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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Dec 27. 2020

초가속

시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지금 이게 현재 진행형이라는 거.

이게 지금 우리가 끝의 시작인지 시작의 끝인지 시작의 시작인지 끝의 끝인지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끝이 어디일지 모르니까 어려움이 있어요.


- 초가속 -




새벽부터 그 하루종일 틈틈히. 나는 이 책 '초가속' 을 끼고 살았다.

읽는 시간은 짧았으나 뭐랄까 중세시대를 거쳐 21세기, 그리고 우리가 와 있는 지금 이 변화가 어떤 것들을 '가속화' 시키고 있는지. 그렇다면 그 앞에서 우리 (시민이든 국가이든 기업이든) 가 나아가야 할 방향, 전략은 어떤 형태들로 예상될 수 있을지. 다섯명의 국내의 유수한 학자분들의 '공부모임' 과 토론이 집약된 이 책은 그야말로 매력적이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었기에, 책 디자인도 그렇게 나이스한 예쁨은 없지만, 의외로 내용 자체는 매우 우수하고 훌륭해서....매 페이지마다 접어둘 수 밖에 없었던 강의 부분이 많았던 책. 올 한 해는 여러모로 큰 변화를 맞이했고 그 변화의 시절 끝에서 '초가속' 을 만난 건 정말 큰 행운이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분야 이 책으로 손꼽고 싶었지만..'개인' 의 일상에서 실행으로 옮기는 데는 '슬로싱킹' 이 조금 더 실용적이어서, 나는 아쉽게도 별 다섯개에 그치고 말았다는;)



초가속, 김대식, 김동재, 장덕진, 주경철, 함준호, 동아시아, 2020.12.08.





책 자체는 상당히 매력적 나로서는 이 공부모임으로 모인 다섯 명의 교수님들의 이야기 하나하나를 강의 듣는 느낌으로 읽었다. 그리고 그 후의 그들의 토론..... 지식을 탐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 지식이 결국 일상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인간의 삶을 바람직하게, 퇴보가 아닌 진전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상당히 심도 깊고 논리적인 지적 팩트가 기반이 된 추론, 논쟁, 의문, 의견의 교환..... 너무 매력적이어서 읽는 내내 '학생' 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더 좋았던-




요약을 하고 싶었지만..실패했다고 부끄럽지만 고백한다.

주요 골자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언텍트 (영어로 적합한 표현은 컨텍트 프리) 빅테크, 큰 정부의 출현 (국가의 개입 범위가 커짐)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존속에 대한 이유의 재정립, 경영과 조직경영의 관점의 변화, 무엇보다 경제.....나는 특히 함준호 교수님의 경제 부분을 아주 심각하게, 그리고 밀도 있는 그의 설명에 모두 다 필사를 해 버리고 말았다. (상충성, 불확실성, 복합성, 광역성, 정밀타격성, 코로나 충격의 5가지 특성, 그로 인한 경제적 영향) 현재는 그야말로 '버블' 위기라 느껴지는 것, 그런 막연한 내 생각이 그렇게 틀린 논리는 또 아니라는 것에 대한 누군가의 증명된 목소리를 다시금 듣는 것 같았기에....




이번 팬데믹의 경우에는 이러한 단일 충격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동시적이고 복합적인 충격이라는 겁니다. 수요 측면에서 경제활동 제한으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공급 측면에서는 생산망이 교란되고 생산성이 하락하면서 총수요와 총공급의 복합적인 충격이 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경제위기의 해법은 통화나 재정 등 경기부양책을 활용해서 총수요를 다시 늘려주는 것이죠. 하지만 지금과 같이 경제활동이 제약된 상황에서는 돈을 풀든 금리를 낮추든 그게 투자 혹은 소비로 잘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 즉 총수요 정책의 파급경로가 상당히 마비되어 있다는 것이죠. 여기에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의 재정위기로 금리가 실효 하한에 가깝게 내려가 있고 재정여력도 소진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번 코로나 사태로 재차 충격이 발생했기 때문에 주요국의 정책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앞으로 미국 연준의 무제한 양적 완화로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릴 소지도 있고 글로벌 다러 부채 확대에 따른 취약국 위기 반발 등으로 국제금융시장 및 국제통화 시스템의 불안정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입니다. 더욱이 막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형성된 부동산, 주식시장 등 자산가격 버블이 실물경제 기초여건의 괴리 확대로 결국 붕괴된다면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서는 충격이 될 수도 있지요.



코로나 위기, 경제 패러다임을 바꾼다, 함준호 교수님의 말들



'위기를 가장한 축복' 은 될 수 있을까.

