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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pr 19. 2020

신혼, 중년, 노년, 부부의 세계

일과 사랑의 기술 

세 차례의 전환기를 이겨내는 내 접근법을 따른다고 해서 

맞벌이 커플이 겪는 인생의 역경들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접근법은 분명 커리어에서, 가정 안에서, 커플 관계에서 

장기적 성장과 성취를 맞볼 기회는 높여줄 것이다


- 일과 사랑의 기술 - 






사랑도 일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가질 수 '있다'라는

그 20대의 생각은 굉장히 당돌한 것이었음을. 부끄럽지만 나는 마흔으로 달려가기 시작한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이제야 알 것 같다. 내가 얼마나 어린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는지를. 물론 그 시기에는 그 생각이 맞을 수 있다. 모든 걸 할 수 '있다'라는 그 패기나 열정마저 없다면.... 이십 대라는 생그러운 젊음이 너무 아쉽기 때문에. 



읽으며 극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건 

여성의 입장에서 찐한 실(?)에 대한 댁 내 고충들이 동양권이나 서양권이나 별 반 다를 거 없이 비슷하다는 것 덕분이었으며, 또한 맞벌이든 외벌이든, 그 과정이 어떻든 간에 부부나 커플로서 상대 배우자, 상대 파트너와 나의 커리어, 나의 일, 그리고 서로의 사랑과 절충과 타협의 '접근' 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알았기 때문이었다... 



일과 사랑의 기술, 제니퍼 페트리글리에리, 동녘라이프, 2020.04.10.



책은 체계적으로 3단계의 '접근법'을 안내한다. 

사랑과 일의 조화를 위해, 그리하여 더 나은 삶이라는 전체적 목표를 위해 책은 어떤 지름길 같은 꾸러 팁을 방출하진 않는다. 다만 더욱 공감과 애정을 쏟으며 단번에 읽어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약 116명의 다양한 커플들 (기혼 유자녀 무자녀 황혼 부부 등등)의 표본조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정말 '현실'에서의 '난관들' 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의 접근을 생애 주기별로 어떻게 돌파해나가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사랑과 일을 둘 다 잘 '그럼에도' 해내기 위한 접근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돈'으로 인한 단편적인 '결정' 이 그리 바람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식견도 마련해 주시니. 




일하는 커플로 사는 것이 이제는 하나의 표준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략) 


경제적인 이유는 그림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전 세계 곳곳에서 커플들은 점점 더 평등주의자들이 되어간다. 남성들도, 여성들도 갈수록 의미 있는 삶을 정의할 때 좋은 커리어를 갖는 동시에 가정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삶을 꼽는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자주 언급되지는 않더라도, 두 파트너가 모두 일하고 가정에도 똑같이 헌신할 때 커플에게 유리한 점이 훨씬 만다는 증거도 계속 늘고 있다. p.14



결정을 내릴 때 경제적인 기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내 연구 표본 중에서 제1전환기를 겪고 있는 커플들이 겪는 보편적인 함정이었다. 그들은 어느 지역에 살지, 누구의 커리어를 우선적으로 고려할지, 누가 육아에 더 힘을 쏟을지 정할 때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여성들은 왜 원하지도 않으면서 경력에서 이탈하는 것일까? 거기에는 복잡한 이유들이 얽혀 있다. 집약적 모성에 대한 사회적 기대, 비협조적인 남편, 비협조적인 상사, 가정에서도 과도한 임무 등이 모두 원인으로 작용하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결정적 한 방은 여성들이 보육비를 자신의 수입에 견주어 계산해보는 것이다. p.71-3



함께 가는 길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다. 처음에 잡았던 손을, 초심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20대의 커플은 소위 '자유로운 인재' 로서의 서로의 커리어와 개인 개별 가치를 중시한다. 

생각해보면 나의 20대 신혼 초기 또한 대출이 있었을지언정, 그 외 자녀나 연로한 부모 등과 같이 시간을 쪼개서 써야 하는! 식의 개인적 책임이나 제약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결국 나이를 들어가며 생애 주기 별... 결혼을 한 부부라면 '아이'와 '3인 이상 가구의 탄생'의 기준은 무시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출산, 자녀의 탄생, 그로 인한 육아기 돌입.... 그 이후 아이를 다 키워 놓은 이후에 맞이하는 '중년'과 '황혼' 까지도. 그것은 '일'의 유무만큼이나 '부부'의 생활에서도 커다란 전환기임은 분명하겠다. 




