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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Feb 02. 2021

고독한 이방인의 산책

이제 우리 모두 각자의 외로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때다. 


- 고독한 이방인의 산책 - 




온라인 서점에서 그의 인터뷰를 읽은 기억이 있다. 

'어떤 소설이든 읽을 가치가 있다'고 했던 그는 매력적이었다.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라면. (why not) 아무튼 인터뷰 내용은 꽤 인상깊게 마음에 밖혔었고 그래서 이 사람 누구지 싶어서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어느 유명한 여성 칼럼니스트의 '구' 남친이 되어 버린 사람.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특파원이자 영어강사, 사업가, 그리고 작가... 



그의 신작인 '고독한 이방인의 산책' 을 읽으며 다양한 역할을 타국에서 소화해내는 그를 떠올리자니

한편 생각해본다. 그 고독 속에서 개인의 즐거움과 소중함을 깨닫고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 그 에너지이 원천은, 다름 아닌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 그 마음을 따라가는 강인함, 유지, 실행력, 습관...산책이든 사색이든 글을쓰는 습관이든, 의외지만 이런 것들이 모이다보니 이런 책마저 쓰게 된 건 아닐까 싶었다. 



고독한 이방인의 산책, 다니엘 튜더, 문학동네, 2021.02.01.




책 자체를 보자면 일단 꽤 사색을 하게 만드는 '에세이' 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이런 에세이를 좋아한다. 너무 가볍지 않은, 그치만 무겁지도 않지만 뭐랄까, 묵묵한 생각을 '개인' 적으로 할 수 있게 유도하게되는 어떤 잘난 문장들이 나열되어 있는 책.... 뭐랄까. 솔직히 젠틀한 기분이나 젠체함도 섞여 있지만 그게 나쁜 게 아니라 오히려 근사하고 멋지고, 그래서 좀 부럽기도 해서 '쳇' 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게도 되는 (내가 좀 독특한건가 싶지만) 아무튼 그의 젠체한 문장이 어딘지모르게 부러우면서도 사실은 엉뚱한 질문을 해보기도 했다. 당신이 '아빠' 이고 '육아러' 라면 고독한 이방인의 산책이 언제까지 가능하시겠는가 라는 도발적 유아적 질문을 해보고 싶었던. (하........ㅋ) 



근사는 하겠지만 솔직한 말을 덧붙이자면, 좀처럼 이 현실에서 따라잡기란 쉽지 않은.... 생각들이라는... 쓸쓸함.




일부로서 깃들어 살던 환경을 이제 지배하고 개조하는 자로 변하면서 우리는 지구를 손에 든 거대한 근육지르이 조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건 자연스럽지 않다. 우리 본능에 각인된 자연을 원하는 마음은 이제 어디서 갈증을 달래야 할까.  - 바이오필리아 - 



개인으로 존재하고픈 욕망의 핵심은 단지 집단성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게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위계적인 문화와 무례한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다. 회사생활뿐만 아니다. 집, 학교,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인 질문을 받지 않을 자유, 청하지 않은 조언을 듣지 않을 자유, 진로 결정과 옷 입는 스타일과 외모와 사귀는 사람 (또는 그런 사람의 부재) 기타 등등을 조사받고 비판받지 않을 자유, 그리고 혼자 있을 자유, 양심을 존중받을 자유를 원한다.   - 점심은 혼자 먹겠습니다. - 




근사하고 멋들어지는 생각이라고 처음엔 생각했다. 

서구 사회에서 나오는 사고방식과 문화의 차이에서 나오는 어떤 '부러움' 이라고도. 하지만 내내 생각하자니 그렇게 '변명' 짓는 게 더 우스운 꼴이라는 생각을 했다. 결국 '개인의 태도' 와 사고, 그리고 일상에서의 실천에서부터 나오는 어떤 근사함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걸까. 모든 이가 '구시대적' 이더라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소 아니 최대의 어떤 '고독한 자유' 를 즐기려는 건 사실 얼마든지 해낼 수도 있는 법이니...



문득 나의 '자유' 를 생각해본다.

아이들을 기관에 잠시 보낸 이후 한낮 햇살이 잘 들어오는 거실을 바라보면서 얼그레이를 홀짝이고, 베이킹이 다 된 오븐을 열어보고, 미소짓고, 식탁 위에서 책을 읽고 몇 문장을 쓰고, 집안일을 하고 다시 육아를 하고, 잠에 들고 다시 새벽을 맞이하는 그런 시간들 속에서. 언제나 혼자를 갈망하게되는 깊은 순간에서는 우울함도 느끼곤 하지만. 



자유롭지 않은 일상이 존재하기에 자유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생각했다. 분명 그렇다고. 빛과 어둠처럼. 침묵과 소란처럼.



한편, 이 멋진 젠체함이 어디에서 나오나 싶었는데 그는 어쩌면 물질만능주의 자본주의와는 조금은 거리를 둔 채 개인의 자유, 인간의 존엄, 건강한 사회를 바라는 마음에서 흘러 나오는 것이라는, 나름의 독자적 해석을 해볼 뿐이다. 



우스운 표현일 수 있지만, 작가는 그리하여 '로빈후드' 나 '동학개미' 가 되지 않고, '공매도' 엔 관심이 전혀 없고 (아니 있는데 드러내지 않을 뿐이던가) '게임스탑' 과 '은 매수' 에는 좀처럼 관심을 두지 않으려는, 지배적 주류문화에 나름 반기를 들며 고독하게 생활을 이어가는 자라는 생각. (아 그래서 멋진거였다. 난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 




지배적인 문화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기적인 것이 온당하고 합리적이라고. 우리는 서로 경쟁하는 분리된 개인이라고 주장하는 문화 속에서 살면 결국 그렇게 된다. 이것이 지난 수십 년간 우리가 걸어온 방향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제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만들어낸 사리사욕에 눈먼, 숫자에 집착하는 소비문화의 무의미함을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했다. 메시지를 바꿔야 할 때다. 



그의 생각은 멋지다. 반할 정도로.... 

(이런 남성과 함께 책 이야기를 한다면 과연 어떨까 싶을 정도로!) 그리고 그의 외로움이 어떤 것으로부터 나오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비슷하고도 다른 '인간' 이지만 그 인간으로 산다면 외로움은 영원할 것이라는 것도. 게다가 현대사회일수록, 기술이 진보하고 자본주의가 끊이지 않는다면 더더욱. 그리하여 나는 어떤 답을 나름대로 내려본다.  인간으로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 고독이나 외로움은 그가 말한대로 '제 3의 공간' 을 통해서, '도시 산책' 을 하면서, '진정한 나' 를 살아가려는 의지에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당장 이 책을 읽고 접어둔 몇 페이지의 문장을 필사하고, 기록하고 싶어서 이렇게 서평을 쓰고 앉아있는 평일 한낮의 고독, 이 즐거운 고독(!) 을 다만 즐기며, 오늘 하루 '나' 를 살리는 나만의 '고독한 엄마의 책 산책' 이겠다. 




#감히 추천하고 싶었던 매력 넘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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