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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Sep 15. 2020

두 번째 산

정말 추천하고 싶은.... 9월의 책을 벌써 만나다니 

새로운 인생은 행복한 추락 뒤에 온다. 


- 두 번째 산 - 



오래전 이 작가님의 전작인 '소셜 애니멀'을 정말 신선한 충격(?!)을 받으며 잘 읽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역으로 인간의 품격도 찾아보았었고. 그러나 당시에 시간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뭐에 쫓긴 건지 인간의 품격은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고 소셜 애니멀도 약간의 여운만 남겨져 있을 뿐. 한데 이번 최신작인 '두 번째 산'을 읽으니 '아아' 싶었다. 깊은 울림과 감흥, 더불어 이성의 영역에서 '삶'을 지혜롭게 다루며 접근해나가는 단호하면서도 친절한 조언과 같은 문장들은 나로 하여금 이 작가님께 내가 반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거였구나....' 싶은 마음을 언제나 전해주었었는데 이번에도 명불허전. 백문이 불여일견.... 서평을 쓰고 앉아 있는 이 두 손이 막막해질 지경에 처해버리게 만든다. 언제나 좋은 책 앞에서는.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부키, 2020.09.24.



책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해 보자면 (왜 이렇게 마음이 앞서지 싶지만) 추천 사부터 두근거리게 만든다... 

하물며 목차를 보니 뭔가 '쿵' 하는 느낌의 묵직한 제목들이 나열되어 있으며, 크게 직업, 결혼, 철학과 신앙, 그리고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우리라는-) 그리고 이어지는 장문의 서문 속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드라이 하면서도 냉철한데 뭔가 뜨거워지게 만드는 문장들, 계속해서 일, 사랑, 인간, 결혼과 내가 믿는 '믿음'과 이 세계의 진리와도 같을 문장들까지. (하...) 뭐 하나 빠짐없는 이야기들이 즐비해서... 감히.... 이번 서평은 망했다 싶은 포기(?!)와  함께, 다만 정말 여러 번 필사하려고 페이지를 적어 두었던 수많은 문장들 속에서 몇 개만 발췌해서 함께 읽는 수준에 그치련다...




영원한 기쁨을 발산하는 사람은 깊고 따뜻한 사랑의 헌신을 실천하는 삶에 자기 자신을 내놓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베푸는 일이 본성이 되고, 자기 영혼을 조금씩 더 눈부실 만큼 강렬하게 만든다. 우리 정신의 내면으로부터 흘러 나가는 무언가가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 이것은 공포나 불안인 반면, 우리가 기쁨에 넘쳐 나는 유쾌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어떤 사람들에게 이것은 주로 감사와 환희, 친절함이다.  p.49 서문 


의지할 것이라고는 오로지 자기 신분과 직책밖에 없을 때, 이 사람은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하게 된다. 이런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온갖 생각들에 시달린다.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은 화려한 커리어와 사적인 기쁨을 누리는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상상한다. 


p.95, part 1두 개의 산, 경쟁은 영혼의 나태함을 부추긴다. 



뭐 하나 빠짐없는 명문인데..... 왜 사람들은 '돈' 책을 더 많이 찾을까 싶다.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돼야 하지 않을까.. 싶고.




작가는 말한다. 인생에는 두 번째 산이 있다고.

첫 번째 산에서 개인적인 일자리, 가정이나 쾌락, 편안함, 안락과 같은 온갖 것들이 있었다면 그것을 포기하면서까지도 삶 전반적으로 그 자신의 가치관, 철학으로의 '전환'과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의 권력 구조에 대한 '재협상'의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그것에서부터 진정한 '기쁨' 이 발생되는 것이라고도. 그런 관점에서 헌신하는 인생에 대해, 자기 직업과 결혼 생활, 그리고 개인의 신념을 가진 이들이 그 혼자의 신념을 넘어 공동체에 봉사하며 사는 인생으로까지 인도하는 실질적이면서도 굉장히 정신적인 '길잡이'와 같은 메시지를 들려준다... 목차와 각주를 제외한 약 580 페이지에 달하는 중 벽돌 책임에도 몰입 속도는 최고였던 건 바로 그런 문장들 덕분일 테다. 




만일 자기에게 맞는 직업을 알아내고자 한다면 올바른 질문은 '나에게는 어떤 재능이 있을까'가 아니다. 이 때는 다음과 같이 물어야 한다. 


