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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pr 09. 2020

나를 지켜주는 건 돈이 아니라 교육, 배움에 달려 있다

배움의 발견

과거는 영향을 끼칠 수 없는, 대단치 않은 유령에 불과했다. 

무게를 지닌 것은 미래뿐이었다. 


- 배움의 발견 - 





책을 읽고 나면 그 이후의 느낌, 소감, 배울 점, 교훈, 반성 등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웬만하면 기록을 한다. 

그런데 이 책...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단숨에 읽어 내린 이후에 어떤 문장도 쉽게 나오지 못해서 몇 주를 그대로 흘려보냈다. '타라 웨스트 오버'라는 한 여성의 '에세이'는 소설 같았고, 차라리 소설이면 마음이 덜 아팠을 것 같고 아울러 '인간'의 '인간다움'을 챙기는 데 '가정'과 '환경' 이 얼마나 중요하고 무서운 영향을 끼치는 지를 아픈 누군가의 '실화'를 통해 우리에게 고하고 만다. 


 

배움의 발견, 타라 웨스트 오버, 열린 책들, 2020.01.05.



저자의 아버지는 그야말로 '거대 권력'으로 집안을 휘두른다.

가부장제의 산물이자 동시에 세상의 종말이 곧 임박했고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모르몬교 근본주의자로서 공교육과 정부와 의료 기술에 대한 불신 때문에 자녀들을 학교에도, 병원에도 보내지 않는다. 부지런히 폐철을 모아 번 돈은 세상의 종말을 대비해 모두 연료와 식량을 구매하는 데 사용했고, 때문에 타라의 집은 열심히 일하는 데도 늘 궁핍한 처지를 벗어날 수 없는 처지다.




나는 일곱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바로 이 사실, 다른 어떤 것보다 이 사실이야말로 우리 가족을 다른 가족들과 다르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가 학교를 가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아버지는 정부가 강제로 우리를 학교에 가도록 만들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정부는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일곱 자녀 중 네 명은 출생증명서가 없다. 가정 분만으로 태어나서, 한 번도 의사나 간호사에게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의료 기록도 전혀 없다.  p.12



엄마에 따르면 아빠가 어렸을 때 '언덕 아래 할아버지'는 폭력을 휘둘렀고, 너무나 쉽게 화를 내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엄마가 '예전에 그랬다'는 식으로 표현을 하는 것이 나는 항상 우습다고 생각했다. 우리도 할아버지가 성미 급한 사람이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고 우리 계곡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일이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모진 세월에 심신이 상해서, 직접 산에 풀어서 키우는 야생마들처럼 예민하고 거칠었다. p.54




밝음 보다 어둠을 물려주는 것이 학대가 아니고 무엇일까..





'학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건, 사실 그것이 물리적 신체의 가해를 입히는 것만이 아니라 

이처럼 '환경'으로서 한 인간을 억압하고 굴종시키게 만드는 암묵적인 환경 조성 또한 포함된다고 보는 편이라.... 작가의 아버지, 그리고 일정 부분 방관하고 방임할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 또한, 자식들에게 가하는 '폭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뿐이다. 한편으로 배우자가 배우자에게조차 은연중의 억압과 지시, 굴종하게 만드는 환경 설정,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위협적 권위의 남발 또한 멍청이 같은 남성 배우자가 여성 배우자에게 은밀히 행사하기 쉬운 처참하고도 쉬운 폭력의 일종이라고 생각.. 한다. 




엄마는 산파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 일을 하는 것은 아버지의 생각이었다. 자급자족하기 위한 아버지 계획의 일부였던 것이다. 정부에 의존하는 것보다 아버지가 더 싫어하는 일은 없었다. 아버지는 언젠가는 공공시설에도 전혀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분한 돈을 마련하기만 하면 산에서 물을 끌어다 쓸 수 있는 파이프를 설치하고, 그런 다음에는 농장 전체에 태양광 전지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그렇게 하면 종말의 날이 와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웅덩이에서 물을 떠 마시고, 암흑 속에서 살더라도 우리는 물과 전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약초에 대해 잘 아니까 우리 건강을 돌볼 수 있고, 산파에게서 잘 배워 두면 손주들이 태어날 때 아기를 받아줄 수 있을 것이다.  p.38




7남매 중 막내딸이었던 작가, 타라는 다른 또래 친구들과 다른 삶을 산다.

