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븐 Dec 28. 2020

2020년, 421권을 읽었다.

1년 결산,  베스트책,  밥 먹고 책만 읽은 건 아니었지만.....

421권....

2020년 한 해의 책 결산을 하면서 나는 잠시 놀랐다. 한달 평균 35권을 읽으며 지냈구나 싶었으니까. 매일 한 권을 읽었었나보다. (저절로 3인칭 관찰자시점이 되어버린;) 1월부터 12월까지 읽은 책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가장 좋았던, 스스로의 '베스트 책' 을 꼽고 싶기도 해서 다시 돌아보는 한 해의 책 결산...



어쩌면 독서가들에게 아마 이런 순간이 가장 짜릿한 희열이 아닐까 싶다. 각 장르별로 베스트를 매 달 정리해 보았는데 장르 불문하고 한 달의 베스트를 선택해보고, 그 한 달들 중 가장 좋았던 책 몇 권을 추려내야 한다는, 스스로 부여한 나름의 과제 앞에서, 이미 목표는 초과달성했고 (300권만 넘기자 약속했었는데 와우-) 그 앞에서 읽었던 책들을 돌아보자니 감회가 새롭다. 이걸 다 언제 읽었지 싶은 마음이 일단 가장 앞선 게 사실이고. 어쨌든 2020년, 헤븐의 책 시상식 시작! (feat. 혼자서도 이렇게 잘 노는 타입) 



잠보다 '책' 이었던 한 해..였다. 읽으면서 살았다...... 읽기만 한 건 아니었지만. 





각 달의 베스트 책 (각 2권 선정) 



1월 : 24권 


아침의 피아노 

- '죽음' 이라는 화두를 머릿속에서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 죽음 앞의 인간의 생, 사랑, 그리고 일상...모든 생각이 담긴 어느 철학자의 목소리는 은유적 아름다움으로 이 책 속에 모두 고스란히 베어 있다고 생각했다. 아마 두 번 정도 더 읽은 기억이 난다. 너무 좋았던.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첫 작품에서부터 이 작가의 '팬' 이 되어 신간 소식이 들리면 바로 읽는 '편' 이 되어 버렸을 지경. 책을 읽다 보면 그런 작가들이 있지 않은가. 작가 믿고 보는 책과 같은. 올 해 나온 그녀의 두 권의 책 중 단연코 '글쓰기' 책은 나로 하여금 따뜻한 응원을 받는 기분이었고 아울러 '글' 을 대하는 자세, 글 앞에서의 '나' 를 내내 떠올리게 만들었다...글을 쓰는 나를, 누구보다 나 만큼은 그런 나를 더 사랑해주자는 생각에 괜히 눈물 흘리기도 했던. 



2월 : 21권


데일카네기 인간관계론

- 말이 필요 없는, 명불허전... 아마 데일 카네기 시리즈의 각 챕터를 쪼개어 여러 저자의 경험과 문체를 다시 입혀서 다양한 자기계발서가 여전히 출간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하나의 '기준' 일지 모른다. 인간 세계의 '관계' 에 대한 기준. 초석. 기본... 



    


천국이 내려오다

- 헤븐이 '천국' 을 싫어할리가 있을까 (무슨 이렇게 재미 없는 농을...나이들었다;)  에세이 중 가장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감성이 좋은 문장과 함께 담겨 있어서 좋았던 책. 솔직히 제목이 반 이상 끌려서 읽기 시작한 책. 제목도 내용도 감사하게도 실망스럽지 않았고 오히려 훌륭했던 책. (feat. 이쯤이면 '천국-헤븐' 성애자인가, 나르시스트 인정...)  



3월 : 22권 


스틸니스

- 외향적이라 생각했던 나는, 올 한해 그야말로 '집순이'로 지내면서 은근히 내가 내향적인 모습도 다분히 지니고 있는 인간이라는 걸 깨닫는 중이다. 그리고 '스틸니스' 는 그 내향성, 고요함의 잠재력을 말해준다. 최고의 순간을 붙잡는 고요한 힘을 믿는다. 원래 빈 수레는 요란하고 현자들은 말이 없는 법... 읽으면서 결국 삶의 '태도' 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가능성'에 대해서 재고해보게 만드는 책. (역시 깊이 있고 진중한 자기계발서는 '흐름' 이라는 느낌-)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 국내 에세이는 이런 '느낌' 의 책을 주로 편애해서 읽게 된다. 인문적 성찰이 친절하고 따듯하고 때로 유쾌하게도 잘 담긴, 어른의 인생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었다. 선물하기도 손색 없었던. 


