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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Feb 05. 2021

비긴 어게인

좋은 책이다. 나에게 좋은 책은 이런 '감정' 을 불러일으킨다. 언제나.

사랑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내디뎌라. 

경이로운 자유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 바로 우리를 기다린다. 


- 버니 S. 시겔, 비긴 어게인 中 - 




버니 S. 시겔 박사. 외과전공의이자 영적 지도자라는 저자의 이름은 아마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예감한다. 이 책, '비긴 어게인' 이라는 제목 만큼은, 이 단어 만큼은, 이 책 속 메시지 만큼은 오랜 시간 기억하겠다고. 간직하고 싶다고... 그가 말한 '신이란, 자애롭고 지성적이며 의식적인 에너지, 머리글자를 따면 앨리스' 가 된다는 서문 속의 문장에서부터, 나는 이 책이 내게 그런 '의미' 가 되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삶의 방패막이, 흐트러질 때 도망치듯 찾고 싶은 책이 되어 줄 것이라고. 서문을 읽어나가며 이 한 권을 읽는 동안 내내 매혹되듯 빠지겠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그랬다. 이 책을 '그 곳'에 가져다놔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으니까. 

낮선 건물, 사무실, 새 장소에서의 새 사람들. 그리고 1년만에 다시 보게 된 일터의 새 책상....나의 책상 한 켠에. '비긴 어게인' 을 가져다 놔야 겠다고 굳게 생각하고 말았으니까. 힘들 때마다, 지칠 때마다, 진흙탕에 빠진 듯한 시간과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게될 때마다. 꺼내 읽으며 나를, 삶을, 지킬 것을 생각했으니까. 


비긴 어게인, 버니 S. 시겔, 위즈덤하우스, 2021.02.05.



책은 영성 철학 심리 종교에 가깝게 느껴지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그 모든 장르들은 '한 마음' 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글쓴이가 말했듯, '신의 마음과 인간의 마음은 결국 한 마음' 으로 흐른다 했던 것처럼. (뭔가 큰 공감이 되는 건 왜였을까) 책 자체는 이런 '느낌' 충만한 문장으로 가득하다. 목차만 봐도 전율이 살짝 일렁였던, 영성이나 철학책을 자주 읽으려는, 읽고자 하는, 읽는 나로서는 '비긴 어게인' 을 읽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처럼.





책 자체는 산뜻하면서도 뭔가 신비로운 자애로움을 느끼게 만드는 문장과 삽화가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을 갖기 위해서 '태도를 바꾸려면 생각을 바꾸라' 든가, '머리가 아닌 가슴이 시키는 대로 따르자' 라든가, '말의 힘을 존중' 하고 '자신 안에 숨겨진 자신을 드러내자' 라는, '용서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라고 하니 결국 일상 생활에서 '의미 있는 우연을 발견하자' 라는 식의. 편하게 읽을 수 있지만 결코 힘든 상황에 봉착한 누군가가 읽기엔 마냥 편하진 않을, (과거를 돌이켜 자신을 생각하며 읽었을 때) 그러나 읽다보면 차차 나도 모르게 차분하게 '현재' 를 생각하게 되는 어떤 '마법' 이 걸려 있는 것 같은 '책' 이다. (너무 극찬했나;) 



이런 느낌인데..읽어야 그 감동이 느껴지는 책이다. 읽지 않으면 절대 모를.....메시지들




고대의 그리스 철학자부터 유명한 작가, 교육학자, 영적 지도자 등등의 여러 인물들의 '명언' 이 목차의 원고 한 꼭지가 시작되기 전에 배열이 되어 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주 화두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리곤 어떤 원고 뒤편에는 삽화 하나가 삽입되어 있는데, 중간에 쉬면서 마냥 그림을 쳐다보고 싶게 만드는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그것이 들어있자니. 어찌 이 책을 '선물' 하고 싶지 않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 책... 읽어야 '이 느낌' 을 알게 되는 책. 백문이 불여일견, 읽어야 아는 것들이 있다. '비긴 어게인' 처럼. 




지금 여러분의 인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바꿔라. 변화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변화시켜야 한다. 변화를 상위자아가 바라는 모습으로 살기 위해 자신이 좋아서 하는 노력이라고 생각하면 두려움도 달아난다. (중략) 


자신에게 닥친 절망과 불행을 남 탓으로 돌리고 싶을 때는 공자가 말한 궁수를 떠올리자. 잘못은 오직 나의 선택에 있다.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자신의 인생 매뉴얼이나 일기에 써넣고 자주 들여다보며 상상하라. 스스로 변화의 주인공이 되자.    - 3장,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갖기 - 



인생에는 공부하고 실험하고 참여하며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만한 귀중한 순간이 수도 없이 많다. 우리가 인생을 배우는 학생이자, 신의 창조물, 신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자. 주변과 내 안에 존재하는 것은 모두 영혼의 배움터이다.   - 4장, 삶은 언제나 배움의 연속임을 기억하자. - 




삽화 덕분에 책이 더 생생하게 아름다워지는 느낌.... 정말 잘 만들어진, 아니 잘 쓰인, 아니 그냥 좋은 책..이다.



