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한 번만 받겠습니다.

by 헤븐

은밀한 과거가 특별한 역사로 승화될 때 자신의 진정한 가치는 비로소 발견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과거를 다시 이야기하는 정신 치료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상처는 한 번만 받겠습니다 -





자신이 걱정이 많다는 사람

이런 저런 사념에 빠지고 생각하기를 좋아하고 어느새 고민으로 휙 넘어가버리는 성향, 그런 자신이 정신과 의사를 하고 있는 것이 여전히 신기해하는 사람, 그리곤 글을 쓰는 사람, 곧 5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믿기지가 않는다지만 그 조차 자연스레 인정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이 '의사 선생님'... '당신이라는 안정제' 를 우연치않게 최근에 다시 읽었었다. 처음 읽었을 시절엔 '업세이' 가 유행하지 않았던 시기. 그럼에도 두 작가의 연결되지 않을 듯 하면서도 묘하게 연결되던 이야기들의 나열에서 이상한 위로를 상당수 느꼈었다. 왜 였을까. 그 시절 나의 우울과 상처를 남의 울적함과 상처를 들여다보면서 얻는 '샤덴프로이데' 심리 때문이었을까..(그렇다면 너무나 미안한)


두 번째 읽었던 최근, 보존서고에 있었던 도서관의 책을 빌려서 버스 안에서 휘리릭 다 읽어내렸던 시간.

그 때도 마찬가지... '연고' 를 바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이번 신간이 무척이나 기대되었고, 읽은 이후엔 다시금 읽고 싶은, 담백하지만 꽤 오래 생각으로 남는 문장이 많았기에 여기저기 필사를 해 둔 페이지...당신 덕분에 '상처는 한 번만' 받을 수 있을 내성이 자리했다고, 감히도..말하고 싶었던, 선물하고 싶은 책을 만나 몹시 반가운 마음이다.


상처는 한 번만 받겠습니다, 김병수, 달,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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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뭐랄까 영롱하게 아름다운 . 보석 같은



멀리 보고 강해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나이가 들어도 성숙해지지 않는다고 자신을 탓할 필요 없다. 인간은 어차피 모두 불량품이다. 나이가 든다고 불량이 고쳐지는 법도 없다. 그래도, 우리는 그럭저럭 잘 살아가기 마련이다. p.11




행복보다 상처와 고통이 더 많은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면서 산다.

남아 쌍둥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는 더더욱. 이 생각은 어느새 견고해져버리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짧은 빛 같은 행복에 집착하거나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그 생각이 진해지면서 마음이 오히려 편해지는 기분은...역시 나만 느끼는 건 아니었나 싶다. 그저 일상의 소박한 '느낌'....그 충만한 느낌이나 만족스러움, 감사함, 이런 감정들을 지속 가능하도록 노력하는 것.... '좀 더 열심히' 라는 마음가짐이 살아 있다면, 결국 '행복이란 게 별건가' 싶다. 작가님의, 아니 이 정신과 의사의 말씀 그대로.




느낌이 좋으면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느낌이괜찮아야 꾸준할 수 있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그렇다. 느낌을 잘 헤아리고 자신이 어떤 느낌에 반응하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그런 느낌을 찾아서 라이프 스타일을 구성하면 조금 더 기쁜 삶을 살 수 있다. 작은 기쁨을 느끼며 사는 것. 행복이란 게 별건가. p.46.





일상의 생각을 이야기할 뿐인데, 어쩌면 작가의 '이력' 상 어쩔 수 없이 위로를 느끼는 부분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분이 그저 평범한 일반인이었어도 이런 문장을 접했을 때의 '동병상련' 을 느꼈을 텐데 정신과 의사의 위치에서 내담자에게 주고 받을 수 있을 지도 목소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아뿔싸, 어찌 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을까.... 즐거움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문장에서 이상하게 계속 멈춰서 생각하게 된다. 나는 즐거움을 잃지 않을 '의지' 가 살아있을까 싶었기에..



아무리 치열하고, 위험하고, 긴장하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도, 그리고 가족과 떨어져서 홀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도 맛있게 먹고 즐거움을 잃지 않아야 한다. p.102



photo-1529017342279-ca5eb1c54bf7.jpg 부는 바람, 지는 석양, 모두 즐거울 수 있는 즐김의 소재들, 감사한 것들... 그 즐거움을 기억해야 한다.




고백적 서사와 동시에 스스로의 질문,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 그 끝에서 흐려도 조금씩 일어서게 만드는 어떤 '응원' 의 문장들. 의지, 용기, 희박하고 나약할 수 있지만 그래도 '된다' 는 어떤 희망적 목소리..그런 톤이 느껴져서 '아름답다' 는 느낌이 묻어나는 에세이... 요즘은 에세이를 부쩍 많이 읽는다. 남의 이야기가, 남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뭐 그런게 궁금해서 그런가 싶고.




정신과 말고 다른 전공을 선택했으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상상한다. 학위를 할 때 지도 교수가 꼭 그 사람이어야 했을까, 하며 진한 아쉬움을 느낀다. 누군가를 만나고 인연을 만들기도 했지만 그 사람이 아니라 다른 이였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고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그려보기도 한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다른 선택을 할까? 그럴 리 없다.


내 선택에 후회와 아쉬움이 어느 정도 있는 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나의 선택이니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로 지금의 내가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살아보라고 해도, 지금까지보다 더 낫게 살 자신은 없다. 지금껏 살아온 삶이 영원히 반복된다고 하더라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할 거다. 과거를 돌아보면 아쉬움이 있지만 그 시간을 관통하여 지금에 이른 내가 나는 자랑스럽다. p.170




선물하고 싶은 책으로 단연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면 이건 순전히 나의 선택이겠지만, 부디 이 책을 선물 받고 다시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을 '당신'이, '상처는 한 번만' 받는 오늘의 삶을 즐길 수 있기를...바라는 지금, 그이의 출근길, 배웅을 한 이후 다시 식탁에 앉는 지금의 나는 내내 그 모습을 생각했다. 오늘 당신의 상처가 좀 덜 하기를 바라고 또 바라면서...



photo-1510289732441-3321d24c5982.jpg 누군가의 상처가 아물기를 바라는 마음, 그게 자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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