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마음을 움직일 것인가
우리는 언제나 다른 인간들과의 협력과 협동을 필요로 해 왔으며
그 덕분에 이 세상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
- 어떻게 마음을 움직일 것인가 -
누군가를 '돕는' 일은 한편으로 나를 '돕는' 일 같았다.
대학시절, 야학 봉사 활동을 하면서 나는 그때 비로소 누군가를 제대로 '돕고 지지'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학교 다녔을 때에도 소소히 친구들의 사소한 부탁들에 대해서 거절보다는 되도록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도움을 주려 했던 나였지만, 그런 도움과는 뭐랄까 차원이 다른, 체계적인 시스템(?) 하에서 누군가의 정기적 학습 지원군이 되어 돕는 일은 나로 하여금 어떤 '고무감' 을 느끼게 해 줬었다. 일종의 성취감은 덤이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생각도 사실은 어느 순간부터 들지 않더라... 결국 내가 좋아서 계속 봉사활동을 유지했던 것 같다. 그 모든 '선택'에는 주체적 '결정권' 이 있었고,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은 뭐든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 책에서 말하는 '내적 동기 부여'가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어떻게 마음을 움직일 것인가,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 부키, 2020.05.28.
책의 부제는 '요청과 부탁의 기술'이다.
도움을 주는 것보다 사실은 도움을 '구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해본다거나 요청을 하는 것이 익숙지 않은, 즉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편한 나 또한 도움을 요청하는 건 쉽지 않았고 여전히 난해한 문제다. 가족 간에도 요즘은 도움을 구하는 것에 잠시 망설여진다. 헹여나 친정이나 시댁 부모님께 양육 도움을 (숱하게 물론 받았었지만) 구하는 것에 대해서 언제나 죄스러움이 느껴졌기에... 내 능력이 무자라서 도움을 구하고 있다는 생각 또한 지울 수 없었다. 도움을 잘 구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도움을 주는 것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인상을 심어 줄 것이라고 크게 잘못된 착각을 한다. 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도움을 받을 때 여러 가지로 복잡한 기분을 느끼며, 심지어 때로는 당혹함과 자괴감 속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을 원망하기까지 한다. 반면에 도움을 주는 사람의 심리는 한결같이 유지된다. 일단 도움을 베푼 이후에는 도움이 필요 없는 사람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p.59
도움에 대한 요청을 받았을 때, 상대가 거부감이 없다면
오히려 그 상대에게도 '베풂'이라는 기회를 주는 것이 되기도 한다. 결국 서로 '돕고' 상생한다는 협력 관계가 되는 것에서부터 그 두 사람 혹은 그 도움을 주고받는 집단 간의 관계는 개인을 넘어 사회를 보다 부드럽고 순환되는 분위기를 형성하지 않는가. 물론 도움을 받는 것이 일정 부분 심리적으로 인간 본성 상 '껄끄러움'이라든가 약간의 '부담감'을 주는 건 또한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베풀면 더 좋아진다'라는 역설적인 효과까지 낳게 되니....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단지 슬픔을 해결하는 처방전 역할을 해줄 뿐 아니라 죄책감을 없애 주는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심리학자들은 보통 긴장감, 후회, 불안을 드러내는 죄책감에 사회적 연대감을 유지하고 강화하도록 돕는 기능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죄책감 덕분에 우리는 약속을 지키고, 책임을 지려고 하며, 정기적으로 부모님의 안부를 묻게 된다. 또 만약 누군가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한 경우에는 죄책감이 그 잘못을 보상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p.70
생각해보면 모든 관계 속에서 적절하게 도움을 구하고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직장 생활은 이루 말할 것도 없고, 가정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로 하여금 설령 거절이나 침묵, 방관이나 혹은 소극적인 승낙이 있을지언정. 상대의 마음에서 몇 가지의 동기 부여를 시키며 (내가 주체가 아니니 어렵겠지만) 적극적 승낙 이후에 그 혹은 그녀의 마음을 움직여 행동으로 도움에 적극 조력하도록 움직임까지 연결된다면...! 아마 결과적으로 도움을 구한 쪽이나 도움을 주는 쪽이나 둘 다 살면서 어떤 좋은 '의미'는 마음에 얻을 수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우리가 강요가 아닌 선택의 결과로 어떤 행동을 할 때 심리학자들은 그 행동이 '내적 동기 부여'에 의한 것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지난 30-40년 동안 이뤄진 연구에 비춰 보면 이런 유형의 동기 부여가 최선이라는 점이 분명히 입증되었다. 내적으로 동기 부여가 됐을 때 우리는 아무리 힘든 일에서도 더 큰 흥미와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더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고 새로운 지식도 더 많이 습득할 수 있으며, 상황이 어려워져도 더 잘 버틸 수 있다. 전반적으로 내적 동기 부여는 더 훌륭한 성과, 더 뛰어난 수행 능력, 더 깊은 만족감으로 이어진다. p.88
책에서 말하는 도움의 동기 부여를 위한 4가지라든지, 도움을 요청할 때 필요한 것들은 약간의 '팁'으로 마음에 되새겨 본다. 제일 중요한 건 다름 아닌 그 혹은 그녀로 하여금 당신이 나를 '구원' 하고 '지지' 함에 대한 '감사'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결국 감사를 주고받는 관계야말로 삶에서 남는 관계 아닐까...
도움의 동기 부여를 위한 4단계
1. 상대가 당신에게 도움이 필요함을 알아야 한다.
2. 상대가 당신이 도움을 원한다고 믿어야 한다.
3. 상대가 당신을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4. 상대에게 당신을 도와줄 여력이 있어야 한다.
도움을 요청할 때 강조해야 할 것들
1. 우리가 함께 임을 강조하라.
2. 공동의 목표를 강조하라.
3. 공공의 적을 찾아라.
4. 함께 했던 경험이나 감정을 강조하라.
서로의 부담이 되지 않을, 적당한 선만 지킨다면
누군가의 필요한 지원을 얻어서 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건 살면서 상당히 커다란 '힘' 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누군가를 도움으로서 내가 더 좋은 느낌을 받고 그 에너지가 선순환되어 보다 나은 내일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기반에는 어쩌면 서로 간의 공감과 감사, 배려와 열린 마음, 그리고 적극성이 기반이 되는 관계들에서만 비로소 제대로 된 도움의 요청과 구함, 그리고 베풂들이 일어날 것이다... 섣불리 얕게 도우려 했다가 오히려 큰 낭패를 보게 되는 일들은 어쩌면 이런 한쪽의 공감과 한쪽만의 감사 등, 어느 한쪽으로 만의 쏠림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도움을 요청하는 내가 한때 우습게 보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것은 오히려 용기 있는 행동이고 그 도움을 구하는 반대의 사람에게는 당신에게 충분히 누군가를 지탱하고 지지하고 구원해 줄 힘이 있다는 사실을 각성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서로가 적절한 동기 부여가 기반이 된 '도움'의 주고받음은, 결국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두 사람 모두를 성장시켜줄 것이 분명하겠다.
나는 오늘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리고 반대로 누군가에게 나를 털어놓을 수 있을까를...
잠시 생각해보다 몇몇 좋은 분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렇게 떠오르는 좋은 분들이 계시는 지금의 삶이 좋지 않을 수 없는 이유라는 사실을 명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