책 속 '에밀리 디킨슨' 의 문장은 특히나 오래 멈춰있게 만들었다. 왜 그랬을까. 

현 인생이 때로는 헛되고 공허하고 별 볼일 없다고, 부끄럽고 초라하지만 가끔 생각하고마는 '나'  때문이었을까. 현재의 시간에 대한 어떤 헛헛한 초라함... 과시적 욕망을 애써 잠재우려하는 부끄러운 본성. 여전히 어리고 연약한 마음, 그런 감정에 휘말려 어느새 우울해지고 마는 나 때문에. 



헛되지 않고 의미가 있다' 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넌 잘 지내고 있다고, 충분히 좋은 마음으로 너를 뛰어 넘는 '남' 을 위해서도 충만하게 예쁘게 아름답게...잘 늙어가고 있다고. 그 인생은 보잘 것 없는 게 아니라고. 그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그 시인의 문장은 분명 그렇게 들렸다. 엄마로서... 보살핌의 시간을 계속 쌓아가는 나로서는. 오래 그 페이지에 멈춰있었던 이유도 아마 내가 이제는 개인으로서가 아닌, '엄마' 로서의 삶에 더 많은 에너지와 우선순위와 가치와 의미를 두고 살아가려 했기 때문인걸까.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려던 나의 '악착같음' 은 반대로 그 덕분에 그런 마음도 들었던걸까... 




누군가의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줄 수 있다면, 내 인생은 헛되지 않으리. 

내가 한 인생의 고통을 덜어주고 한 사람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죽어가는 한 마리 새를 살려 둥지에 되돌려놓을 수만 있다면 

내 인생은 헛되지 않으리.  - 에밀리 디킨슨 - 



어제. 아이의 성화에 키우기 시작한 물고기들이 왠일로 맥이 없는 모습을 봤다. 

자세히 보니 어항 속 물이 어느새 혼탁해져 있었다. 물을 갈아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산소통은 고장이 났는지 작동되지 않은 채로 있었고 입을 뻐끔대며 세 마리의 금붕어는 내내 수면 위로 자꾸만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이 이상하게 애처로워보였다. '꺼내달라고, 살려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을 위해 물갈이를 한번 더 해 주고, 밑에 깔린 돌을 몇 번이나 닦아서 오물과 탁한 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만든 후, 살리려 애썼다. 무거운 어항을 혼자 들고 왔다갔다 몇 번을 하는 동안에도 나는 살려야 한다는 생각과 가둬둬서 미안하단 생각 밖엔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활기차게 물 속을 유영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 생각이 행동을 이끌었던 전부였다... (그들이 생생하게 살기엔 어항이 터무니없이 작은 막힌 공간에 불과해서 한계가 있음을 알면서도) 



그러면서 엉뚱하게 생각해봤다. 물고기들에게 찾아온 '변화' 에서 그들이 생존하고 살아가고 그 살아감이 조금 더 그들로 하여금 기쁨을 불러일으키는 건 다름 아닌 그들의 영역이겠지만. 그 영역을 보살피는 누군가가 있다는 그 존재의 힘도 나름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싶은. (정말 엉뚱하지만 그런 생각들을 자주 하고 사는 나는 예민한걸까) 



그 엉뚱한 생각의 원천은 '엄마' 의 시간을 쌓아가는 '나'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살리는' 일은 알 수 없는 희열과 전율, 동시에 미안한 슬픔과 우울을 동반하는, 어떤 양가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그리고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랑' 이라는 생각을...하고 말았던 것도. 사랑이 기쁨이자 동시에 고통이라는, 마치 좋아하지만 싫어하기도 하는, 같이 있고 싶지만 떨어지고도 싶은, 극히 우울하지만 강렬하게 행복하기도 한, 그런 묘한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하고 사는 나라서. 어쩌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영적으로 깨어나는' 순간은 다름 아닌 누군가를 '사랑' 하고 있는 순간이 아닐까 싶었다. '비긴 어게인' 전체에 흐르는 느낌은 그리고 다름 아닌 그 사랑이었다고. 



책을 읽으며 내내 눈을 자꾸만 감고 어떤 장면을 떠올리게 된 나는 생각했다. 

이 사랑스러운 책을 사랑하는 그들이 언젠가 읽었으면 좋겠다고. 

아울러 죽기 전에..누군가의 마음에, 아이들을 향해...이처럼 '종소리' 를 울리는 이야기를 쓰고 떠난다면

나는 더 바랄 게 없겠다고도. 




#비긴 어게인... 좋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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