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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Oct 13. 2020

다윗과 골리앗

거인을 이기는 기술

잃을 게 없는 약자가 되면 가능성이 열린다. 

역사와 경험은 골리앗을 의심하라고 가르친다. 

거인을 그토록 무서운 존재로 만드는 그 강점이 바로 그의 약점의 근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다윗과 골리앗 -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절대 이기지 못할 것 같은 거인 같은 상대. 

골리앗에 대적한 다윗의 지혜와 전술. 수 세기 동안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는 구전과 전설이 되었다. 있을 법하지 않는 승리에 대한 비유로서. 그러나 말콤은 말한다. 이런 설명 대부분이 틀렸다는 게 문제라고. 


다윗과 골리앗, 말콤 글래드웰, 김영사, 2020.09.02.



쓰는 족족 베스트 홈런을 치고야 마는 이 얄미우면서도 읽지 않고는 못 배기는 저널리스트인 말콤의 시리즈물들을 다윗과 골리앗을 서두로, 9월 말부터 여태껏 새벽 틈틈이 읽어내려보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을 비롯하여 다른 몇 권의 책들도 사실은 마찬가지. 압권, 진국, 숱한 사례들, 재미있고 위트 있고 유머러스한 표현도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실 사례와 통계 수치, 실화가 바탕이 된 취재 형식(?)의 스토리들을 따라 읽어가다 보면 기어코 설득당해지고야 마는 그 만의 독특한 문장의 마력. 



가히 '말콤스러운' 책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다윗과 골리앗'을 읽어 내려가며 나의 '다윗스러움' 은 어떤 방식으로 재현될지 잠시 상상해보게 되고 말았다. 요약을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고 말았지만.... (원체 방대할뿐더러 사실 촘촘하고 다양한 사례를 읽어야만 이 알 수 있는 것들 덕에) 지혜로운 약자는 충분히 강자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어떤 '희망' 이 보이니, 이 책이 더 빛나 보이는 건 아닐까 싶고. 만약 이런 메시지를 20대 아니 10대에 자주 접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축복이지 않을까. 난잡하고 조악스러운 유튜브 속 사실 증명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너저분한 이야기들보다는 충분히 가치 있을 테니까. 





더 많이 가지면 더 행복할까.

원론적인 질문을 하게 만든다.  '다윗과 골리앗'은 약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약자였던 '덕분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사례들을 보여주게 만드니. 한편으로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건, 더 많은 물질적 배경을 가진 소위 자본주의 시대의 '강자' 라 할 수 있는 이들을 넘을 수 있는 '기회' 나 '힘' 은 오히려 그렇지 않은 가지지 못한 '약자' 들이 지닐 수 있다는 이 지극히 희망적인 이야기에...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기계발력' 이 기본이 되어야만 그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지 않은가, 배경적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대며 생존하기도 버거운 약자들이 강자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솔직히 그런 의지 아니던가 싶은 마음에, 잠시 의심을 더해도 보았지만. 어쨌든. 이 책이 경영적 자기 계발서의 장르에 속한다면. 정곡을 잘 찌른 셈일지도 모른다. 이기고 싶게 만들고 그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불러일으켜 주기에는 손색없으니. 




거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거인들의 강점처럼 보이는 특성들이 종종 치명적인 약점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약자라는 사실이 종종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사람을 뒤바꿀 수도 있다. 약자라는 입장은 종종 문을 열어 기회를 만들어주고 약자가 아니었다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들을 가르치고 깨닫게 해주며 가능하게 해줄 수 있다.  p.13 서문 



우리는 명성과 자원, 그리고 엘리트 그룹에 속하는 것이 우리를 더 잘 살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물질적 강점이 우리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데 관해서는 충분히 생각하지 않는다. (중략) 


돈이 많을수록 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는 말이 항상 참이라고 주장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돈은 일정 지점까지는 양육을 더 수월하게 한다. 그러다 어느 지점에 이르면 돈이 더 이상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 지점이 어디일까. 행복에 관해 연구한 학자들은 가정이 연 소득이 약 75,000달러 이하일 때는 돈이 많을수록, 가족의 행복감이 커진다고 제시한다. 그 이상부터는 경제학자들이 '한계 수확체감'이라고 명명하는 현상이 시작된다. 


