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평범한 하루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 눈에 띄지 않더라도, 나에겐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주목받지 못한 평범한 시간이나 물건도, 그것을 오랫동안 소중히 여기면 가치 있는 보물이 된다고,
샤르댕의 그림은 말하고 있습니다.
- 예술의 쓸모 -
일상에서 예술이라는 건 어쩌면 동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될 지도 모르겠다.
현실을 생존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는 특히 더. 그림과 건축, 도자기나 조각, 음악이나 글. 예술의 범위는 꽤 광대하지만 그것들 따위 내 삶과는 너무 멀리 있을 뿐더러 일상 속에서 스며들기에는 그저 사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가끔 마음이 피폐할 때면 그런 생각을 하고 만다. 돈이 되지 않는 글을 쓰는 시간이 내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결과로 쉬이 보이지 않는 그것을 향한 뜨거운 마음을 어떻게 하면 사그라들게 만들 수 있는지...
그러나 결국 돌고 돌아 나는 생각하고 만다. 예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예술은 오히려 반드시 인간으로 하여금 필요할 뿐더러 그것이 삶의 좋은 자극제가 되어 더 큰 통찰과 영감을 불러 일으켜 줄 것이라고. 너무 어렵게 접근할 필요 없이 그저 일상 속에 스며들어 내가 삶을 살아내느라 미처 발견해내지 못한 숨겨진 보물과 같은 것이라고...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괜찮다고. 예술을 지속하는 예술가들의 뜨거웠고 아팠던 작품들을 일상 속에서 즐기며 살아도 괜찮다고도..사치라고 생각했던 내게 그런 '위로' 가 되었던 건 왜였을까...
예술의 쓸모, 강은진, 다산초당, 2020.09.08.
심미안을 지닌 사람에게 예술은 더 이상 현실과 동덜어진 교양 지식이 아닙니다. 일상에 온전히 스며들어,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니까요. p.22
일상에서 거시적이고 전체적인 시야로 바라보는 법과 작은 디테일의 감각을 즐기는 법을 함께 연습해보세요. 그렇게 삶의 감각을 섬세하게 키워나가다보면 직업적으로 응용해볼 만한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찾는 데에도 더없이 좋은 훈련이 될 겁니다. p.36
추상의 의의는 이처럼 감상자가 대상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유로운 사고를 하게끔 돕는 데 있습니다. 예술의 배경지식을 배워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그저 점, 선, 면, 색을 자유롭게 감상하면서 영혼을 자극하는 울림을 편하게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p.255
그림 분야에서 내가 사랑하는 예술가는 다름 아닌 '반 고흐' 다.
그를 생각하면 그의 그림과 그 그림들 속에 숨겨진 배경 이야기들이 떠오르고, 이상하게도 그의 서사를 생각하고마노라면 어딘지 모르게 삶을 살아내는 데 아주 뜨거운 위로를 느끼고 만다... '그래도 그린다' 라는 식의, 세상이, 모든 사람이, 그에게 등을 돌리는 그 순간에도 붓을 잡고야 마는 그의 고통스러운 열정.... 그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또한 예술가야 말로 자신의 삶에서 온전히 '자신' 이 되어 살아가는 대단한 인물들이라는 것마저도.
예술가는 세상과 관계없이 사는 것처럼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피카소의 사례처럼 예술가야말로 통찰력에 있어서는 누구 못지않는 탁월한 전문가입니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나치는 모든 것에는 아름다움과 가치를 포착해내는 일을 하니까요. p.57
어쩌면 책이 말하는 대로 예술이란 가장 일상적이고 가장 기술적으로도 아름답게 인간의 삶을 진화시키도록 만들어 주는 촉매제는 아닐까 싶다. 애플과 디즈니가 문득 떠올랐던 건 그들의 예술이 경영과 만나 얼마나 큰 시너지로 탄생될 수 있는지 싶었기에... 정말 좋아하는 기업들은 그렇게 그들만의 특출한 '예술성' 을 그 안에서 발휘시킨다..
오늘날 다비드의 그림은 유럽의 대격변기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참고자료입니다. 비록 기회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을 만큼 논란 많은 생애였지만, 어쨌든 그가 시대를 매혹할 수 있었던 것은 위기를 또 다른 기회로 삼았던 순발력과 권력자가 원하는 걸 정확하게 알아챈 영민함 같은 무기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죠. 어쩌면 우리는 그의 그림과 생애를 통해, 역사 지식뿐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법도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p.103
한 권을 읽으면서 마치 미술과 조각을 넘나들며 친절한 설명이 따라오는 박물관과 미술관에 다녀오는 기분이었고, 나는 이상하게 고된 요즘의 일상 속에서 아주 짧은... 휴식을 가진 기분이었을 뿐더러, 게다가 어떤 애달픈 용기마저 생기려 했다
.
확신 없고 두려움에 차도,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을.
그 길이 비록 남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어떤 도전이나 실험을 소박하게 일상 속에서 꾸준히 유지하다보면, 새로운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것을. 거실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생각을 시급히 글로 쓰는 나의 열 손가락을 지켜보며...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말았다...
지금의 이 모든 시간들은 내게는 쓸모 있다고.
쓸모를 넘어 반드시 내 삶에 필요하다고.
결국 오늘 쓰는 글들은 '나' 라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 믿는 주말 오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