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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Mar 04. 2021

즐길 수 있기를...

쉽진 않겠지만.....

일터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장면과 만나게 되면, 언제나 '일개미' 로서 묘한 참담함을 느끼고 만다. 

아무리 수평관계의, 구글스러운, 귀엽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무장한다 한들, 한편 월급쟁이 직장인으로서는 개개인마다 환경도 사연도, 서로의 성향도, 업무 스타일도, 취향도, 가치관도, 삶의 우선순위도 모두 제각각. 결국 옛 현인들의 말씀처럼 '다 내 마음 같지 않으니, 인간의 삶은 일체개고' 함이 정말 맞는 듯싶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건 바로 오늘. 동료의 눈물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입사 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나는 마치 꽤 오래 다닌 기분, 아니 착각에 빠졌다는 걸 느꼈다. 

너무 익숙(?) 한 사람처럼 일에 몰입했던 나를 잠시 후회했다... 성급한 오지랖을 부렸다는 자괴감도 느껴져서 괴로웠다. 퇴근 후에도 머릿속에서 '뱅글뱅글' 떠 도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며칠을 '일' 생각을 하던 나였고 나는 그런 내가 좋았었는데. 사랑스럽고 기특하기까지 했었는데. 왜 잠시 그런 내가 바보 같이 느껴졌던 걸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셀프칭찬을 해 줘야 생존할 수 있는 게 바로 '직장'이라는 걸. 

나는 사회 초년생 때부터 혹독하게 OJT를 받고 나름 군대문화 속에서 '홍일점 신입사원'으로 커 오며 절절히 깨달았다. 그 덕에 어떤 매몰찬 '깡'이나 '끼'가 달라붙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렇게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고 자랐고 일하며 20대와 30대의 반 이상을 보냈다. 직장인의 장단이 있겠지만 보통 직장을 '힘들게' 다니면 인간은 그 인간 '개인' 적으로는 너덜한 영혼을 가지기 일쑤다. 아주 나이스하고 퍼펙트한 적성의 업과 만나지 않는 이상. (오죽하면 현대 직장인들의 우울증과 심신 쇠약증과 자살률은 기술이 진보할수록 더욱 지속 증가하지 않던가.) 개인의 영혼은 너덜너덜해지기 일쑤일지 모를 그 '감정'을 나는 오늘 다시금 상기해보는 계기를 만났다. 아주 예전에 신입 때 느꼈던, 그 묘한 모멸감과 분노, 가스 라이팅을 당한 수치스러운 감정까지도. (오버 좀 곁들이자면) 



이미 훼손된 마음은 완벽히 복원되지는 못하는 거다. 마음은 그래서 중요하다. 감정동물인 인간에게는 더더욱. 



내 옆의 동료이자 나의 팀원이, 오늘 대표 앞에서 결국 눈물을 보였던 순간. 

나는 내내 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가 여태껏 회사에서 어떤 업무의 주고받음이 있었는지 사실 이제 막 입사한 경력 신입(?)인 나로서는 잘 모르는 상황에 함부로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나. 이놈의 아줌마 주책맞은 입은 여태 살아 있어서 자꾸만 그녀를 '대변' 해 주고 싶은,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감싸' 주고 싶은 '엄마' 마음을 참느라 애써야 했다. 바들바들 손을 떨고 있는 그녀를, 눈은 이미 토끼눈이 되어 안경 속으로 눈물이 그렁그렁 차 오르던 그 순수한 눈을 옆에서 지켜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유머'를 가미해 분위기를 잠시 '전환' 시켜 보려는 우스운 수작이었다. (통하지는 못했던 것 같지만) 



상황 종료. 이후 급 미션으로 받은 '프로젝트 사업계획서'를 스케치하며...내내 마음이 무겁고 꺼림칙했다. 

일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는 '환경 조성' 은 갑작스레 생겨버린 마음 때문이던가 아니면 마주하고 싶지 않은 장면들과 조우했기 때문이던가. 그녀의 잘못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표께서 틀린 말을 한 것도 실상 아니긴 하나... 뭐랄까.... 나는 그저 그 순간, 이전 직장에서 '업무' 적으로도 '인간' 적으로도 칭송하고 또 닮고도 싶었던 두 명의 일꾼선배들이 갑자기 떠오를 뿐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소수의 선배들이 '그리웠다'가 맞을지 모른다. 내가 의지했던 그들이. 

실무적 디테일에서부터 어떻게 동료를, 후배를, 때로는 상사를 대해야 개인감정이 훼손되지 않고도 잘 따르고 또 따라올 수 있는지에 대한 '유머' 도 '감각' 도 '센스' 도 게다가 '업무력' 도 훌륭함이 차고 넘쳤던 소수 일꾼. 그 두 선배들을 만난 건 어쩌면 20대의 사회 초년생 시절, 그리고 한창 일에 몰두할 서른 살, 아직까지도 그 일터의 시간들은 내 생의 '천운'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중 한 명은 공교롭게 지금 내 배우자가 되셨다지 아마) 



마음에선 비가 내려도 우비 장착하고 꿋꿋하게 나가려는 뚝심은 그때 길러졌던 것도 같다..물론 최고는 애덜 키우며!!! 워킹맘!



