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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Dec 18. 2020

잠든 아이의 손은 언제나 따뜻하다.

아이는 언제나 부모의 기쁨이다.



"엄마가 미안해... 잘 자. 내일은 재밌게 놀자!!"


  밤마다 반성하는 엄마. 바로 나다.

코로나19로 잘 다니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가정보육을 하는 중이다. 불안하면서도 군 관사 안의 가정어린이집이라 조금은 안심하고 보냈다. 사태가 심각해지고 긴급 돌봄만이 가능해져 우리는 3주간 함께  하게 되었다.


 사실 36개월까지 가정보육을 하려고 마음먹은 나였다. 전공에 따르면 아이는 36개월까지 엄마 품에  있어야 한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친구들을 좋아하고 활발한 아이는 친구처럼 어린이 집에 다니고 싶어 했다. 오랜 고민 끝에 25개월 만에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 이후 예상치 못한 변수였던 코로나 사태가 터졌고 새 학기에 보내려고 마음먹었던 어린이집은 다시 몇 개월간 가정보육으로 이어졌다. 25개월 동안 우리는 껌딱지처럼 늘 함께 했던 터라 (가끔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잘 지냈다. 입소는 했지만 아이는 어린이집을 가지 않았다. 입소한 지 약 3개월이 지나고, 어린이집에서는 입소만 결정하고 안 오는 아이가 궁금했을 것이다. 어린이집은 안 다니지만 1학기 학부모 상담을 다녀온 날이 있다. 그날은 정말 떨렸던 것 같다. 승현이만 빼고 다 나오고 있다는 말에 슬슬 보낼 준비를 했다. '코로나 사태도 조금 나아지기도 했으니 드디어 가고 싶었던 어린이집에 가보자.' 아이는 가고 싶어 했던 만큼 어린이집 적응을 빨리해냈다.  동시에 나도 3주 차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낮잠까지 자고 오고부터 자유를 찾았다. 처음엔 참 이상했다. 껌딱지처럼 하루 종일 심지어 화장실 갈 때도 함께였던 우리였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지 않은가. 점점 자유시간을 누릴수록 처음엔 길다고 생각했던 자유시간이 점차 짧아졌다. 나는 아이가 없는 시간에 길들여지고 있었다. 꿀 같던 자유시간은 코로나 때문에 있었다 없었다를 반복했다. 코로나를 원망하기도 했다. 우리 둘의 시간을 망쳐놓았으니... 사람이 참 간사하게도 몇 달 전이라면 하루 종일 육아를 해도 그것이 일상이었기에 상대적으로 지금보다 힘들지 않았다. 코로나 때문에 자유시간을 뺏긴 기분이었다.

 아이는 밖에 나가지 못하는 대신 집에서 에너지가 넘쳤다. 불같은 에너지를 다 못 쓴 탔인지 내 유일한 집안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인 아이의 꿀 같은 낮잠도 패스할 때가 많았다. 그날  오후가 되면 나도 아이도 온 신경이 곤두선다. 자기가 낮잠을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슬슬 피곤하니 짜증이 몰려오는 아이와 유일한 낮잠시간의 휴식을 뺏겨 버린 체력 바닥인 엄마가 만나 하루를 버틴다.


"저녁은 먹고 자야 해!"


 오후 5시가 넘으면 이때는 아이가 잠들까 봐 두렵다. 어정쩡하게 잠들면 정상적인 육퇴 시간마저  놓친다. 나는 아주 예민해지기 시작한다. 급히 밥을 먹이고 씻기고 언제 잠들어도 될 만큼 준비를 끝내논다. 최소한 7시 이후로... (너무 일찍 자면 새벽 기상이 두렵다.) 운이 좋으면 이른 육퇴가 가능하다.

 아이는 언제나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고, 귀엽다. 그런데 가장 사랑스러운 순간은 일찍 잠들었을 때 한없이 사랑스럽다. 참 모순적이다.


 아이는 잠들기 전 항상 책을 읽고 잔다. 항상 바라 왔던 그림이다. 엄마 아빠는 아이 옆에서 아이가 잠들기 직전까지 함께 책을 읽어주다가 아이가 잠드는 모습을 보고 불을 끄고 나온다. 내 로망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오늘은 5권만 보는 거야. 5권 보고 불 끄는 거야."


 어느 순간 아이가 잠을 자기 싫어서(?) 책을 읽으려고 한다는 것을 느꼈다. 실컷 놀고 잠자려고 들어와서 그제야 책을 찾는다. 나는 기운이 쏙 빠진다. '이제 드디어 육퇴구나'하는 순간에 책 5권을 읽어야 한다니... 보너스로 읽었던 책을 계속 읽어야 한다. 처음에는


 '그래, 다른 것도 아니고 책인데! 엄마가 많이 읽어줘야지~ 흥미 떨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의지가 차고 넘쳤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매일 밤 잠을 이기려는 아이 옆에서 체력이 바닥난 상태로 책을 읽어주기란 힘들었다. 특히 낮잠도 패스한 날에는 내 체력은 받쳐주지 않았다. 좋은 마음으로 읽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었지만 막상 육퇴 시간이 다가오면 내 마음은 조급해지기 일수였다.


"엄마랑 약속했잖아! 5권 읽고 자기로 했는데 왜 약속을 안 지켜!!! 엄마 힘들 단말이야!"


터지고 말았다. 나는 아이에게 화를 냈다. 책을 더 읽고 싶다는 아이에게 왜 약속을  안 지키는 것이냐고 소리치고 말았다. 아이는 서럽게 울었다. 그 순간 아차 싶어 바로 사과를 했지만 아이도 나도 둘 다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아이는 울었고 나는 한동안 아이를 안고 있었다.


"엄마가 소리쳐서 미안해. 승현이가 약속을 안 지켜서 엄마가 화가 났어. 책 더 읽어 줄까?"


 우리는 마지막으로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하나 더 읽고 누웠다.


"승현아, 아까 왜 울었어?"

"승혀니가 힘들게 해서 엄마가 힘들어서 화가 나서 소리쳤어. 무서워서 눈물 났어."

 

 '승현이가 힘들게 해서'라는 아이의 말에 울컥했다. 자기가 엄마를 힘들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 걸까. 비록 아이가 나를 힘들게 하는 순간이 있더라도 그 순간은 언제나 짧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언제나 나를 미소 짓게 하는 것도 아이였으니까. 오늘도 아이는 단지 엄마랑 책을 더 읽고 싶다고 말한 것뿐인데 엄마는 힘들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소리쳤다. 그것도 무섭게. 나는 왜 그 순간 내 기분만을 생각했나, 아이의 입장은 왜 한 번 더 생각해보지 못했는지 후회했다.


 나는 다시는 아이가 자신이 엄마를 힘들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다. 아이 앞에서 힘들다는 말은 더더욱 아낄 것이다.


모든 아이는 부모의 기쁨이니까

승현이는 우리의 기쁨이다.


 오늘도 잠든 아이의 손을 잡고 반성한다.

내일은 책 더 많이 보자고...


잠든 아이의 손은 오늘도 따뜻하다. 

마치 엄마의 미안한 마음을 녹여주려는 것처럼...


#언제나사랑스러운아이

#모든아이는부모의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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