       


4월 : 32권


원칙

이 또한 '명불허전' . 그가 대표로 있는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가 내놓은 '퓨어 알파 펀드'의 올해 수익률이 -10%라는, 이 글을 쓰고 있는 날의 오늘자 신문 기사가 문득 떠오른다. 그에게도 코로나 팬데믹이 휩쓸고 간 올해는 여러모로 씁쓸한 기억으로 남았을까. 그럼에도 '원칙' 은 그를 튼튼히 지켜주지 않을까 싶고. 경영자, 투자자, 자기계발하려는 개인, 그 모두가 한 번 이상은 읽지 않았을까 싶은 책... 나로서도, 내년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더 읽고 싶은 책. 


절제의 기술

절제를 잘 하는 인간에게 매력을 느끼는 편이다. 그리고 그런 나는 자신부터 '절제' 를 의식적으로 하려 했던 올 한해였다. 뭐든지 넘치는 풍요의 시대 속에서, 절제하는 인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비단 소비의 절제 뿐 아니라 사실 감정의 절제, 생각의 절제, 행동의 절제, 편견의 절제. '절제' 는 그 자체로 삶의 미덕이라 믿고 있다. 어떤 절제들은 결국 나를 구원했고, 여전히 구원하리라 생각한다. 


 

5월 : 30권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책 덕분에 '죽음의 수용소에서' 를 다시 읽으려 책장 밖으로 꺼냈다. 인간과 삶에 대한 존엄, 희망에 대한 생각들을 하면서 느끼는 게 많았기에, 이 책은 그 자체로 내게 충분한 의미를 선물해 주셨다. 감사하다... 




9번의 일

직장을 떠올리며 읽어서 그런지, 공감가는 장면들이 참 많았고, 결국 소설은 차마 우리가 드러내지 못하는 인간, 세계상을 담고 있기에 아마 문학이 가지는 가치는 계속되지 않을까. (그래서 문학은 독서하면서 깔고 가는 그런 장르의 기분;) 가장 성실하고 현실적인 문장이 담긴 사회 소설을 써 나가는 이 분의 신작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아마도 신간 소식이 나오자마자 읽게 되는 '나의 작가님' 이시라 말이 필요 없음...




6월 : 39권


돈의 속성

구태여 보탤 말이 없는, 그냥 '경제' 라든지 '돈' 이라든지 '부자' 라든지 이런 키워드에 꽂힌 사람이라면 이 책은 '기본 입문서' 와 같은 느낌으로 먼저 읽으셔야 하지 않을까 싶다. 돈의 속성 한 권을 몇 번 독파하면 아마 '부자' 로서의  '기본' 과 '태도' 는 충분히 인지/학습될.  그나저나 요즘 내게 부자는 회장님도 개인 SNS 에 언급하셨듯, 자급자족이 되는 인간이다. 집도 식량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다면 (지을 수 있고, 물물교환, 직접 재배 등) 그게 부자 아닌가... (화폐는 본래 물물교환의 수단이었다고! 게다가 통화가치는 나라에 따라 다르고 시장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고....아 할말이 계속 파생되니 일단 여기서 중단-) 


 

인간 본성의 법칙

2021년에도 재독할 것 같은. 뭐 말이 필요 없는, 나 조차도 '나' 의 본성을 생각하면서 읽는다... 인간이 궁금하다면, 그 인간의 여러 면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만큼 잘 정리된 재미와 자극, 충격과 인정이 모두 아우러진 책은 시중에 없으리라. 


   

7월 : 42권 


사람에 대한 예의

-일단 글을 너무 잘 쓰시는 분이라 반가우면서도 배우는 자세로 읽었고, 작가님의 날카로운 문장들과 시선 속에서 (유쾌하고 위트있는 문장들도 많았지만) 느끼는 게 많았다. 특히 국가, 집단, 사회에 대한 '커뮤니티' 속의 '개인' 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던 책. 



당신의 질문에 전생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 어쩌면 이 책을 계기로 '명리' 에 입문하려는 마음이 탄생하게 되었을지도 모를. 이 분이 들려주는 신묘한 이야기들은 결국 '현생' 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 주신다. 감사하다.... 



8월  :45권 


자본주의

- EBS 의 다큐프라임은 다른 방송은 몰라도 늦게라도 챙겨보는 편이다. 그런 다큐의 '책' 버전은 당연히 읽지 않을 이유가 없고. '공부 못 하는 아이' 도 좋았지만, 이 '자본주의' 는 두루두루 주변에 (특히 양육자,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더더군다나) 추천하고 다녔다. 아마 내년에도 그렇지 않을까..... 우리가 사는 이 시대가 '사회주의' 가 아니고서야,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게 '기본' 이다. 부자가 되려 하기 이전에 시스템을 제대로 아는 것이 기본. 그리고 생각력..... 그 후에 실행력... 


나의 아름다운 이웃

- 고 박완서 선생님의 소설은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에 이런 분이 계셨다는 건 두고두고 영광이지 않을지....내 글의 롤 모델...... 