당시 나는 너무 즐겁게 즐기며 일을 했었다... 직 간접적으로 많이 배우고 많이 성장했다. 

정말이지 일을, 일터를, 일을 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즐기고' 있었으니 성장도 가능했으리라. 그러지 않고서야 자체적으로 바카스를 사서 야근을 같이 하는 프로젝트 팀분들께 음료수를 돌리거나, 혼자 꾸역꾸역 문서 정리하고 만들고 좀 더 잘해 보려고 애쓰다가 눈물 콧물 흘리지도 않았겠지... 애를 쓰니 감정이 따라오는 것. (인간은 감정에 세뇌당하고 조종당하는 뇌 구조를 원래 태생부터 가졌다고! 원래 인간은 비합리적인 동물이라고. 인간 본성의 법칙이 말을 했다고! ) 



사실 일을 즐길 수 있었던 건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선배들 덕분이었다. 

그들과 진행한 그 프로젝트는 강한 쓴소리보다 유독 칭찬과 서로 으쌰 해 주는 분위기가 더 강했다. 내 성향 상 나는 채찍보다는 당근이 훨씬! 더 퍼포먼스를 자신감 있고 주체적으로 내뿜을 수 있는 원력이라고 생각하는 바, 다행이었다... 나로서는 그 두 명의 선배를 존경하며 닮아가고자 했기에. 그들의 날카롭고 예리한 업무 감각과 (스마트 퍼펙트 나이스 한 문서 및 메일력) 한편 아래위 챙길 줄 아는 '그릇' 도 넓은 그들을 닮으려 노력했었다. 언젠가 리딩 하는 자리가 주어지면 그렇게 되리라고 꼭 스스로 다짐하면서... (역시 그런 이들과 일을 한다는 건 '행운'이라고 여태 생각하기도)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완전 다른 포지션의 커리어 대전환이 되어, 나는 지금 그 자리에 온 것만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총괄기획자가 되어 전체 서비스 사업의 브랜딩 방향성의 큰 '틀'를 정하고 Project 화 해 상세 운영안에 대한 프레임을 짜고, 그 안에 또 세부적인 task 들을 정의하면서 팀을 '리딩' 하는 역할이 미션처럼 주어졌다..... (라고 생각하는데 이것도 내 생각인가 싶고; - 하 혼란 - 말은 거창히 하지만 지금 그냥 따지고 보면 PM, 서비스 기획, 디자인, 메인 에디터 등 그냥 다 연결이 된다.... A-Z까지 모두 다) 



그렇기에 더더욱, 소수인 나의 크루...'그녀'의 눈물이 유난히 마음에 걸린다. 

마음 깊이 그녀의 힘찬 도약을 바라며 오후 간단한 기획 회의를 하며 일부러 더 크게 미소 짓고 아줌마의 돼먹지 못한 유머를 감히 MZ 세대에게 와르르 쏟아내며 (미안- 재미없었죠- 그래도 웃게 해 주고 싶었어.....) 그녀의 미소를 유도했다. 당신은 재능이 있다고. 그걸 아직 발견할 씨앗을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두려워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런 마음으로.....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건 더 큰 성공을 바라는 마음과는 좀 다른데, 두려운 상황이 점점 줄어들고, 어떤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편안하게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일하는 마음 - 




노동 후의 석양은 얼마나 멋지던가....... 그 석양조차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위너........




작전 성공. 그녀가 웃었다. 그리고 그다음 문장에서 반대로 내가 울컥했다. 

'차장님 와 주셔서 감사하다' 고. '오셔서 정리해주시고 또 미션(일)도 딱 맡겨 주셔서 고맙다고'... (라고 했었죠? 응? 나 귀가.. 열려 있었어. 난 그렇게 들렸어! 내가 오해했나...ㅋ) 



힘이 들었을 거다. 애를 썼을 것이다. 

즐기고 싶지만, 즐길 수 없었던 그녀의 마음을.... 안다. 알 것 같았다. 내가 뭐라고...그러나...

나는 오늘 마음 깊이 진심으로 바랐다. 그리고 크루들에게 마무리 멘트를 했다. 



앞으로 일 하면서 감정이 새까맣게 훼손되고 답답하고 분하고 울고 싶은 날이 많을 거예요. 

나도 그랬고 여전히 그럴지도 몰라요. 우리는 감정 없는 기계가 아니니까. 우리는 인간이니까. 

크루들. 그럴수록 웃고 즐겨봅시다. 스스로 즐길 줄 알면 그 사람이 이기는 거예요. 

나도 미안해요. 내가 너무 입사하자마자 달렸나봐~ㅋ 아줌마가 주책이지 


 (라고 마지막까지 유머를 잃고 싶지 않았던 내 마음, 크루들 이해하나요....)



유머를 잃지 않고 두려운 상황보다 나아가는, 즐거운 장면을 만들기를 바랐다.... 그녀에게 진심으로. 

그리하여 사실 저 말은 오늘의 그녀뿐 아니라 내게도 다짐하는 말이었다. 

부디 즐길 수 있기를 바라던 그 마음속 말은...........현재의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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