더 크고 더 강하고 더 부유한 자들의 딜레마, p. 61 






'바람직한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은 인상 깊었다. 

시골 출신 고졸 학력을 지닌 이가 명망 있는 변호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그가 가진 한 가지 특별한 기술에 대한 부분이 언급되었을 때. 그가 그렇게 변호사 일을 잘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결국 그는 뛰어난 청자였고 무언가 의지가 있었고 뛰어넘으려 했고 그래서 움직였다는 것. 그것이 결국 모든 '이김'의 오리진이 아닐까 싶다.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상하듯 선택의 여지없이 떨어지는 부분을 보완하려는 그 불굴의 의지와 똑똑했던 전략과 방향성도 대단히 중요할 뿐이고. 




제가 더 빨리 읽을 수 있다면 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겁니다.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많은 것을 읽지 못하고 듣기와 질문으로 배운다는 건 제가 문제들을 기본적인 부분으로 단순화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건 아주 큰 힘을 발휘합니다. 재판에서 판사도, 배심원도 그 주제에 전문가가 될 만한 시간이나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 강점 중 하나는 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사건을 제시하는 겁니다. 


농촌 출신, 고졸 학력 공사장 인부에서 법조계 최고 위치에 오른 난독증 환자였던 '보이스' 가 변호사가 된 이후의 발언, p. 127 



우리 모두는 공포를 쉽게 느낄 뿐 아니라 또한 두려운 상태를 겁내는 경향이 있다. 

공포를 극복하면 흥분감이 생긴다. 그리고 안전해지면 예전의 불안과 현재의 안도감, 안전하다는 느낌이 대조를 이루며 자신감이 높아진다. 그런 자신감이 용기의 아버지이자 어머니다. 


p.168, 맥커디의 런던 대공습 경험에 관한 글 중 



방향을 제대로 맞춘 상태에서 발휘해내는 인내와 용기는 져도 진 게 아닌 싸움이라 생각한다. 



이젠 '엄마'의 위치에서 아이들을 생각하며 살다 보니, 이런 책을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생활 속에서 접근해야 할까를 생각하게 된다. 스치듯 지나치는 말들 속에서라도. 아들들에게 나는 말콤에서부터 나온 교훈과 메시지들을 잘 전달해 주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찰뿐이다.



사람, 돈, 물자가 항상 전투의 결정적 요소는 아니다. 실제로 역U자형 곡선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돈과 물자가 너무 많으면 너무 적은 것만큼 힘을 약화한다는 것이다. 잃을 게 없는 약자가 되면 가능성이 열린다. 인상파 화가들은 살롱전을 피하는 게 더 나았다. 역사와 경험은 골리앗을 의심하라고 가르친다. 거인을 그토록 무서운 존재로 만드는 그 강점이 바로 그의 약점의 근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p.319 


(말콤. 당신은 이 말을 하려고 숱한 참고문헌과 사례를 정리한 것 같습니다-) 




쌍둥이 아들 두 명을 내내 생각하게 된다. 

그들이 성년이 되기 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바로 이런 내용을 먼저 접하고 조금이라도 제대로 전달할 수만 있다면 어떨까 싶어서. 그들이 부디 내면의 용을 일깨워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너희 들이  지금 가지지 못했다고 좌절하는 어떤 젊은 시기가 다가온다면 부디 스스로를 의심해 보기를. 무섭게 일어날 수 있는 마음속 뜨거운 용은 언제나 너희들 편이었고, 그 곁엔 내가 언제나 존재하겠노라고...... 그러니 지혜롭게 방향을 잘 찾아서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성인이 되기를. 책 몇 권에 괜한 미래의 생각들까지 해 보게 되는, 깊은 가을이다.. 



바닥에 있어도 하늘을 쳐다볼 줄 아는 사람은, 그 하늘을 생각하고 닿으려 한다. 



#지혜가 메마르지 않는 너희 둘이기를.... 엄마가 된 나는 내내 바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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