모두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다름 아닌 코로나팬데믹은 모든 면에서 '가속화'를 꿰한다는 점이다. 가속이 된다는 것. 위기도, 변화도 빠르게 더 빠르게 진화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발전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면 오죽 좋을까만은 불평등도 가속화, 경제 위기도 가속화, 기술 진보도 가속화, 그로 인해 인간은 '생존' 이라는 코드에 잘 맞게 짜여진 '뇌 구조' 를 타고 났다고 하니. 우리의 생존은 희망적인가 절망적인가. 현재의 청년들이 희망이 보여야 차도 사고 집도 사고 소비는 그렇게 활성화될 터인데 그 소비하기 이전에 먹고 사는 삶을 걱정하다보니...자본주의 무한경쟁시대의 사회 프레임마저 다시 재고해볼 정도의 '위기' 라는 것. 지금은 그렇다는 것..... 동의하면서도 무시무시한 이 현실 앞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잘 산다는 것의 기준에 대해서 다시 재고해보는 계기가 된다. 깊숙하게..답은 모른 채.




사람들이 이제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을 기대하고 있어요. 심리학적이나 사회학적으로 보더라도 경제가 앞으로 더 성장하고 세상이 더 좋아지고 수요가 더 늘어날 거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보다는 그 반대가 훨씬 많아요. 어떻게 보면 이게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수도 있겠죠. 다들 그걸 기대하니까 지금 현금을 안 쓰고 쌓아두려고 하겠죠. (김동재)



총수요를 확대하는 전통적인 정책이 이미 한계에 도달하고 있죠 (중략) 그래서 파월 연준 의장도 자꾸 재정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거고요. 재정정책은 통화정책에 비해 효과 발생에 시차가 짧고 필요한 사람에게 바로 집행할 수 있기 떄문에 지금 상황에 더 효과적이죠 그런데 문제는 지금 재정 여력이 있느냐 하는 겁니다. 무리하게 증세를 하는 것도 어렵고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데에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함준호)



최근 서구 사회를 볼 때 느끼는 건, 중국과의 관계가 국가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민족, 문화, 더 나아가 인종 차원에서 편 가르기를 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게 좋다 나쁘다 하는 평가를 내리기 이전에, 그 수준으로 가게 되면 다른 수식들이 개입되거든요. 탈중국화했을 때 경제에 도움이 되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는 저쪽은 우리랑 다른 문명이다, 다른 문화다, 그런 방향ㅇ로 사고하기 시작하는거죠. 어떻게 보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포퓰리즘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국가의 정책 결정이 그 차원에서 이루어져버리는 거죠. (김대식)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방법은 영원히 제로로 묶어 두는 거죠. 하지만 경제가 회복되고 다시 금리를 올릴 상황이 되면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겠지요. 금리를 언제까지나 제로로 묶어두는 게 가능하다면 역설적으로 결국 경제가 영원히 회복하지 못한다는 얘기이고요 (중략)



만약 경제가 회복되고 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난다면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싶어도 못 하죠. 그런데도 재정부담 때문에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돈을 계속 풀면 잘못하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고,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결국 재정 부담은 엄청나게 늘어나겠죠 (함준호)


그들의 토론




올해는 바이러스의 시대였다. 아마 내년에도 그 시대는 그로 인한 상처를 지닌 채로 계속 '가속도' 화 될 지 모른다. 내가 모르는 어떤 것들의 빠른 진화.....다른 건 그저 그렇게 읽었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사회, 국가, 자본주의, 경제, 그리고 인간.......그런 키워드를 떠올리며 읽다 보니 나는 희망이라곤 솔직히 찾아볼 수가 없었다.



2030의 영끌 대출이 GDP 를 넘어 섰다는, 빚내서 투자한다는 미디어 기사, 집값의 폭발적인 가격 상승, 노동시장의 붕괴, 좀비기업 및 부실 기업의 조용히 일어나는 도미노식 연쇄파산, 국가 가계 부채의 파격적 폭증비율, 파산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 시대, 이 와중에 일어나는 각종 인간이 인간을 향한 사기극의 향연, 누군가에게 사기를 쳐야 누군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력의 정의에 도덕성과 인권은 사치스러운, 충분히 결여되기 쉬운 시대...........



이것이 '디스토피아' 의 전조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일까. 코로나는 오히려 '자각' 시키는 데 좋은 트리거가 되어준 것일지도 모른다. 풍요로움을 즐기고 살았던, 많이 먹고 많이 즐겼던 유토피아에 살고 있다 믿고 살았던 한 인간을 디스토피아로 서서히 밀어넣고 있으니까.



새로운 시대가, 목전의 이 변화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신호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신호 앞에서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 나는 생각한다. 생각하며 사는 것 이외에 다른 방도가 지금은 없는 것 같은 무력함을 느낀다.........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지 않으면 마냥 유토피아라고 착각하며 살 테니까.... 눈이 서서히 덩어리가 뭉쳐져서 내려오고 있는데 마냥 눈밭의 좋은 풍경만을 바라보며 살다가는, 그런 착각 속에 살다가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일지도 모르니까.



이 책을 올해의 끝자락에 만나서 정말 진심으로 다행이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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