- 내가 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받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계속 더 잘하고 싶어 할 만큼 사랑하는 활동은 무엇일까? 내 존재의 근원에서 나를 사로잡을 정도로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당신이 어떤 직업을 찾고 있을 때 당신은 사실 어떤 악마를 찾고 있는 셈이다. 당신은 이 책의 핵심 주제이기도 한 바로 그 추락 (자기 중심주의적인 욕구들을 관통해 나아가서 신비스러운 방식으로 자기의 욕구들이 형성되는 정신적 기질 안으로 떨어지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part 2, 직업에 대하여. p. 233, 244. 심장을 깨우고 영혼을 자극하는 일 


만일 결혼을 최대치로 정의한 것이 일심동체가 되는 것이라면, 사랑을 개인주의적으로 정의한 것은 자율성을 유지하는 채로 지원하는 것이다. 결혼에 대한 서약적인 관점이 관계 차원의 필요를 각 개인 차원의 필요보다 우선시한다면, 결혼에 대한 개인주의적인 관점은 각 개인 차원의 필요를 관계 차원의 필요보다 우선시한다. (중략) 사랑은 주의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다. 


part 3, 결혼에 대하여. p. 294, 305. 친밀함이 꽃피는 여러 단계들 


우주는 살아 있으며 연결되어 있다고 그 순간들은 우리에게 말해 준다. 당신이 과거에는 한 번도 상상할 수 없었던 존재의 차원들이 분명히 있다. 양자 입자들은 설령 시공간상으로 엄청나게 분리되어 있어도 서로 조응해서 운동한다. 세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 있으며 스스로 의사소통한다. 세상에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활력을 불어넣는 어떤 힘이 존재하며, 이 힘은 우리를 물이나 공기처럼 뒤덮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보잘것없는 사전은 사랑이라고 부른다. 


part 4, 철학과 신앙에 대하여. p. 408. 한 줄기 빛처럼 스며드는 신비로운 경험 


건강한 공동체는 인간관계가 두텁게 형성되어 있는 하나의 체계(시스템)이다. 이런 공동체는 여러 면에서 불규칙적이고 역동적이며 유기적이고 또 개인적이다. 누군가가 무거운 짐을 들고 쩔쩔맬 때면 이웃 사람이 나타나서 도와준다. 공동체 정신이 풍성한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이 하는 일에 관여하고, 서로의 비밀을 알고 있으며, 슬픈 일이 있을 때는 슬픔을 나누고 기쁜 일이 있을 때는 기쁨을 나눈다. 이런 공동체에서는 사람들이 자녀를 양육하는 일에도 서로 돕는다


part 5, 공동체에 대하여. p. 506. 공동체의 회복은 매우 느리고 복잡하다 







아직 나는 첫번째 산도 제대로 올라가지 못한 기분에 빠지는 요즘이지만

절망의 나락에서 이렇듯 나를 구원하는건 결국 일상에서의 작은 기쁨들, 그 장면들의 연속과 좋은 기억들을 오래 간직하려는 자세, 그 마음가짐에 불을 지펴줄 무엇을 지속해서 간직하고 나아가야 할 것만 같은 기분에 빠져 버린다. 내적으로 진심을 다해 '남은 인생' 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여러 문장들로 하여금, 나는 수렁에서 조금씩 빠져 나오려 한다. 아주 느리지만 조금씩. 그렇게 '행복한 추락 뒤에 오는 새로운 인생' 을 맞이하기 위해서... 



더 깊은 '나'를 만나게 되는 책...

'나'와 '너'를 바라보고 대하는 관점이 바뀌며 좋은 변화를 강하게 유도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를 나 자신에게 상기시키기 위해 이 책을 쓰셨다지만 그렇다면 감히 독자로서 계속 상기하고 반성하면서 '들려주세요 당신의 철학과 사색, 그 생각들을 모조리, 끊임없이!'라고 말해보고 싶을 정도... 두 번 아니 세 번이라도 발췌하면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며 아울러 책을 잘 읽지 않는 그에게 꼭... 정말 진심을 다해 이 책은 좀 읽어 주시기를 바라마지 않으며 한 권을 온라인 서점에서 추가 구매하면서 선물하고 싶은 누군가를 떠올렸다. 그런 마음의 책이라는 것, 9월의 베스트 책을 '벌써' 발견한 느낌이라 아이러니하지만 아쉬움(?) 도 느끼게 만들어 주시는, 다음 작이 정말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제 더 쓰실 게 남아 있을까- 싶을 정도!) 


산이 정직한 것처럼, 인생도 어쩌면 정직한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딱 그만큼의 시간이 만들어내니까...




#독서 모임 분들과 이 책을 이야기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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