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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pr 14. 2020

마음의 요가

우리는 현재를 딛고 서 있지만, 우리의 가슴은 무한한 미래를 향해 열려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를 수용하고 현재의 빛을 즐기면서 앞으로 도래할 모든 것을 향해 

모든 마음의 창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 마음의 요가 - 





종교가 없지만 나는 곧잘 '신'을 찾곤 한다. 

그리곤... 여전히 신에게 저주를 퍼붓기도 하며 하소연과 푸념을 펼쳐놓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만다. 그때마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때때로 나로 하여금 어떤 정화 효과인 것처럼, 요동치는 감정을 다스려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는 '인스턴트식' 자기 위로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이 모든 건 '마음'의 문제라는 것마저도.  



마음의 요가, 스와미 비베카난다, 판미동, 2020.04.08.



책을 덮고 '티베트 사자의 서'를 다시 읽고 싶어 졌다. 

그만큼의 '생각'을 하게 만든 '마음의 요가'는 인도 철학, 힌두교, 인도 최고의 지성과 영성적 개념과 관념들, 추상적이면서도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들로 즐비하다. 실용적인 '일상'을 사는 와중에도 이런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유달리 마음을 파고들었던 이유는 바로 여전히 불완전한 '나'와 그런 나와 함께 하는 '마음' 때문이리라. 작은 존재, 그것이 바로 인간... 이기도 하기에. 그리고 나는 '인간' 이기에. 




우리는 근육을 통해 힘이 조금 발현되는 것을 일이라 부르지만, 사실 생각이 없는 곳에는 일 역시 있을 수 없습니다. 고귀한 생각들 앞에 밤낮으로 자신을 노출시키십시오. 그러면 그 생각들로부터 위대한 일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불순함에 대해 말하지 말고, 대신 우리의 순수성을 선언하십시오. 우리는 인간이 작은 존재라고, 태어나서 끊임없이 불안에 떨다 죽게 될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마비시켜 왔습니다. p.45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방향이 가는.... 꽃 같은 작은 존재..



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질문은 거세진다. 

'늪에 빠지는 감정을 만든 건 누구인가, 이 삶은 누가 만들었는가'에 대해서. 답도 너무 잘 알고 있다. '나'라는 것을.  불편함이라는 감정의 위력은 살면서 감소되기는커녕 요즘은 그 강도를 더할 뿐이다. 왜일까... 알면서도 사실 입 밖으로 내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이유들은 마음에 담아둘 뿐이다. 그것은 때때로의 글들에서 엉뚱하게 실현되어 나온다. 정말 터무니없는 글들 속에서도, 감춰진 마음은 조심스럽게 새어 나오고 만다.. 쾌락에 취해 슬픔이라는 감각을 마비시키려는 유일한 도구는 술을 마시며 글을 쓰는 시간... 고작 내가 해내는 것들을 통해 나는 '자유'를 경험하고 만다. 




신은 자유라는 관념을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자유가 없다면 당신의 행위와 삶 자체가 완전히 소멸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연은 우리가 노예이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매 순간 증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완전히 다른 관념, 즉 우리가 여전히 자유로운 존재라는 관념도 함께 일어납니다. 우리는 내딛는 발걸음마다 마야에 걸려 넘어지고, 이를 통해 자신이 속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넘어지는 바로 그 순간, 속박을 느끼는 바로 그 순간, 이와 완전히 반대되는 느낌을 함께 경험하게 됩니다. 어떤 내면의 목소리가 우리의 자유로운 본성을 일깨워 주는 것입니다. p.66




인간에게는 자유의지의 발현, 자유롭고 자 하는 본성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인간이 타인을 만나고, 세계를 경험하며 그 '자유의지'를 죽이기도 한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는 건 바로 그 점이다. 언제나.... 자유롭고 싶다지만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라서. 거기서부터는 '정신'의 개념과 싸울 수밖에 없는 걸까 싶고. 여전히 잘은 모르겠지만, 인간의 영혼은, 우리의 감정이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고 마는 것은 결국 '정신'에 달려 있는 것임엔 분명하지 싶고... 그렇다. 




정신이 나약한 이상 우리는 천국과 지옥 같은 온갖 경험들을 거쳐 가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쨌든 진실한 것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인간의 영혼이 그것입니다. 경전들은 이 사실을 분명히 선언합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봤자 탄생과 죽음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올바른 길을 찾는 것도 결코 쉬운 길은 아닙니다. p.121



몸과 정신의 합일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 따로따로 놀 때가 아직도 많다.