열여섯 살이 될 때까지 학교에 다니지 못한 채 온종일 부모를 도와 일을 해야 했으며 그녀의 부모가 이것이 '홈스쿨링'이라고 하지만 독자 아울러 제대로 된 교육의 세계로 들어간 타라에게는 이것이 과연 진정한 '홈스쿨링'이라고 볼 수는 없을 터이다. 한편으로 그녀에게 그나마 세상을 깨우치게 하려 노력했던 몇 가족들 덕분에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싶고..





아버지와 할머니는 날마다 다퉜다. 폐철 처리장이 지저분하다는 문제도 있었지만 주로 우리들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우리가 '야만인들처럼 산이나 헤매고 다니는' 대신 학교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는 공교육은 아이들을 신에게서 멀어지게 하려는 정부의 음모라고 말했다. '아랫동네에 있는 그 학교에 애들을 보내는 건 악마에게 아이들을 통째로 넘기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하고 아버지는 말했다.  p.23



오빠가 일어서며 말했다. '집 바깥의 세상은 넓어, 타라. 아버지가 자기 눈으로 보는 세상을 네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을 더 이상 듣지 않기 시작하면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일 거야. p.196



씨앗이 자라기 시작하고 물을 주고 기르면... 사막에서도 꽃이 피어난다 한다.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었던 건 이 고통의 이야기가 '실화'라는 점이다.

타라의 가족들이 다치고 죽을 고비를 너무 많이 넘겼다는 것 그럼에도 병원에 가지 않고 소위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면 된다고 믿는 부모를 두었다는 것, 자녀 중 유일한 여성인 타라가 지속적인 자신의 가족 중 한 사람인 '숀 오빠' 에게 가스 라이팅과 폭력에 시달린다는 것.... 그것이 심각하고 큰 문제라는 걸 그녀 자신조차도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는 사실들이다. 그나마 교육을 받기 시작하고 공부라는 것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한 그녀는 그럼에도 깨우치려 노력한다. 쉽지 않아도 계속해서 '생각'을 하는 그녀였기에... 아마 그 생각이야말로 그녀 자신을 구원한 결정적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집에서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온전히 혼자서 방향을 찾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맡은 일을 끝내면 뭐든 혼자 배울 수 있었다. 우리 중 비교적 자기 조절이 더 잘되는 사람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나는 가장 그렇지 못한 아이들 중 하나였다. 그래서 열 살이 되도록 내가 체계적으로 공부한 것은 유일하게 모스 부호뿐이었다. 내가 그것을 꼭 배워야 한다고 아버지가 고집했기 때문이다. '전화선이 끊어지면 이 동네에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건 우리 가족밖에 없을 거야' 아버지는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늘 모스 부호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우리뿐이라면 도대체 누구랑 의사소통을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p.85



폐철 처리장에서 일하고, 엄마가 물약과 오일을 만드는 일을 돕고 나서 남은 시간에 나도 어느 정도의 배움은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즈음 엄마는 홈스쿨링은 완전히 포기했지만 집에 컴퓨터가 있었고, 지하실에 책이 있었다. 나는 화려한 색상의 도판이 실린 과학책과 몇 년 전 본 기억이 있던 수학책을 찾아냈다. 심지어 바랜 초록색 표지를 가진 역사책도 찾았다. 그러나 공부를 하려고 앉으면 거의 대부분 잠이 들고 말았다. 윤이 나고 부드러운 책장들은 폐철 처리장에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부드럽게 느껴졌다. p.106-7




여성으로 태어난 그 몸의 주인은 '타라'이나 정작 주인이 되지 못하도록 가족은 내버려 두지 않는다.

타라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몸을 약간 드러내는 의상을 입거나 립글로스만 발라도 아버지와 오빠로부터 ‘창녀’라는 말을 들으며 자란다. 가족으로 만났으나 가족이 아니면 참 좋겠을 그 타라 주변의 남성들은 자신의 비위를 맞춰주지 않으면 타라의 머리채를 잡고 화장실로 끌고 가 변기 물에 처박는 등 폭력을 일삼는다. 여성의 인권은 존중받지 못한다. 가족이라도 결국 개개인이고 객체이고 타인일 수 있다. 그러하기에 여전히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에도 나는 타라의 가족 구성원, 그 남성들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주제넘게도...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일종의 결심 같은 것이었다. 아버지 밑에서는 절대 다시 일하지 않겠다는 결심. 그래서 바로 스톡스라는 읍내 유일한 식료품점으로 차를 몰고 가서 손님들이 쇼핑한 물건을 봉지에 담아 주는 일을 하겠다고 지원했다. 열여섯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니저에게는 나이를 이야기하지 않았고, 나는 일주일에 40시간 일을 하는 자리에 고용이 됐다. 내 첫 근무는 다음 날 새벽 4시에 시작하도록 되어 있었다.  p.238



