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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ug 20. 2020

상처는 한 번만 받겠습니다.

은밀한 과거가 특별한 역사로 승화될 때 자신의 진정한 가치는 비로소 발견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과거를 다시 이야기하는 정신 치료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상처는 한 번만 받겠습니다 - 





자신이 걱정이 많다는 사람

이런 저런 사념에 빠지고 생각하기를 좋아하고 어느새 고민으로 휙 넘어가버리는 성향, 그런 자신이 정신과 의사를 하고 있는 것이 여전히 신기해하는 사람, 그리곤 글을 쓰는 사람, 곧 5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믿기지가 않는다지만 그 조차 자연스레 인정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이 '의사 선생님'... '당신이라는 안정제' 를 우연치않게 최근에 다시 읽었었다. 처음 읽었을 시절엔 '업세이' 가 유행하지 않았던 시기. 그럼에도 두 작가의 연결되지 않을 듯 하면서도 묘하게 연결되던 이야기들의 나열에서 이상한 위로를 상당수 느꼈었다. 왜 였을까. 그 시절 나의 우울과 상처를 남의 울적함과 상처를 들여다보면서 얻는 '샤덴프로이데' 심리 때문이었을까..(그렇다면 너무나 미안한) 


두 번째 읽었던 최근, 보존서고에 있었던 도서관의 책을 빌려서 버스 안에서 휘리릭 다 읽어내렸던 시간. 

그 때도 마찬가지... '연고' 를 바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이번 신간이 무척이나 기대되었고, 읽은 이후엔 다시금 읽고 싶은, 담백하지만 꽤 오래 생각으로 남는 문장이 많았기에 여기저기 필사를 해 둔 페이지...당신 덕분에 '상처는 한 번만' 받을 수 있을 내성이 자리했다고, 감히도..말하고 싶었던, 선물하고 싶은 책을 만나 몹시 반가운 마음이다. 


상처는 한 번만 받겠습니다, 김병수, 달, 2020.08.03.



표지가 뭐랄까 영롱하게 아름다운 . 보석 같은



멀리 보고 강해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나이가 들어도 성숙해지지 않는다고 자신을 탓할 필요 없다. 인간은 어차피 모두 불량품이다. 나이가 든다고 불량이 고쳐지는 법도 없다. 그래도, 우리는 그럭저럭 잘 살아가기 마련이다. p.11




행복보다 상처와 고통이 더 많은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면서 산다. 

남아 쌍둥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는 더더욱. 이 생각은 어느새 견고해져버리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짧은 빛 같은 행복에 집착하거나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그 생각이 진해지면서 마음이 오히려 편해지는 기분은...역시 나만 느끼는 건 아니었나 싶다. 그저 일상의 소박한 '느낌'....그 충만한 느낌이나 만족스러움, 감사함, 이런 감정들을 지속 가능하도록 노력하는 것.... '좀 더 열심히' 라는 마음가짐이 살아 있다면, 결국 '행복이란 게 별건가' 싶다. 작가님의, 아니 이 정신과 의사의 말씀 그대로. 




느낌이 좋으면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느낌이괜찮아야 꾸준할 수 있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그렇다. 느낌을 잘 헤아리고 자신이 어떤 느낌에 반응하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그런 느낌을 찾아서 라이프 스타일을 구성하면 조금 더 기쁜 삶을 살 수 있다. 작은 기쁨을 느끼며 사는 것. 행복이란 게 별건가. p.46. 





일상의 생각을 이야기할 뿐인데, 어쩌면 작가의 '이력' 상 어쩔 수 없이 위로를 느끼는 부분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분이 그저 평범한 일반인이었어도 이런 문장을 접했을 때의 '동병상련' 을 느꼈을 텐데 정신과 의사의 위치에서 내담자에게 주고 받을 수 있을 지도 목소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아뿔싸, 어찌 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을까.... 즐거움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문장에서 이상하게 계속 멈춰서 생각하게 된다. 나는 즐거움을 잃지 않을 '의지' 가 살아있을까 싶었기에.. 



아무리 치열하고, 위험하고, 긴장하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도, 그리고 가족과 떨어져서 홀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도 맛있게 먹고 즐거움을 잃지 않아야 한다. p.102



부는 바람, 지는 석양, 모두 즐거울 수 있는 즐김의 소재들, 감사한 것들... 그 즐거움을 기억해야 한다. 




고백적 서사와 동시에 스스로의 질문,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 그 끝에서 흐려도 조금씩 일어서게 만드는 어떤 '응원' 의 문장들. 의지, 용기, 희박하고 나약할 수 있지만 그래도 '된다' 는 어떤 희망적 목소리..그런 톤이 느껴져서 '아름답다' 는 느낌이 묻어나는 에세이... 요즘은 에세이를 부쩍 많이 읽는다. 남의 이야기가, 남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뭐 그런게 궁금해서 그런가 싶고. 




정신과 말고 다른 전공을 선택했으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상상한다. 학위를 할 때 지도 교수가 꼭 그 사람이어야 했을까, 하며 진한 아쉬움을 느낀다. 누군가를 만나고 인연을 만들기도 했지만 그 사람이 아니라 다른 이였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고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그려보기도 한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다른 선택을 할까? 그럴 리 없다. 


내 선택에 후회와 아쉬움이 어느 정도 있는 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나의 선택이니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로 지금의 내가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살아보라고 해도, 지금까지보다 더 낫게 살 자신은 없다. 지금껏 살아온 삶이 영원히 반복된다고 하더라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할 거다. 과거를 돌아보면 아쉬움이 있지만 그 시간을 관통하여 지금에 이른 내가 나는 자랑스럽다. p.170




선물하고 싶은 책으로 단연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면 이건 순전히 나의 선택이겠지만, 부디 이 책을 선물 받고 다시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을 '당신'이, '상처는 한 번만' 받는 오늘의 삶을 즐길 수 있기를...바라는 지금, 그이의 출근길, 배웅을 한 이후 다시 식탁에 앉는 지금의 나는 내내 그 모습을 생각했다. 오늘 당신의 상처가 좀 덜 하기를 바라고 또 바라면서... 



누군가의 상처가 아물기를 바라는 마음, 그게 자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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