9월 : 37권 


두 번째 산

- 음....뭐랄까, 경영과 철학, 개인 삶과 영성, 그 모든 것이 '총망라' 집대성된 책이 '두 번째 산' 이 아닐까 싶다. 아마 내년에 또 읽을 계획이라는...; 한 번으로는 아쉽고 아쉬움을 넘어서 한 번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라는 느낌. 



지지 않는다는 말

- 에세이는 바로 이런 책이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내가 뭐라고 감히) 이 책을 읽으면 다른 동 장르의 책이 솔직히 너무 가볍게 느껴져..............버린다. 



10월 : 54권 


이중섭 편지

- 편지는 사람을 울린다. 울릴 수 있는 글은 좋은 책이고 나로 하여금 이 책은 읽자마자, 읽는 내내, 울게 만든 책...... 화려하지 않아도, 잘 쓰지 못해도, 정녕 읽는 이로 하여금 울리게 만드는 진실된 글은 다름 아닌 '절절한 마음과 진심' 이 담긴 글이겠고. 그렇다면 이 가난했던 화공은 작가로서도 엄청난 예술적 인문적 재능을 겸비하셨던 인물은 아니셨을지. 아픈 시대가 낳은 예술가.... 그를 가끔 생각하며 나의 가족을 돌아본다. 이 책 덕분에 '가족애' 가 붙어 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가만히 부르는 이름

-한 때 나로 하여금 (여전히 지금도 가끔!) '한솔앓이' 를 하게 만든! (세상에 그런 남자가 정녕 있을까...........아니 내 이번 생에 그런 인물을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탄과 함께) 올 해 읽은 로맨스 소설중 가장 좋았던 책. 




11월 : 32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 믿고 읽는 '나의 작가님' 중 한 분의 신간. '행복-' 책도 좋았지만 나로서는 사회를 날카롭게 한편으로 정답게, 현실적으로 진지하게 (그러면서도 은근 위트있는) 바라볼 줄 아는 이 젊은 인문학자의 책이 언제나 반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 바다' 도 좋았지만 소설 보다 에세이가 조금 더 친숙하고 감사했던. 섬진강의 윤슬은 오늘도 안녕할 듯한, 모든 문장으로부터 위로와 혜안을 느끼게 해 준 책. 




12월 : 43권 


운의 그릇

- '운' 에 관심이 원래 많은 편이었고, 운명론자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세상 일 만사형통은 실력보다 '운' 에 더 달리는 것이라고도 생각한다...그리고 결국 올 책이 왔구나 싶은 기분이지만, 아무튼 올해 말미와 내년 종종, 나는 '명리' 에 대한 입문을 이제 막 시작한 기분이다. 이 책을 읽게 되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운을 능력이라 착각하지 않으려는 생각, 주어진 '운' 과 그 주어진 것에 더 좋은 운을 끌어들이려는 행동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



엄마의 마지막 말들

- '엄마' 라는 단어는....글을 쓰는 나로 하여금 아주 많은 감정과 장면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엄마' 라는 말이 들어간 책들에게는 어떤 뚜렷한 애정이 갈 수 밖에 없는데, 이 책은 모든 원고들이 좋았다...... 딱히 어떤 말을 붙일 수가 없었다.... 그런 책들은 서평마저 남기지 못하고 필사를 할 뿐이다... 







매 달 좋았던 두 권의 책을 고르면서 이 중 3권의 best of best 를 꼽자니 정말 어려웠지만. 

이렇게 기쁘고 설레는 어려움은 몇 번을 해도 좋겠다 싶었다. (뭐지 이런 취향-) 2020년..개인적 성찰을 듬뿍 발전시키도록 독려했던 그리고 너무나도 감사했던 책은 바로 이 책들로 정해본다.  



'돈의 속성', '이중섭 편지', '두 번째 산', 특히 더 감사했습니다...



2020년, 개인적으로 느꼈던 소회는 다시 글로 정리할테지만, 아무튼 2020년은 정말이지 읽으면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잠을 줄이며 읽었고 (일단 이 정도 양이 되려면 잠은 줄여야 합니다.... 그게 제게는 비법이라면 비법입니다. 달리 비책은 없습니다. 투여하는 시간이 답이네요. 그리고 습관으로 인해 체득된 약간의 '속독력' 정도일까요) 사실 나로서는 잠이 오지 않은 날은 책을 읽었고, 때론 책을 읽고 싶어서 잠을 자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읽으며 살았던 올 해, 421권 중 단 몇 권만이 훗날 떠오르게 되더라도.

계속 읽겠다... 내년에도. 


(덧, 그나저나 '목표' 라는 건 우상향해야 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2021년엔 400권을 읽어야 하는가.............난감한 역설 앞에서 잠시 허탈하게 웃어본다.......) 


계속 읽겠다 뒤에 '쓰겠다' 는 문장은 방백처럼.... 스스로에게 선언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초가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