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븐 Aug 03. 2020

4인분의 데이트  

10년 만의 롯데월드...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그게 단 하나의 진짜 질문이다,라고 나는, 결국, 생각한다. 


- 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 




그곳은 정확히 10년 만이었다. 

신밧드의 모험과 바이킹, 후렌치 레볼루션과 자이로드롭에 박동수가 설렘 연속이었던 곳. 10년 전 두 사람의 발걸음은 네 사람이 되어 다시 찾았던 날. 유치하지만 나름 귀여운 상징을 자랑하는 동물 머리띠의 주인공도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바뀌어 있었다.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동물 모양의 거대한 솜사탕도 10년 사이 몸값이 뛰었는지 김밥 두 줄에 버금가는 간식이 되어있을 줄이야.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들과 둘이었을 땐 미처 몰랐던 것들, 새롭고도 낯선 놀이동산의 풍경들을 만끽하기에 10년이라는 시간은 내게 일정 부분의 어떤 노련함을 장착해준 것만 같았다. 누군가의 보호를 '받는' 입장에서, 이제는 누군가를 보호 '하는' 입장으로. 



10년 전 그이와 처음으로 데이트 다운 데이트(?)를 한 장소가 바로 놀이동산이었다.

결혼 전, 단 한 번이었던 그 놀이동산에서의 빈 말이 현실이 되어 버릴 줄이야. 10년이 지나 그이에게 아이들을 돌보는 틈에 잠시 건넨 대화에서 우리는 그저 웃었다. 옆에서 종알대며 방방 뛰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화사하고 기분 좋은 그이의 함박웃음을 옆에서 지켜보며 나는 이상하게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애잔함이 밀려오는 건 왜였을까... 



- 10년 만이네. 그 때 둘이서 보던 야경, 참 좋았는데...

- 그런가, 벌써 그렇게 됐나. 여긴 뭐 그대로네. 

- 그대로가 아니지. 사람이 추가됐다. 나 원 참 

- 그러게 ㅋㅋ 

- 그때 내가 농담 삼아 그랬잖아. 둘이서 오던 게 네 명이서 오는 거 아니냐고. 

- 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 헐 

- 둘 보단 넷이지? 

- 그것도 쌍둥이라니.

- 좋네. ㅋㅋ

- 그러게... 좋네. 이젠 인원 추가는 없다 

- 그러심 ㅋㅋ



함께 봤던 야경, 넷이 다시 볼 그 경이로운 기쁨을 향해...



10년 만에 다시 찾은 장소는 그대로였지만, 그곳을 찾는 우리는 그대로일 수 없었다.  

목적도 구성원도 모두 다 변했다. 2인분이었을 때와 4인분이었을 때의 행복. 그 기쁨의 우열을 비교하기가 쉽지 않고 여전히 행복을 가치 척도화 시키는 상대적 비교는 이제 우리에게 허락되지 못한다는 걸 안다. 그와 나, 남자와 여자, 개인대 개인으로 만났을 그때 그 시절만의 매력과 청량함, 반짝이는 떨림과 끌림이 아름다웠던 것처럼, 이제는 부부와 부모로 현실의 생존과 생활, 가족이라는 관계로 맺어진 이 단체를 건강하고 튼튼하게 유지하며 보살피는 그와 나, 생업이라는 포지션에서 작자의 노동을 일삼는 '부부' 관계 또한 시간이 흐르며 쌓이는 연륜과 경륜을 벗 삼아 또 다른 면에서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중이기에... 



내가 아닌 상대가 좋아하는 걸 보는 게 좋은 것, 그래서 내가 가진 걸 자꾸만 해주고 싶은 마음....

그것이 만약 사랑이라면, 어쩌면 두 사람이었던 우리에게 유일하게 남아 있는 사랑이라는 '의지'는 다름 아닌 그런 '주려는 마음' 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부부로서 이 사랑을 유지하고 존속시키고 더욱 발전시키고자 하는 어긋남 없는 확연한 교집합마저 생겼으니. 비록 이제는 '개인'을 향한 마음이라기보다, 서로 한껏 공통된 대상으로 향한 교차적 사랑에 초집중을 하는 시절을 보내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의 존재는 사랑을 행하는 인간의 성숙함을 더욱 강하게 성장시키는 '보물'인 것은 분명한 듯싶다. 의지박약한 인간을 의지 충만한 인간으로 변하게 해 주는 신성한 보물...



부부와 부모로서의 성장은, 미지의 세계를 계속 해서 열심히 파고 드는....무언가의 모험 같기만 하다. 




아이들에게 솜사탕을 먹이고 좋아하는 놀이기구를 타며 퍼레이드를 관람하는 시간을 보내며

문득 우리 둘은 서로의 피곤한 눈이 마주했고 피식 동시에 웃음이 나왔던 건 다름 아닌 어떤 '동지애' 때문일지 모른다. 이제는 설렘과 끌림으로 충만한 놀이동산의 유희를 즐긴다기보다는, 이 조차도 '협력'과 '협조'와 '상생' 하는 느낌이 더 강하게 자리한 턱에, 4인분의 놀이동산의 기쁨은 예전보다 더 보람된 어떤 뭉클한 기쁨을 느끼게 해 주고 말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저녁시간 즈음, 아이들의 목욕과 잠시간에 맞춰 집으로 귀가하던 길

차 안의 아이들은 바로 곯아떨어져 버렸고 그이와 나는 아주 잠깐이었지만 과거로 돌아간 지난 시간들을 어느새 회상하고 있었다. 유머 곁들인 무의미할 것 같으면서도 의미 있는 '그리움'을 담은 채로... 



- 그때 데이트할 때 참 좋았는데... 시간이 어느새 이렇게 흘렀네. 

- 그러게. 

- 예전엔 바이킹이 되게 설레었는데 지금은... 별로 안 설레. 

- 그럼 뭐가 설레시나 

- 음.... 둥이들 비명소리? 떼쓰는 소리는 오싹할 정도로 설레지 

- 인정 ㅋㅋ 

- 우리 변했나 봐 여보..  

- 사랑이 어떻게 안 변하니. 

- 그러게. ㅋㅋ 사랑도 변하네. 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나쁘진 않네.

- 좀 피곤할 뿐이지? ㅋㅋ 

- 인정 ㅋ 

- 다음에 또 오자. 

- 그래 또 오자... 좋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청량한 기쁨, 순수한 고양, 설렘과 끌림, 여전했으면 해.....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좋은 기억의 장소를 서로 함께 한 마음으로 간직한다는 것은

그리움과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현재 '더 사랑해서 더 괴로운' 시간을 어떤 면에서 겪을지언정, 이 시절은 분명 충만한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라고...앞으로 어떤 4인분의 데이트가 우리를 기다릴지를 막연히 상상하며, 그저 이 지나가는 시절의, 현존할 수 있는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도록, 나는 기억을 하나하나 일기장 속 기록으로 저장한다. 


무한한 사랑도 유한한 시간을 이기지 못할 것이기에. 

현재의 시간은 돌이키지 못하는 과거의 그리움으로 자리할 것이기에...






정신 없이 노느라 완전체 사진 몇 장 제대로 건지지 못한... 나의 세 사람. 



사랑해- 솜사탕보다 기분 좋은 시간, 앞으로 만들기를.... 



작가의 이전글 빗방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