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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Oct 31. 2020

엔딩노트를 시작하며  

프롤로그 

아들에게. 

아직 살아갈 날이 한참 많이 남아 있는 너희에게. '엄마' 로 더 많은 시간을 살아보고 있는 지금의 나는, 문득 기록하고 싶어졌다. 언젠가의 '마지막' 생각하며 적어 보는 중인 '이프 노트' 를 쓰는 오전 아침, 정말이지 아주 충동적으로. '나와 마주하는 시간' 앞에서 남는 사람에게. 내 부분이자 내가 떨어뜨릴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 너희에게. 



천천히 적어 보고 있는 이프 노트다. 너희 5세때 시작했다.



아마 편지형식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아들에게' 라는 이름을 붙여 보며 시작했지만 

사실은 이곳에 담길 이야기들은 누군가의 자조 섞인 회고적 기록의 파편들이 잔뜩 쌓여지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면 어쩌지) 이 마음에서 시작한다는 걸 말해두고 싶다. 



살다가, 어떤 것들은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아서 미쳐버릴 것 같을 떄

살다가, 너무 힘들어서 가끔 죽고 싶을 때 

살다가, 무료하거나 지루하거나, 아니면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에 쌓여 있을 때  

살다가, 내가 생각이 날 때, 그 곁에 내가 없을 때. 

살다가, 그냥 보고 싶을 때... 



그런 너희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일까 생각해봤다. 

남길 수만 있다면, 도울 수만 있다면 어떤게 있을까 하고도. 그리곤 쉽게 답이 나오더라. 의외로, 아니 역시. '기록' 이라고 생각하는 나를, 지금 그 순간, 이 글을 읽을 너희는 이해할까. 속으로 '엄마 답게 시시하네' 라고 생각했을까. 약간 웃자고 솔직한 마음을 좀 보태자면 말이다. 글에는 상속세와 증여세가 붙지도 않잖니. (하-) 그러니 '왜 아니겠는가 ! ' 싶더라. 나로서는. 최고의 유산 아니니. (아닌가.... ) 



돈, 사람, 사랑, 그리고 이 세계...

너희에게 앞으로 보내게 될, 보내는 중인 이 '편지' 는 내가 여태껏 경험했던, 오로지 경험에서 나온 엄마의 기억, 그리고 부탁, 그 마음이 편지가 되어 전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020년에  그런 사람을 두고 '꼰대' 라고 부른다던데. 어떤 심리학을 전공한 의사는 충조평판 (충고 조언 평가 판단) 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다던데. 알 게 뭐니. 너희들은 내 육신을 뚫고 나온, 바꿀 수 없고 떨어질 수 없었던, 내가 처음으로 나를 뛰어 넘어 진짜 사랑하게 된 '타자' 들인것을. 



그리하여, 지금부터 시작하는 이 글들은 오래 기억되길 바라는 나의 유언이 될 지도 모르겠다. 

돈, 사람, 사랑, 그리고 삶.... 크게 이 네 가지 것들에 대한, 내가 알아가게 된 어떤 비밀스러운 논리와 법칙 같은 것들 말이지. 고전에서도 오랜 시간 회자되어 돌고 도는 것만 같은 그런 이야기를, 너희들에게 한번 더 내 목소리로 전해보고 싶었다면 그것이 엔딩노트를 적는 이유가 될 수 있을 지 모르겠다만. 





'이중섭 편지' 와 같은 절절한 사랑도 담아 볼 생각이지만, 얼마나 너희에게 닿을 진 모르겠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전하는 이와 받는 이, 두 시선은 같을 수 없기에. 그러나 나는 믿어볼 뿐이다. 정직한 화공이었던 이중섭이라는 분이 아내와 아들을 향한 절실했던 생명력은 결국 '그' 만이 간직하고 있는 것이었음을. 그러니 결국 이 엔딩노트를 향한, 기록할 수 밖에 없는 마음도 결국 '나' 만이 아는 것일테니. 



지금, 살아서 쓰고 있는 이 유언이자 유서 그 경계 어디 쯤에서 

부디 너희 마음에 이 이야기들이 오래 회자되 주기를, 

한편 영원하길 바라는 염원마저 담아 시작해본다. 



아들에게, 엔딩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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