대학 생활의 기억은 빠르게 희미해져 갔다. 종이 위에 연필이 사각거리는 소리, 다음 슬라이드로 넘어갈 때 영사기에서 철컥하고 나는 소리, 수업이 끝난 것을 알리는 종소리, 모든 것이 쇠가 부딪히는 소리와 디젤 엔진의 포효 소리에 묻혀 버렸다. 폐철 처리장에서 한 달을 보내고 나니 브리검 영 대학교에서 지냈던 시간은 내가 머릿속에 그려 낸 꿈에서 느껴졌다. 이제 꿈에서 꺠어난 것이다. p.271



나는 그때 쓴 일기를 지금까지 기억한다. '오빠가 어느 순간 나를 강제로 차에서 내리게 했다. 내 양손 모두를 머리 위로 올려서 잡았고, 내 셔츠가 딸려 올라갔다. 나는 오빠에게 옷을 내릴 수 있게 해달라고 했지만 내 말을 전혀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냥 정말 못된 사람처럼 드러난 내 배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내가 몸집이 작아서 다행이다. 내가 좀 더 컸더라면 그 순간 오빠를 찢어발겨 버렸을 테니까'  p.310





여자의 적은 여자일 수 있지만, 반대로 '연대'가 되기 시작하고 진실된 공감이 싹튼다면 

결국 여성을 구원하는 건 여성일 수 있다고 믿는다.... 타라에게는 그런 연대의 첫 시작이 어쩌면 '어머니'의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엄마... 엄마의 존재는 어떤 문장으로도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처럼. 타라에게 엄마가 어떤 의미였을지, 반대로 타라의 어머님은 자신의 딸을 지키지 못한 채 자신의 삶 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그녀의 삶을 어떻게 회한하며 그럼에도 살아내려 하는지.. 두 여성의 '미래'에 그저 따뜻한 시선과 응원, 아울러 깨쳐 나올 용기만이 남기를 마음 깊이 바랄 뿐이었다. 




'엄마가 아버지에게 너무 억눌려 살아서요' 

'엄마는 집안에서 아무 힘이 없었잖아요. 아버지가 모든 일을 관장해 왔죠. 

' 엄마도 이제는 더 강해졌어. 엄마도 이제는 더 이상 무서워하면서 살지 않아' (중략) 


'너는 내 딸인데 내가 너를 보호했어야 했는데'


그 말을 읽는 순간 나는 한평생을 다시 살았다. 그것은 실제 내가 살아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삶이었다. 나는 다른 어린 시절을 기억한다. 다른 사람이 됐다. 나는 마술 같은 그 말의 힘을 그때도 이해하지 못했고 지금도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은 이것뿐이다. 엄마가 자신이 되고 싶었던 엄마가 내게 되어 주지 못했다는 말을 한 순간, 엄마는 처음으로 자신이 되고 싶었던 엄마가 되었다.


'사랑해요'라고 쓴 다음 나는 노트북을 닫았다.  p.422-3




여성의 글쓰기가 남성의 그것과 다를 수 있는 이유는 여성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녀의 '목소리'는 굉장히 고무적이다. '배움의 발견'이라는 에세이가 나로 하여금 소름을 돋게 만들었듯이.

확실히 아는 건 여전히 아무것도 없다. 그녀의 삶은 그녀만이 알 것이기에. 그녀의 어머니의 삶 또한 그녀의 어머니만이 알 것이기에. 한편으로 그럼에도 두 여성의 목소리가 보다 나은 '오늘' 이기를 바랐던 건, 과거의 목소리가 누군가에 의해 휘둘러지고 갇혀 있고 숨죽여 살았었던 것임에도, 그 이후의 단호하고 절대적인, 조금씩 나아지려는 생각과 마음은 이미 두 사람 마음속에 싹텄고, 그 생각만큼 행동도, 의지도, 목소리만큼 강할 수 있다고 믿는다...



미소가 계속되기를....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영상 한 편을 기록과 함께 남기며

한 인간의 삶은  결국 '돈' 이 아니라 '배움'에서 자라고 배움으로 끝날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삶이라는 생생하고 처절하면서도 살아 있는 교육이야말로  진정으로 '인간다움' 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것처럼. 





https://www.youtube.com/watch?v=tOO1d2yuTp0#action=share



#이런책이_진정_베스트셀러_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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