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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ug 23. 2020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

우리 모두 혹은 거의 모두는 품위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나의 희망은 그런 삶을 살려는 노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내 능력 범위 내에서 보여주려는 것이다. 


-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 - 




인간은 이중성을 갖고 있다고 늘 생각하는 편이다. 

이중성. 인격의 이중적 모습을 보일 수도, 혹은 도덕적이고 이성적이라 생각했던 사람이라도 충분히 악인으로, 악당으로 변모할 수 있다고도 (그것이 환경적인 요인이든, 어떤 트리거에 의하든 뭐든지간에) 생각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가축으로 태어나지 않은 '인간' 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력. 그것은 인간이 '인간다움' 을 놓지 않으려 끝없이 '인간' 으로 살다 죽으려는 노력이고, 그런 노력을 행하는 '시민' 들이 많아질 수록 그 시민들이 모인 단체, 사회, 그리고 나아가 국가는 성장하고 발전해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결국 태어나서 '나라' 라는 것을 보통 지니게 되는 인간들의 삶은, 일정 부분 삶 속에서 고통스러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걸지 모른다. 이 책의 제목대로 최소한 '품위' 를 지키기 위해서는.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 토드 메이, 김영사, 2020.07.07.



정답을 찾으려 읽기 시작한 책은 유난히 질문만을 남긴 채 마지막 페이지에 닿게 만든다.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 도 그런 책 중에 하나였고, 읽는 내내 생각나는 일상의 몇 가지 사례들이 떠올랐다. 흔히 겪는 우리들의 출퇴근길 안에서, 양육과 일을 행하는 여성들의 자화상 속에서, 그런 여성을 대하는 사회 속에서, 남녀 구분 없이 '소수' 와 '다수' 의 집단 간 첨예한 의견 대립 속에서, 하다 못해 현재의 '비대면 시대', 우리가 타인을 위해 아주 최소한의 배려인 마스크라는 아이템 조차 제대로 장착하지 않고 마음껏 개인의 향유를 즐기는 그 행위들 속에서.... 내 기억 속 품위가 있던 이들과 그렇지 못했던 이들이 떠올랐다. 저자의 일상 속 다양한 사례들과 철학자들의 이론과 다양한 참고 문헌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나' 의 사례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던 걸지 모른다. 




잘 산다는 것은 아름다움, 절제, 지혜, 관대함 등의 여러 가지 덕묵을 함양하고 구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양극단 사이의 중용을 취할 때 얻어지는 덕목이다. 예를 들어 용기는 무모함과 비겁함의 중용이다. 그렇다고 해서 용기가 반드시 그 두 극단의 정확한 중간 지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덕을 갖춘 사람이 이해하는 방식으로 그 둘 사이의 어디쯤에 적절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p.23, 이타주의인가, 도덕적 품위인가. 




그래서 어렸을 때의 기억, 감정, 경험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인' 이전의 그 단계가 견고해야 끝까지 견고하기에.



덕. 유난히 도덕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인간이 스스로 덕을 쌓는 수양을 하지 않으려 하면 당연히 그 인간의 일상은 덕 없이 흐르는 삶일 것이고, 반대로 힘들지만 지키려 하는 개인의 어떤 정도의 신념, '덕' 을 쌓아 나아가려는 애씀...자본주의에서라면 더더욱 인간으로서의 '덕' 을 수양하기 난해한 '쾌락' 과 '탐욕' 이 가득 우리를 유혹하지만, 그렇기에 그런 것들을 모조리 물리치고도 '지켜야 ' 하는 것들을 묵묵히 지키는 매력적인 사람들....... 그들이야 말로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자신들의 철학을 지키려는 인간들일지 모른다. 내가 바라는 이상향의 벗은, 바로 그런 경계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친구들일 뿐이고. 




상식적 예의는 동일한 유대감을 안겨준다거나 그런 유대감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므로 - 그것은 반드시 상대방의 얼굴을 보아야만 생겨나는 예의가 아니므로 - 대부분의 경우 상식적 예의를 부담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다른 사람 혹은 낯선 사람과의 유대감을 높이는 기회가 된다. 남들에게 미소 짓는 것, 남들을 위해 문을 열어주는 것, 상대방이 어려운 입장에 있을 때 사소한 방식으로 도와주는 것,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건네주는 것 등은 때로는 모르는 사람과 세상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p. 83, 주위 사람들에 대한 도덕적 품위 



정치적 양극화의 상황에서는 이런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게 어려울 수 있으므로, 그런 태도를 잠시 유예시킬 수 있는 자리도 있어야 한다. 나는 항상 우리의 믿음이 잘못되었을 수 있다고 느끼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생각할 때마다 겸손함의 외양을 갖추어야 한다고 제안하는 것이다. 가정에서 배우자를 상대로 혹은 뜻이 맞는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는 가끔 이런저런 공인이 바보이거나 완전히 악당이라고 화를 낼 수도 있다. 이런 배출구가 없다면 겸손함의 태도는 우리에게 이타주의적 요구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p.215, 정치와 품위 



인간다움은 무엇일까.  최소한의 지켜야 하는 것들마저 지키지 않은 채로 그저 풍족한 삶이 인간답다고 할 수 있는가. 



두 번 세 번 읽어도 모자람이 없는 책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고 행운인지를 안다. 

스스로 성인이라고 믿고 살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여전히 어리고 부족하고 어리숙한 면모를 발견하며 성인으로 이제야 겨우 되어가는 과정 속에 놓여 있다고 깨닫는 편이라, '성인과 괴물 사이의 어디쯤에 있는 보통 사람들을 위한 일상의 철학' 이 담겨 있는 이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 을 조용히 예찬하며 8월의 끝을 향해 나아간다. 



덧) 품위 있게 나이들어가고 싶은 나는 그래서 오늘도 읽고 쓰는 건지 모를 일이다... 



나를 가득 메우는 이야기, 그리고 질문들...독서를 끊지 못하는 이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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