일기장에든 핸드폰 메모장에든 어디든지 간에. 그래도 이왕이면 호응을 해 주는 쪽을 택하자면 블로그나 브런치를 추천하는 편이지만...



어떤 곳이든 일단 '쓰는' 것을 추천하는 편이라.... 




블로그와 브런치는 이런 점들이 다른 듯 싶다. 


1. 진입장벽의 유무다. 

블로그는 누구나 오픈해서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블로그는 브런치보다 상냥하다. 고맙기도 하다. 한편으로 브런치는 그런 면에서 괘씸하다. 너도 나도 작가가 되지 못하게 '막아' 버렸으니까. (근데 나는 이게 이상하게 좋다... 반대로 작가가 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어떤 '인정'의 느낌을 받는지라) 그러나 여전히 브런치 팀의 작가를 뽑는 기준도 사실 잘 모르겠다. 그들만 알 뿐. 



더군다나 초기 시장 진입(?) 한 이들은, 초반에 엄청난 이벤트 등으로 구독자를 모집했다 들었고 소위 브런치에 '밀어주는 작가' 들은 승승장구(?) 한다고도 들었다... (믿든 말든) 구독자 수와 좋은 글이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이미 잘 알게 되었고. 몇 브런치 글은 구독자가 많아도 글 업데이트가 거의 되지 않거나 꾸준함이 없더라. 구독 수가 많아도 형편없고 실망스러운 글도 다수였고, 반대로 구독 수가 현저히 낮아도 문장이 견고하고 묘사력도 뛰어난, 좋은 필력의 작가님도 많이 보았다. 생생한 경험담과 글감은 당연했고. 



2. 블로그와 브런치는 '수익' 면이 다르다. 

블로그는 조회수가 그야말로 '터지면' 쩐 단위에서 움직이며 블로거들의 '막 글' 들과 '광고글' 들은 '쓰는 사람' 에게 '수입'으로 연결이 된다. 나만 해도 요 몇 달 계속해서 블로그 임대를 놓거나 광고 원고를 실어 달라는 마케팅 업체의 요청을 몇 번이나 받았다. 이젠 자동 삭제 스팸 처리 하고 말지만.  반면에 브런치는 '얄짤 없다'는 표현이 정확하지 싶다. 아직까지는 조회수가 오르든 구독자가 많아지든 작가들에게 '콩고물' 이 떨어지지 않으니. 물론 여기엔 장단이 확실하다. 블로그는 '글' 창고라기보다는 뭐랄까, 글 자체가 반짝이지 않아서 그런 듯싶다. 범람하는 지식 혹은 필력 없이 막 쓰는(?) 상업성 콘텐츠가 이미 일반화된 플랫폼 같은 느낌이랄까. 어쩔 도리 없는 미디어 시대라서 그 또한 이해하지만. 



나로서는  '진짜'와 '가짜'의 '작가' 기준은 바로 사실 이 포인트에 있다. 

결국 '돈'과 연결되어 있었을 때 그 사람의 '본성' 이 나오게 된다고 믿고 사는 편이라.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 중 '성공이라는 망상' 이 있는데 이것이 결국 자본주의에 속한 '인간' 에게서 흔히 평준화된 성공의 기준 중 '돈, 자본'의 수치는 거대한 권력을 가지지 않는가.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건, 글 하나로 대중을 흔들게 하는 '권력' 을 글이라는 도구는 가질 수 있기 때문이리라.. 




다시 말하자면 글이 소득이 된다는 데에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흔들리지 않아야 진짜 작가인 것 같아서... 그렇다. 흔들리는 건 결국 작가가 아니라 '기획자'이지 않을까. 글로 어떤 '기획'을 만들어 내는 목적은? 결국 '사람'의 환심을 사고 그 환심의 끝에서 창작자들은 소비자들에게 선심 베풀듯 그 창작물을 그냥 쥐어주지 않지 않은가. 결국 상생을 위해 일정 부분 자신의 기획 창작물을 어필하고 그로서 '지갑'을 열리게 만드는 환상적인 마케팅과 브랜딩의 절묘한 조합을 붙게 만드는 건, 작가가 아니라 기획자가 아닐까...



1인 지식 창업이라는 부분도 결국 '글'로 만들어 내는 비즈니스 모델이 대부분으로 느껴지는데 

바로 이 포인트에서 여러 정의들이 다시 생기기 마련일지 모르겠다만 나로서는 진짜 '작가'란 돈을 벌든 못 벌든, 누가 읽어주든 말든, 팔리든 팔리지 않든, 내가 유도하는 글로 편입되든 안 되든, 나로서는 이상하게 그 '글' 적인 면에서의 ROI를 따지지 않고 그저 작가 스스로가 좋아서 쓰는 순정의 글들, my way 가 다소 확실한 글들, 그럼에도 독자에게 어필하려 안간힘을 쓰듯 전달하려는 생동한 메시지가 살아 있고 감정과 마음이 비로소 전해지는 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나 원 참, 서평 쓰다 생각난 글감 하나에 이렇게 글을 줄줄 써내는 나는 역시 초보지 싶다) 



내가 블로그보다 브런치를 '더' 좋아하는 건 

어쩌면 이런 면에서의 '진짜 작가'의 마음으로 쓰는 시간이 이곳에서 '더 많아서' 그런 걸까 싶다. 물론 사람마다 '작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천차만별이니 일부러 정의를 내리려 애쓰지 않고 그냥.... 그저 그럼에도 가끔은 '작가란 어떤 사람들인가'를 생각하다가 그냥 쓰는 것을 택하고 만다. 일단 쓸 것... 쓰고 생각할 것을. 




수족냉증 탓에 키보드 위, 오늘의 손이 유난히 차갑다... 따뜻한 얼그레이를 마셔야겠다...



누구나에게 '나의 책' 은 귀한 보물이겠다. 그건 팔리든 팔리지 않든 평생 남는 '유산' 일 테니까...

필력 없이도 책이 나오고 잘 사는 시대 앞에서, 괜히 심술을 부리듯 이 글을 쓰고 말았다. 필력이 있는 순수한 마음으로 '글'의 세계 안에서 꾸준한 성실함을 보이고 마는 '진짜 작가' 들이 조금 더 잘 살았으면 싶다... 그런 이들은 잘 다치고 상처 받고 흔들리기도 십상일 테지만, 한편으로는 작가가 소중히 다루는 단어, 문장, 어간, 어미... 그 모든 한 글자 한 글자 자체와 그런 '진짜 작가' 들의 글을 좋은 시선으로 찾아주는 독자들이 주고받는 사랑은...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를 살리게 만든다고 믿는다. 



글은 그런 힘이 있다고 믿기에. 필력 없이도 책이 나오는 시대 앞에서 

감히 책은 잘 나오지도 팔리지도 못하는 입장이지만 '필력이 있네요, 글이 좋아요, 공감이 느껴져요, 개성이 있어요'라는 너무나도 귀한, 나를 울리거나 뭉클하게 만드는 목소리들을 텍스트로 읽게 되면.... 살아있음을 이상하게 느끼고 만다. 그래서 오늘은 다이어리 앞에 적힌 이 문장을 괜히 한번 읽어보고 어떤 다짐을 또 하고 말았다. 



글로 서두를 필요도..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려 애쓸 필요가 전혀 없이 

일단 쓰는 '헤븐' 일 것을.... 



봄은 글꽃을 피워내기 좋은 계절... :)  




#서평쓰다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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