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한 입 베어 물기만 해도 물 마실 필요 없이 시원해지는 진한 초록 빛깔의 단단한 오이.
쌈장에 콕 찍은오이는 물을 말아 놓은 밥에 그만한 반찬이 없고, 고추장 양념에 무친 오이소박이는 아삭하고 새콤 시원한 맛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여름철에 꼭 당기는 새콤달콤한 비빔면에 채 썰은 오이가 빠지면 아쉽기도 하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자장면에도 채썬오이가 들어가면 추억의 맛을 떠오르게 한다.(라테는 짜장면에 채썬오이와 완두콩이 올라갔다.) 오이는 부담 없이 즐기는 반찬 중에 하나다.
오이는 맛도 좋지만, 미용에도 최고다.
뜨거운 태양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날이면 엄마는 어김없이 오이를 얇게 잘라거실 한가운데 눕혀놓고 마사지를 시작한다.
시원한 오이가 얼굴에 닿는 그 차가움에 깜짝깜짝 놀라기도하지만 그 차가움이 어느새 익숙해져 곧 졸음까지 몰려온다. 오이 슬라이스가 입 쪽으로 다가올 때면 맛보고 싶은 욕구도 스멀스멀 온다. 짧다면 짧은 20분 동안 잠깐의 졸음도 청해보고 엄마와 도란도란 이야기도 한다.
"귀선아, 시간 됐다. 이제 떼!"
그 와중에도 시간이 다되었다며 갑자기 오이를 떼고 차가운 얼음 수건을 가져다주는 엄마.
순간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고 수건을 떼면 얼굴이 촉촉탱탱 화사해져 있다. 휴가를 다녀온 날이면 우리 모녀에게 오이팩은 필수였다.
어느 날은 그 추억을 떠올리며 오이를 사 왔다. 오이를 깨끗하게 씻고 채칼로 최대한 얇게 썰어 놓는다. 아참 오이를 썰기 전에 준비물이 필요하다. 큰 거울과 얼음장같이 차가운 수건!(모공을 꽉 닫아준다.)
물기를 꽉 짜낸 수건은 냉동실에 넣어놓고 채 썬 오이를 큰 거울을 보며 얼굴에 붙이기 시작한다.
'앗 차가워~'
차가운 오이를 얼굴에 듬성듬성 붙인다.(여기서 성격 나온다.) 너무 차갑고 시원해서 기분이 좋아진다. 순식간에 얼굴 온도가 내려간다.
지금 생각해보면 덜렁대는 나와달리 오이마사지는 친정엄마의 꼼꼼함이 최고였다.
냉장고 안에 있던 차가운 오이는 팩으로 변신하면 어느 수분팩보다 수분이 많다. 채 썬 오이를 한가닥씩? 붙일 때마다 오이 물이 목을 타고 흐른다. 흐르는 물이 어쩔 때는 너무 차가워서 "엄마, 그냥 얼굴 쪽만 올려줘요~"
대충 올려달라고도 말한다.
"안돼~ 오늘 많이 탔어. 어차피 하는 거 꼼꼼히 해야지."
가끔 귀찮을 때도 있었지만 차갑고도 시원한 20분이 지나면고 거울을 볼 때 엄마 말을 듣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오이마사지를 안 한 지 꽤 되었다. 얼굴에 간편한 시트팩 한 장 올리면 오이 마사지의 번거로운 준비를 피할 수 있었으니까. 효과는 오이마사지가 훨씬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귀찮음이 시트팩으로 손이 갔다.
아이의 여름 방학을 맞이해 친정에 놀러 갔다. 바다가 코앞이라 우리는 매일매일 바다에 갔다. 7월의 바다는 굉장히 뜨거운 햇살이었지만, 노는 게 제일 좋은 4살에게 햇살은 장애물조차 되지 않았다.
바다에서 돌아오는 길 엄마는 마사지를 해준다며 오이를 사왔다. 그리고 땀범벅이 된 우리가 씻는 사이 시원한 오이팩을 준비하고 계셨다. 4살 아이의 첫 오이팩 경험이 시작되었다. 무더운 여름날 바다에서 막 살이 벗겨지기 전까지 논 아이의 열이 오른 얼굴, 목, 팔에 시원한 오이를 붙이기 시작했다. 오이마사지는 오이를 올리고 15분 이상은 누워있어야는데 과연 4살 아이가 가만히 있을까? 중간에 하다 말거나(아깝게) 오이로 난리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다. 아이의 빨간 뒷목과 팔을 보며 이왕 하는 거 제대로 시키고 싶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승현아, 오이마사지 하자~할미가 오이 붙여줄게 누워봐~"
걱정과는 다르게 오이마사지를 첫 경험한 아이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머리 위에는 수건 한 장을 깔고 한 손에는 거울을 들며 즐기는 듯 보였다.
방금 씻고 나온 친정아빠는 에이 무슨 애기가 오이마사지를 하냐고 나무랐지만 귀엽다는 눈총을 보냈다. 의외로 승현이도 20분을 꽉 채워 내 옆에 누워있었다. 빈틈없이 내 얼굴에 차가운 오이를 붙여주는 친정 엄마의 꼼꼼함은 변함이 없었다. 목까지 붙여주는 그 세심함.
4살 아이는 오이팩 미라로 변신하고, 입술 위에 올려진 오이를 혀로 힐끔힐끔 맛보며 재밌다고 깔깔거렸다. 그러다 몰래 얼굴에 붙어있는 오이를 살짝 잘라먹기도 했다. 우리는 거실에 대짜로 누워서 큰 거울을 보며 서로 괴물이라고 놀리기도 했다가 눈을 감고 쉬기도 했다가 할머니랑 재잘재잘 얘기도 나누었다.
20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
지금도 어느 비싼 팩보다 엄마가 얇게 썰어서 붙여준 오이팩이 생각난다.
오이는 팩뿐만이 아니라 이너뷰티에도 효과적인 채소라고 생각한다.
수분이 풍부해 체내 유입 시 장기에 수분을 풍부하게 제공하여 딱딱한 변을 부드럽게 해 원활한 배변활동을 돕는다. 한마디로 변비에 좋다.
요즘같이 마스크를 하루 종일 써야 할 때 입속 온도가 높으면 입 냄새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오이를 한 입 잘라먹거나 30초가량 물고 있으면 구강 안의 온도가 떨어지고 세균이 없어져 입 냄새가 바로 없어진다고 한다.
그 밖의 오이의 비타민B는 스트레스 완화에도 좋고, 혈당 수치를 낮추어주어 나쁜 콜레스테롤을 없애 고혈압 치료에도효과적이며, 오이 속의 리그난은 폴리페놀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는 유방암, 난소암과 같은 각종 암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오이의 탄닌,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통증 완화와 두통 치유에 효과를 주어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칼로리는 100g당 9kcal로 칼로리가 낮고 대부분 수분이 갈증해소에 도움을 주며 노폐물을 제거해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