강하지 않고 굉장히 나약한 부류의 인간이라고 여전히 생각하며 사는 중이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분노가 치솟는 순간, 반대로 한없이 나약해지고 마는 마음은 결국 '화'라는 것으로 바깥으로 표출될 때가 많다. 이것이 결국 삶의 불행과 고통의 원인이라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일상 속 장면들 몇 개가 떠오르다 보니 잠시 혼란스러웠고 속수무책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도 없었지만..... 하나는 분명히 알 것 같았다. 스스로 얽매고 있는 올가미 같은 강박이 나를 반대로 자유롭지 못하게 계속해서 속박하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싶었기 때문이었나 싶어서. 



베단타에 의하면, 나약함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불행과 고통의 원인입니다. 우리가 비참해지는 건 바로 나약하기 때문입니다. 거짓말하고, 훔치고, 죽이고, 여타 다른 범죄들을 저지르게 되는 건 바로 우리가 나약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나약함으로 인해 고통받고, 나약함으로 인해 죽음을 맞습니다. 


우리를 약하게 하는 것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곳에는 죽음도 슬픔도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나약함이란 이 망상으로 인해 불행해집니다. 그러니 그 망상을 호기하면 모든 고난이 소멸될 것입니다. 그것은 정말 단순 명백합니다. 이 모든 철학적 논쟁과 엄청난 정신적 훈련 끝에,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단 하나의 종교적 관념에 도달하게 됩니다.  p.146-7




몸과 마음 그 배후에 자리 잡은 '자기'를,  배후의 자아, 영혼을 산스크리트어로 '아트만'이라고 부른다 했다. 마음은 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뇌는 몸이 바뀔 때마다 죽음을 맞이한다고. 여기서 말하는 '자기'는 결국 '마음'을 통해 외부의 '몸'으로 나타난다. 어쩌면 내가 스스로 무겁다고 생각되는 몸... 전혀 가볍지 않다고 생각되는 이 몸에 대한 인식도 결국 나의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 왕 중의 왕, 몸과 뇌를 지배하는 것, 그것은 결국 '영혼, 정신, 마음' 상태라는 것을. 책에 의하자면 '인 드리야 (눈, 귀, 코 혀, 몸이라는 5개의 감각들)를 다스리는 나의 마음, 나의 지배자는 아직까지도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다..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면..




인간의 영혼 속에서는, 거울을 통해 얼굴을 볼 때처럼, 진리가 완벽하고 분명하고 선명하게 빛을 발합니다. 이처럼 최고의 천국은 우리 자신의 영혼 속에 존재합니다. 베단타는 인간의 영혼이 가장 위대한 신전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모든 천국들보다 더 위대합니다. 그 어떤 천국도 영혼만큼 실재를 뚜렷하고 명백하게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실재는 이 삶 속에서, 우리 자신의 영혼 속에서 가장 분명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p.118



흐릿한 바다... 앞이 보이지 않은 수평선



삶이라는 투쟁은 여기저기서 계속된다. 

좋은 집, 좋은 옷, 좋은 문화, 좋은 것들.... 온통 좋은 것들을 향하고 마는 것이 '인간'이기에. 한편으로는 '좋은 정체성' 마저도 그러한 원인이라면... 나는 잠시간은 그 모든 '좋은' 것들을 놓아버리고만 싶어 지려하다가 또 한편으로는 그 마음조차 누군가에게 너무나도 미안하고 죄스러워서 차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말았다. 좋은 것을 안다는 것은 좋은 것을 경험해 봤다는 것..... 누군가는 경험조차 해보지 못하고 살기에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 쉬이 떠올리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여전히 나는 내가 여전히, ' 잘 모르고 산다는 것' 하나만 또렷하게 기억하며 살고 싶다. 

그것이 결국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지성과 영성, 지복과 영혼, 조화와 삶으로 나아가는 '기본'인 것 같아서 말이다. 결국 '죽음' 앞에서 우리는 모두 무력해질 테니까. 모든 세계의 파괴자는 바로 다름 아닌 죽음으로 향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내가 겪고 있는 이 불행은 나 자신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나 스스로 해결해야만 합니다. 내가 일으킨 것이라면, 내가 허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다른 사람이 창조했다면, 나는 그것을 결코 파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p.202




당장 오늘 아침에도 느끼고 말았던 죄스럽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떠안은 채. 

오늘을 나아간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강인함이 필요한 나는 '마음의 요가'를 통해 결국 이 불행이 '나 자신'으로부터 나왔다는 걸 다시금 선명히 깨닫고 스스로 말을 건넨다. 정신을 정화시키자고. 조금 더 힘을 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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