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악에서 구하소서

by 프리스트





좇기고 있습니다

무엇으로부터 인가요?

목적지는 어디일까요?

흠뻑 젖은 몸

축 처진 어깨

더 이상 제게 환난을 허락하지 마옵소서

감당할 수 있는 일만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이것은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보세요

저는 벼랑 끝에 내몰렸고

그들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푸는 순간

저는 저 무서우리만치 끔찍한 악의 소굴로 추락하고 말 것입니다

고통스럽고

괴롭습니다

이러한 것을 왜 제게 주시나요

제가 얼마나 나약한지 아신다면 그럴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왜 모든 것을 감당하라고만 하시나요

왜 나는 강해져야만 하나요

나는 이제 그만 강해지고 싶습니다

나는 이제 그만 내려놓고 싶습니다

저들에게 끌려가든

저들을 피해 추락을 하든

이제 제게 허락된 것은 낙화(落花) 일뿐

그래요

저는 너무나도 나약합니다

저는 또 아무것도 할 수 없지요

스스로 이겨내보려고 했고

주어진 사실들을 부정하려고만 했습니다

받아들여보려는 노력은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싫었습니다

이 상황도 이 감정도 모든 것을 당신 탓만 했습니다

나는 당신을 이겨보려고 했나 봅니다

그래요

나는 오늘도 당신께 졌습니다

온 마음 다해 굴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생각했는데도

또 이기심에

내 힘으로 내 주관으로 내 고집으로

나를 스스로 추켜세우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이렇게 나를 굴복시키는군요

나의 이런 아집까지..

나는 온 마음 다해 당신께 엎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왜일까요

당신께 지고 나니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된 것만 같습니다

스스로 지키려 했던 것들

욕심과 욕망

눈이 멀었던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었군요

당신은 정말

정말 나에게 자유를 주시는군요

눈이 멀어 스스로 감옥을 자처한 나에게

끝까지 손을 내밀어 주시는군요

마음의 짐이 덜어졌습니다

사라진 지 알았는데 당신이 대신 지고 있군요

등 뒤에 얼마나 많은 짐을 가지고 계시나요

당신의 모습을 보며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언젠가부터 당신을 생각하면 눈물이 흐릅니다

그냥 내버려 두셔도 되지 않았나요?

내가 고집을 피우든 내가 당신을 보지 않든

왜 다시 기회를 주시나요?

또 당신을 버릴 걸 알고 있잖아요

나는 버림받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당신을 버렸군요

나는 외로운 게 아니었습니다

당신이 외로웠군요

그저 나만 바라보고

그저 내가 돌아오기만을

하염없이

그렇게 기다렸군요

기다림의 시간은 어떠한가요?

난 당신 탓만 하며 살았는데

당신은 탓도 하지 못하고

그런 눈으로 바라보았군요

당신은 정말

당신은 정말

당신은 정말



족쇄를 벗어던지고 저는 오늘도 아버지 당신께 돌아갑니다

당신은 언제나 두 팔을 활짝 벌리어 눈물로 나를 반겨주시죠



언제까지나

이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당신은 그러실 테죠


언제까지나

이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나는 그러할 테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면..




집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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