경력 이탈과 복귀의 장기적 영향에 관한 연구는 셀 수 없이 많지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조건이 달라질 때는 그런 영향들이 분명하게 보이지 않고 예측도 어려울 때가 많다. 가령 파트너를 따라가느라 직장을 옮긴다면 우리는 새 일자리에 번영할까, 아니면 이직을 후회하고 파트너를 원망하게 될까? 파트너가 둘 다 해외 파견을 나가게 된다면 그것은 두 사람의 경력에 절호의 기회가 될까, 아니면 그저 집에 오기만 힘들어지게 할 뿐일까?  p.77-8



전통적인 젠더 역할의 집요한 영향력은 여성들이 가정에서 일차 부양자 역할을 할 때조차 남성들보다 육아와 가사노동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분명 우리는, 심지어 제일 평등한 사회들 안에서까지도 남성과 여성이 가정에 투입하는 에너지 사이에 균형을 잡으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러니 조심하기 바란다. 당신과 당신의 파트너가 굳은 신념으로 공동육아를 약속했다 해도 전통적인 젠더 역할의 함정이 당신들의 행동에 강력하고 끈질긴 영향력을 행사할 공산이 매우 높으니까. 당신들이 의식하든 못하든 간에. p.120-1




우당탕탕 하는 자녀 양육기라는 프로젝트는 결국 끝나고 노년과 황혼기가 찾아오는 건 순리다. 

부모로 사느라 고생, 그 고생 끝에 결국 자녀들은 출가하게 되면 다시 부부만 남는다... 어찌 보면 양육이라는 부부를 연결해 준 하나의 '프로젝트'가 종료되는 과정을 겪는데 그 프로젝트를 위해서라도 한편으로는 커플, 부부의 정체성 변화는 여러모로 황혼 이후에도 적잖은 변화를 초래하고 말고 이런 질문은 아마 아이가 어느 정도 자신의 인격체를 형성하고 부모 손에서 조금씩 분리되어 가는 수순을 겪다 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도래하는 질문 들일지도 모른다. 나도 한편으로는 생각해보게 된다.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에 대한 그와 나의 생각은 어떠할지를. 이는 중요한 화두다. 




우리가 인생에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야망은 무엇일까

우린 커플로서 어떤 인생을 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을까

그리고 결정은 누가 내리는 거지 



행복한 노후란 무엇인가. 




부부간 대화는 그래서 상당히 중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를 비난하고 헐뜯고 비아냥거리며 험담과 잘못된 지점만 지적하는 고루한 상하 추종적 악습이 반복되는 대화법이 아니라, 서로 평등하고 수평적인 시선을 가지고 뭐든 독려하고 격려하고 지지해 주는 사려 깊은 마음과 태도.... 결국 부부간 대화도 한 개인이 상대를 대하는 태도와 인성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한편으로 정말 중요한 사람이 '가족'이라면 우리는 그 가족들에게 제일 먼저 잘 대해주어도 모자라지 않을까 싶은데, 언제나 우리는 타인에게 '더' 상냥한 역설을 경험하게 된다... 님보다 남이 우선인 적은 없었는지를, 나는 나의 배우자에게 어떤 대화법을 주고받던 아내였을지를 잠시나마 아픈 반성도 해보고 만다. 나는 그에게, 그는 나에게, 우리는 서로에게 안전 기지였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파트너에게 안전 기지가 되어줄 때 우리는 상대를 든든하게 지원하고 그의 탐사 활동을 격려해 준다. 현실적으로 이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탐험과 성찰에 따른 파트너의 불안을 달래준다는 뜻이다. 둘째, 파트너가 우리와의 안전한 관계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도록 등을 떠밀어야 한다. 




사랑과 일은 삶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뗄 수 없는 것들이다. 따라서 그 사랑과 일이 각기 다른 느낌으로 개인이라는 한 인간에게 기쁨을 가져다준다는 걸 한 사람의 차지가 아닌 두 사람 모두 상호적으로 인식을 하고 있는 것에서부터 사실은 '일과 사랑의 기술' 은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생애 주기를 완만하게 통과해내기 위해서는 각 시기별로 두 사람의 의식적 노력이 필요할 테다. 

책에서 언급한 제1전환기 (신혼) 제2전환기 (중년) 제3전환기 (노년)이라는 이 시간을 통과하면서 일과 삶을,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랑이라는 무기를 통해 보다 나은 삶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걸, 그래야 개인으로서도 가정이라는 집단으로서도 '성장 발전' 이 있고 위기와 마주했을 때에도 '회복탄력성'과 '극복력' 이 생긴다.  물론 글자는 쉽고 실제 행동으로 실현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만.... 최소한 이 책을 두 사람 모두 읽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수반되는 가정이라면...



최소한 고맙다는 말을 서로 자주 드러내듯 사랑을 표현해 주는 관계이기를 나는 여전히도 소원한다. 

그러하니 실천도 병행해내려는 고군분투 중이다. 그것이야말로 신혼, 중년, 노년, 그 세 개의 전환기를 맞이하는 부부로서, 최소한 원만하게 삶의 난관들과 굴곡진 사연들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원동이고 힘이 되어 줄 것이라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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